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밖의 이름들 (법 테두리 바깥의 정의를 찾아서)

법정 밖의 이름들 (법 테두리 바깥의 정의를 찾아서)

$18.00
Description
법정 안에서는 피해자를 위해 싸우고
법정 밖에서는 제도의 빈틈을 기록한 변호사의 증언
범죄 피해자의 변호사는 오늘도 바쁘다. 법원에서, 검찰청에서, 경찰서에서, 병원에서 피해자를 만나고, 설명하고, 설득하며 함께 걸어야 한다. 으레 그렇듯 법조인은 감정을 절제하고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지만 피해자의 변호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렇다. 이 책의 저자 서혜진은 분노하는 변호사이다. 『법정 밖의 이름들』은 고은, 이윤택, 안희정, 텔레그램 N번방 등 한국 사회를 뒤흔든 사건에서 피해자의 옆에 섰던 변호사 서혜진의 첫 책이다. 하지만 단순한 판결 해설서는 아니다. 법의 언어로는 닿지 않았던 감정과 기록되지 않은 이름의 흔적을 따라가며, 우리와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정의 그리고 더는 지체되어서는 안 될 변화들이 무엇인지 말한다. 이 책은 우리가 외면해 온 고통에 질문한다. 사람이 바뀌면 법률도 바뀐다. 이 책은 그 시작이 고통에 응답하는 일이라는 걸 증명한다.
저자

서혜진

저자: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법률사무소대표변호사.
이화여자대학교법학과를졸업하고서울대학교대학원에서법학석사학위를받았다.동대학원에서법학박사과정을수료했다.변호사생활을시작한이후,법률조력을제대로받지못하는범죄피해자에게자연스레마음이향했다.특히사회적발언권이약한젠더폭력피해자들,아동·청소년과함께하며성폭력,스토킹,디지털성범죄,가정폭력,아동학대사건을다수맡아왔다.
고은,이윤택,안희정,텔레그램N번방사건등한국사회에중대한질문을던진사건에서피해자의법률대리인으로활동했다.법정안팎에서쉽게지워지는이들의회복을돕기위해지금도변론을계속하고있다.
법률전문성을사회적약자보호와성평등의식확산에쓰기위해,피해자지원과제도개선에힘써왔다.한국여성변호사회인권이사를역임했고현재는아동청소년지원특별위원회위원장을맡고있다.중앙행정심판위원회위원,여성가족부여성폭력방지위원,경찰청국가수사본부수사심의위원,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회위원등을역임했다.대통령실,법무부,여성가족부,경찰청등에서성희롱·성폭력예방과성인지감수성향상을위한강의및강연활동을꾸준히하고있다.2020년에는양성평등조직문화조성과성희롱·성폭력예방에기여한공로로법무부장관표창,2023년에는디지털성범죄예방공로로서울특별시장표창을받았다.
tvN<알쓸범잡2>,KBS<스모킹건>등다수의방송에출연해,법의사각지대에놓인피해자의목소리를대변하며공론화에노력하고있다.

목차


추천의글
들어가며|피해자를위한변호사로살아간다는것

1부침묵을여는법
피해자이기전에한인간으로
나는인권변호사가아니다
그폭력엔이름이없다
피해의언어
아이의세상이언제나따뜻하진않다
가짜니까괜찮아
거절을생각하는변호사

2부존재를증명하는말들
그때도틀렸고지금도틀렸다
변호사도가끔은피해자가된다
그는내가속한세상의왕이었고나는그왕이끔찍했다
나도모르는사이나는‘재미’가되었다
희생으로만들어진법
버텨낸자들의이야기
법이놓친시간,정조에관한죄

3부정의가닿지못한자리에서
망치로머리를때려도집행유예
국민참여재판은피해자에게유리할까?
왜사과를안할까?
그는사라졌고,나는남겨졌다
통쾌한복수가있을까?

4부서로를지키는말들
소진,하다
저는피해자를변론하는변호사입니다
법률에는마음이있다

나가며|말이닿는자리까지,사람을지키는일

출판사 서평

누구나피해자와가해자가되는사회에서
우리는어떻게중심을잡을수있는가

2023년한해에만성폭력44,238건,아동학대48,522건,가정폭력44,524건이접수됐다.하지만이는어디까지나‘신고된’수치일뿐이다.목소리를내지못한피해자들까지포함하면실제피해의규모는훨씬더크고복잡하다.피해자의고통,2차피해,불완전한판결,제도의무관심같은단어들이이제더이상낯설지않아졌지만,그익숙함은또다른질문을불러온다.
“혹시내가가해자는아니었을까?”
어쩌면우리도누군가의상처를외면하거나덧나게했을지모른다.가해는의도하지않아도발생할수있고,피해는입증되지않으면존재하지않는것으로간주된다.그경계속에서물어야한다.누구나피해자와가해자가될수있는시대,우리는무엇을기준으로삼아살아가야하는가?이책은단순히그물음에답을주기보다,질문의자리를마련한다.그리고말한다.정의란법정안에서만이루어지는것이아니라고.우리가어디에귀기울이고어떻게응답할지를선택하는순간마다다시쓰여야한다고.

