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질문 2 (조정래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 2 (조정래 장편소설)

$17.24
Description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기본적이고도 치열한 질문에 대한 뜨거운 응답!
거대 자본에 휘둘려 인간을 소외시킨 현 상황을 통찰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재편하는 조정래의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 제2권. 《정글만리》, 《풀꽃도 꽃이다》를 3년 간격으로 발표한 저자가 어김없이 3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 소설로, 21세기 현재 대한민국에서 자본과 권력에 휘말려 욕망을 키워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수십 명에 달하는 등장인물들에게 생생한 캐릭터를 부여해 정경유착의 실태와 비정규직 문제, 급격한 사회 양극화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의 현재를 드러내며, 상위 10퍼센트가 전체 국민 소득의 절반을 독식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유지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내가 다니던 출판사가 폐업해 생계에 곤란을 겪게 되자 고향 선배이자 국회의원인 윤현기의 신문 칼럼을 대신 써주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회학과 시간강사 고석민. 90년대 초, 나라가 민주화의 길로 들어서자 대학 현안에 집중해 학원 자주화 운동에 몰두하며 함께 싸웠던 대학 선배인 시사주간지 기자 장우진에게 윤현기의 이름으로 쓰여진 칼럼을 신문에 실어달라고 부탁하는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다.

한편, 장우진이 취재 중인 성화 그룹 비자금 사건이 기사화 단계에 이르기도 전에 취재 사실을 알아챈 성화 그룹 창조개발실은 기사화를 무산시키고자 장우진 주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긴밀하게 로비를 진행한다. 장우진의 아내이자 19년째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유영에게 고등학교 졸업 이후 연락 한 번 없던 친구가 느닷없이 찾아오고, 취재를 막아주면 한 해 20억은 충분히 벌 수 있게 해주겠다며 회유하는데…….

암으로 세상을 떠난 박 의원에게 지역구를 물려받아 재선에도 성공한 국회의원 윤현기는 갑자기 성화 그룹에서 만나자는 요청이 오자 몸값을 높이기 위해 은근히 뜸을 들인다. 성화 그룹 창조개발실 한인규 사장은 윤현기가 고향 후배인 고석민과 연락을 하는 사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만약 고석민을 시켜 장우진의 취재를 막는다면, 다음 선거의 비용 절반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한다. 예상치 못한 횡재 앞에서 윤현기는 마음이 급히 동한다.

성화 그룹의 비자금 장부를 가지고 잠적한 사람이 그룹 회장의 사위 김태범이며, 그의 행방을 아는 이는 가족뿐이라는 정보를 얻은 장우진은 수소문 끝에 김태범의 여동생인 김은경과 학연이 있다는 최민혜 변호사를 찾는다.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김은경은 오빠가 잠적한 지 일주일이 넘어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아무에게도 그의 행방을 알려주지 않는다. 장우진은 김태범의 대학 동창이자 무역회사 킹의 대표 서원섭을 찾아가 김태범이 성화 그룹의 사위가 된 경위와 함께, 결혼 이후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성격이 변해 여성들에게도 포악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1970년 등단 이후 49년 동안 줄곧 그래왔듯이 매일 11시간을 집필에 몰두한 결과물인 이 작품은 2019년 6월 11일 종이책과 전자책 그리고 오디오북으로 동시 출간된다. 변화하는 독자들의 눈높이에 발맞추고자 책의 제1권은 30회로 분할, 매회 약 20분 분량으로 녹음, 전체 600여 분의 분량으로 제작되었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사이트를 통해 선공개되었다. 성우 9인이 드라마 형식으로 낭독한 오디오북은 연재 기간 동안 30만 회 이상 조회, 3천여 명의 구독자, 1천 건 이상의 독자 리뷰가 게재되면서 오디오북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받았다.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조정래

1943년전남승주군선암사에서태어났다.광주서중학교를거쳐서울보성고등학교당시,농촌사회활동에뜻이있어이과반에적을두고있던조정래는3학년에이르러국문과로진학목표를세우고동국대학교국문과에입학한다.이무렵같은과동기인김초혜를만난다.1970년《현대문학》으로등단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한다.단편집『어떤전설』,『20년을비가내리는땅』,『황토』,『한,그그늘의자리...

