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의 순간, 영화의 감각 : 생태, 젠더, 기술의 얽힘 속에서

행성의 순간, 영화의 감각 : 생태, 젠더, 기술의 얽힘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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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심해의 어둠, 섬의 생태, 디아스포라의 기억, AI 시대 노동의 감각. 세계는 이미 인간의 서사 바깥에서 흔들리고 있다.
그 흔들림 속에서 영화는 어떻게 행성적 감각과 상상력을 펼쳐 보일까.
인간의 삶뿐 아니라 지구 행성 전체의 감각 체계가 바꾸고 있는 지금, 영화는 무엇을 볼 수 있고 무엇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행성의 순간, 영화의 감각』은 생태, 젠더, 기술이 복잡하게 얽힌 행성 시대의 조건 속에서 영화와 시네미디어의 현재를 묻는다. 신유물론, 사변적 실재론, 코스모폴리틱스, 영화연구가 교차하는 자리에서 ‘영화의 기후’를 사유하는 이 책은 차이밍량의 느린 걸음, 에밀리아 스카눌리터의 심해 이미지, 제인 진 카이젠의 이어도 작업, 봉준호와 박찬욱의 영화들에서 인간 중심의 서사가 멈추는 순간을 포착한다. 그 순간 영화는 세계를 재현하는 매체를 넘어, 보이지 않는 연결망과 비인간 행위자를 감각하게 하는 행성적 장치가 된다. 『행성의 순간, 영화의 감각』은 영화가 여전히 우리 시대의 위기와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감지하는 예술임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의 미래를 묻는 일이 곧 인간, 비인간, 기술, 지구의 안부를 함께 묻는 일임을 일깨운다. 행성의 순간과 영화의 감각이 맞물리는 찰나, 우리는 세계를 다시 보고 다시 느끼는 법을 배우게 된다.
저자

김소영

저자: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이론과교수로,『KoreanCinemainGlobalContexts』(2023),『파국의지도』(2014),『근대의원초경』(2010),『근대성의유령들』(2000),『시네마,테크노문화의푸른꽃』(1996)등의저서가있으며,『Geo-SpatialityinAsianandOceanicLiteratureandCulture』(2023),『한국영화,세계와마주치다』(2018),『동아시아지식인의대화』(2018),『트랜스:아시아영상문화』(2006)등을엮었다.감독으로‘망명’삼부작과‘여성사’삼부작이있고,부산현대미술관에서《영화의기후:섬,행성,포스트콘택트존》의프로그램디렉터를역임했다.

목차

서문

1부영화의기후:포스트콘택트존
1장영화의기후:섬,행성,포스트콘택트존
2장이어도에홀리다:들썩임의에코그래피
3장위중한사변서사와무빙이미지의장치(디스포지티브)

2부코스모폴리틱스
4장하위주체의세계주의:제국을넘어선세계와영화
5장아래로부터의세계성
6장포스트콘택트존:

3부영화의물질적선회
7장〈기생충〉:신유물론
8장〈어쩔수가없다>:감각의향연혹은사투
9장걷는자(행자)의생태학

출판사 서평

행성시대,영화는무엇의안부를묻는가

기후위기의시대,우리는‘기후’를더는비와바람,온도와습도의문제로만말할수없다.기후는우리가사는세계의상태이며,생명있는것들의안부를묻는말이다.『행성의순간,영화의감각』은바로이지점에서‘영화의기후’를묻는다.영화는지금어떤세계를보고있는가.영화는인간이미처감각하지못한행성의변화를어떻게포착하는가.그리고영화는지구,생명,비인간존재,기술,역사에어떤방식으로안부를건네는가.이책이말하는행성시대는단순히지구행성전체를하나의대상으로내려다보는시대가아니다.그것은인간중심의역사와감각만으로는세계를이해할수없게된시대다.자본의국경,국가의경계,인간의시간만으로는기후위기와생태적재난의규모를포착할수없다.우리에게필요한것은보이지않는연결망을감각하는행성적감각과상상력이다.영화이론가이자영화감독이기도한저자는영화와시네미디어를그상상력을훈련하는장으로제안한다.섬,바다,심해,동물,식물,디지털장치들은영화속에서서로얽히며새로운감각의지도를만든다.영화는인간과비인간,자연과기술,기억과물질이함께세계를구성하는방식을보여주는감각적,정치적장치인것이다.

