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에 꽃범이 산다 - 휴먼어린이 중학년 문고 5

창경궁에 꽃범이 산다 - 휴먼어린이 중학년 문고 5

$12.00
Description
일제 강점기 창경궁의 동물원을 배경으로 한 소년과 어린 표범의 따뜻한 우정을 그려 낸 역사동화. 동물원 일꾼인 아버지 덕에 창경원에서 나고 자란 열 살 소년 은규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태어나자마자 어미를 잃은 새끼 표범을 돌보겠다고 나섭니다. 은규 덕분에 점박이는 튼튼하고 날랜 표범으로 자라나지만, 조선 땅에 불어닥친 전쟁의 불길은 동물원마저 집어삼키려고 하지요. 일본인들은 폭격에 대비해 맹수들을 모두 죽이려 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은규는 점박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일본에 의해 궁궐이라는 지위를 잃고 동물원이 되는 수모를 겪었던 창경궁의 아픈 역사와 힘없는 아이와 동물마저 해치는 전쟁의 참혹함, 그러나 그 속에서 피어난 순수한 우정과 끈질긴 생명력의 이야기가 함께 펼쳐집니다.

저자

손주현

서울대학교에서국어교육과미학을공부했다.어린이·청소년들이옛것을통해올바른길을찾아가는사람으로성장하길기대하며옛날을담은책을쓰고있다.

지은책으로MBC창작동화장편부문대상을수상한《은규의꽃범》과청소년역사교양서《동물원에서만난세계사》,어린이역사교양서《조선과학수사관장선비》《흠흠신서》《위기탈출조선119》《경국대전을펼쳐라!》등이있다.

목차

눈쌓인날의탄생
소중한날들
동물원비상조치요강
그날밤창경원
마지막선물
매화꽃피면
또다른점박이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슬픈역사를간직한채동물원이되어버린창경궁,
그속에서피어난한소년과어린표범의애틋한우정

일제강점기,조선의아름다운궁궐창경궁은일본에의해강제로이름을빼앗긴채창경원이라는이름의동물원이되었습니다.일본이왕위에오른순종의외로움을위로한다는명분으로궁궐한쪽을허물고유원지를지었는데,실은조선왕실의위엄을떨어뜨리고조선인들이식민지배에불만을품지않도록하기위한계략이었지요.이후함부로들어갈수없는왕실의공간이었던창경궁은동물을들이며아무나놀러갈수있는곳이되어버렸습니다.위엄있고당당하던궁궐의모습은온데간데없게되었지요.
《창경궁에꽃범이산다》는바로이때의창경궁동물원을배경으로한역사동화입니다.열살소년은규는동물원에서나고자란아이입니다.동물원의온갖대소사에참견하고다니는통에웬만한일에는놀라지도,겁먹지도않는대찬아이이기도하지요.창경궁에눈이소복이쌓인어느겨울날,그런은규의눈물을쏙빠지게만든사건이일어납니다.동물원에막들여온어미표범이새끼를낳다가죽고만것이지요.은규는자신을낳다가돌아가신어머니를떠올리며눈물짓고,어미없이남겨진새끼표범을길러보겠다고나섭니다.이렇게은규와새끼표범점박이는둘만의애틋한우정을나누기시작하지요.
손주현작가는어린이들이옛것을통해삶의올바른길을찾아가는사람으로자라길바라며다양한역사책과역사동화를써왔습니다.《창경궁에꽃범이산다》에서는이러한바람을담아창경원이라는이름과함께변해버린우리궁궐의아픈역사를담담히그려냈지요.여기에오랜시간어린이를위한동화책에그림을그려온최정인화가의따뜻하고도애틋한삽화가어우러져독자들에게더욱깊은여운을남깁니다.

우리민족의굳건한생명력과의지를닮은
꽃범점박이,그리고은규의이야기

점박이는제2차세계대전이한창이던해에태어났습니다.일본인들이조선의밥숟가락과요강,동물원의우리쇠창살까지무기를만들기위해빼앗아가던때였지요.이와중에미국과일본사이일어난태평양전쟁때문에우리나라에도폭격이발생할수있다는소식이들려옵니다.폭격으로동물원우리가무너지면맹수들이탈출할것을우려했던창경궁동물원의책임자는명령을내립니다.“오늘저녁맹수들을모두독살하시오!”전쟁은이렇듯아무죄없는동물마저고통으로몰아넣습니다.이사실을알게된은규는점박이의목숨만이라도지켜내기위해나섭니다.과연,은규는점박이를구할수있을까요?