목차

삶의켯속
엇갈리는길
전관예우=사법범죄
무한충성줄서기
관행이라는범죄
새로열린인생길
어떤검사장
아빠의눈물
자청한중매쟁이

출판사 서평

국민에게국가란무엇인가.
국가가있은이후수천년에걸쳐서되풀이되어온질문.
그탐험의길을나서야하는게너무늦은것은아닐까.
-「작가의말」전문

양극화의파고속에휩쓸려좌충우돌하는현대인의욕망과갈등,
조정래장편소설『천년의질문』이좌초된사회를바로세울희망의탈출구를찾는다!

소설은21세기현재대한민국에서자본과권력에휘말려욕망을키워가는현대인들의모습을적나라하게그려낸다.월급통장에매달‘0원’을찍으며사건취재에고군분투하는기자의노력,강사법시행을앞두고동료들이낙엽떨어지듯일자리를잃자자신이낳은두아이의눈빛까지무서워졌다는만년시간강사의고뇌가술회되는동시에,비자금장부의행방을추적하는재벌그룹구성원의쫓고쫓기는추격전이그려진다.‘개천에서승천한용’인서울대출신수재는재벌가사위로발탁된후온몸을다바쳐신분상승을꿈꾸지만,결국죽어도진골은될수없음을깨닫고비자금장부를훔쳐잠적하고,재벌의유화정책으로굳게입닫은언론에좌절한기자와그를회유하기위한재벌정보원의전방위적시도가긴박하게연출된다.눈앞의이익을챙기기에혈안인국회의원과사업가,변호사등의아귀다툼은치열하기만하다.

작가는수십명에달하는등장인물들에게생생한캐릭터를부여해정경유착의실태와비정규직문제,급격한사회양극화에시달리는대한민국의현재를드러낸다.“입법?사법?행정이라는국가권력에재벌·언론이라는사회권력이야합하여온갖비리를조장하고있”는현실에서작가는불법비자금,전관예우문제등관행처럼벌어지고있는권력범죄의실태를소설로형상화함으로써상위10퍼센트가전체국민소득의절반을독식하는기형적인구조가유지되는근본적인이유를설명한다.

국권상실,동족상잔,군부독재의뼈아픈역사를건너온국민의애환을소설에담아내며그동안절망속에서도희망이반드시피어난다는사실을일깨워준조정래작가는이작품을통해서도한걸음내디딜변화의길을그려냈다.나와내이웃을위한작은실천만이거대권력의독재를막을수있으며,우리모두함께걷는한걸음한걸음이머지않은때큰변화를불러올것이라는믿음은작가가오늘도원고지앞에서당당할수있게해주는밑거름이다.자본과권력에빼앗긴국민으로서의권한을찾는일이의외로간단하고쉬운일임을일깨워주는『천년의질문』은,무거운현실에서도국민스스로깨어나야국민으로서의자격을충분히누릴수있다는국민깨우기의자명종이될것이다.


간략줄거리

어느가을저녁무렵,시사주간지기자장우진과그의대학후배이자사회학과시간강사인고석민은종로통한선술집에서오랜만에회포를푼다.아내가다니던출판사가폐업하자생계에곤란을겪게된고석민은고향선배이자국회의원인윤현기가신문칼럼을대신써달라고한평소의부탁을들어주며생계를이어가는중이다.90년대초,대학을다닌두사람은나라가민주화의길로들어서자대학현안에집중해학원자주화운동에몰두하고,‘세상바꿈동아리’를만들어사학재단의전횡을막기위해함께싸웠다.예나지금이나여전히꼿꼿한장우진에게윤현기의이름으로쓰여진칼럼을신문에실어달라고조심스럽게부탁하는고석민은깊은한숨을내쉴수밖에없다.

