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비평 (탈정체화의 예술과 미술비평)

대화 비평 (탈정체화의 예술과 미술비평)

$35.00
Description
말 걸기, 들어주기, 함께 써내려가기!
권위의 비평이 아닌, 감각과 나눔의 비평!
이것은 하나의 로맨스 장르다!
비평가 양효실이 지난 10여 년간 시각예술 현장에서 직접 만난 작가들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써내려간 비평을 한 권으로 묶었다. 회화, 사진, 설치, 퍼포먼스, 퀴어 아트, 공동체 지향 작업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45인 작가의 세계를 섬세하게 풀어낸 이 책은, 단순한 평론집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어주는 비평가”가 예술가들과 함께 ‘함께 써낸 이야기’로 구성된다. 45인의 작가와 엮은 공동의 문장들이 나와 타자, 작가와 관객, 비평과 창작의 경계를 유연하고 흐릿하게 만들면서, 비평이란 이름의 감응적 나눔의 실천으로 탈바꿈시킨다.

비평가란 누구인가: 듣는 사람으로서의 비평
『대화 비평』은 비평가가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잘 듣는 사람”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시작된다. 양효실은 비평을 일방적으로 판단하거나 해석하는 행위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판단하지 않은 채 듣는다. 최초인 것처럼 듣는다. 놀라면서 듣는다”(15쪽)라고 말하며, 비평을 감응적 나눔의 실천이자 관계 맺기의 과정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태도는 프롤로그에 담긴 여러 이야기-소년과의 조우, 강남에서의 사기 사건, 엄마의 글쓰기, 아버지의 치매-를 통해 정서적이고 신체적인 ‘듣기의 훈련’으로 예비된다. 양효실은 작품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함께 짜는’ 과정을 통해, 비평을 공저의 글쓰기 또는 공동체적 수행으로 바꿔놓는다. 이때 비평가는 정답을 내리는 주체가 아니라 “이야기의 목울대”, “메신저”이며, 이야기가 머무는 그릇이 된다. 비평이 권위의 언어가 아니라 신체와 삶의 언어가 되는 순간이다.

탈정체화와 감응: 퀴어함, 유동성, 관계성의 미학
‘탈정체화’는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의식 중 하나다. 양효실은 고정된 정체성이나 단일한 주체가 아닌, 움직이고 관계 맺고 흔들리는 존재들의 감각에 주목한다. 특히 『대화 비평』의 4부 ‘소년소녀 퀴어들’에서 다뤄지는 작가들은 젠더나 나이, 존재 방식이 명확하게 분류되지 않으며, 오히려 그 흐릿함 자체가 창작의 동력이 된다. 양효실은 퀴어함을 단순히 성정체성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고, 형식, 태도, 감각의 문제로 확장한다. 반복, 모방, 인용, 의태와 같은 요소들은 이러한 감응적 관계성의 실천이자, 예술이 ‘다르게 존재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지점이다. 특히 “나와 나의 정체성”의 관계도 애초에 불가능하며, 존재란 본래 바깥에 있다는 급진적 사유는 전은진, 김지민, 김한결 등의 작업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퀴어함은 여기서 ‘자기됨’이 아니라 ‘함께 있음’의 다른 방식이자, 끝내 말해지지 않는 삶의 형식으로 비평 속에 조용히 자리 잡는다.

관계와 공동체, 평등한 시선의 실천
『대화 비평』의 3부는 슬픔과 비극, 트라우마를 다루되 그것을 단순한 고백이나 상처의 전시로 환원하지 않는다. 양효실은 정면의 비극을 “비틀거나 비켜 말하는” 유머, 패러디, 아이러니의 전략으로 끌고 온다. 이는 단순한 희석이나 도피가 아니다. 오히려 유머는 슬픔을 감각하게 하는 또 다른 창구이며, 파괴를 수행하는 새로운 언어다. 예컨대 샤먼의 명랑함을 전면에 내세운 임영주의 작업, 억눌린 여성적 슬픔을 복제와 희화로 전치하는 최수련의 작업, 혹은 채프먼 형제의 ‘교정으로서의 파괴’ 등은, 웃음이 미적 해석이 아니라 정치적 장치임을 보여준다. 이들은 모두 “비극에 시간을 더하면 웃음이 된다”는 명제를 수행한다. 즉, 상처가 유머로, 비극이 놀이로 전환되는 그 장면을 예술은 감각적으로 연출하고, 비평은 그것을 가시화한다. 양효실의 글쓰기 역시 이와 동일한 장치를 사용한다. 슬픔을 정면에서 외치는 대신, 그것을 미끄러뜨리고 우회하고 엉뚱하게 회로를 틀며, 독자 스스로 감응하도록 설계한다. 그래서 이 장은 웃음의 정서적 깊이를 새롭게 제안하는 장이다.

