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여자들의 집
Description
호러 영화와 여성의 신경증,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무섭도록 독창적이고 잔혹할 만큼 솔직한 비평서
「미친 여자들의 집」은 독특한 책이다. 이 책은 공포 영화 비평서이면서 그와 동시에 남들보다 조금 더 굴곡 많은 삶을 살아낸 한 여성의 자서전이다. 지은이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제 수상작, 유럽의 지알로를 비롯한 B급 영화, 저예산 독립영화, 1940년대의 흑백영화에서 2020년대의 영화까지 그야말로 동서고금을 막론한 수많은 영화를 거침없는 입담으로 톺아보며, 그 안에 담긴 여성들의 이야기를 거울삼아 자신의 삶을 비추어 살핀다. 입양과 가정폭력, 아버지와의 불화, 강간, 비행과 일탈, 영화 마니아로서의 좌충우돌, 짝사랑과 연애, 결혼 등 지은이 개인의 불안정한 삶이 영화 비평과 이음매 없이 교차 편집되어 하나의 새로운 장면을 이룬다. 원서의 부제는 “공포/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에 나타난 여성 신경증의 자전적 지형도”이다.
1,328쪽에 달하는 이 책은 그 두께만큼 풍성한 볼거리를 담고 있다. 47쪽 분량의 풀컬러 섹션을 포함해 640여 장에 달하는 희귀한 스틸컷, 포스터 등이 보는 재미를 더하며, 본문과 거의 같은 분량의 부록에는 ‘미친 여자들’이 등장하는 300편이 넘는 영화의 기본 정보와 비평이 실려 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나비〉, 〈섬〉 등 한국 영화에 대한 소개도 충실하다. 오혜진 디자이너가 공들여 꾸민 책 배 부분의 오싹한 아트워크도 이 책을 즐기는 요소 중 하나다.
케일라 재니스의 대표작인 「미친 여자들의 집」은 2012년 처음 발간된 이래 고백적 영화 평론과 스크린 속 여성 광기 연구 모두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남긴 책으로 손꼽히며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2022년 출간 10주년을 기념해 확장증보판이 발간되었으며, 한국어판은 이 확장판을 바탕으로 했다.

미친 여자(들)의 이야기, 공포물 비평서의 고전이 되다
영화계에는 신경증적인 인물들이 넘쳐나지만, 스크린에서 미쳐가는 여성의 모습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은 드물다. 그리고 공포라는 장르는 이러한 과장된 연기를 펼치기에 가장 적합한 무대이다. 심각한 편집증, 절망적인 고독, 가학적인 죽음의 욕망, 위험한 강박, 종말론적 히스테리 등이 그 예이다. 남성 신경증 환자, 즉 ‘괴짜’와는 달리 여성 신경증 환자는 수치심에 갇힌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이러한 영화들은 그의 파괴적인 감정이 마음껏 표출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 된다.
카를로스 아우레드의 영화 〈부서진 인형의 푸른 눈〉(1973)의 미국판 제목에서 따온 「미친 여자들의 집」은 1940년대에서 2020년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타임머신을 타듯 영화사를 종횡무진하며 ‘미친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지은이가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종합적인 책을 지향하지 않는다. 어떤 영화는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해 내용을 소개하고 분석하며, 심지어 ‘공포/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와 여성’이라는 책의 기본 틀에 딱 들어맞지 않는 영화이더라도 지은이가 특별히 좋아해서 집어넣기도 한다. 어떤 영화, 배우는 지은이의 무자비한 혹평으로 난도질당하고, 형편없는 B급 영화라면서도 배우의 열연만은 칭찬한다. 이런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입담은 영화 속에 드러나는 여성의 신경증에 관한 사회문화적 고찰뿐 아니라 내밀한 자기 고백과 이어진다.

