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생명의 지문 : 생명, 존재의 시원, 그리고 역사에 감춰진 피 이야기

피, 생명의 지문 : 생명, 존재의 시원, 그리고 역사에 감춰진 피 이야기

$24.00
Description
몸과 마음의 문제에서부터 경제, 문화, 역사에 이르기까지
‘피에 관한 세상의 거의 모든 지식’을 망라한 과학책!
병원 응급실로 가슴에 칼이 꽂힌 남자가 긴급히 이송된다. 칼날은 환자의 심장 깊숙이 꽂혀 있고, 그가 입고 있던 스웨터는 검게 굳은 피로 뻣뻣하다. 그리고 여기 한 심장외과 의사가 있다. 그는 지금까지 수천 개의 심장을 수술한 베테랑 심장외과 전문의다. 그에게 흥건히 흘러내리는 피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보는 일상적 장면이다. 그런 그가 수술대 위의 환자를 보며 오싹함에 휩싸인다. 규칙적으로 움직이며 환자 몸속의 심장박동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칼자루 때문이다. 가슴을 열지 않고도 심박수를 확인할 수 있는 이 상황에 그는 몸서리친다. 그 순간에도 환자의 몸에서는 생명의 피가 빠져나간다. 이윽고 수술이 시작된다. 이 환자는 살아서 수술실 밖을 나설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과다 출혈로 죽어가는 이 환자를 살릴 수 있을까? 그의 심장에 칼을 꽂은 사람은 누구이며, 이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피, 생명의 지문》은 마치 메디컬 드라마의 결정적인 한 장면처럼 인상적인 서막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책은 독일 신경심장학 및 심리심장학의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는 베테랑 심장외과 전문의가 ‘피’를 매개로 삶과 죽음, 인간 생명의 메커니즘에 대해 흥미롭게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피에 관한 세상의 거의 모든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살인미수 사건의 피해자인 ‘하미트’의 수술과 회복 과정 그리고 다시 맞이한 위기 등, 하미트의 드라마틱한 삶의 여정을 시간의 순서로 서술해나간다. 한 편의 소설을 읽듯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피의 흐름 뒤에 숨겨진 생로병사의 비밀은 물론이고, 피의 경제사, 문화사 등 전방위적인 지식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다. 의학과 과학의 경계를 뛰어넘어 경제와 문화, 의식과 심리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피’라는 프리즘을 통해 삶과 죽음, 생명의 역사를 전하는 뛰어난 대중 교양 과학서다.

저자

라인하르트프리들,셜리미하엘라소일

저자:라인하르트프리들,셜리미하엘라소일
심장외과분야의선구자라인하르트프리들의학박사의소명은우리의심장박동에있다.수천개의심장이그의손을거쳐갔다.그는미숙아를수술했고,고령환자의심장판막을고쳤고,인공심장박동기를이식했으며,칼에찔린심장을봉합했다.피는심장외과의사,중환자실의사,응급의사등과일상적으로함께하는동반자다.피는우리몸의모든세포를심장과연결해준다.프리들박사는심장,피,뇌,영혼사이의복잡한연결속에담긴비밀을점점더많이밝혀내고있는최신신경심장학과심리심장학에관심을쏟고있다.
공동저자셜리미하엘라소일은프리랜서작가로,수많은책을출판했다

역자:배명자
서강대학교영문학과를졸업하고,출판사에서8년간편집자로근무했다.그러던중대안교육에관심을가지게되어독일로유학을갔다.그곳에서뉘른베르크발도르프사범학교를졸업했다.현재가족과함께독일에거주하며바른번역에서활동하고있다.옮긴책으로는《치유의기도》《아비투스》《밤의사색》《숨쉬는것들은어떻게든진화한다》《잘못된단어》《걱정중독》등이있다.

목차

1부피
1장피바다
2장피의흔적
3장피는흘러야한다
4장살과피
5장골든타임
6장작은부상
7장헌혈
8장혈액은행
9장붉은금
10장더럽혀진피
11장우리는‘한’핏줄일까?
12장영혼이피를흘리면
13장전쟁페인트
14장영혼수술
15장피소시지와간소시지
16장패혈증

2부생명
17장샘
18장유압램
19장생존
20장피와사랑
21장세상의배꼽
22장생명이란무엇인가?
23장순환의완결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피는선과악의이야기가교차하는매력적인액체다.”
베테랑심장외과전문의가전하는
피의비밀과그흐름뒤에숨은수수께끼

괴테의희곡《파우스트》에서주인공파우스트는세상의모든지식을얻기위해악마메피스토펠레스에게자신의영혼을판다.메피스토펠레스는파우스트의피로서명된영혼매매계약서를손에쥐고다음과같이의미심장한말을한다.

