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을 불태우다 (노태맹 시집)

벽암록을 불태우다 (노태맹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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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창시선 제45권 『벽암록을 불태우다』의 저자 시인 노태맹은 「벽암록을 읽다」 연작을 스무 편 쓰고 『벽암록을 불태우다』를 썼고, 그 작품을 표제작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살아 있는 것을 만나면 그와 함께 살고/죽은 것들을 만나면 그와 함께 죽습니다.” 이 언술은 관념과 행동이라는 이분법을 그가 넘어서려는 모험 중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리고 「벽암록을 불태우다」는 이렇게 끝난다.
저자

노태맹

저자노태맹은1990년문예중앙신인상으로등단했으며시집『유리에가서불탄다』『푸른염소를부르다』가있다.

목차

시인의말_5

碧巖錄을읽다1ㆍ10
碧巖錄을읽다2ㆍ12
碧巖錄을읽다3ㆍ15
碧巖錄을읽다4ㆍ18
碧巖錄을읽다5ㆍ20
碧巖錄을읽다6ㆍ24
碧巖錄을읽다7ㆍ27
碧巖錄을읽다8ㆍ30
碧巖錄을읽다9ㆍ33
碧巖錄을읽다10ㆍ35
碧巖錄을읽다11ㆍ38
碧巖錄을읽다12ㆍ41
碧巖錄을읽다13ㆍ44
碧巖錄을읽다14ㆍ47
碧巖錄을읽다15ㆍ50
碧巖錄을읽다16ㆍ53
碧巖錄을읽다17ㆍ56
碧巖錄을읽다18ㆍ59
碧巖錄을읽다19ㆍ62
碧巖錄을읽다20ㆍ66
碧巖錄을불태우다ㆍ69
가을바람이모든것을드러내다ㆍ72
나는이꽃들을모른다ㆍ74
햇살이팽이처럼돌고있다ㆍ78
붉은사막을지나온낙타처럼ㆍ80
산정묘지에서다ㆍ83
바닷속에잠겨있는붉은회화나무처럼ㆍ86
江을옹호하다ㆍ88
흰나비도로를가로지르고ㆍ90
오히려인식하라ㆍ92
흑백사진을벽에걸다ㆍ94
가을숲속에그가있다ㆍ96
백일홍나무아래붉은강이흐르다ㆍ98
어느새꽃들사라지고ㆍ100
붉은꽃을들다ㆍ102
사랑노래를부르다ㆍ105

산문_碧巖錄을읽다ㆍ109

출판사 서평

그러나앞서들뢰즈의말을빌리자면“시의임무는보이지않는힘을보이도록하는시도”에가깝다고나는생각한다.‘바람직한소통’은가능하지도않고이데올로기적으로도옳지않다.보이지않는힘을보이도록하는시도는소통이아니라폭력에가깝다.존재하지않던,보이지않던힘들이독자들에게폭력을가한다.과거의예언자들이나사제들처럼소통이아니라불덩어리하나를던져준다.

_시인의산문「碧巖錄을불태우다」중에서

책소개

그렇다,시는소통이아니라불덩어리다!

노태맹시인의세번째시집은『벽암록』을읽으면서시작된다.게송이기도하고,익살이기도하고,‘깨달음’이라는도그마에대한주장자(柱杖子)이기도한『벽암록』은일반독자들에게는여러가지로모호한텍스트이다.
노태맹시인이그『벽암록』을읽으면서시집을시작한다는것은,어떤은유이다.어떤은유?바로우리가사는화탕지옥에대한은유.아니화탕지옥을살아가는시인노태맹자신에대한은유.『벽암록』을옮겨놓은듯한시들을쓰면서시인의내면에서무엇이들끓고있는지알아채기에는그래서쉽지않다.
시인은,시집뒷표지에통상있게마련인‘추천사’나혹은시인자신의군말을빼고“시는소통이아니라불덩어리이다”라고단한문장만박아놓았다.이문장은또다시‘해설’이나‘발문’대신실은시인자신의아포리즘의한구절이기도하다.그리고이문장이들어간아포리즘앞에는이런구절이배치되어있다.시인은“과거의예언자들이나사제들처럼소통이아니라불덩어리하나를던져준다.”
「벽암록을읽다」연작을읽기전에이러한시인의인식을염두에두는것이노태맹시인의시에다가가는데어느정도도움이될지모르겠다.그리고「벽암록을읽다」가단지『벽암록』에대한독후감이아니라현실에서벌어지는사건과그사건을바라보는시인의시선이뒤엉킨패치워크라는점도눈여겨봐야할지점이다.예컨대,「벽암록을읽다3」에는마치게송을읊는듯하다가정리해고된쌍용자동차노동자들의자살소식을전하는뉴스를통째로편집해넣는다.그러다가마지막은이렇게끝난다.“지긋지긋하다,고20년전에썼는데/이제는그저바라보기만한다./나늙어가고있는가?”물론여기서“말해보라,이것이무슨시절인가?”라는물음이없다면이시는그저시인의넋두리로오해될수있을것이다.
다시「벽암록을읽다8」을보면“碧巖錄68페이지까지읽다가접어두고/김수영(1921~1968)「그방을생각하며」를펴들었다.”라는진술이나오고그다음은「그방을생각하며」를패러디한다.그리고마지막은다시선문답이다.독자들은이런시의구조를두고“노회한구조주의자라고욕을한세바가지는”할지모르겠지만연작시편에는시인의현실에대한인식이곳곳에서번득인다.

