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15.00
Description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의사가 기록한 마지막 흔적
우리의 선택이 보여주는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
서울대 암 병원 18년차 종양내과 전문의 김범석 교수가 만난 암 환자와 그 곁의 사람들, 의사로서의 솔직한 속내를 담은 에세이.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각자 다른 모습으로 남은 시간을 채운다. 누군가는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담담하게 삶을 정리하고, 누군가는 시시각각 찾아오는 죽음을 미루기 위해 고집을 부리기도 하며, 어떤 이는 암을 이겨내고 다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 곁의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사후 뇌 기증 의사를 존중하는 아들, 의식 없는 어머니를 끝까지 떠나보내지 못하는 남매, 폭력적이었던 아버지를 외면하는 딸, 연인이 암 환자인 것을 알면서도 결혼을 선택한 남자 등 환자 곁의 사람들 모두 각기 다른 선택을 한다. 저자는 환자들과 가족들이 그려가는 마지막을 지켜보며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를 곱씹어보게 되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렇게 얻은 삶과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잊지 않기 위해 저자가 틈틈이 남겨온 기록이다. 책의 1, 2부는 저자가 만나온 환자들의 이야기로 환자와 가족들이 예정된 죽음과 남은 삶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3, 4부는 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고민과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책 속의 사람들의 모습에는 지금 여기,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삶과 죽음에 태도는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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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범석

서울대학교암병원종양내과전문의.항암치료를통해암환자의남은삶이의미있게연장되도록암환자를돕는일을하고있다.서울에서태어나서울대학교의과대학을졸업했다.서울대병원내과에서전공의과정을마친뒤,서울대병원혈액종양내과에서전임의과정을마쳤다.현재서울대병원혈액종양내과임상부교수로근무하고있으며,미국임상암학회,미국암학회,유럽종양내과학회,대한항암요법연구회,한국종양내과학회...

목차

이야기를시작하며

1부.예정된죽음앞에서
너무열심히산자의분노/내돈2억갚아라/특별하고위대한마지막/혈연이라는굴레/사후뇌기증/저는항암치료안받을래요/10년은더살아야/대화가필요해/믿을수없는죽음/임종의지연

2부.그럼에도산다는것은
인생리셋/기적/학교에서잘렸어요/잔인한생/아이의신발/오늘도공무원시험을준비합니다/요구트르아저씨/말기암환자의결혼/내목숨은내것이아니다

3부.의사라는업
별과별사이:600대1의관계/누군가를이해한다는것/눈을마주치지않는사람들/파비우스막시무스/너무늦게이야기해주는것아닌가요/3월의신부/윤리적인인간/이기심과이타심

4부.생사의경계에서
각자도생,아는사람을찾아라/최선을다하는것이최선이었을까/존엄한죽음을위해서:연명의료결정법에대하여/울수있는권리/죽음을기다리는시간/마지막뒷모습

이야기를마치며

출판사 서평

“삶에는수많은처음과마지막이있지만우리인생의가장처음과가장마지막은탄생과죽음이다.이시작과끝만큼은내가아닌타인의기억으로남는다.탄생은내의지와무관하게맞는것이지만죽음만큼은준비할수있다.언젠가분명히‘죽음’의순간이온다는건사실이고우리는그사실을알고있기때문이다.나는그점이몹시다행이라고생각한다.하지만대부분많은사람들이이‘준비할수있는죽음’을‘어쩌다갑자기맞는죽음’으로끝내고있는게아닐까싶다.”-4부.<마지막뒷모습>중에서

서울대병원18년차종양내과의사가기록한암환자들의마지막모습
“남은삶을의미있게하는것은무엇인가?”

2019년기준암사망자수는7만8863명으로2018년에비해1만명가까이증가했고,한국인이사망하는장소로병원은1996년25.2퍼센트에비해2019년77.1퍼센트로급격하게바뀌었다.연명의료를하지않거나중단하겠다는의사를밝히는‘연명의료계획서’작성건수는2017년대비2019년2만건이상이늘었다.(시사인‘죽음의미래’참조)이같은사실이말해주는것은암환자들의죽음이가장많이이루어지는곳도바로병원이라는이야기이고,죽음에대한사람들의태도에도변화가생기고있다는이야기일것이다.실제로서울대병원18년차종양내과의사인저자는이책에서,“2016년대한민국에서사망한28만명중21만명이병원에서사망했고,말기암환자는90퍼센트가병원에서임종을맞는다”라고말했다.
저자는종양내과의사로서수많은암환자들과그가족들의선택과그들이보내는시간을지켜보며삶과죽음에대해많은것을배웠다고이야기한다.그런의미에서이책은의사이자한인간으로서깨닫게된삶의의미와,옳고그름의도덕적잣대로판단할수없는마지막선택을통해자신이배우고느낀바를,그리고환자들을잊지않기위해기록한일종의비망록이라고말한다.“지금까지만나온환자들의선택이,그들이꾸려가는시간이,말과행동하나하나가내게는반면교사가되기도했고정면교사가되기도했다.내가만난환자들은삶과죽음으로살아있는나에게많은이야기를들려주었다.그속에담긴의미를찾아가는과정이마치생의숙제를푸는것같았다.그들이야말로나의선생님이었다.(…)돌아가신분들의모습을통해서지금의우리를돌아볼수있다는것,그들의죽음이사라지는것이아니라누군가에게는기억되는죽음이라는것,나아가누군가의죽음이어떤이에게는삶이될수도있다는것을이야기하고싶었다.”(6-8쪽)