낡고 약한 회화를 다시 그리는 힘: (포스트)회화의 재발견
책의 1부는 "(포스트)회화의 회화성"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오늘날 회화는 개념미술, 뉴미디어 아트, 인공지능 이미지 생산 등과 비교했을 때 ‘너무 낡은 형식’처럼 여겨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양효실은 그러한 회화야말로 다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유력한 자리에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노경민의 〈붉은 모텔〉 연작은 성적 환상과 쓸쓸한 일상의 교차점인 모텔을 반복적으로 그려내며, 사회적 욕망이 휘감긴 장소를 ‘빛’이라는 회화적 장치를 통해 비워낸다. 모텔은 붉지만 욕망의 색이 아니고, 인물은 있으나 성애화되지 않는다. 양효실은 이런 방식으로 ‘그림 그리는 욕망 그 자체를 계속 바라보는’ 작가들의 태도를 통해 회화의 회복력을 포착한다. 최모민, 전은진, 서원미 등의 작가들도 회화가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예로 소개된다. 스스로 ‘장르에 갇힌다’고 말하는 작가, 대상화하지 않기 위해 풍경을 흐리게 그리는 작가, 유령처럼 남은 색의 흔적에 집착하는 작가들. 이들은 회화를 매체의 본질이 아니라 삶의 태도, 감각의 증언, 느린 저항의 형식으로 삼고 있다. 양효실이 프롤로그에서 말하는 것처럼, 어쩌면 회화란 결국 “약한 사람의 지독하게 강렬한 욕망”(15쪽)이 드러나는 장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제는 지나간 장르’로 치부된 회화는, 오히려 동시대 예술 속에서 가장 예민하고 오래 남는 질문이 된다. 이 책은 회화의 이러한 잔존성과 회귀 가능성을 민감하게 추적하며, 이미지와 이야기가 얽히는 방식의 재정의를 시도한다.
저자

양효실

저자:양효실
서울대미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고,현재는서울대,한예종등에서강의한다.『불구의삶,사랑의말』(2017),『권력에맞선상상력,문화운동연대기』(2017)와같은책을썼고,『공동의리듬,공동의몸』(2018),『양혜규O2&H2O』(2021),『빨강,파랑,그리고노랑』(2018),『미친,사랑의노래』(2024),『내가헤엄치는이유』(2025)등에공동필자로참여했다.『우리는다태워버릴것이다』(2021),『연대하는신체들과거리의정치』(2020),『자기이론―자기의삶으로작업하기』(2025)를공역했고,『주디스버틀러,지상에서함께산다는것』(2016),『윤리적폭력비판』(2013)등을번역했다.

목차


프롤로그

1부(포스트)회화의회화성
노경민:빛이있으매빈곳입니다
전은진:얕고옅은관계를위한,덜그린풍경화
최모민:갇히려는자의장르화,회화
서원미:기억의유령,회화의살
윤미류:인물화안수행적회화
박경작:세속으로의은둔,회화로의망명
최재영:으스스한회화가회화적회화일때
만욱:구조를보는자아의회화프레임건드리기
장파:비체소녀구멍,여성주의언니웃음
김상표:둘을위한퍼포먼스,페인팅

2부너에게/너를위해사진(을)
성남훈:나를비추이는꽃우물의너는누구인가
주황:떠있는여자들을떠도는감각
한경은:듀얼모놀로그―살과의동거,너와의만남
김지연:놓고보면네가사라지는시간
김옥선:둘의대치,그리고함께있을뿐인사랑
성지연:위장된허무주의,명백한표피성,함축된취약함

3부비극에시간을더하면웃음
임영주:명랑샤먼의무차별적평등론
최수련:웃는여자가베낍디다
채프먼형제:《이성의잠》―파괴를위한교정
이순종:명랑착시낭비구멍실눈플레이어
배철:당사자-유머리스트의자기재현
차연서:웃는여자,보는아이,엮이는유충들

4부소년소녀퀴어들
조이솝:IamwhatIam(not),thereforeIexhibit
김한결:우연의길목에서신파,무력한사물에서희망
한솔:버르적거리는질주,흉내낸경쟁,은닉된신체
김지민:노스탤지어,알레고리,인용,아이,아
김보미:그들은손가락질하고나는상상한다
정경빈:그라운드제로에서또계속하기

5부개념적탈내기
박경종:세속의회화가세속적회화
김남훈:가벼운생과사의덫,매혹,틈의살
김수나:김수나는“이미지와물질은하나다”라고말했고,
나는“사진이레이어를갖게되는때죠?”라고반복했다
연기백:자아의바깥,동(명)사의미동(微動)
박창서:선은단명하고흐릿한생은경계에서흐른다
박다솜:명랑한임포,궁핍화의전략
박은주:빈곤함의충만함속나의당신들
라오미:불로장생의도상들그리고시대착오적동시성

6부둘셋그이상우리코뮌
홍혜림:굽었거나사라진여자들을위한세우기,실수하기
전장연:‘낮은’사물들로세워진추상적조각의스토리텔링
사운드콜렉티브:셋의함께있음,명랑따듯한콜렉티브
이제:우리가함께춤을추는당분간,여자,여자들,친구들
이희경:취약성의유대,차이의공공성
이지환:노동하는가족과연대의유희
방정아:변두리여자들혹은아줌마들에게보내는찬가
장영애:행복의발견서사는마침내공(空)을쥔다
장은의:나와당신의공존을위한포스트회화적제안