시인은시가남기고간흔적일뿐이다

그런데독자는이런패치워크를시인이왜짜는지물을수있을것이다.사실「벽암록을읽다」연작은서로긴밀하게연관되어있다.아마도시인은이연작을통해서자신의혼란스런관념을노출시키고싶었을지도모른다.혁명,삶,시,그리고시간에대한것까지.다시말하면노태맹은「벽암록을읽다」연작을통해자신의존재론에서정치의식까지표현하고있는것이다.『벽암록』은사실어떤도그마를향한치열한물음덩어리이다.그래서『벽암록』에등장하는선승들은소리를지르고,손가락을자르고,주장자로대갈통을갈긴다.혹시인은벽암록의이런정신(?)을차용하고싶었던것은아닐까?들뢰즈의언명,“반복한다는것은행동한다는것이다”를동원하는것에서눈치챌수있듯이이러한일종의관념의반복이행동으로화한다는신념을가지고있다.
그래서시인은「벽암록을읽다」연작을스무편쓰고「벽암록을불태우다」를썼고,그작품을표제작으로삼았다.그리고그는말한다.“살아있는것을만나면그와함께살고/죽은것들을만나면그와함께죽습니다.”이언술은관념과행동이라는이분법을그가넘어서려는모험중이라는것을암시한다.그리고「벽암록을불태우다」는이렇게끝난다.

아무것도읽을것이없을때
검게타버린네몸을손가락으로짚어가며읽어라!

아무것도두드리며노래할것이없을때
검게타버린저둥근허공을두드리며노래하라!

아무것도사랑할수없을때
불타부서져흘러내리는네옆의사람을기억하라!

시인이관념과행동이라는이분법에도전하는것이맞다면,「백일홍나무아래붉은강이흐른다」라는시에등장하는이런구절은더욱의미심장한울림을준다.“어리석음은언제나나를감싼옷과같지만/어쩌겠는가,내이제이붉은꽃의모든어리석음과화해하련다.//사랑이여,사랑이여백일을붉었다.//그리하여나또천일을어리석게붉을것이다.”이시는자본의폭력에맞서408일을스타케미컬굴뚝위에서농성을벌인차광호에게준시이며,그래서부제는‘굴뚝위의노동자차광호를위하여’이다.
노태맹은그가사는대구지역의소리없는활동가이다.그러나그는시에있어서는현실을재현하는리얼리즘적양식을거부한다.그것은현실의재현이허튼소통에이바지할수있다는인식때문이다.「오히려인식하라sedintelligere」라는시에서스피노자의『신학정치론』을빌어온다음“시가남지않고시인이남는다면나에겐모욕이다”라고말할때,그것은자본주의사회에서시인들의존재양태를겨냥한것이다.그에게오늘날“시인은인식하지않는다.”시인이인식하지않고오히려소통을원하는것과현실을괄호친기호들의난무를노태맹은동시에거부하고있는것이다.
시인은인식을통해이미지를창조하는존재라는것,그리고그이미지는소통을위해서가아니라,아포리즘에서아감벤을빌어말하듯이,“시대의빛이아니라어둠을인식하기위해”서이다.따라서시인이이미지로소통을꾀하는정치는그에게는위험해보인다.“이미지로정치를할수는없다.시인들은혹은사람들은자주착각을한다.시인이시를벗어나는순간,그는그저거품처럼사라지는존재일뿐이다”라고말에는그런노태맹시인의고집이배어있는것이다.

시의정치!
그것은세상에“불덩어리하나를던져”주는것이다.
이게시인이『벽암록』을읽고그것마저태워버리는속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