한편,장우진이취재중인성화그룹비자금사건이기사화단계에이르기도전에취재사실을알아챈성화그룹창조개발실은기사화를무산시키고자장우진주변의사람들을대상으로긴밀하게로비를진행한다.장우진을초등학교때만나첫사랑으로결혼에이르른이유영에게도예외는없다.19년째초등학교에서아이들을가르치고있는그녀에게고등학교졸업이후연락한번없던친구가느닷없이찾아오고,취재를막아주면한해20억은충분히벌수있게해주겠다며회유하는데…….

윤현기는암으로세상을떠난‘박의원’에게지역구를물려받아재선에도성공한국회의원으로,인생의멘토인‘박의원’의말씀을깊이간직하며국토교통위원회소속임을이용해이익쌓기에집중한다.갑자기성화그룹에서만나자는요청이오자윤현기는몸값을높이기위해은근히뜸을들인다.성화그룹창조개발실한인규사장은윤현기가고향후배인고석민과연락을하는사이라는것을파악하고만약고석민을시켜장우진의취재를막는다면,다음선거의비용절반을부담하겠다고제안한다.예상치못한횡재앞에서윤현기는마음이급히동한다.

성화그룹의비자금장부를가지고잠적한사람이그룹회장의사위김태범이며,그의행방을아는이는가족뿐이라는정보를얻은장우진은수소문끝에김태범의여동생인김은경과학연이있다는최민혜변호사를찾아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으로향한다.가까스로연락이닿은김은경은오빠가잠적한지일주일이넘어생사조차알수없는긴박한상황에서도아무에게도그의행방을알려주지않는다.장우진은김태범의대학동창이자무역회사킹의대표서원섭을찾아가김태범이성화그룹의사위가된경위와함께,결혼이후과도한스트레스로인해성격이변해여성들에게도포악한행동을서슴지않았다는사실을알게되는데…….


본문중에서

장우진은고석민의말꼬리에서문득물기를느꼈다.생활여건에무슨어려움이생긴것인가……,그의머리를스친생각이었다.떠돌이시간강사생활12~13년……,그생활의고달픔을모르지않는다.그러나그는이런섬뜩한말까지입에올릴일은없었던것이다.그는늘“그냥견딜만해요”하며얼버무리고는했었다.그얼버무림에는“집사람이좀버니까요”하는말이담겨있었다.
장우진은‘집에무슨일있는건가?’하는말이혀끝까지밀려나왔지만위아랫입술을입안으로꾹맞물었다.어차피술집이멀지않았고,그런무거운이야기는노상에서어울리지않았던것이다.
도시의빌딩들은새로생기는것일수록거대하고우람하고호화스러워졌다.크기와높이와치장미를다투듯하고있는빌딩들은내가얼마나부자인지보라며저마다거드름을피우고있었다.서울도심의대로상의땅값이평당2~3억씩호가한다는것은이미널리알려져있는사실이었다.그러니그비싼땅수백평씩을깔고앉은대형빌딩들의값이얼마일것인가.그런데서울시내에어지럼증일으킬만큼드높은빌딩들은또얼마나많은가.결국서울시내대로들은부자들이노골적으로부를과시하는부의향연장이었던것이다.이나라부의60퍼센트이상이서울에몰려있다는것을입증하는것처럼.
―「내일의대화」중에서

