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장편소설)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장편소설)

$17.68
저자

공지영

1963년서울에서태어나연세대학교영문과를졸업했다.1988년[창작과비평]에구치소수감중집필한단편「동트는새벽」을발표하면서문단에데뷔했다.1989년첫장편『더이상아름다운방황은없다』로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1993년에는『무소의뿔처럼혼자서가라』를통해여성에게가해지는차별과억압의문제를다뤄새로운여성문학,여성주의의문을열었다.

1994년에『고등어』,『...

목차

1~132
초판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제멋대로인엄마,성이모두다른동생들과오늘부터한지붕아래한식구
상처투성이가족들이오직사랑만으로한데모였다!
유머와용기로삶을정면돌파하는가족성장소설

30만이상독자들의사랑을받은공지영장편소설『즐거운나의집』이2007년첫출간되고2013년제2판출간후,2019년6월제3판으로독자들을만난다.일본어와중국어로도번역출간된소설은상처를사랑으로딛고일어서는가족의유쾌발랄한이야기로,작가특유의감성적인문장에유머와위트를가미해시대와함께변화하는가족의모습을흥미진진하게담았다.제3판은소설속주요사건을펜화일러스트로수록해새로운장정으로제작되었다.
작가가데뷔19년차에발표한『즐거운나의집』은가족의보편적일상을밝게그려내면서이전작품들과는차별화된공지영소설의탄생을알린작품이다.가속화하는가족해체의흐름속에서새로운가족의의미를묻는이작품은발표당시“작가의체험으로부터우러나온삶의교훈이소설의명랑함에무게를얹어주면서가족에대한근엄하고경직된사고를바로잡아준다”(《경향신문》)는평을받기도했다.이혼가정의아픔과성장을전면에드러내일간지연재당시에도사회적반향을불러왔던이작품은,가족이라는보통명사에어울리는만남과이별,행복과불행,자유와인내의사건들을통해진정한가족의의미를되새긴다.

소설은성(姓)이다른세자녀와베스트셀러소설가인엄마가한집에서살아가는이야기를큰딸인열여덟살위녕의솔직한시선으로담아내면서,평범하지않은가족사와사회적편견으로인해빚어진상처들그리고그회복을세밀하게그려냈다.소설의화자인위녕은부모의이혼으로엄마의공백을10년동안경험하며예민한성장기를보낸후십대의마지막을엄마와보내기위해찾아온다.그런까닭에엄마의보살핌을받는동생을질투하고원망하기도한다.하지만과거의불행때문에오늘의행복을망쳐서는안된다는엄마의말이나,세번째이혼을앞둔엄마에게‘내딸이세번이나이혼한여자가되는거정말싫지만딸이불행한건더싫다’고지지해주는외할아버지의모습등을통해마침내자신을사랑하는방법을배워가는동시에그동안의아픔과화해한다.

작품속가족들이서로를의지하며각자의미래로나아가는동안독자들은자신의상처와절망을보듬어주는것이결국가족의사랑임을,진정한이해와포용이있다면어떤형태이든든든한가족이될수있음을깨달을것이다.“고난이올때정말필요한것은용기이기도하고인내이기도하고희망이기도하지만그보다가장중요한건유머”라는소설속엄마의말처럼,웃음을무기삼아삶을정면돌파하는가족의이야기를담은이소설은가족이라는울타리안에서나만의세상을여는작은열쇠가될것이다.


책속에서

나는전화기를들었다.이제부터엄마집으로가서살겠다고했을때수화기저쪽에서아빠는아무말도하지않았다.아무소리도들리지않았던걸보면아빠는아마집필실책상에놓인담배를찾아물고있었을것이다.내가떠나고난후,어쩌면아빠는“실은나는이미오래전부터딸을보내는연습을매일했었다”고자신의홈피에글을쓸지도모른다.엄마와함께살때엄마를보내는연습을하지않았던것을아빠는오래도록후회한거같았다.물론아빠입으로내게그런말을한것은아니었다.아빠가내게엄마에대해말한일은거의없었다.엄마에대해말하는것은내게는처음부터금기였다.하지만언제부터인가나는알게되어버린것이다.아빠는엄마에대해,그것이무엇이든지독하게후회하고있다는것을.그렇지않다면,어느날문득어린나를붙들고“위녕,아빠는너를낳은것은절대로후회해본적이없어”라고는말하지않았을테니까.나는그때처음으로아빠가아주가끔이긴하지만날낳은것을후회하고있는것은아닐까생각했고,그러자가슴이콱막혀아주짧은순간이었지만더숨을쉴수가없을것만같았었다.―8쪽

사랑을한다는것은머물지않는것이다.그것은산사람의몫이니까.산사람은키와머리칼이자라고주름이깊어지며하루에천개의세포를죽여몸밖으로쏟아내고쉴새없이새피를만들어혈관을적신다.집안을떠도는먼지의칠십퍼센트는사람에게서떨어져나온죽은세포라는기사를인터넷으로본적이있었다.그때부터집안의먼지하나도예사로이느껴지지않았다.그것은어제의나의흔적이었던것이다.그러니어제의나는분명오늘의나와는다른것이다.그런데또어제의나도오늘의나인것이다.이이상한논리의뫼비우스띠가삶일까?
죽음만큼안전한것은없다고엄마는말할지도모른다.열여덟해를사는동안나도알게된것이있다.사랑은불안하고아픈것이며때로는무한한굴욕을가져다주는것이라는것을말이다.그러나나도엄마의피를따라살고싶었다.용광로속으로들어가는쇳물처럼자신을기꺼이변화시키는모험에참여하고싶었다.왜냐하면나는살아있고,그것도펄펄살아있는열여덟이기때문이다.―53쪽

“어떤순간에도너자신을존중하고사랑하는것을그만두어서는안돼.너도모자라고엄마도모자라고아빠도모자라…….하지만그렇다고그모자람때문에누구를멸시하거나미워할권리는없어.괜찮은거야.그담에또잘하면되는거야.잘못하면또고치면되는거야.그담에잘못하면또고치고,고치려고노력하고…….자기자신을사랑하는사람만이남을사랑할수가있는거야.엄마는……엄마자신을사랑하게되기까지참많은시간을헛되이보냈어.”
(……)사람이사람을안다는것은과연무엇일까.엄마가엄마를사랑하기까지많은시간을헛되이보냈다는말을듣고나자내게다가온의문은그것이었다.어둠속에서반짝이는엄마의눈에는얼핏눈물이고여있었다.(……)나는자리에서일어나엄마의손을잡았다.내표정이너무심각했는지엄마가얼른말을돌렸다.
“아니,그래서지금도불행한건아니야.힘들때생각했었어.이제껏불행한것도억울해죽겠는데,과거의불행때문에나의오늘마저도불행해진다면그건정말내책임이다…….”―95~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