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face 3 (김건환의 시선 Through the Eye of Kim Geon-Heoun)

Surface 3 (김건환의 시선 Through the Eye of Kim Geon-Heoun)

$27.00
Description
안개와 서리, 나무의 옹이 등 자연의 풍광을
집요하게 카메라에 담아 온 사진작가 김건환이
아날로그적 시선으로 포착한 소금의 세계
인천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중견 사진작가 김건환이 염전과 소금이라는 소재를 담은 표면 시리즈의 사진집을 출간한다. 전국 유명 염전을 돌아다니면서 촬영한 45컷의 사진들은 염전과 소금창고의 표면을 통해 자연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김건환은 오래전부터 발밑에 뒹구는 나뭇잎, 이슬 맺힌 풀, 초겨울 땅 위 서릿발 등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하찮은 것들의 표면을 4x5인치 카메라로 섬세하게 촬영해 왔다. 소금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일상에 당연하게 존재하며 또 그만큼 쉽게 지나쳐 버리는 소금은, 작가의 시선 아래에서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게 낯설게 다가오는 소금 자국들은 단순히 장면을 위한 심미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작가가 삶의 육중한 갑옷을 던져 버리고 스스로의 만족과 희열을 발견한 것, 그것이 바로 소금일 것이다. 렌즈를 통해 드러나는 소금은 작가의 삶이 투영된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이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고 있듯이 사진도 예외는 아니다.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의 촬영과 현상은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시대에 김건환은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해 왔다. 디지털 사진과 아날로그 사진은 각기 나름대로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작가는 새로운 방식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아날로그적 표현 방식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작가 김건환이 다루기 힘든 4x5인치 카메라로 포착한 사진을 통해 독자는 놓치기 쉬운 사물의 미세한 형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미학적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김건환

개인전
2025김건환개인전,도든아트하우스초대전
2024김건환개인전,운현궁기획전시초대전
2024김건환개인전,벨라갤러리초대전
2023김건환사진전〈서리꽃〉,케이스24갤러리스페이스앤초대전
2021김건환개인전〈표면II〉,선광미술관(인천문화재단후원)
2020김건환사진전〈서리꽃〉,선광미술관(인천문화재단후원)
2020김건환사진전〈表面-소금꽃〉,아트비트갤러리
2019김건환개인전〈결(結,gyeol)〉,인천화교역사관(인천문화재단후원)
2014김건환의〈시각III〉,한중문화관(인천문화재단후원)
2010김건환의〈시각II〉,와갤러리초대전
2009김건환의〈시각I〉,갤러리진(인천문화재단후원)

단체전
KIAF(COEX)외다수전시

Publications
2024김건환의시선『SurfaceⅡ』,도서출판디자인센터산
2022김건환사진집『Surface』,도서출판다인아트

Collection
인천문화재단(인천미술은행)작품소장

출판사 서평

〈작가인터뷰〉

우직하게아날로그의향수를끌어안고사는사진작가김건환
_유사랑(시사만평가,화가)

안개와서리,그리고오랜세월의더께가내려앉은나무의옹이를촬영하기위한그의작가적집념은지독할정도로정평이나있다.
안개가내려앉은춘천의암댐사진한장얻기위해3년을쫒아다녔는가하면,서리맞은꽃배추하나를앵글에담아내기위해겨울새벽한강둔치로출근하기를밥먹듯하기도했다.가평숲사진은10년간발품을팔아원하던한컷을찍었을정도다.소래염전터에타다남은널빤지의옹이에서리가내려앉기를봄부터기다린끝에기어코촬영에성공했다.
그러나서리나안개가내렸다해도너무많이내려피사체의형상이드러나지않은날은허탕이다.너무얕게내려서릿발이나안개가카메라에제대로잡히지않은날도공치는날이다.그의작품들은저마다이런눈물겨운수고와발품으로한점한점태어난것들이다.

그는디지털이라는괴물이공기처럼만연된시대에30년넘게‘反디지털주의’를표방한채아날로그의향수를끌어안고산다.
“너무빨리,순식간에세상을뒤덮어버린디지털의편리함을전들왜모르겠어요.그런데그대책없는편리함이저한테는오히려너무낯설고불편해요.마치언젠가는치러야할부담스런외상술값처럼찜찜한느낌인거죠.”
돈없이는할수없는음악과사진이취미인남자김건환은그래서사진을찍지않을때는인천남동공단에서조그만선반공장을운영하면서돈을번다.그러고는돈이생기는족족사진과음악에쏟아붓는다.
“사진은음악과일란성쌍둥이같아요.힘들게한컷건진사진에서내가좋아하는재즈명곡의느낌이확풍길때가있어요.제사진작품의주제들인안개,서리,잡초,그리고나무에박힌옹이들은모두재즈의철학적성격과일맥상통하죠.”