제국과국가를넘어,아래로부터다시쓰는세계성

『행성의순간,영화의감각』이말하는세계성은위로부터주어지는보편의언어가아니다.그것은국가와제국의질서가포착하지못한자리에서시작된다.망명자,디아스포라,하위주체,국경밖으로밀려난이들이이동하고기억하는가운데다른세계성이생겨난다.이책은그세계성을“아래로부터의세계성”으로읽는다.중앙아시아의설산,카자흐스탄의우주발사대,핵실험지대인폴리곤,알마티의매연과만년설은단순한배경이아니다.그곳들은냉전과제국,사회주의와식민성,디아스포라의역사가겹쳐있는장소들이자국가가기록하지못한삶과역사를영화적으로불러낸다.그런데사라진과거를복원하는데에만머물지는않는다.그것은지워진기억들이현재의장소,기술,신체,목소리와다시만나는포스트콘택트존을만든다.이책에서코스모폴리틱스는추상적세계주의가아니라구체적인삶의자리에서발생하는정치적감각이다.그것은제국의지도와국가의경계가지워버린관계들을다시잇는일이다.또한중심에서주변을내려다보는시선을거부하고,주변이라불린자리에서세계를다시구성하는일이다.중요한것은이러한세계성이거창한선언이아니라,걷고이동하고기록하고촬영하는감각적실천속에서만들어진다는점이다.『행성의순간,영화의감각』은영화가어떻게국가주의와제국주의를넘어다른관계의지도를그릴수있는지보여준다.그지도위에서세계는하나의중심을향해수렴하지않는다.세계는방황하고,떠돌고,마주치고,다시얽힌다.그렇게영화는아래로부터세계를다시쓰는하나의방법이된다.

생태,젠더,기술의얽힘속에서다시생각하는영화의감각

부제“생태,젠더,기술의얽힘속에서”는이책이영화와세계를바라보는방법을암시해준다.여기서생태는자연환경만을뜻하지않고,젠더는인간사회의정체성문제만지칭하는것이아니며,기술은단순한도구가아니다.이셋은서로분리된영역이아니라,오늘의영화적감각을구성하는복잡한얽힘상태에있다.심해를탐사하는원격조정탐사기,바닷속을비추는조명과카메라,드론과디지털장비,AI와산업장치들은인간의눈을대신하거나확장한다.그러나이기술들은세계를더잘보기위한중립적수단이아니다.그것들은때로는탐사의장치인동시에때로는채굴과감시의장치이며,때로는보이지않던존재들을감각하게하는새로운기관이다.『행성의순간,영화의감각』은바로이기술적감각의양면성을주목한다.에밀리아스카눌리터의심해작업에서빛이닿지않는무광지대를보게되며,인간의시야바깥에있던행성적규모의변화를감각하게된다.제인진카이젠의제주와이어도작업은바다,샤먼적수행,국가폭력,수중장비가얽히는장소를연다.<기생충>을읽는장에서는물,계급,집,몸,비인간물질의작용을신유물론적시각으로다시사유한다.<어쩔수가없다>를다루는장에서는AI와노동,감각경험의기술적매개가영화의문제로등장한다.이책에서영화는인간배우와서사만으로이루어진예술이아니다.물,빛,소리,기계,동물,식물,노동,젠더,기억이함께작동하는감각의장이다.그렇기에영화의물질적선회는인간중심의시선만으로더는세계를설명할수없다는절박한인식에서출발한다.『행성의순간,영화의감각』은영화가인간너머의세계를어떻게감각하고,그감각을통해우리시대의생태적·정치적위기를어떻게다시생각하게하는지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