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적 무의식

미학적 무의식

$20.72
Description
프로이트적 해석을 넘어서 무의식을 읽는 또 다른 방식!
미학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결을 거슬러 무의식 읽기!
‘무언의 말’과 ‘세부의 정치학’으로 펼쳐내는 미학적 무의식!
예술이 미학적 무의식의 산물이라는 통념은 흔히 정신분석의 권위로 뒷받침돼 왔다. 랑시에르는 이 짧은 소책자 『미학적 무의식』에서 이 통념을 뒤집는다. 그는 프로이트의 무의식이 단지 임상에서 ‘발견’된 결과물이 아니라, 이미 19세기 이후 예술의 미학적 체제-말해진 것과 보이는 것, 의식과 무의식, 지식과 행위, 능동과 수동, 로고스와 파토스의 대립이 서로 얽혀 작동하는 체제-위에서 가능해졌다고 논증한다. 즉, 정신분석이 예술을 해석해온 것이 아니라, 예술이 이미 무의식처럼 ‘작동’해왔다는 것이다. 오이디푸스 비극과 미켈란젤로의 조각, 소설과 연극에 기대어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정식화했다는 사실은, 예술이 해석의 대상이기 전에 사고의 형식이었다는 반증이다. 이 책은 ‘무의미 속의 의미’, ‘침묵의 말’, ‘하찮은 세부’ 같은 비사고적 형식이 어떻게 사고를 작동시키는지를 추적하며, 재현 규범을 넘어 감각적인 것의 나눔이 재배치되는 미학적 전환을 그려낸다.
저자

자크랑시에르

저자:자크랑시에르JacquesRanciere
1940년알제리에서태어났다.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루이알튀세르의‘『자본』읽기’세미나에참석해카를마르크스의비판개념을발표했다.68혁명을거치면서알튀세르주의자들이주장하는이론적실천이내포하는‘지식과대중의분리’,그들의이데올로기론이함축하는‘자리/몫의분배’를비판했고,『알튀세르의교훈(Lalecond’Althusser)』(1974)을집필하며스승알튀세르와떠들썩하게결별했다.1970년대들어19세기노동자들의문서고를뒤지면서노동자들의말과사유를추적했다.이연구는『노동자의말,1830/1851(LaParoleouvriere)』(1976),『평민철학자(Lephilosopheplebeien)』(1983)같은편역서,국가박사학위논문『프롤레타리아의밤(LaNuitdesproletaires)』(1981),『철학자와그의빈자들(LePhilosopheetsespauvres)』(1983),『무지한스승(LeMaitreignorant)』(1987)같은저서의토대가되었다.구소련의붕괴와더불어선포된정치의몰락/회귀에맞서정치와평등그리고민주주의에대해고민하면서『정치적인것의가장자리에서(Auxbordsdupolitique)』(1990,1998),『불화(LaMesentente)』(1995)를발표했다.1990년대중반부터는미학과정치의관계를집중적으로사유하며『무언의말(LaParolemuette)』(1998),『말의살(Lachairdesmots)』(1998),『감각적인것의나눔(Lepartagedusensible)』(2000),『이미지의운명(LeDestindesImages)』(2003),『미학안의불편함(Malaisedansl’esthetique)』(2004),『해방된관객(Lespectateuremancipe)』(2008),『아이스테시스(Aisthesis)』(2011),『픽션의가장자리(LesBordsdelafiction)』(2017),『예술의여행들(Lesvoyagesdel’art)』(2023),『미적경험(L’experienceesthetique)』(2025)등을썼다.

역자:양창렬
고대철학과유럽현대철학의(비)동시대성에관심을두고책을읽고번역하고있다.주로미셸푸코,조르조아감벤,자크랑시에르의저서들을우리말로옮겼다.랑시에르의『무지한스승』,『정치적인것의가장자리에서』,『해방된관객』,『모던타임스』를옮겼고,『평등의방법』,『철학자와그의빈자들』,『영화의간극』등을옮기고있다.

