페북 스타가 된 소녀들

페북 스타가 된 소녀들

$18.00
Description
페북 걸스, 시대의 인싸가 되다!
디지털 자본주의는 10대 소녀들에 기대어 어떻게 성장했는가?
10대 소녀들의 놀이, 성취, 보상, 좌절을 생생하게 풀어낸 현장 연구서!
얼짱, 페북 스타, 뮤즈 모델…
소셜 미디어를 ‘잘하는 소녀’와 ‘소녀성 산업’의 탄생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오늘날만큼 막강하기 전, 10대 여성은 그 시류의 선두에 있었다. 어른들이 신문물을 더듬더듬 배워가는 동안 이들은 페이스북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공간을 빠르게 접수했다. 10대 여성의 ‘페이스북 하기’는 어른 세대와는 질적, 양적으로 달랐다. 소셜 미디어라는 뉴미디어를 가장 먼저, 가장 열정적으로 사용한 이들은 곧 소셜 미디어 문화와 시장의 주체로 등장했다.
저자가 10대 여성의 ‘페이스북 하기’에 주목하게 된 계기도 이들의 왕성한 디지털 활동 때문이었다. 특히 이들은 화장한 얼굴, 꽉 끼는 옷으로 가슴을 부각하는 셀피를 하루에도 몇 장씩 업로드하는 등 스스로를 보여주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바야흐로 인터넷의 미덕이 익명성에서 ‘전시’로 바뀌고, 소셜 미디어가 관심과 명성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던 때였다. 그리고 이에 맞춰 소셜 미디어 마케팅이 갓 태동했다.
10대 여성들은 소셜 미디어 콘텐츠의 양을 증폭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부지런히 퍼 나르면서 빠르게 유통시킨 디지털 자본주의의 촉매자이기도 했다. 디지털 자본주의를 최전선에서 일군 10대와 20대 초반의 이 세대는 소셜 미디어를 자유자재로 갖고 놀며 소셜 미디어의 대중화를 이끄는 한편 상업적 매체로서의 가능성을 창출해 냈다.
‘소녀성 산업’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소녀성 산업은 10대 여성의 등장과 함께 소셜 미디어에서 생겨난 새로운 일, 그리고 소녀성의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활용되고 동원되는 산업 체계를 일컫기 위해 저자가 주조해 낸 용어다. 저자는 이 개념으로 또래 네트워크에 기반한 소셜 미디어의 소비시장이 10대 여성의 (무임 혹은 저임의) 디지털 노동에 기대어 소녀성을 상품화하는 과정을 면밀하게 관찰한다.
이 책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새로운 문화와 경제의 중심이 되기 시작한 2010년대 초반에서 중반 사이에 10대 소녀들의 놀이터이자 일터가 되어버린 페이스북 주변을 탐사한 생생한 현장 연구서다. 저자는 당대 10대 여성과 그들의 놀이⸱노동의 장(場) 가까이에 몇 년간 머물면서 디지털 자본주의가 어떻게 우리 일상에 완벽히 침투해 오는지 지켜봤다. 소셜 미디어가 돈이 되는 것이 일상이 된 지금, 이 책은 더는 새로울 것 없는 것처럼 보이는 디지털 자본주의, 그리고 그것을 떠받치는 장치인 소셜 미디어가 10대 여성의 삶을 어떻게 구성해 내는지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저자

김애라

저자:김애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부연구위원.이화여자대학교에서「십대여성의디지털노동과‘소녀성산업’에관한연구」로여성학박사학위를받았다.디지털기술의발전과변화에따른여성의일과문화,정치참여그리고성별관계에관한젠더분석이주연구분야이며,청소년과청년세대의디지털문화,디지털성폭력,인공지능과젠더편향에관한연구를수행해오고있다.『디지털심미안』을썼고,함께지은책으로『원본없는판타지』,『더나은논쟁을할권리』,『디지털미디어와페미니즘』등이있고,주요논문으로「‘탈코르셋’,겟레디위드미:디지털경제의대중화된페미니즘」,「기술매개성폭력의‘실질적’피해와그의미」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온라인에서10대여성만나기

1부소녀성산업
1장자기를프로듀싱하는소녀들
2장소셜미디어와소통자본주의
3장패션뷰티와또래네트워크
4장‘좋아요’가돈이되는과정
5장돈을버는사람들

2부유능한노동자페북스타
6장일상과감각을판매하기:소셜미디어를‘잘하는소녀’되기
7장소녀성의리터러시:그냥예쁘기만해서는안돼요!
8장미성년과성년그사이에서:디지털노동과‘소녀’주체
9장연결됨의즐거움
10장수능보다뷰티크리에이터!
11장지속하기어려운‘소녀성’커리어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새로운10대의여성성‘소녀성’

전통적인의미의‘소녀성’은‘미성년여성’,‘여학생’과같이기존의10대여성을범주화해왔던연령이나학교교육체계와연동되어있었다.그리고소셜미디어가출현하기이전,10대여성은‘소비자’나문화산업의‘팬’정도로여겨졌다.그렇다면소셜미디어의등장으로10대여성의일상이완전히바뀌면서‘소녀성’또는‘10대여성성’의동시대적의미는어떻게달라진것일까?