부엉이의울음소리가더선명하게들렸다.밤이깊어졌다는뜻이다.울음끝에잦아드는딸꾹질소리만방안을채웠다.맹수사쪽에서하나둘신음소리가들리기시작했다.고통을못이기고쥐어짜는소리가이어졌다.늑대,삵,퓨마,호랑이,곰모두각자의소리로토해내듯신음했다.독의기운이퍼져나갈수록소리는커져갔다.그러다가잠시뚝,모든소리가멈추었다.-본문중에서

예로부터우리땅에는표범이많이살았습니다.우리조상들은그표범의무늬가매화꽃같다고해서꽃범이라고부르며귀하게여겼지요.손주현작가는조선꽃범점박이가온갖모진억압에도스러지지않은우리민족과닮았다고말합니다.“역사를잊은민족에게미래는없다”라는말이있지요.창경궁이제이름과모습을되찾은지금도우리는우리민족에대한자부심을간직함과동시에지나간역사의아픔까지도잊지말아야합니다.《창경궁에꽃범이산다》는점박이의굳건한생명력,그리고점박이를살리기위해온힘을다했던은규의순수한의지와함께독자들에게오래도록기억에남는이야기가될것입니다.


<책속에서>
“추륵,촥!”
마침내뭔가쑥빠져나왔다.어른주먹만한검은덩어리였다.점박이의첫인상은그랬다.거뭇거뭇한덩어리.하얀눈위에놓인거뭇한덩어리,거기에서김이모락모락피어났다.어미는몸을돌려새끼를핥아주었다.어미몸에가려잘보이지않았지만새끼는무사한듯했다.어미는무척급해보였다.마치급히어디가야할것처럼.
_본문11쪽


은규는새끼표범에게무얼해줘야할지몰라난감했다.
“막태어난새끼를핏덩이라고하더니정말그런것같아요.이걸안아주어야할지놔둬야할지도통모르겠어요.”
“너무애쓰지마라.어미가없는새끼맹수는살아남기힘든법이야.정붙기전에내려놓는게좋아.”
히구치가일부러냉정하게말했다.그렇다고“네.”하고놔둘은규가아니었다.
“죽을땐죽더라도제가돌볼게요.그냥죽으라고둘순없잖아요.”
히구치는선뜻답하지못했다.
_본문18쪽

히구치는앞으로벌어질일몇가지를알려주었다.
“이제곧제어미만큼자랄거다.그전에표범사에집어넣을거야.”
“그렇게금방이요?”
“그래.그후엔지금처럼어루만지고껴안는걸그만해야해.이제이빨도날카로워져서언제덤빌지모르니까.”
은규는마음속에구멍이생기는것같았다.
_본문39쪽

동물원총책임자인사토가직원들에게무언가말하고있었다.직원들의표정이심상치않았다.누구는울것같은표정이었고,누구는너무놀라말문이막힌표정이었다.히구치의얼굴도보였는데평소와달랐다.무슨일이있긴한데애써감추려는표정이었다.
‘하긴사토가사무실에등장했다면꽤중요한일일거야.대체무슨일이지?’
_본문53쪽

아버지는은규를붙잡아이불속으로밀어넣었다.아버지가이불채꼭끌어안는바람에은규는꼼짝달싹할수없었다.몇번을그렇게몸부림치다결국아버지에게안겨울고말았다.방밖에아직히구치가서있었다.창문에어린히구치의그림자가길게떠는게보였다.아버지가한숨지으며말했다.
“정말긴긴밤이되겠구나.”
_본문69쪽

어느정도오른것같았다.미리점찍어둔바위둔덕이보였다.나무가드문드문하고울퉁불퉁한바위가많은곳이었다.뒤를돌아보니궁전체가한눈에보였다.달빛을받아환하게드러난창경궁은말로만듣던그옛날의지엄한모습이었다.
_본문108쪽

조선표범은몸통의무늬가매화꽃같다고해서‘꽃범’이라고불렸다.봉오리가꽃으로활짝피듯무늬가벌어지면다큰어른표범이되었다는표시다.은규는점박이를꼭껴안았다.
“매화꽃이활짝피면꼭다시만나자.”
_본문1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