목차


주체의결함
미학적혁명
무언의말의두형태
하나의무의식에서다른무의식으로
프로이트의수정들
세부의다양한사용법에관하여
의술대의술

[부록]계쟁적대상들-『미학적무의식』에관하여(아르헨티나판서문)

옮긴이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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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미학적무의식:프로이트정신분석의숨겨진모체

자크랑시에르는이책의서두에서프로이트의무의식이론을미학에적용하는일반적인접근법을거부한다.오히려그의핵심적인질문은결을거슬러진행된다.‘왜프로이트는자신의이론을증명하기위해문학적·예술적사례들(오이디푸스,그라디바등)을필요로했는가?’랑시에르는프로이트의무의식이론을가능케했던문학적,예술적형상들을역추적하면서,미학과정신분석의숨겨진이론적공모와갈등을밝혀낸다.랑시에르의통찰에따르면,프로이트의무의식이론은임상영역바깥에서,이미예술작품과문학작품의영역에특권적으로효력을발휘하고있던‘무의식적사고방식’을바탕으로할때에만정식화될수있었다.이러한‘미학적무의식’은‘사고하지않는것의사고’라는이념으로요약된다.이는아무의미없어보이는것에도의미가있고,하찮은세부에도사고가충전되어있다는믿음이다.프로이트가동료실증주의자들이무시한‘하찮은’사실들의해석자로서예술적사례들을활용할수있었던것은,이사례들자체가감각적물질성안에사고가현존함을보여주는모종의무의식의증거였기때문이다.랑시에르는미학적무의식이,프로이트이론이탄생하고발전할수있었던역사적이고존재론적인선행조건이었다고말하면서,미학적무의식이단순히프로이트이론의배경이아니라,그이론의숨겨진모체였다고주장한다.

재현체계의질서를무너뜨린미학적혁명

랑시에르에게미학은예술을다루는학문이아닌,예술의사태를사고의사태로삼는특정한역사적사고체계다.이미학적체계는고대부터지속되어온시학적재현체계를무너뜨린미학적혁명의결과다.재현체계는말해질수있는것과볼수있는것사이에엄격하게조절된관계의질서였다.이질서속에서말은감정과의지를드러내면서도,자신이드러내는가시적인것을통제해,말로설명할수없는끔찍한광경(찔린눈의끔찍함등)을무대에서직접보여주는것을금지했다.그래서고전주의극작가들은소포클레스의주인공오이디푸스가‘결함있는주체’라고비난했다.이결함은단순히근친상간소재때문이아니라,비극적진실이계시되는방식과오이디푸스의광적인지식의파토스에있었다.그는알지않는게차라리나은것을알고싶어하는광적집착에사로잡혀있으며,진실을들으려하지않고,결국스스스로자신의눈을찌르는끔찍한행위를저지른다.드라마는부분적무지상태에서특정목표를추구하는합리적인행위로전개되어야하는아리스토텔레스적질서를벗어난것이다.그러나랑시에르는오이디푸스의‘지식과비지식,행위와파토스의비극적동일성’이야말로재현체계가포용할수없었던미학적혁명의씨앗이었으며,미학적혁명이이모든질서를해체했다고말한다.이새로운체제는지식과비지식,행위(능동)와고통(수동)의비극적동일성을예술의핵심으로끌어올린다.혼란스럽고감각적인것이더는하위인식이아니라,사고하지않는것의사고로격상되는것이다.이로써예술은필연성과규범에서해방되어,무언의말,즉무의식의효력이특권적으로발휘되는공간이된다.

‘무언의말’과세부의정치학

이책에서랑시에르는‘무언의말’과‘세부’라는개념을중심으로미학적무의식의작동방식과감각의정치학을연결짓는다.소위‘아무것도아닌것’―여백,정지,하찮은세부―이실제로사유를점화하는핵심장치라는통찰에있다.랑시에르는두가지‘무언의말’을제시한다.하나는사물의표면에각인된흔적과배열이만들어내는상형문자적말하기,다른하나는인물의심리와대사를넘어무대에스며드는익명의목소리다.전자는골동품가게의먼지나도시하수구의이미지처럼,주변부디테일이중심서사를교란하며감각의지도를다시그리게한다.또다른‘무언의말’은익명의힘이내는귀먹은(들리지않는)언어이다.이언어는배우의심리와의도를넘어,익명적정동과무의미의힘을소환하며,그림자·밀랍인형·초인형(크레이그),죽음의연극(칸토르)으로형상화된다.두형태는함께문학적말=증상의말의공간을스케치한다,이처럼‘무언의말’은한쪽에서는해독될상형문자로,다른쪽에서는목소리/몸을부여받아야할익명성으로나타난다.랑시에르는이둘이서로를비춘다고말한다.해독을요구하는문자로서의세계와,아직목소리를얻지못한익명성으로서의세계가교차하며,우리는작품의표면에서사고의심도를경험한다.그결과‘세부는장식이아니다’는사실이선명해진다.디테일은감각적재배치의핵심적통로이며,독서는의미를채집하는행위가아니라,의미가발생하는리듬에동참하는수행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