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의 사상 : 일본과 홍콩에서 생각하다

변경의 사상 : 일본과 홍콩에서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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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자유와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카오스 시대
미래로 가는 길은 변경에 있다!
도시 국가 홍콩, 국민국가 일본, 두 변경에서의 왕복 편지
금년은 2014년 홍콩 우산운동이 일어난 지 10년이 된 해다. 2019년까지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지속되었지만, 홍콩 보안법 제정으로 민주화운동은 궤멸적인 피해를 입고 급속히 위축되었다. 당시 홍콩의 요동치는 사태는 우리에게도 남의 일 같지 않았다. 80년대 민주화운동을 계기로 지금의 민주주의 사회로 성장한 경험이 있는 한국인들은 당시 홍콩 우산운동에 많은 성원을 보내기도 했었다. 홍콩의 정치적 격변은 동아시아 정치 지형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시사했으며, 동아시아 변경의 존재 양식, 나아가서 생존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했다.
홍콩의 우산운동을 전후해서 브렉시트, 중국의 신패권주의와 민족주의, 트럼프 현상 등 세계 각지에서도 내셔널리즘이 회귀하고 우경화가 일어나는 등 불확실성이 두드러졌다. 홍콩에서 일어난 정치적 격변 역시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우산운동의 주역인 홍콩 젊은이들의 주장은 필연적으로 지역적 맥락에 뿌리를 둔 것이기에 한국이나 일본을 포함한 해외에서 자세히 다뤄질 기회가 많지 않았다. 당시 시위에 적극 참여하기도 한 저자 청육만은 이 책에 수록된 편지에서 홍콩 현지 문화 번역가라는 역할을 자청해 홍콩 젊은이들의 지지를 받았던 사상적 근간과 사회적 배경을 생생한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우산운동 이후 정세에 대한 심정을 담은 그의 편지에서 독자들은 일견 극우적인 내셔널리즘이 주목받았던 홍콩 사회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아시아에 속한 우리에게 아시아의 이슈는 우리의 이슈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아시아는 여전히 미국 등의 서구보다 멀게 느껴진다. 홍콩의 사회학자 청육만과 일본의 문학평론가 후쿠시마 료타가 왕복 서신으로 엮은 『변경의 사상』은 2010년대 홍콩 민주화운동을 발판 삼아, 문명의 중심축 미국과 중국만 바라보며 각자 고립되어 있는 동아시아 변경의 현실을 조명하면서, 당면한 문화적 혼돈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맞서고자 과감하게 자기 인식을 해체하는 지적 실험 작업이다.

저자

후쿠시마료타,청육만

저자:후쿠시마료타
1981년교토시에서태어났다.교토대학교에서중국근대문학을전공했고2012년문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현재릿쿄대학교교수로재직중이다.2004년메일매거진『하조겐론』에마이조오타로론을발표하며비평활동을시작했으며,2010년첫단독저서인『신화가생각한다:네트워크사회의문화론』을펴냈다.2013년출간한『부흥문화론:일본적창조의계보』가2014년36회산토리학예상(사상·역사부문)을,2016년출간한『성가신유산:일본근대문학과연극적상상력』이2017년야마나시문학상을수상했다.계속해서『울트라맨과전후서브컬처의풍경』(2018),『변경의사상:일본과홍콩에서생각하다』(2018,청육만과공저),『백년의비평:어떻게근대를상속할것인가』(2019)등을펴냈고2019년와세다대학교쓰보우치쇼요대상장려상을수상했다.2020년대들어서도『헬로,유라시아:21세기‘중화’권정치사상』(2021),『책이라는바이러스:21세기사상의전선』(2022)등저술활동을활발히전개하며이시대에비평이할수있는역할을탐구하고있다.

저자;청육만
홍콩출생.홍콩중문대학교사회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리츠메이칸대학국제관계학부부교수로재직중이다.국내에는장위민의이름으로구라다도루와공동으로저술한『홍콩의정치와민주주의―중국과맞서고있는자유도시,홍콩』(2019)이소개되었으며,그외에『철도의꿈이일본인을만들었다』(2015)라는저서가있다.

역자:윤재민
동국대학교에서현대문학을공부했으며문학평론가로활동하고있다.원광대학교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HK연구교수(2022~24)로재직했다.

역자:정창훈
동국대학교문화학술원서사문화연구소전임연구원.한국근현대문학을전공했다.주요저작으로『한일관계의‘65년체제’와한국문학:한일국교정상화를둘러싼국가적서사의구성과균열』(2021)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들어가며―독자여러분께
첫번째편지.변경(홍콩)에서변경(일본)으로
두번째편지.말과민주주의
세번째편지.간절히기원하면마음을울린다―도시의축제등불
네번째편지.변경의두얼굴
다섯번째편지.과거의변경,미래의중심
여섯번째편지.홍콩―소용돌이의교통로
일곱번째편지.시시각각변화하는문화의속도
여덟번째편지.일본에서서브컬처란어떤의미인가
아홉번째편지.하고싶은말이무수히많은듯한데,안타깝지만난못알아듣겠다
열번째편지.‘말끔함’은‘더럽다’―열도의주변으로부터
열한번째편지.변경문화의빛과그림자―도시,영화,중국내셔널리즘
열두번째편지.내셔널리즘에서도시적아시아주의로
열세번째편지.진정한자유의저편으로
열네번째편지.근대를펼쳐콩을기르다
후기
옮긴이후기

출판사 서평

세대간분열,내셔널리즘과글로벌리즘,엘리트주의와포퓰리즘이첨예하게맞부딪는현대세계의축소판홍콩

국내에서는우산운동을‘민주’와‘자유’를기치로내건저항운동으로소개되고있지만,과연그것뿐일까?실제로홍콩에서는당시무슨일이벌어지고있었던것일까?도대체무엇이젊은이들을격렬한시위운동으로몰아넣은것일까?‘민주’와‘자유’라는명분이외에도젊은이들이그렇게격렬하게나선진짜계기가있었던것은아닐까?