영화와 개인 서사의 이음매 없는 교차 편집
이 책에서 지은이는 대담하고 개인적인 자전적 시각을 통해 ‘미친 여자’들을 탐구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화와 기억들이 영화사, 비평, 잡다한 정보, 직설적인 이미지와 얽히면서 스크린 안팎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광기에 대한 고찰을 끌어낸다. 지은이는 진지하게 영화의 줄거리를 소개하고 인물과 사건을 분석하는가 싶다가, 어느 순간 자신과 어머니의 이야기, 아버지와의 불화, 자해, 일탈과 비행, 영화 마니아의 일대기로 빠지고, 그러다 천연덕스럽게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곤 한다. 이 흐름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영화적 표현을 빌리자면 이것을 ‘이음매 없는 교차 편집’이라고 부를 수 있을 텐데, 이러한 글쓰기 방식 덕분에 이 책은 단순한 공포 영화 비평서가 아니라 독특한 창작물이 된다.
옮긴이의 표현에 따르면, 지은이에게 영화는 마치 하나의 명상과도 같다. 지은이는 거리감을 두고 외부에서 예술 작품을 관찰하는 비평가의 태도를 취하는 대신, 마치 거울을 볼 때처럼 예술 작품 속에서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을 보곤 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작가가 재현을 재현으로서 분석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재현을 자신의 현실과 엮어낸다는 사실로 인해 책에는 때로 묘한 긴장감이 감돌기도 한다(1303쪽). 갈피를 잡을 수 없고 다소 불편하다 싶기까지 한 이 자전적 서술은 책의 마지막, 지은이의 어머니와의 이야기가 일단락되는 순간 비로소 의미를 드러낸다. 타자화된 여성 인물들을 누구보다 내밀한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그의 시도가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 독자에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놀라운 이야기, 묵직한 분량에 어울리는 풍성한 볼거리
지은이는 어머니가 강간당하는 것을 목격했던 경험에서 시작해, 유령으로 표현된 트라우마의 방문을 받는 여성들, 죄책감에 시달리는 여성들, 역기능적인 가족 역학에 휘말린 여성들, 남편에게 학대당하는 여성들, 환상 속으로 도피하는 여성들, 아버지 같은 인물들과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지나, 다시 강간 리벤지라는 주제로 돌아온다. 광기에 찬 이 여성들에게서 완벽히 거리감을 둘 수만은 없는 지은이의 시선이 개입하면서 인물들에게는 새로운 층위가 부여되고, 작가 자신의 삶 또한 새로운 입체감을 획득한다. 그런 면에서 재니스의 글은 예술에 대한 코멘터리나 각주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적 정점을 보여준다. 출간 이후 많은 이들로부터 “유일무이하다”는 평가를 받은 「미친 여자들의 집」은 잊혀진 많은 영화들을 재조명하는 데 기여했으며, “미친 여자들의 집”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영화 하위 장르로 자리 잡았다.
1,328쪽에 달하는 이 책은 47쪽 분량의 풀컬러 섹션(포스터와 스틸컷 등 88장)을 비롯해 640여 장에 달하는 희귀한 스틸컷, 포스터, 전단지, 아트워크와 가족 사진 및 소품들이 어우러져 감각을 자극하는 풍성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본문과 거의 같은 분량의 부록에는 본문에서 언급한 영화를 포함해 300편이 넘는 영화의 기본 정보와 비평을 실었다. 유명 작품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까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필모그래피 중에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나비〉, 〈나쁜 남자〉, 〈4인용 식탁〉, 〈섬〉 등 한국 영화도 담겨 있다. 오혜진 디자이너가 공들여 꾸민 책 배 부분의 오싹한 아트워크도 이 책의 관람 요소 중 하나다.
저자

케일라 재니스

Kier-La Janisse

캐나다의 영화 작가이자 비평가, 프로그래머, 프로듀서이다. 1999년 밴쿠버에서 독립 공포 영화제인 시네마무에르테 영화제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영화제와 영화 제작 대회의 프로그래머, 페스티벌 디렉터로 꾸준히 활동했다. 2010년에 호러 영화의 역사와 문화를 기념하고 제작 기반 마스터클래스를 제공하는 국제조직인 미스카토닉 호러 연구소(The Miskatonic Institute of Horror Studies)를 공동 설립했다.
지은 책으로 「난폭한 전문가: 루치아노 로시의 영화들」(FAB Press, 2007)과 「미친 여자들의 집」(FAB Press, 2012), 「닭싸움: 실패에 대한 우화」(FAB, 2024) 등이 있고, 그 밖에 영화에 관한 여러 책의 집필과 편집에 참여했다.
재니스의 대표작인 「미친 여자들의 집」은 2012년 처음 발간된 이래 고백적 영화 평론과 스크린 속 여성 광기 연구 모두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남긴 책으로 손꼽히며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2022년 출간 10주년을 기념해 확장증보판이 발간되었다.