출판사 서평

비평가란누구인가:듣는사람으로서의비평

『대화비평』은비평가가“아는사람”이아니라“잘듣는사람”이라는전제를바탕으로시작된다.양효실은비평을일방적으로판단하거나해석하는행위로보지않는다.오히려“나는판단하지않은채듣는다.최초인것처럼듣는다.놀라면서듣는다”(15쪽)라고말하며,비평을감응적나눔의실천이자관계맺기의과정으로제시한다.이러한태도는프롤로그에담긴여러이야기―소년과의조우,강남에서의사기사건,엄마의글쓰기,아버지의치매―를통해정서적이고신체적인‘듣기의훈련’으로예비된다.양효실은작품을‘읽는’것이아니라작가가들려주는이야기를‘함께짜는’과정을통해,비평을공저의글쓰기또는공동체적수행으로바꿔놓는다.이때비평가는정답을내리는주체가아니라“이야기의목울대”,“메신저”이며,이야기가머무는그릇이된다.비평이권위의언어가아니라신체와삶의언어가되는순간이다.

탈정체화와감응:퀴어함,유동성,관계성의미학

‘탈정체화’는이책을관통하는가장근본적인문제의식중하나다.양효실은고정된정체성이나단일한주체가아닌,움직이고관계맺고흔들리는존재들의감각에주목한다.특히『대화비평』의4부‘소년소녀퀴어들’에서다뤄지는작가들은젠더나나이,존재방식이명확하게분류되지않으며,오히려그흐릿함자체가창작의동력이된다.양효실은퀴어함을단순히성정체성의문제로환원하지않고,형식,태도,감각의문제로확장한다.반복,모방,인용,의태와같은요소들은이러한감응적관계성의실천이자,예술이‘다르게존재하는방식’으로작동하는지점이다.특히“나와나의정체성”의관계도애초에불가능하며,존재란본래바깥에있다는급진적사유는전은진,김지민,김한결등의작업에서명백히드러난다.퀴어함은여기서‘자기됨’이아니라‘함께있음’의다른방식이자,끝내말해지지않는삶의형식으로비평속에조용히자리잡는다.

관계와공동체,평등한시선의실천

『대화비평』의3부는슬픔과비극,트라우마를다루되그것을단순한고백이나상처의전시로환원하지않는다.양효실은정면의비극을“비틀거나비켜말하는”유머,패러디,아이러니의전략으로끌고온다.이는단순한희석이나도피가아니다.오히려유머는슬픔을감각하게하는또다른창구이며,파괴를수행하는새로운언어다.예컨대샤먼의명랑함을전면에내세운임영주의작업,억눌린여성적슬픔을복제와희화로전치하는최수련의작업,혹은채프먼형제의‘교정으로서의파괴’등은,웃음이미적해석이아니라정치적장치임을보여준다.이들은모두“비극에시간을더하면웃음이된다”는명제를수행한다.즉,상처가유머로,비극이놀이로전환되는그장면을예술은감각적으로연출하고,비평은그것을가시화한다.양효실의글쓰기역시이와동일한장치를사용한다.슬픔을정면에서외치는대신,그것을미끄러뜨리고우회하고엉뚱하게회로를틀며,독자스스로감응하도록설계한다.그래서이장은웃음의정서적깊이를새롭게제안하는장이다.

낡고약한회화를다시그리는힘:(포스트)회화의재발견

책의1부는"(포스트)회화의회화성"이라는제목을달고있다.오늘날회화는개념미술,뉴미디어아트,인공지능이미지생산등과비교했을때‘너무낡은형식’처럼여겨지기십상이다.하지만양효실은그러한회화야말로다시질문을던질수있는유력한자리에있다고본다.예를들어노경민의<붉은모텔>연작은성적환상과쓸쓸한일상의교차점인모텔을반복적으로그려내며,사회적욕망이휘감긴장소를‘빛’이라는회화적장치를통해비워낸다.모텔은붉지만욕망의색이아니고,인물은있으나성애화되지않는다.양효실은이런방식으로‘그림그리는욕망그자체를계속바라보는’작가들의태도를통해회화의회복력을포착한다.최모민,전은진,서원미등의작가들도회화가‘끝나지않았음’을증명하는예로소개된다.스스로‘장르에갇힌다’고말하는작가,대상화하지않기위해풍경을흐리게그리는작가,유령처럼남은색의흔적에집착하는작가들.이들은회화를매체의본질이아니라삶의태도,감각의증언,느린저항의형식으로삼고있다.양효실이프롤로그에서말하는것처럼,어쩌면회화란결국“약한사람의지독하게강렬한욕망”(15쪽)이드러나는장일지도모른다.그렇게‘이제는지나간장르’로치부된회화는,오히려동시대예술속에서가장예민하고오래남는질문이된다.이책은회화의이러한잔존성과회귀가능성을민감하게추적하며,이미지와이야기가얽히는방식의재정의를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