1980년대에음반을구하러광화문과남대문을넘나들던그의눈에당시즐비하던카메라가게가들어왔다.호기심으로카메라를구해시장상인들을찍었다.
카메라뷰파인더로들여다본세상은맨눈으로볼때와는사뭇달랐다.신기했다.알수없는짜릿함이그를달뜨게했다.축구를그만둔이후그런느낌은처음이었다.
그렇게그는운명처럼사진이라는블랙홀에매몰됐다.더나은사진기와장비를장만하기위해선반공으로공장에취업도했다.선반기술은이후평생그의호구지책이되었다.

그러던어느날,현상소사장님이충무로의한현상소에서프린트된사진한장을보여줬다.‘안셀애덤스(AnselAdams)'라는세계적으로유명한미국풍경작가의사진이었다.뒤통수를한대맞은기분이었다.그길로서점으로달려가10만원씩이나하는거금을주고‘애덤스’의사진집을구해와서는밤새워보고또봤다.그리고다음날다시다락방현상소사장님에게가서물었다,도대체이런사진은어떤사진기로찍는거냐고.그렇게4x5inch대형사진기를알게되었고,월급을모아서울시내카메라가게를다뒤져그사진기를손에넣었다.
그날로다른사진기들을버리고4x5inch사진기로만작업을했다.
거의모든작품을6kg이나되는구식4x5inch대형사진기로,거기다렌즈6개에삼각대까지족히20kg도훌쩍넘는골동품장비들을짊어지고작업하는독특한취향의이사내는주로대형흑백사진에천착하고있다.
촬영부터현상까지모든공정을본인이직접한다.현상작업을하는그의암실방에는대형확대기와각종현상장비가빼곡하다.이미작업을마쳤거나작업중인수백컷의필름과사진들마다촬영했던당시의제원과현상방식들이꼼꼼하게기록되어있다.30년도훨씬넘는세월동안그가찍어온방대한양의사진들이저장박스에가지런하다.

오디오조차아날로그는에이징(aging)과정이필요하다.적당히닳아지고길이들어야제대로된소리를내게된다는의미다.이렇듯아날로그의미덕은칼같은완벽함의추구가아니라,실수조차도우연의산물로보듬을줄아는넉넉함이다.사진이라고무에다르랴.사진작가김건환이발밑의잡초에골동품대형카메라를들이대고허옇게서리가내려앉기를내내기다리는우직함이야말로아날로그사진의아릿한참맛이아니겠는가?

〈추천의글〉
평생막사발만만들어장터에내다팔아온산속도공이있었다.그런데어느날마을에내려와술을마시고있는데갑자기도공의집에불이났다는소식을듣게되었다.도공은급히집으로달려가그나마아직타지않은물건을꺼내기위해불속에뛰어들었다.그런데그가한아름손에들고나온것은방안에있던땅문서나비싼옷가지들이아니라가마옆에있던막사발들이었다.단몇푼에살수있는이것들이그에게과연무슨가치가있었을까?그러나그것들은적어도그에게는삶의분신이었을것이다.찻잔에옹달샘이보인다는일본의국보이도다완(井戶茶碗)은원래일본에끌려온조선도공이만든막사발이었다.막사발은사실고려청자나조선백자와같이정형화된것이아니라당시서민들의고달픈삶을보여주는도기였다.말하자면막사발의미학은단순한외형을넘어도기에투영된삶의애환과그정신에있는것이다.

사진역시막사발과같이촬영자자신의삶이투영된흔적이될수있다.필립뒤봐(PhilippeDubois)는사진의진정한메시지는사진그자체의장면이아니라“그장면을있게한원인적인것에있다”고했다.여기서원인적인것은막사발을만드는도공의무의식적충동과같은것이다.바로이충동의세계는우리가현악기의현(絃)을울릴때각자에게전달되는소리의공명(共鳴)처럼오로지대상과주체사이에발생되는극히주관적인내적의미의연관(聯關)말하자면인식영역밖에존재하는공명의세계를말한다.이때우리의유한한감각으로인지할수있는것을색(色)이라고하면인지할수없는거대한공명의세계를공(空)이라할수있다.

인간의감각으로공의세계를직접드러내는재현매체들중가장대표적인것은그림이다.사진또한지시적방식으로인간의초감각적인존재를암시하는특별한매체가될수있다.왜냐하면촬영은언뜻기계적복제로보이지만촬영순간자신의충동이대상으로전이(轉移)되는일종의심리적연극이며,또한그충동의실체는결코색의세계에직접드러나는것이아니라오로지장면을통해우회적으로암시되기때문이다.게다가사진에는아주작은간격(hiatus)이있다.여기서말하는간격은영원히다시오지않을시간의단절이아니라전혀움직임이없는대상에서오히려느낌의결정적찰나(刹那)를흔적으로드러내는특별한순간이된다.그래서이미지로드러난사진의진정한메시지는셔터가움직이기시작하는간격바로직전에생성된촬영자의내적충동(空)에있게된다.

이러한맥락에서여기작가김건환의사진들은적어도촬영순간삶의여운을드러내는또다른결정적순간으로이해된다.달리말해사진읽기의개종이필요한셈이다.결국중요한것은작가의의도로서무엇을의미하느냐가아니라관객으로하여금무엇을환기시키느냐가된다.이럴경우사진은단순한대상의진술이아니라작가자신의기억으로부터전이된여운으로일종의연극적독백으로나타난다.그러나장면이던지는메시지는응시자각자의환유적인상상에달려있게된다.

