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표해록

김성환 표해록

$20.00
Description
한 작품으로 작가를 온전히 읽는 법
감각의 파편들로 쌓아올린 정밀한 비평의 지도
전시장에서 놓친 장면, 이 책은 기억하고 있다
『표해록』은 2017년에 시작되어 지금도 진행 중인 김성환의 작품 〈표해록〉과 동명으로 하는 단행본 비평서다. 『표해록』은 단일 작품에 깊이 침잠해, 복잡한 감각과 역사, 그리고 서사와 장소, 정체성의 다층적 구성들을 하나의 조밀한 장으로 묶어낸다. 김성환의 영상과 퍼포먼스, 텍스트, 설치 작품 속에서 ‘표해’는 미등록 이민자의 삶, 선주민의 땅, 사라지는 기억을 껴안고 이동하는 이미지-몸-사운드의 구조로 재해석된다. 이 책은 김성환의 ‘작품 하나’를 통해 동시대 예술에서의 이주, 식민성, 비가시성, 다층성, 감응성 같은 핵심 이슈들을 드러내며, 단일 작품이 어떻게 세계를 사유하는 매개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비평의 미학적·정치적 가치는, 단지 작품 해석을 넘어서 동시대 예술 읽기의 하나의 방법론으로 기능한다.

이주와 식민성의 유산: ‘표해’의 기록과 사운드
『표해록』은 제목에서부터 난파와 표류, 경계와 이동을 내포한다. 작품 〈표해록〉의 ‘표해(漂海)’는 바다를 떠도는 조난자의 서사를 암시하지만, 김성환에게 그것은 단순한 역사적 재현이 아니라 다층적 이주와 흔적의 정치학으로 확장된다. 김성환은 20세기 초 하와이로 건너간 미등록 한인 이민자들의 역사, 그리고 그 후손들이 겪은 식민성과 비가시성의 문제를 설치와 영상, 사운드를 통해 드러낸다. 〈표해록〉의 첫 번째 작품인 〈머리는 머리의 부분〉(2021)은 사진 신부들의 이주 경험을 중심으로, ‘머리카락’을 감각적 모티프로 삼아 계보, 기억, 몸의 유산을 교차시킨다. 그는 하와이를 단지 한인 디아스포라의 장소로 다루지 않고, 미 제국주의와 하와이 선주민의 주권 운동을 병치함으로써 다층적인 식민 경험의 접합점을 탐색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역사적 문헌과 신화, 구술 기록은 단순한 고증이 아니라, 물리적 소품과 신체적 수행으로 재매개된다. 책은 김성환의 이러한 작업이 어떻게 사운드 아티스트 데이비드 마이클 디그레고리오(aka dogr)와의 협업을 통해 확장되고, 청각적으로 정치화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그리하여 ‘표해’는 난파 이후의 흔적들을 따라가면서, ‘구경꾼 없는 조난’이 아닌, 다성적 공동체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사운드의 실천으로서 새롭게 정의된다.

기억과 전승의 방식: 소품, 춤, 손의 감각
김성환은 ‘기억’과 ‘전승’이 반드시 혈연과 민족이라는 선형적 계보 속에서만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특히 〈표해록〉의 두 번째 장에 해당하는 작품 〈By Mary Jo Freshley 프레실리에 의(依)해〉(2023)에서 잘 드러난다. 한국인이 아니면서도 평생 한국 무용을 가르친 메리 조 프레실리, 그녀의 스승 배한라, 그리고 아카이빙을 통해 기억을 구성해 온 하와이 공동체의 여성들. 이들은 유산의 보존자이자 창조자로 등장한다. 김성환은 이들의 움직임, 말투, 물건들-이를테면 직접 만든 왕관이나 물동이-을 퍼포먼스의 중심 요소로 삼는다. 프레실리와 작가가 나누는 한국 무용 연습은 단순한 재연이 아니라, 시간과 몸을 매개로 ‘체화된 인용’의 실천이 된다. 영상은 한국 무용을 추는 하와이 여성들의 동작이 서로를 거울처럼 반사하며 전통과 현재의 경계를 흐리는 과정을 따라간다. 책은 이러한 움직임의 물질성과 알레고리적 층위를 분석하며, “소품이 진짜가 되는 순간”, “춤이 기억을 전달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를 통해 『표해록』은 ‘전승’이라는 행위를 민족주의적 혈통성에서 벗어나, 친밀하고 불완전한 공동 제작의 몸짓으로 재구성한다.

