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라는 섬 (디아스포라와 기억의 시학)

애도라는 섬 (디아스포라와 기억의 시학)

$20.00
Description
한 사람의 유품에서 시작된 애도가
어떻게 공동의 기억과 예술의 실천으로 확장될 수 있을까.
애도는 홀로 견디는 슬픔이 아니라,
함께 나눌 때 살아 움직이는 기억이 된다.
『애도라는 섬: 디아스포라와 기억의 시학』은 임흥순 작가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메모리얼 샤워’를 따라가며, 제주 4·3과 재일 디아스포라의 역사, 바다를 건너 이어지는 삶과 죽음, 유품과 몸, 전시와 워크숍이 만들어내는 애도의 공공성을 입체적으로 짚어낸다. 이 책에는 재일과 코리안 디아스포라, 제주와 바다, 여성의 삶과 기억, 관계적 존재론을 연구해 온 필자들이 참여해, 한 예술 프로젝트가 열어놓은 문제들을 더 넓은 역사적·이론적 맥락으로 확장한다. 김동일의 삶과 유품에서 출발한 이 책은 사적인 상실을 공동의 감각으로 전환하는 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기억이 어떻게 이동하고 관계 맺으며 오늘의 우리에게 다시 말을 거는지 묻는다. 프로젝트의 기록집인 동시에, 애도와 디아스포라, 바다와 기억의 시학을 함께 사유하게 하는 지적이고 감각적인 지도 그리기 작업이다.
저자

권준희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새크라멘토아시안학과교수다.듀크대학교에서문화인류학박사학위를받았다.동북아시아변경지역,냉전개발주의,디아스포라와이주,생태정치를주제로연구하고가르친다.책『BorderlandDreams:TheTransnationalLivesofKoreanChineseWorkers』(2023)로2024년미국동아시아인류학회(SEAA)에서프랜시스L.K.쉬저술상(FrancisL.K.HsuBookPrize)을수상했다.이책은『이주,경계,꿈:조선족이주자의떠남과머뭄,교차하는열망에관하여』라는제목으로번역출간되었다.현재재일동포가고향에보낸감귤묘목과국가주도의냉전발전주의가결합하며제주의농업,생태,경제,그리고삶의조건을재구성한과정을중심으로,감귤나무의사회사를다루는두번째책을집필하고있다.

목차

애도라는섬/임흥순

유골편지/임흥순

군도적만남:〈바다〉가그리는재일정체성,디아스포라적소속감,관계적존재론/김연희

관객과의대화/임흥순

평범한자이니치(在日)인나/히비노민용

미술하는사람입니다/임흥순

멀리서떠나는사람들/권준희

심방과의대화/임흥순

제주에서다르게살아가는여성들의바다/윤여일

제주국제공항/임흥순

디아스포라에서바다의몸으로/이솔

메모리얼샤워프로젝트

옷으로연결된기억의바다/안혜경

《기억샤워바다》전시장풍경

출판사 서평

애도를공동의실천으로바꾸는작업:유품에서공공예술로
『애도라는섬』은한개인의죽음이후남겨진유품이어떻게공동의기억과감각을조직하는공공예술의매개가될수있을까하는질문에서촉발되었다.임흥순작가의‘메모리얼샤워’프로젝트는2017년타계한김동일의유품에서시작되지만,그유품은단지한사람의삶을보존하는사적인흔적에머물지않는다.전시와상영회,워크숍,장편영화,게임등다양한형식으로번역되어진행된이프로젝트는죽은자의흔적을현재의공동체가다시감각하고나누는장으로확장된다.이책은바로이전환의과정을세밀하게보여준다.여기서애도는개인의내면적정서에머물지않고,유품이라는물질적흔적으로타인과관계를맺고기억을나누는공적인실천으로재구성된다.임흥순의글에서김동일의옷은“역사세례”이자“기억내림”으로자신에게전달된무엇이며(12쪽),따라서그것을감당하는일은곧공동의짐을나누는일이된다.전시장에서옷은만지고냄새맡을수있는감각적매개가되고,워크숍에서는다시다른사람들의몸으로건너가며,영화속에서는상실과위로를담은시적인물질로변한다.이처럼『애도라는섬』은애도를회고의언어로만붙잡지않고,유품과몸,전시와나눔,기억과공동체를다시연결하는사회적형식으로제안한다.애도의공공성은바로그자리,곧상실이다시관계와나눔의형식으로전환되는자리에서발생하는것일지도모른다.

바다가여는관계의정치학:군도적상상력과디아스포라의기억
김동일의삶은제주4·3의역사와재일의삶이결코분리될수없음을보여주는하나의결절점이다.제주4·3당시연락책으로활동했고,이후일본으로건너가재일의삶을산김동일의경험은이책전체를관통하는기억의축이다.이책에실린필자들의글은이축을따라가며,재일정체성,디아스포라적소속감,여성들의저항,바다를둘러싼환경과생태문제를함께사유한다.바다는떠남과귀환,이산과소속,죽은자와산자,제주와일본,과거와현재를잇는관계적공간으로작동한다.김연희는〈바다〉를통해재일정체성과디아스포라적소속감,관계적존재론을읽어내고,권준희는멀리서떠나는사람들의존재방식을,윤여일은제주에서다르게살아가는여성들의바다를,이솔은디아스포라와바다의몸을,히비노민용은평범한자이니치의삶을통해이문제를각기다른각도에서살펴본다.이렇게각글은서로다른입장을취하지만,공통적으로바다를경계와이동,차별과연대,기억과생존의장소로다시읽어낸다.그결과제주4·3과재일의역사는분리된사건이아니라,군도적상상력속에서서로울리고이어지는기억의장으로나타난다.그래서『애도라는섬』은디아스포라를단순한이주의경험이나정체성정치의문제로만다루지않는다.중요한것은경계너머의관계를어떻게다시상상할수있는가하는물음이다.이책에서바다가,상실된장소를대신하는은유가아니라서로다른삶들을연결하고흔드는정치적·시학적장이되는것도그때문이리라.임흥순작가의프로젝트도그렇거니와,이책도바다를매개로해,기억이고정된장소의보존이아니라끊임없이이동하고관계맺는형식이라는사실을보여준다.

기록을넘어살아움직이는기억으로:전시,워크숍,영화가함께만드는아카이브
『애도라는섬』은형식상으로는프로젝트를기록한책이지만,실제로는기억을어떻게살아움직이게할것인가를탐구하는책에가깝다.작가노트와드로잉,연구자와큐레이터의원고,프로젝트타임라인,전시《기억샤워바다》의도판등글과자료를함께엮은하나의확장된아카이브라고할수있다.이책에서아카이브는과거를보존하는저장소가아니다.전시와워크숍,상영과대화,영화와게임은끊임없이다른방식으로재가동되는기억의장이된다.특히‘고치글라RunWithMe’워크숍에서김동일의옷이사람들의몸으로다시건네지고,전시와영화속에서다시새로운장면을만들어내는과정은,기억이어떻게기록을넘어현재의관계속에서되살아나는지를잘보여준다.그렇기에『애도라는섬』은단순한기록집이아니라,기억을살아있는형태로남기기위한공공예술의방법론을탐구한책으로도읽을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