“피는특별한액체다!”

붉은피는흔히‘약동하는생명’을은유한다.하지만피가언제나삶을뜻하는것은아니다.몸에서흘러나가돌아오지않는피는곧죽음이다.피는생명을잉태시키기도하지만목숨을앗아가기도한다.수혈을통해우리는죽어가는생명을살리지만,많은전염병이혈액을매개로옮겨지기도한다.인간은피의이름으로뜨거운정의를외치고진한우정과변치않는사랑을약속한다.한편전쟁,사고,폭력,희생,복수가있는곳은언제나피로얼룩진다.이처럼피는선과악의이야기가교차하는매력적인액체다.

《피,생명의지문》은지난30여년간신경심장학및심리심장학을연구하며몸(심장)과마음(의식)의관계를탐구해온심장외과전문의가‘피에관한세상의거의모든지식’을전달하는대중교양과학서다.이책은과학교양서이지만전개방식이독특하다.칼이심장에꽂힌채응급실에실려온‘하미트’의수술과회복과정및그가겪은살인미수사건의내막을파헤치는미스터리한스토리가한축을이룬다.이이야기에의학적이고과학적인설명이곁들여지면서픽션과논픽션의경계를넘나드는흥미진진한이야기가펼쳐진다.

“심장외과의사는엄밀히말해혈액외과의사다.”(라인하르트프리들)

물론피를여느장기들처럼수술할수는없다.심장외과의사는심장을고치는전문가이자심장에서분출된피가심방과심실,판막과혈관을통해제대로된방향으로원활하게흐르도록조정하는사람이다.그런면에서심장외과전문의인저자가‘피’에대한이야기를풀어놓게된것은필연이었다.

의학과과학의경계를넘어경제와문화,의식과심리의영역까지
‘피’라는프리즘을통해삶과죽음,생명의역사를통찰하다

피가특별한액체인이유중하나는우리에게많은정보를알려주기때문이다.붉은피안에는백혈구와적혈구,혈소판만들어있지않다.피한방울이면유전자분석을통해한사람의정체성을완전히밝혀낼수있다.건강상태는물론이고,혈통에대한추적까지피는한인간의중요한정보가오롯이담긴‘액체형지문’인셈이다.

하지만무엇보다도피를특별하게만드는것은‘흐른다’는속성이다.(이책의원제는‘DerFlussdesLebens’로우리말로번역하면‘생명의강’이라는뜻이다.)피는우리몸의원초적흐름이다.몸속에피가흐르지않으면모든기관은얼마지나지않아작동을멈춘다.피의순환이멎을때우리의삶도끝난다.흐른다는것은정보를이곳에서저곳으로전달한다는뜻이기도하다.피는인체내부의정보를영양분,호르몬,전달물질등의다양한형태로전달하며각각의기관을연결하는탁월한커뮤니케이터다.혈액순환에문제가생기면우리몸이제대로기능할수없는것도이때문이다.

인류에게피가얼마나중요한액체로여겨졌는지는우리가사용하는언어만돌아봐도직관적으로이해된다.마음아픈일이생기면우리는흔히‘심장이피를흘린다’라고표현한다.좋아하는것에정성을다하는것을두고는‘심혈을기울인다’라고말한다.지치고힘들때는‘온몸의피가다빠져나간것같다’라고도한다.무언가에특별한재능을가진이를두고‘특별한피가흐른다’라고하며,실패를하거나금전적손실을입었을땐‘출혈이있다’라고이야기한다.피는우리의영혼이자마음이고,정성과노력이며,때로는능력과재산,가치있는그무언가를가리킨다.그뿐인가.냉정한사람을‘피도눈물도없는사람’이라고부르며,정력이넘치는이는‘뜨거운피를가졌다’라고말한다.재미없고지루한글을‘핏기없는글’이라고도한다.이처럼피는우리의감정을표현하는탁월한메타포로기능한다.

