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부채를어떻게이해할것인가?
부채의권력에도전하기위한‘벽장에서부채꺼내기’작업
『페미니즘으로부채읽기』에서저자들은우리일상생활에뿌리내린다양한형태의부채와그폭력를이해하고맞서싸우는데가장우선해야할일을‘벽장에서부채꺼내기’로든다.“부채를벽장에서꺼낸다는것은무슨의미일까?개개인,각가구,개별가족의부채를벽장에서꺼내려면일단우리는부채를말해야한다”(31쪽).흔히부채는지극히개인적인일,즉남들이알면수치스러운일,입밖으로꺼내선안되는도덕적문제쯤으로여기기쉽다.사실이것이부채의성격을제대로파악하는데가장큰장애물로작용한다.부채를카드돌려막기나각종대출을관리할때나직면하는‘사적인이슈’로만들어버리는것이바로부채의권력이기도하다.
저자들은수치심과죄책감을유발하는부채의권력에도전하려면부채경험을적극적으로말하는행위가필수적이라고말한다.일단부채를벽장밖으로꺼내면그동안미처생각하지못한여러질문이뒤를따른다.부채는어떤영역에서특히강력한힘을발휘하는지,부채는어떤종류의복종과종속을만들어내는지,복종의경제없이는존속할수없는부채가이성애가부장제가족의위기와어떤관련이있는지,부채가“어떻게특정형태의삶에서가치를추출하는지,일상의생산및재생산과정에어떻게개입하는지”(31)와같은질문을하게되면그동안철저하게봉인된부채의성격을가시화할수있고,그것을개인의문제가아닌공동의문제로바꿀수있다는것이다.
페미니즘으로부채읽기
왜페미니즘인가?
유엔의한보고서에따르면,지난수십년간부채에따른긴축으로사회서비스가삭감되면서빈곤가구의여성이그렇지않은가구의여성보다훨씬더많은시간을무보수돌봄노동에쓴다고한다.저자들에따르면,“벽장에서부채를꺼내는것은부채에대한페미니스트적응답”(34)으로,부채가가장심각하게망가뜨리는것이사회적재생산과정이기에부채에대한페미니스트독해가필요하다고말한다.
사회적재생산은출산,가사노동,돌봄노동부터사회를작동시키는문화와이데올로기영역에이르기까지넓은범주를포함하는데,오늘날사회적재생산비용은미시적인동시에전지구적공간으로이해되는가정으로떠넘겨지고있다.사회적재생산을위한기본서비스비용이상승하면수백만인구의일상생활에빈곤과변동이초래될수밖에없다.신자유주의는사회적재생산의공간에서공적자원과공유자원을제거하면서발전하는데,이때문에개인은자신의소득만으로는사회적재생산을충분히보장할수없는지경에이르고,부채없이는재생산이불가능해진다.
그렇다고저자들은여성들이부채작동으로가장큰피해를본다는식의피상적인관찰에그치지않는다.오히려『페미니즘으로부채읽기』는자본주의금융자체에관한페미니스트진단을내놓는다.무엇보다도부채를페미니즘으로읽는다는것은금융의추상화에저항하면서부채가작동되는구체적인신체들과서사를드러내는것이다.금융이작동하는방식은여간해선우리눈에보이지않는다.금융은추상적이고쉽게접근하기어려운‘수치’의영역에속해보통사람들은이해할수없는논리에따라작동하는것으로보인다.따라서금융지배가행사한이러한추상화에저항해부채의추상화권력을없애려면추상적인숫자로만언급하는금융에관한논의에“육체,목소리,영토를부여”(34쪽)해야한다.
페미니즘으로부채를읽으면부채가여성화된신체와여성화된노동형태에가하는폭력과어떤연관성이있는지도드러낼수있다.최근새로운형태의부채는이전에는금융착취의대상으로여겨지지않은사회의가장취약한부문을직접겨냥하기시작했다.공식적인수입이없는사람들에게도대출을위한신용이제공되는게대표적이다.이때문에우리는오늘날젊은이의몸이어떻게전쟁터가되는지목격할수있다고저자들은말한다.자본은젊은이들을불안정한삶,부채,(폭력적이고붕괴된형태일지라도)핵가족에복종하는노동자로만들어자본의가치증식의영토을확장하려고한다는것이다.가사경제를떠맡고있는여성이금융의주요한표적이되어금융의무의책임있는주체로정당화되고있는것도이때문이다.이제여성은빚을갚기위해어떤조건에서든아무일이나해야한다.부채는강압적으로더유연한노동환경을수용하게하고성차별적폭력과경제적폭력에노출되게한다.그런데‘가정폭력’을비롯한다양한폭력이증가하는현상은젠더기반폭력과노동폭력,인종차별적폭력과제도적폭력,법체계에의한폭력과경제및금융에의한폭력사이연관성을보여줄전체지도나연결도식없이는이해될수없다고저자들은단언한다.
부채를조장하는사회에서부채에맞선불복종운동
“부채는우리에게빚을진것이다”
저자들은여성과여성화된신체를저항할자율성없이부채의악순환에갇힌그저피해자로보기보다는,부채에대한투쟁방식을조사하고실험해우리가어떻게금융에대한불복종을확장할수있을지탐구한다.이는페미니즘운동과떼려야뗄수없는단계로,바로부채에맞서모의하기이다.
부채에맞서모의하기는분석적작업에그치지않고그자체로페미니스트액티비즘에뿌리를둔불복종프로그램의일부를구성한다.저자들은“지하의연결점과교차점을만들어내서,새로운공통어휘와전례없는형태의집합적터득을가능하도록”(29)한페미니즘운동은부채에규율되기보다는“부채는우리에게빚을진것이다”라는슬로건을되풀이함으로써이책을마침내불복종의미래를요청하고열어젖히는책으로만든다.
저자들은부채에대응하는페미니스트행동이궁극적으로거부행위를함께엮어내는것이라고말한다.저자들은불복종하며‘갚지않기’라는,불복종의아카이브역할을하는다양한사례들을제시한다.가장대표적인사례로는2012년,월스트리트점거운동이시작될당시,“우리는99%다”라는슬로건이등장했고,부채를소각하고,악덕대부업체를폐쇄시키고,갈취메커니즘을고발하고,집단적부채탕감전술을실천해,금융의협박권력에맞선투쟁을버린것이었다.삶,노동의여성화,금융착취사이의연관성에주목해이문제를다룬페미니스트파업도이와같은투쟁방법의연장선에있다.“부채는우리에게빚을진것이다”라는슬로건은국면에대한정확한진단과운동의확장된지평을제시해누가누구에게빚졌는지를반전시킨다.
다양의형태의모임에서부채경험을말하는것이중요함을역설하는이책의운동적성격은부채문제로시달리는세계여러나라에서번역은물론다양한토론의장,실질적인지침역할을해오고있다.『페미니즘으로부채읽기』는부채에저항할수있는모든장소와그것에저항할수있는동맹의대항지도를구축한다.또한페미니스트파업을비롯해페미니스트상호원조네트워크,자기방어그룹,풀뿌리커뮤니케이션플랫폼등몸을사용해결집의밀도,저항의질감,갈등을제시하는방식을모색한다.따라서이책은이론적인차원에서든실질적인차원에서든불복종에관한훌륭한지침서역할을한다.우리각자가빚때문에어떤영향을받는지,또한부채의명령에대항하는투쟁이각각의특정한장소에서어떤모습을취할수있는지에관한더많은대화가이책을계기로이루어질것으로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