목차

확장판 서문
서론. 거대한 문제를 가지고 있나요?
제1장. 상처를 모으는 사람들
제2장. 부서진 인형들
제3장. 모두 무사하고, 모두 죽어 있는
제4장. 비밀 의식
제5장. 방과 후 특별 프로그램
제6장. 낯선 탑승객
제7장. 넌 언제나 폭력을 좋아했지
제8장. 증오로 나를 치유해주오
제9장. 꿰뚫는 현실
제10장. 그대는 오늘 관을 운반하나니
에필로그. 이 책의 끝에 도사리는 괴물
이미지 갤러리
부록. 여성 신경증 총람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미친여자(들)의이야기,공포물비평서의고전이되다

영화계에는신경증적인인물들이넘쳐나지만,스크린에서미쳐가는여성의모습만큼강렬한인상을주는것은드물다.그리고공포라는장르는이러한과장된연기를펼치기에가장적합한무대이다.심각한편집증,절망적인고독,가학적인죽음의욕망,위험한강박,종말론적히스테리등이그예이다.남성신경증환자,즉‘괴짜’와는달리여성신경증환자는수치심에갇힌삶을살아가기때문에,이러한영화들은그의파괴적인감정이마음껏표출될수있는몇안되는공간이된다.
카를로스아우레드의영화〈부서진인형의푸른눈〉(1973)의미국판제목에서따온「미친여자들의집」은1940년대에서2020년대의작품에이르기까지,타임머신을타듯영화사를종횡무진하며‘미친여자’들에관한이야기를풀어낸다.지은이가서문에서말한것처럼,이책은종합적인책을지향하지않는다.어떤영화는꽤많은분량을할애해내용을소개하고분석하며,심지어‘공포/익스플로이테이션영화와여성’이라는책의기본틀에딱들어맞지않는영화이더라도지은이가특별히좋아해서집어넣기도한다.어떤영화,배우는지은이의무자비한혹평으로난도질당하고,형편없는B급영화라면서도배우의열연만은칭찬한다.이런자유분방하고거침없는입담은영화속에드러나는여성의신경증에관한사회문화적고찰뿐아니라내밀한자기고백과이어진다.

영화와개인서사의이음매없는교차편집

이책에서지은이는대담하고개인적인자전적시각을통해‘미친여자’들을탐구한다.지극히개인적인일화와기억들이영화사,비평,잡다한정보,직설적인이미지와얽히면서스크린안팎에서나타나는여성의광기에대한고찰을끌어낸다.지은이는진지하게영화의줄거리를소개하고인물과사건을분석하는가싶다가,어느순간자신과어머니의이야기,아버지와의불화,자해,일탈과비행,영화마니아의일대기로빠지고,그러다천연덕스럽게영화이야기로돌아오곤한다.이흐름이어찌나자연스러운지,영화적표현을빌리자면이것을‘이음매없는교차편집’이라고부를수있을텐데,이러한글쓰기방식덕분에이책은단순한공포영화비평서가아니라독특한창작물이된다.
옮긴이의표현에따르면,지은이에게영화는마치하나의명상과도같다.지은이는거리감을두고외부에서예술작품을관찰하는비평가의태도를취하는대신,마치거울을볼때처럼예술작품속에서자기자신과자신의삶을보곤한다는사실을숨기지않는다.작가가재현을재현으로서분석하기만하는것이아니라재현을자신의현실과엮어낸다는사실로인해책에는때로묘한긴장감이감돌기도한다(1303쪽).갈피를잡을수없고다소불편하다싶기까지한이자전적서술은책의마지막,지은이의어머니와의이야기가일단락되는순간비로소의미를드러낸다.타자화된여성인물들을누구보다내밀한관점에서해석하려는그의시도가하나의완결된작품으로독자에게다가오는순간이다.