두저자는2010년대우산운동으로촉발되어홍콩에출현한민의와사상의추이에서부터대화를풀어나간다.우산운동은홍콩의정부수반인홍콩행정장관선출과관련해결국보통선거를쟁취하지못한채마무리되고말았고,이후홍콩젊은이들은직접행동에나서지않는기존민주파의온건노선에실망감을노골적으로드러내고,중국으로부터홍콩독립을지향하는‘본토파’라는집단을열렬하게지지했다.자신의문화적뿌리를홍콩에두는본토파는새로운형태의홍콩내셔널리즘혹은로컬리즘(본토주의)를표방하면서기성세대민주파가내세우는‘민주’나‘자유’등의명분을중요하게여기지않는다.심지어그것을현실과동떨어진엘리트주의적이상론이라고조롱하기도하면서,우산운동의가장큰성과가민주파의장례를치른것이라고자평하기도한다.

세대간분열,엘리트주의와포퓰리즘의대립,보편주의와지역주의의대립은홍콩의우산운동을이해하는열쇠이자,베이비붐세대처럼더는안정된삶을누릴수없는홍콩젊은이들의불안정한현실이반영된현상이다.저자들은이러한혼란스러운현상이비단홍콩에만국한된게아니라고말하면서,그배경에있는전세계적인사회불안정성에주목할것을요구한다.

도시국가홍콩,국민국가일본이라는변경

우선저자들이주목하는일본과홍콩의공통점은‘변경’으로서의위치다.여기서‘변경’은“자기만의문화적인표준을구축하는대신중심의그것을변형시키며생존해온지역”(26)으로정의된다.후쿠시마에따르면,그동안일본문화론에서이러한의미의변경성을자주거론해왔지만일본이외의변경에는거의관심을두지않았었다.또한역사적으로아시아에서도,서양에서도변경일수밖에없었던근대일본은오히려자신이변경임을망각하는데몰두해왔다.그는지금이야말로일본이변경임을상기하면서일본이외의변경과비교하는작업이일본의사회문화적교착상태에대한탈출구를제공할수있다고말한다.

청육만은한국어판서문에서“네이션의궤적을따르는일본,한국,대만과달리홍콩과싱가포르는전형적인‘도시적’사고를취한다.…도시인은신용과자본외에는근본적인정체성이나신앙이없다.가장중요한건개인이나동료의생존이다.도시의다원문화는소위보편적인도덕적이상이라기보다는일종의…난민사상이며,시대와권력의틈바구니에서살아남기위한일종의피난소이자성역시스템이다”(18쪽)라고말하듯,홍콩의경우변경의의미는생존을위한능력과관계있다.

메이지유신이래서구의국민국가를추구해온일본과달리,홍콩의정체성은동서양이뒤섞인코즈모폴리턴도시였다.그렇기에홍콩이우산운동을계기로내셔널리즘을추구하려는움직임은변경이나아갈방향에대한두필자간에관점의차이를노출한다.후쿠시마는홍콩을발전시켜온도시의개방성이내셔널리즘의배타성과는맞지않다고보면서,오늘날의홍콩내셔널리즘이과연무엇을목표로하는정치운동인지,일본과닮은듯다른홍콩이네이션으로‘독립’하는것이과연바람직한일인지묻는다.

지적인산책으로서의왕복편지

‘변경의사상’이라는제목이시사하듯,이책은‘변경이란무엇인가?’라는물음의해답을모색하는데책의절반이상을할애한다.서구와중국내셔널리즘의기원에대한새로운해석이제시되기도하고,역사적으로변경문화가중국이나미국에서차지하는의의등에비추어변경의의미가새롭게조명되기도한다.또한국민국가와내셔널리즘을넘어서기위해‘국가단위보다는도시단위로’연대할수있는가능성이제시되기도한다.다루고있는주제들이결코만만치않은무게감을갖는것임에도학술서와같은체계적인접근방식과는거리가멀다.오히려편지의이곳저곳에서다양한주제가자유롭게솟아나는경쾌한글쓰기에가깝다.

이같은비엘리트적글쓰기는우산운동을전후로한홍콩의사정을생생하게전달하는데서특히이채를띤다.교양과엘리트주의를경멸하는당대홍콩본토파의표현방식에는종종광둥어속어나비속어,심지어욕설과같은저속한표현이큰주목을받았고,인터넷을통해자신들의민의를노골적으로가시화했다.기성언론과는친화력이낮을수밖에신조어와경박한언어의폭주현상은그들의사상이단지지역성때문에홍콩밖으로잘전달되지않은것이아님을짐작하게한다.일반적인학술서라면다루기꺼릴본토파의이노골적인커뮤니케이션방식이자유로운형식의편지에서는홍콩민의의현장감과솔직한의중을잘드러내고있다.

‘열두번째편지’에서후쿠시마는두사람의왕복편지가헬스클럽보다는산책에가까운활동이라고말하면서,헬스장이제도와규칙을강제하는가학적인기계인데반해,산책은정신을복수화하는행위로서가장도시적인행위라고말한다.열네편의왕복편지역시저자들은중간중간아무데나들를수있는산책처럼,그때그때마다눈에들어온풍경을이야기할수있는,어쩌면가장도시적인정신을재현하는방법이라고말한다.산책이야말로답이없는미궁같은불확실한현실에서변경사상의강점인유연한사고를이끌어낼수가장좋은처방일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