다성적 배치와 열린 계보: 예술, 장소, 다르게 존재하기
『표해록』은 단일한 메시지나 정체성에 수렴되지 않는 예술 실천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탐색한다. 『세계 끝의 버섯』(애나 칭)의 ‘다성적 배치’ 개념을 연상케 하는 김성환 〈표해록〉의 구성 방식은 서로 다른 시간성과 계보, 감각이 모이는 느슨한 연결망을 구축한다. 하나의 이미지가 다른 작업에서 반복되거나 전복되고, 같은 동작이 서로 다른 몸에서 재현되며, 동일한 장소가 다른 시선과 목소리로 다시 겹쳐진다. 그의 설치는 정주하는 서사를 거부하고, 전시되는 맥락에 따라 끊임없이 조정되며 재구성된다. 예컨대 호놀룰루에서의 작업이 부산비엔날레에서 변주되고, 텍스트 위에 투사된 영상은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의미를 바꾸어낸다. 책은 김성환의 작업이 일관되게 유지하는 ‘열린 구조’가 단지 미학적 특징이 아니라, 이주민성과 퀴어성(정체성의 우회, 어긋남, 다성적인 감각 구조), 탈식민성과 장소 감각이 만나는 하나의 방법론임을 보여준다. 『표해록』은 단일한 역사도, 확정된 정체성도 없이, 그럼에도 함께 머물고 기억하는 예술의 가능성을 묻는다.

단일 작품으로 엮은 단행본 비평서
『표해록』은 영국의 현대미술 연구기관이자 출판사인 애프터올(Afterall)에서 ‘한 작품(One Work)’ 시리즈의 일환으로 김성환의 〈표해록〉을 2025년 2월에 발간한 Sung Hwan Kim: A Record of Drifting Across the Sea (by Janine Armin)의 번역서다. ‘한 작품’ 시리즈의 두드러진 미덕은 특정 작품의 조형 언어와 맥락, 매체 간 전이, 정치적 긴장 등을 면밀히 추적함으로써 작가의 작업 전반을 이해하는 경로를 마련해 주는 데 있다. 단일 작품을 ‘압축된 우주’처럼 다루는 이 방식은, 특히 복잡한 형식과 사유를 지닌 작가에게 유효한 접근이다. 김성환의 〈표해록〉은 영상, 설치, 퍼포먼스, 텍스트, 사운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며, 그 안에는 인용, 알레고리, 역사적 문헌, 기억의 층위들이 세밀하게 매설되어 있다. 전시장에서 이 작품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사운드의 위치’, ‘이미지의 중첩’, ‘감각의 어긋남’ 같은 요소는 맥락 없이는 곧잘 모호해지기 마련이다. 『표해록』은 이러한 난해함을 단순화하지 않으면서도, 관객이 감각했던 불투명함에 서서히 결을 부여하는 해설서 역할을 수행한다. 〈표해록〉은 이미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이동하며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이는 프로젝트다. 본서의 비평적 분석은 과거의 특정 전시에 고정되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 계속 변화 중인 작품의 운동성을 포착한다. 이처럼 열린 텍스트이자 미완의 상태로 존재하는 작업에 대한 비평은, 저자의 말처럼 “일종의 사변적 시도, 회고와 추측의 동시적 수행”(15)으로, 고정된 의미를 덧씌우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생성 원리를 드러내고 동행하는 해석을 시도한다.
저자

재닌아민

저자:재닌아민
재닌아민(JanineArmin)은저술가이자전시기획자이다.암스테르담대학교에서미술사학박사과정을밟고있으며,바드칼리지큐레이터학센터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연금술을예술을통한사회운동으로서다루는‘사이드리얼(SideReal)’을비롯해,독립공간을공동운영한바있다.다수의현대미술관련단행본및선집을공동편집했으며,다양한미술관련출판물에기고했다.최근기획한전시로는아일랜드현대미술관에서열린《늦은귀가:조베어,거인의땅에서(ComingHomeLate:JoBaerintheLandoftheGiants)》(2023-24)와암스테르담의브라드볼프프로젝트(BradwolffProjects)에서열린《상상할수도없는:차오르는바다의호소(Unimaginable:ClarioncallsfromRisingSeas)》(2024)가있다.

역자:한진이

역자:마야웨스트

목차


감사의말
서문
높이
질감
동선
드라마
자리바꿈/도려냄

출판사 서평

이주와식민성의유산:‘표해’의기록과사운드

『표해록』은제목에서부터난파와표류,경계와이동을내포한다.작품<표해록>의‘표해(漂海)’는바다를떠도는조난자의서사를암시하지만,김성환에게그것은단순한역사적재현이아니라다층적이주와흔적의정치학으로확장된다.김성환은20세기초하와이로건너간미등록한인이민자들의역사,그리고그후손들이겪은식민성과비가시성의문제를설치와영상,사운드를통해드러낸다.<표해록>의첫번째작품인〈머리는머리의부분〉(2021)은사진신부들의이주경험을중심으로,‘머리카락’을감각적모티프로삼아계보,기억,몸의유산을교차시킨다.그는하와이를단지한인디아스포라의장소로다루지않고,미제국주의와하와이선주민의주권운동을병치함으로써다층적인식민경험의접합점을탐색한다.이과정에서등장하는역사적문헌과신화,구술기록은단순한고증이아니라,물리적소품과신체적수행으로재매개된다.책은김성환의이러한작업이어떻게사운드아티스트데이비드마이클디그레고리오(akadogr)와의협업을통해확장되고,청각적으로정치화되는지를구체적으로분석한다.그리하여‘표해’는난파이후의흔적들을따라가면서,‘구경꾼없는조난’이아닌,다성적공동체로의전환을모색하는사운드의실천으로서새롭게정의된다.