저자는10대들의새로운여성성인‘소녀성’이어떤경로로10대여성사이에서공통적으로승인된어떤속성을가리키게되는지밝혀낸다.예컨대,‘예쁨’,‘스타일리시’,‘패셔너블’같은소녀성의속성이10대여성사이에서승인되려면반드시또래네트워크내평판체계를거쳐야한다는것이다.즉또래네트워크감성에적합한자기전시과정을거쳐야비로소10대여성들이공통적으로갖고싶어하는속성에포함된다는것이다.

저자의관찰에따르면,이때문에10대여성들의타임라인은자신의얼굴,성형수술과운동,다이어트,연애,패션스타일,헤어스타일,화장법,쇼핑,여행등으로채워지는경우가대부분이다.즉,10대여성성의속성들이또래네트워크에서공유되는소비상품정보와밀접한관계가있다는것이다.이는10대여성이스스로인지하든그렇지않든간에‘소녀성’이상품판매기업이나마케팅기업등의상업주체와긴밀하게엮여있다는점을시사한다.

노동주체라는인식이없이
일잘하는노동자페북스타

‘은진’은‘페북스타’의지위를유지하고자하루5-7시간을,‘경현’은‘자는시간빼고전부’,‘나현’과‘다정’은10시간을이용하고있었다.유명해지기전부터이미많은시간을들여패션이나화장품에관한게시물을만들어업로드했다.이들은평소학업보다는패션뷰티영역에더많은흥미를가졌고,취미로자신의관심사를페이스북에공유하기시작하면서점차또래네트워크에서유명인이될수있었다. ̄본문중에서

저자가여러페북스타와의심층면접을통해확인하듯이,소셜미디어의읽을거리를만들고‘자연스러운’유행흐름을창출하는게시물들,즉공들여만든콘텐츠는대부분페북스타들이수많은시간을들여촬영하고편집과보정과정을거쳐만들어진것이다.이들은콘텐츠를생산하는것외에도친구들의타임라인과각종정보를수시로확인하고,‘좋아요’나‘댓글’,‘공유’등으로반응하고,이반응을고려한게시물업로드라는일련의디지털노동을수행하는일이필수적이다.이들의노력덕택에페이스북은10대소녀들을위한마케팅의장이될수있었다.

10대여성들이‘소녀성’정보와콘텐츠를부지런히생산하고매개하고소비하는디지털활동은애초에돈을버는것과직접연결되거나이를목표로한것이아니었다.그보다는소셜미디어친구들과의소통,앎의즐거움,이즐거움을추구하고자하는열망에서이루어진것이었다.즐거움과자부심,열망에따라10대여성이벌이는왕성한디지털참여활동은명백히무임자유노동형태를띤것이었다.

10대여성의디지털노동에는20대의디지털노동을수식하는데동원되는언어,즉‘문화생산’이나‘열정페이’같은수사가붙지않고‘페북스타’라든가‘얼짱’이라는개인적지위로일컬어진다고한다.저자는10대페북여성들의자발적인디지털노동이가사노동처럼가장비공식적이고비가시화된영역에속한다고말한다.비상업적인베일을쓰고있는소셜미디어에서10대여성은문화적열망과평판체계를구축하고자자발적으로일상의많은시간을기꺼이투여한다.창의적이고기발한,한마디로‘질좋은’콘텐츠를생산하는이들은노동주체라는인식이없는,일잘하는노동주체인셈이다.저자는디지털경제가새롭게창출한여성노동의공간이노동의임시성과불안정성을지속시키고있음에도이같은문제가화려하고스타일리시한외피에가려잘보이지않는다고말한다.

책곳곳에는10대페북스타를비롯한페북걸들과의인터뷰가실려있어그들이소셜미디어에서누리는놀이,즐거움,성취감,자부심을생생하게들려준다.물론거기에는거의무임에가까운보상과불안정하고한시적인미래의전망에좌절하는목소리도섞여있다.반면에다양한소셜미디어기업종사자와의인터뷰에서는이들이10대여성들의‘페이스북하기’에주목해,그들을어떻게저비용고효율의소셜미디어시장구축에동원할수있었는지를들을수있다.

저자는10대의,그리고오늘날청년세대여성이자신의삶의,노동의전망으로삼을수있는사회적조건이지금어떻게형성되고있으며,차후그것을어떻게구성해내야할지에관한지속적인고민을우리에게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