‘20억얘기를규원이한테하면뭐라고할까……?’퍼뜩머리를스친생각이었다.그때잇따라떠오른생각이있었다.중고등학생몇십명에게물었다.‘만약10억이생긴다면1~2년감옥살이해도상관없다.’이도발적인설문에90퍼센트이상이‘그렇다’에응답했다.도발적인설문에더도발적인응답에세상은깜짝놀라는반응을보였었다.아무리돈,돈하며미쳐돌아가는세상이라지만애들까지어찌그리됐느냐는우려고한숨이었다.그러나어른은아이들의거울이라고했다.어른들이벌써TV화면에서그런행태를보여주었던것이다.어느TV에서젊은여성들300명을모아놓고비밀전자투표를하는게임이었다.‘애인은가난한데,10억을가진남자가나타났다.애인을바꿀것인가?’다음순간자막에숫자가나타났다.210.그리고‘우와아아……’하는여자들의놀란외침이공개홀을가득채웠다.
두가지다10억이었는데,아들은20억질문을받고어떤반응을보일것인가…….이런엉뚱한생각까지하고있는자신에게이유영은신음했다.20억의접착력은끈덕지게의식에들러붙어떨어지지않았다.
―「인맥포위망」중에서

윤현기의손을두손으로받쳐잡은사장은허리가반으로접히도록깊게인사했다.
좀과한듯한상대의그런태도가겸손도아니고,국회의원에대한존경은더욱아니라는것을윤현기는빤히들여다보고있었다.그건사태의급박성을드러내는것이었다.
“여기서시간을너무오래보냈습니다.”윤현기는무게잡히게누른목소리로잘라말했고,“아예,알겠습니다.정상무한테사정다들으셨으니저는결론만딱말씀드리겠습니다.”사장이기민하게대응하며입술을훔쳤다.
“그일만확실하게해결해주시면……,저희가의원님을확실하게모시겠습니다.”
사장은짧은말을하면서‘확실하게’를두번이나반복했다.
윤현기는그‘확실하게’를곱씹어보았지만‘확실한것’은없고‘불확실’이있을뿐이었다.그런건언제나하나마나한소리일뿐이었다.
“글쎄에에……,확실하게라…….”
느릿하고묵직한윤현기의중얼거림은‘이새끼야,어물거리지말고확실하게말해’하며상대방의면상을후려치는주먹질이었다.
―「세상의빛과어둠」중에서

“간택이라하셨습니까?”장우진이의아스럽게물었고,“예,우리대학동창들은다그렇게부릅니다.옛날궁중에서그랬듯이대재벌기업성화가우리상대로사윗감헌팅에나섰으니까요.예,우리는헌팅이라고도불렀어요.상대생들분위기는묘했어요.뒤숭숭한속에약간긴장한것도같고,약간흥분한것도같고,대기업의그런행위를비판적으로보는학생은얼마안됐고,학교측도은근히좋아하는분위기였어요.그야당연한일이죠.자기네학생중에서대기업사윗감이뽑히면대기업의학교지원이그만큼후해질테니까요.그때저도그게좋을지어떨지갈피를잡지못했어요.어쩌면뽑히길바라고있었는지도모르죠.결국김태범이가뽑혔는데,그게불행의길이었다는것을안것은한참뒤,10년도더지난다음이었어요.”서원섭은착잡한표정으로말을이어나갔다.
“불행의길……,그게눈으로확실하게확인이됐습니까?”
“예,술을마시면사람이폭군처럼변하고는했어요.전혀딴사람으로.”
“폭군이요……?”
―「더불어어깨동무길」중에서

배상일은눈앞에나열된수많은동그라미에또정신이어질어질해졌다.그는다시속입술을깨물며오른쪽맨끝의동그라미에검지끝을댔다.그리고하나씩짚어나가면서세기시작했다.
‘일,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억!’
동그라미여덟개더하기1.
배상일은숨을몰아쉬며수표를한장,한장넘기기시작했다.그손이부들부들떨리고있었다.수표가넘어갈때마다손떨림은점점심해지고있었다.마지막서른장째를넘길때그의손은와들와들떨리고있었다.

“어때,맞지?”상무가양복을꿰입으면서물었고,“예에……,마,맞습니다.”배상일의잠긴목소리는갈라져나왔다.
“됐어.이제자네가대!”
상무의강한어투는명령이었다.
―「거대한탐욕의탑」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