기억과전승의방식:소품,춤,손의감각

김성환은‘기억’과‘전승’이반드시혈연과민족이라는선형적계보속에서만작동하지않음을보여주는데,이는특히<표해록>의두번째장에해당하는작품〈ByMaryJoFreshley프레실리에의(依)해〉(2023)에서잘드러난다.한국인이아니면서도평생한국무용을가르친메리조프레실리,그녀의스승배한라,그리고아카이빙을통해기억을구성해온하와이공동체의여성들.이들은유산의보존자이자창조자로등장한다.김성환은이들의움직임,말투,물건들―이를테면직접만든왕관이나물동이―을퍼포먼스의중심요소로삼는다.프레실리와작가가나누는한국무용연습은단순한재연이아니라,시간과몸을매개로‘체화된인용’의실천이된다.영상은한국무용을추는하와이여성들의동작이서로를거울처럼반사하며전통과현재의경계를흐리는과정을따라간다.책은이러한움직임의물질성과알레고리적층위를분석하며,“소품이진짜가되는순간”,“춤이기억을전달하는방식”에대한질문을던진다.이를통해『표해록』은‘전승’이라는행위를민족주의적혈통성에서벗어나,친밀하고불완전한공동제작의몸짓으로재구성한다.

다성적배치와열린계보:예술,장소,다르게존재하기

『표해록』은단일한메시지나정체성에수렴되지않는예술실천이어떻게가능한지를탐색한다.『세계끝의버섯』(애나칭)의‘다성적배치’개념을연상케하는김성환<표해록>의구성방식은서로다른시간성과계보,감각이모이는느슨한연결망을구축한다.하나의이미지가다른작업에서반복되거나전복되고,같은동작이서로다른몸에서재현되며,동일한장소가다른시선과목소리로다시겹쳐진다.그의설치는정주하는서사를거부하고,전시되는맥락에따라끊임없이조정되며재구성된다.예컨대호놀룰루에서의작업이부산비엔날레에서변주되고,텍스트위에투사된영상은관객의움직임에따라의미를바꾸어낸다.책은김성환의작업이일관되게유지하는‘열린구조’가단지미학적특징이아니라,이주민성과퀴어성(정체성의우회,어긋남,다성적인감각구조),탈식민성과장소감각이만나는하나의방법론임을보여준다.『표해록』은단일한역사도,확정된정체성도없이,그럼에도함께머물고기억하는예술의가능성을묻는다.

단일작품으로엮은단행본비평서

『표해록』은영국의현대미술연구기관이자출판사인애프터올(Afterall)에서‘한작품(OneWork)’시리즈의일환으로김성환의<표해록>을2025년2월에발간한SungHwanKim:ARecordofDriftingAcrosstheSea(byJanineArmin)의번역서다.‘한작품’시리즈의두드러진미덕은특정작품의조형언어와맥락,매체간전이,정치적긴장등을면밀히추적함으로써작가의작업전반을이해하는경로를마련해주는데있다.단일작품을‘압축된우주’처럼다루는이방식은,특히복잡한형식과사유를지닌작가에게유효한접근이다.김성환의<표해록>은영상,설치,퍼포먼스,텍스트,사운드등이복합적으로얽혀있으며,그안에는인용,알레고리,역사적문헌,기억의층위들이세밀하게매설되어있다.전시장에서이작품을직관적으로이해하기란쉽지않다.특히‘사운드의위치’,‘이미지의중첩’,‘감각의어긋남’같은요소는맥락없이는곧잘모호해지기마련이다.『표해록』은이러한난해함을단순화하지않으면서도,관객이감각했던불투명함에서서히결을부여하는해설서역할을수행한다.<표해록>은이미완성된작품이아니라,지속적으로확장되고이동하며그자체로살아움직이는프로젝트다.본서의비평적분석은과거의특정전시에고정되지않고,‘지금여기’에서계속변화중인작품의운동성을포착한다.이처럼열린텍스트이자미완의상태로존재하는작업에대한비평은,저자의말처럼“일종의사변적시도,회고와추측의동시적수행”(15)으로,고정된의미를덧씌우는것이아니라,작품의생성원리를드러내고동행하는해석을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