놀라운이야기,묵직한분량에어울리는풍성한볼거리

지은이는어머니가강간당하는것을목격했던경험에서시작해,유령으로표현된트라우마의방문을받는여성들,죄책감에시달리는여성들,역기능적인가족역학에휘말린여성들,남편에게학대당하는여성들,환상속으로도피하는여성들,아버지같은인물들과의갈등을봉합하지못한여성들의이야기를지나,다시강간리벤지라는주제로돌아온다.광기에찬이여성들에게서완벽히거리감을둘수만은없는지은이의시선이개입하면서인물들에게는새로운층위가부여되고,작가자신의삶또한새로운입체감을획득한다.그런면에서재니스의글은예술에대한코멘터리나각주가아니라그자체로하나의예술적정점을보여준다.출간이후많은이들로부터“유일무이하다”는평가를받은「미친여자들의집」은잊혀진많은영화들을재조명하는데기여했으며,“미친여자들의집”은그자체로하나의영화하위장르로자리잡았다.
1,328쪽에달하는이책은47쪽분량의풀컬러섹션(포스터와스틸컷등88장)을비롯해640여장에달하는희귀한스틸컷,포스터,전단지,아트워크와가족사진및소품들이어우러져감각을자극하는풍성한콘텐츠를제공한다.본문과거의같은분량의부록에는본문에서언급한영화를포함해300편이넘는영화의기본정보와비평을실었다.유명작품부터잘알려지지않은작품까지동서고금을넘나드는다채로운필모그래피중에는〈김복남살인사건의전말〉,〈나비〉,〈나쁜남자〉,〈4인용식탁〉,〈섬〉등한국영화도담겨있다.오혜진디자이너가공들여꾸민책배부분의오싹한아트워크도이책의관람요소중하나다.

책속에서

당신이지금보고있는판본은『미친여자들의집』10주년을기념하기위해제작한판본으로,100편가량의영화에대한요약및분석을추가한것이다.……이책은종합적인책을지향하지않는다.이책은영화에대한분석이나그제작과정과관련해,몇몇영화에다른영화들보다더많은분량을할애한다.요약및분석의길이도제각각이다.(6쪽)

이책은나의인생궤적을따라간다.이책은영화적양식을가능한한깊이있게탐구하는한편,영화시놉시스와비평을오간다.그러나여전히이책은무엇보다나의삶에관한책이다.(24쪽)

미친여자들의집(HouseofPsychoticWomen)(1973)으로도알려진,카를로스아우레드의부서진인형의푸른눈(TheBlueEyesoftheBrokenDoll)에등장하는여성인물들또한유기공포로결속되어있다.고인이된호러의거장폴나쉬(그는내가이장을쓰는동안에사망했다)는이영화에서공동으로각본을집필하고주연으로출연했다.(67쪽)

나는언니가나자신의성장과정에중요한역할을했다고오래도록믿어왔지만,우리는서로전혀달랐다.나는우리가어른이되어자동차여행을떠났을때,내가가져온CD에언니가어떻게반응했는지아직도기억한다.그CD들,더스위트,앨리스쿠퍼,스토리즈,블랙사바스CD들은언니가수년전내게남겨두고간것들이었지만,언니는그들의노래를전혀기억하지못했다.(110쪽)

호러영화는카타르시스를위한영화이며,우리는우리자신이두려워하는어떤것을상징적으로극복하려고스스로공포를경험한다는주장은수도없이반복되어왔다.그리고우리여성들은상시적인강간위협보다더무서운것은없다고교육받는다.그러니내가강간리벤지영화를사랑하고,특출나게잔인하고창의적인복수를보여주는영화들과여성이복수의결과로완전히다른사람으로변모해버리는영화들을특히나사랑했던것은자연스러운일이었는지도모른다.기대감을주는,쿵쿵대는음악을배경으로총을사고,무술을배우고,부비트랩을설치하고,머리카락을자르는상징적인행위를하며복수를준비하는것은복수그자체보다더신나는일이었다.(162쪽)

나는13살즈음부터자해를시작했다.내가어떤계기로자해를시작했는지,무엇을보고자해를해야겠다고생각했는지,자해를통해얻어내려고한게무엇인지는기억하지못한다.그저자해를내가언제나갖고있었던상처에대한집착의연장선으로생각했다는것만기억난다.(306쪽)

첫번째시네무에르테영화제가시작되기몇달전부터,나는보이지않는누군가에게구애를받고있었다.그사람은아무런겉장이없는비디오테이프를내문앞에두고가곤했는데,그안에는무작위로편집된섬뜩한이미지들이담겨있었다.(436쪽)

질투어린집착이낳는진정한비극을다룬영화는드물고,그런호러영화는더더욱드물다.자크투르뇌의창작영화캣피플(CatPeople)(1942)은자기자신의질투에대한공포에시달리는여성을동정적으로그려냈다는점에서독보적인영화이다.(4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