죽음앞에선환자와가족의선택,
삶과죽음에대한태도를생각하게하다

《어떤죽음이삶에게말했다》에언급되는환자들은모두암환자이지만암진단을받은이후에저마다의선택을하고각자다른모습으로종착역을향해간다.누군가는돈때문에끊어진혈육의정을회복하기보다빌려준돈“2억갚아라”라는유언을남기고떠나기도하고,누군가는죽음직전에서삶의의미를깨닫지못한채10년만더살기만을바라기도한다.칠순의한노인환자는그동안해보지못했던것들을해보며일상의소중함을느끼고,또다른노인환자는의사도모르게‘사후뇌기증’을신청해놓고떠난다.모두가“앞으로남은날이○○정도됩니다”라고기대여명에대해듣지만그남은시간을채워가는모습은제각각이다.
환자들이남은삶과예정된죽음을대하는태도는삶과죽음에대한우리의태도를묻는다.이에대해저자는“사람은누구나‘주어진삶을얼마나의미있게살아낼것인가’라는질문을안고태어난다.일종의숙제라면숙제이고,우리는모두각자나름의숙제를풀고있는셈이다.물론이인생의숙제를풀든풀지않든,어떻게풀든결국죽는순간그결과는자신이안아드는것일테다.기대여명을알게된다는것은마음아픈일이지만조금다르게생각해보면특별한보너스일지도모른다.보통은자기가얼마나더살지모르는채로살다가죽기때문이다.물론이문제를다풀지않는다고뭐라고하는사람은없지만빈칸으로남겨두기에는아쉬운일이다”(62-63쪽)라고적는다.
또한환자가종착역으로가는여정에는환자만있는게아니다.그의가족이함께다.원발부위불명암을앓는남편이완치되기까지희망을놓지않고서울과부산을오가던아내가있고,폭력을행사했던아버지를끝내외면하지못해혈연을저주하면서도마지막을책임졌던딸이있다.각자암투병을하고있는이혼한부모를돌보느라병원과일터를전전하는아들도있으며,암과치매를앓는88세의아버지를모셔야하는예순에가까운딸도있다.저자가지켜본환자의가족들은환자만큼이나저마다의선택과이야기를들려주고있다.
환자와그가족의모습은우리에게서멀리있지않다.우리역시누군가의부모이자자식이고,반려자이기때문이다.그렇기에이들의이야기는가볍게지나가지않는다.그들의선택은어떻게내가족을떠나보내야하는가,그들의마지막을어떻게함께해야하는가를생각해보게만들며또다른의미에서삶과죽음에대해돌아보게한다.

최선을다하는것이과연최선이었을까?
환자의남은삶과죽음을함께고민하다

암환자가가장많은시간을보내는곳은병원이고,이곳에는그마지막까지환자,가족과함께최선을다하는의사가있다.한사람의생사와남은날을지켜보고치료해야하는의사의고민은깊다.“선생님에게는제가600명중한명일지몰라도저에게는선생님한분뿐이거든요”라고말하는환자앞에서환자와의사의관계를생각하고,완치되었으나암환자라는이유로취업에불이익을받는젊은암환자들을보며사회의역할을되묻고,항암치료를거부하다항암치료를할수없는상태가되어서야치료를요구하는환자들을안타까워한다.팔순노모에대해연명의료를중단하지않겠다는사남매로인해온몸이붓고의식을잃은환자의갈비뼈가부러지는순간에도심폐소생술을멈출수없는현장에서환자와가족,의료진모두최선을다했지만‘최선을다하는것이과연최선이었을까’를되묻는다.환자도병원도싫어하는완화의료에대해서도그것이환자의남은삶을위한최선의선택일수있다는신념을고백하기도하며,어쩔수없이‘시속10명’으로환자를만나야만하는,한국의공장식박리다매진료에대해씁쓸함을털어놓기도한다.
뿐만아니라저자가들려주는몇가지사연들은‘연명의료결정법’에대해서도생각해보게한다.환자가살아는있으나죽음보다도못한상태일때,존엄과는멀어지고있는경우에보호자와의료진은선택의순간을맞이한다.환자를떠나보내야할지,최악의상황이라고해도이승에붙들어놓을것인지.〈존엄한죽음을위해서〉이야기속에서환자의아들은아버지가편히돌아가실수있게임종방에모셨지만아버지는점차사람의외형을잃어가고악취를풍기면서도돌아가시지않는다.그곁을지키던아들은차라리보내드리는게낫겠다며오열하고담당의사인저자는산소호흡기를떼야하는지를고민한다.법으로는연명의료중단이가능하게되었으나그순간의사도보호자도그선택을하기란쉽지않고,저자는이이야기를통해서그선택의무게를토로한다.
종양내과의사로서저자는환자의남은삶을의미있게만들고존엄한죽음을위해깊이고민한다.우리대부분은독자이기이전에한사람이며,사람이기에병으로부터멀리있지않다.그렇기때문에저자가마주한환자와보호자의자리에언젠가우리가앉게될수있으며그과정을우리도함께해야할수도있다.저자가의사로서들려주는이야기가단순히‘의사’만의것이아니라우리의이야기이기도한이유다.

김범석교수는이책에서“뜻하지않게자신이떠나갈때를알게된사람들과여전히떠날때를알지못하는사람들을생각할때나는그이야기를함께나누고싶었다.그것은우리에게주어진시간의무게를다시생각하게하기때문이고,언젠가는찾아올‘나의죽음’을마주하게하기때문이다”라고말했다.그의말처럼《어떤죽음이삶에게말했다》는암환자와가족,의사인저자의선택과그들의모습을통해지금나의삶을돌아보게하고죽음에대한태도를돌아보게하는책이다.또한거기에서나아가언젠가나와내가족에게마지막이다가왔을때어떤선택을하고어떻게남은시간을어떻게채워가야할지,어떤모습으로종착역으로향해가야할지깊이생각해보게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