과거의관성이현재의고통을만든다

오늘날에도뿌리깊게남아있는‘낡은사고의잔재’들은피해자의존엄을위협한다.법적으로는사라졌지만,판결의언저리에서여전히작동하는기준들(피해자다움,정조관념,가족주의,공소시효)은피해자가스스로를끊임없이증명해야하는구조를만든다.가해자중심의서사가피해자중심으로많이옮겨왔다고는하지만,여전히피해자는울고도망치고약해야만‘진짜’로받아들여진다.신고시점이늦거나피해감정을예상과다르게표현하면‘가짜’로의심받는다.일례로「정조에관한죄」는폐지됐지만,피해자의성적이력이판결에영향을미치는관행은좀처럼사라지지않는다.가정폭력이나교제폭력은‘친밀한관계’라는말로축소되고,침묵끝에꺼낸진실은공소시효앞에서무력해진다.심지어가해자가자살하면공소권없음으로즉시사건이종결되니,피해자의고통은‘증명불가능한감정’으로밀려나버린다.
과거의도덕기준과제도적관성은지금도피해자를배제한다.『법정밖의이름들』은그잔재들이남긴균열을피해자의눈으로들여다보며,우리가무엇을바꾸지못했는지,무엇을여전히외면하고있는지를차분하게묻는다.

지금틀린것이라면그때도틀린것이다.여성의신체안전과권리보다정조와순결이우선되는과거가정말괜찮았을까?물론현재의잣대로모든과거를평가할수는없다.그렇다고반세기전에일어난일을정당하다고평가하는게옳은가?그렇게한인간을대해도괜찮을까?피의자든피고인이든,여성이든남성이든,어린아이이든어른이든,인간에관한배려는당연하다._102쪽

1부에서는성폭력,가정폭력,아동학대피해자들이사회적통념과자기검열속에서어떻게침묵을깨는지를다룬다.교제폭력,디지털성범죄,스토킹,직장내괴롭힘등법률이관심을두지않는폭력이어떻게심화되고수많은피해자를만드는지를설명한다.
2부에서는침묵을깬피해자들이다시한번입증을요구받고,끊임없이검증당하는법의구조속에서마주하는또다른폭력을다룬다.최말자사건으로불리는혀절단사건,텔레그램N번방사건,이윤택에대한미투,김태현살인사건등한국사회에서큰문제제기가된사건들을통해가해자에게힘을실어주는사회를정면으로마주한다.
3부에서는법과제도가피해자의곁에머물지않을때를기록한다.국민참여재판의맹점,가해자자살로인한공소권없음,가해자고발후도리어고소당해피해자가피의자가되는경우,피해자가아닌판사를향한형식적인사과등자신의전부를걸고싸워야하는피해자의현실을짚는다.
마지막4부에서는피해자를돕는사람들에관해이야기한다.이들이무엇을지키고자하고,소진되지않기위해필요한윤리가무엇인지,이일을계속해야만하는이유를설명한다.이책은법은우리를이끄는것이아니라따라가는것임을상기시키며,법의허점또한해석하는‘사람’의영향이더크다고말한다.법만을탓하기보다나부터바뀌어야하는이유이다.

회복은정말개인의몫일까

그런감정을느껴본적있는가?내말이무시당하고,침묵이강요되고,고통을이야기했지만도리어의심만돌아온적이.『법정밖의이름들』은바로그익숙하고도서늘한감각에서출발한다.피해는단순한‘사건’이아니다.말해지지못한감정,회복되지못한관계,응답받지못한시간까지도모두피해의얼굴을하고있다.
그렇다면회복은누구의몫인가?사람들은흔히‘시간이해결해줄것’이라믿는다.하지만피해자의회복은결코개인의몫이아니다.제도와법,사회와공동체가어떻게응답하느냐에따라회복은시작되기도,지연되기도,영영불가능해지기도한다.말할수있는권리,믿어주는사회,존재를지우지않는시스템이야말로회복의최소조건이다.
그래서이책은‘누가옳은가’를따지기보다,‘어떻게들을것인가’,‘어떻게응답한것인가’를묻는다.저자는피해자가자신의언어로말할수있게돕고,연대자에게는듣는법을,우리사회전체에는함께회복할수있는감각과책임을제안한다.그렇다.이이야기는단지피해자만의것이아니다.존중받지못한기억을지닌모두를위한이야기이며,그기억에이름붙이고다시말할수있게만드는회복의언어이자변화의언어이다.우리는기억해야한다.법은언제나우리뒤에있다.사람이움직일때,비로소법도움직인다.『법정밖의이름들』은그움직임의첫걸음을함께내딛고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