첫눈에대상의표면을큰구도로보여주는사진들은예견치못한형상으로부터자연의신비와그아름다움에대한미적탐구로나타난다.사실작가는오래전부터발밑에뒹구는나뭇잎,이슬맺힌풀,초겨울땅위서릿발등을시작으로허름한나무창고에얼기설기붙은판자,긴세월을이겨낸큰나무옹이,소금창고벽에붙은소금꽃과갈라진피부처럼바닥에덕지덕지붙은소금덩이등어디서나볼수있는하찮은것들의표면을다루기힘든4x5inch로촬영해왔다.이러한근접촬영은20세기초인간의눈을뛰어넘어렌즈의눈으로사물의즉물적특징을보여주는에드워드웨스턴과F64그룹의신즉물주의에서부터대자연의위대함과신비를보여주는안셀애덤스의흑백풍경까지위대한사진가들의작품들을연상하게한다.특히작가가전국유명염전을돌아다니면서촬영한소금창고표면시리즈에서의도적으로만든흑백의어두운콘트라스트는짙은목탄으로그린드로잉습작이나19세기인상주의클로드모네의수련또는1950년대미국의잭슨폴록과같은추상표현주의를생각하게하면서사진의리얼리즘이추상으로진화하는착각을불러일으킨다.

그러나사진들은표면의신비를넘어어딘지모르게알수없는혼잣말을허공에던지고있다.과연작가는오랫동안이러한표면의밀착작업에몰두하면서단순히대상의미적탐구만고집해왔을까?프랑스의위대한사진가으젠앗제는처음자신의의도와는달리주문에따라인적이드문새벽파리시내골목곳곳에서창과창살,대문,뜰,담장,지붕등을찍었다.한마디로돈벌이목적으로그것도책자로만들기위해유형별로찍었다.그러나시간이지나면서자신도모르게언제나사람이빠진텅빈골목을찍기시작했고나중에는주문이없음에도불구하고혼자아침마다혼자들기도힘든육중한대형카메라를끌고아무도없는텅빈공원구석구석을찍었다.그리고그는말없이죽었다.결국그에게촬영은처음돈벌이를위한것이었지만이후그는막사발도공의직감으로그리고자기만족의충동으로그대상으로부터은닉된비현실적인조짐(aura)을드러내는것이었다.

그렇다면작가의소금창고바닥사진에서무엇이문제인가?우선사진들은단순히결과로서흔히대자연의신비를예찬하는심미주의나형식주의를넘어,사진의진행과정에서셔터가움직이기이전에이미형성된설명할수없는충동이나알수없는내면의욕구를암시하고있다.예컨대각질이벗겨져얼핏속살이보이는소금덩이들과그사이로갈라진균열과틈은바다를떠다니는거대한남극대륙의빙하들을생각하게하고,소금창고바닥찌꺼기들이만든기이한형상들은항공사진의거대한삼각주나주름진땅을보게한다.그러나이러한형상들은단순히자연예찬을위한심미적재현이아니라이미지로출현한어떤감정의흔적들로이해된다.게다가작가는오래전자신의노트에“깊이를가늠할수없는어둠의끝자락,그미세한여명의흔들림이작가의시각을멈추게하고,어둠의잔영이윤곽을드러내기전,나의무념과무신,자연의영상은회색톤으로아름다운속살이보이며되살아난다”라고적고있다.이는곧촬영의실질적인대상이삶의침전으로서내적충동에있다는것을말한다.

결국렌즈를통해은밀히드러나는소금자국들은장면을위한심미적인것이아니라그것을통해삶의편린에서언어로설명할수없는어떤존재의진실이나모호한기억의단편들을지시한다.작가가삶의굴곡과물질의유혹을지나홀연히깨달은것,삶의육중한갑옷을던져버리고어두운암실에서스스로의만족과희열을발견한것,그것이바로소금일것이다.말하자면그에게소금덩이는삶의여정에서침전된일종의감정의잔여물로서작가자신이직접경험담을쓰듯이적어도삶의회한과아쉬움이투영된삶의잔영(殘影)이나자화상적인무언극이된다.

또한흑백톤으로은은히드러나는소금자국들은갑자기우리로하여금가던길을멈추게한다.우리가좋아하는음악을들을때그음악에대하여아무런이유를달지않듯이,우리가시를읽을때그시를구성하는단어의조합으로만읽지않듯이,보여진장면은관객자신의경우로다시재구성된다.그것은말없는연극과같이슬며시응시자각자에게불현듯잊혀진기억을호출하는일종의자극-신호(stimuli-signaux)가된다.그래서그의소금사진들은또다른결정적찰나로서사진으로전이된신호의순수서정시임과동시에막사발도공의충동과같이잃어버린우리모두의피안(彼岸)의장소가될수있다.
_이경률(중앙대학교사진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