피는의학과과학에서만다루는주제일것같지만,경제와문화와도밀접한관계가있다.헌혈은사람을살리는숭고하고가치있는행위이지만그이면에는경제적논리가작동한다.기증된혈액을수집하고처리하고,관리하는혈액은행은거액의돈이오가는대규모사업이다.통계에따르면,피는1리터에400달러로세계에서가장비싼액체순위에서10위를차지한다.특히전혈보다혈장이수익성높은상품으로여겨진다.그때문에미국극빈자들사이에서는혈장판매가일종의생계수단으로이용된다.매혈의경제사다.

한편,인류역사상가장끔찍한범죄인나치의대량학살도피와떼려야뗄수없다.오스트리아병리학자카를란트슈타이너가ABO체계의혈액형을발견했을때,그것은인류와의학계의축복이었다.하지만나치는이획기적인발견을근거로차별과무차별한살상을자행했다.나치는혈액형이A형이고키가크며금발에파란눈을가진아리아인종을널리확산시킬목적으로1935년‘독일혈통과명예를보호하는법’을통과시켰다.이와같은순혈주의에대한망상은현대세계사를피의역사로물들였다.

“인생은붉은피를타고흐른다!”
우리몸속‘생명의강’을유영하는특별하고도짜릿한지적탐험

1부에서‘피’라는소재를둘러싼의학과과학,경제와문화등과관련된정보들을전달했다면2부에서는‘생명의순환’이라는보다더큰범위의이야기로옮겨간다.

피가순환한다는사실은지금으로부터약400여년전영국의생리학자윌리엄하비가발견했다.하비는피가자체적으로활발히움직인다고생각했다.피의움직임이심장수축을자극하고,심장이수축할때마다우리몸에서는새로운활력이생김과동시에부패가방지된다고여겼다.그는피의순환이물의순환처럼행성들의원운동을모방한다고봤다.하비의관점에서심장은인간이라는소우주의태양이었다.이러한하비의놀라운발견은당대에지지를받지못했다.하비의순환이론을처음으로받아들인이는철학자데카르트다.하지만인간을기계로봤던데카르트에게피가자체적으로활발히움직인다는생기론적해석은납득할수없었다.데카르트의관점에서는피가순환하려면그것을가능하게하는펌프가존재해야했다.그펌프는바로심장이다.1850년에출간된혈역학교재에는“심장은펌프기이고대량의피를온몸의혈관에보낼만큼강력하다”라고적혀있는데이와같은데카르트주의적견해는오늘날까지도유지되고있다.

하지만최근들어심혈관순환계분야에서는미묘하고기발한방식으로조절되고자체적으로조직되는혈류,심장,순환에관한새로운연구결과들이쏟아지고있다.심장의펌프패러다임에의문을제기하는의사와과학자들도많아졌다.프리들박사역시한때는심장이피를흐르게한다고믿었으나이제는피를움직이는힘이과연심장의수축으로만가능한지에대해의구심을던진다.물의대순환처럼여러가지힘이작용하는복잡한심혈관시스템을펌프패러다임이라는단순화된관점으로만보는것은한계가있다는것이다.가슴과복부의큰동맥을수술할때는심장에서피가방출되지않도록막는데,그럼에도불구하고역설적으로이때심박출량이최대25퍼센트까지증가하는것이그증거중하나다.또한,한동물실험에따르면생명체(이실험에서는개)가사망한후최대두시간까지혈류가감지됐다고도한다.심장이피를순환시키는펌프라는관점으로는설명이불가능한일이다.이와같은최신의학정보들을눈높이에맞춘설명을통해접할수있는것도이책의커다란매력이다.

피는인간의식의기원을밝혀주는도구로도사용된다.지구상의그누구도아직까지의식의존재를대면하거나완전히이해하지못했다.의식은근대자연과학이이룩한경험주의의그물망으로온전히포섭해내지못한미지의영역이다.우리는뇌의혈류를자기공명영상을통해측정함으로써의식의흔적들만간신히볼수있을뿐이다.이흔적들은아직까지그실체가규명되지않은의식의비밀을풀어줄희미한단서다.

인간의삶은붉은피를타고흐른다.피가없으면생명도없다.저자가들려주는피의이면에숨은이야기들에귀를기울이다보면삶과죽음에서부터사랑,욕망,의식,마음등우리삶의핵심적인주제들을새로운시선으로재발견하게될것이다.그짜릿하고흥미로운지적여정을《피,생명의지문》과함께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