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수고 (남상숙 에세이)

빛나는 수고 (남상숙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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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의 곳곳은 타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가득 차 있는 동시에 거듭해서 자신을 사려 깊게 돌아보고 있다. 저자의 과거사를 상기할 때도, 그것은 지나간 것들에 대한 사랑에 다름 아니다. 또 성직자의 길을 가는 아들의 ‘착의식’ 때 보여준 저자의 모습에서,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는 적용치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요구만 하는 가짜 신앙인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본다.
저자

남상숙

저자남상숙은충남공주에서태어나아산에서성장했다.1988년계간『시와의식』신인상을받았고,수필집『아름다움은필경선과통한다』『남빛사유』가있다.

목차

책을내며/4

1부/똑같은눈은내리지않는다

찬란/13
벽/17
훌륭한그자리는/21
결/25
황금기/29
빛나는수고/33
액막이/37
환(環)/41
풍경을빌려보다/45
똑같은눈은내리지않는다/49
모자뜨기/53
하얀원피스/57
색동기억/63
송편빚기/67
한여름단잠자고일어나듯/71


2부/그남자의시

작은엄마/77
그리움의연줄/81
화려한듯은은하게/85
탱자꽃/89
점(點)/93
별과함께/97
복숭아모양잔/101
먼곳/105
그남자의시/109
하얀구두/114
남간정사에는고요가/118
찐빵은여전히/122
즐거운상상/126
페트라의나그네/130
동굴에서부른노래/134
피에타상에는포도송이처럼/139
금문교에서샌프란시스코를/144


3부/알베르토의착의식

어머니의빈손/151
달아나는봄/155
개구리소리/159
매미소리벗삼아/163
빨간손수건/167
누군들부럽지않으랴/171
올가미/176
목화솜이불/180
물레를돌리다/185
모시적삼/189
빛나는여름/193
파란앞치마/197
운명의그사람을/201
고리/205
수산나피정의집/209
수도원에서/213
알베르토의착의식/218

출판사 서평

지난번산문집을내면서앞으로의나날은세상에빚을갚는일이었으면좋겠다고했다.그후로그렇게살아왔다고자신할수는없지만염두에두었으니그말은유효할것이다.그러나실행하기엔더디고미진했다.보통상식으로도저히이해할수없는수상한세월을살아내며빚을지고있다는느낌을떨칠수없다.지난해가을부터엄동설한한겨울까지주말마다광화문촛불집회에참석하는사람들을보면서미안했다.정의로운세상은저절로굴러오는것이아니라올곧은정신들이퍼져나가며결을이루고켜가쌓이면서두께를만드니숫자로보태야했다.이러저러한일들이일어났더라도나서지못한것은변명의여지가없다.기필코해빙의봄은올것이고그날이오면무임승차한기분으로여전히세상에빚진기분이들것이다.

_「책을내며」중에서

성찰의힘으로세상을바라보기

남상숙시인의시선은따뜻하다.아마도저자가가톨릭적인시각으로세상을바라보기때문일것이다.시인의가계는조선의천주교박해와연결되어있을정도로가톨릭과의인연이남다르다.

나라에서천주교인에대한박해가한창이던1866년,이른바병인박해때이다.그해정월에화만할아버지는남포에서잡혔으나배교하고나왔다.그러다충청도수영,지금의갈매못성지에서군문효수를당한다블뤼안안토니오주교와동료신자의시신을아들과함께몰래가져와인근야산에암매장하였다가다시모셔와자신의담배밭에안장하였다.그것이발각되어서울로압송되고두아들,장남이끼수(38세)와차남그레고리오(28세)과함께치명하셨다고했다.당시할아버지의나이는65세였는데,증손인이우철신부님이세우신묘비에그내용이적혀있었다.
_「고리」중

위내용은시댁조상이조선조정의박해를받은내용의일부이다.그렇다고이책의내용이포교를염두에두거나가톨릭적‘진리’에사로잡혀있는것은아니다.도리어저자가가톨릭에서얻은신앙은자신을묵상하고비워내는데사용된다.또그바탕위에서세상을바라본다.「책을내며」에서언급한‘세상에대한빚’은자신의신앙이세상을향해충분히펼쳐지지않았다는성찰에기인한다.지난겨울에있었던광화문촛불집회에참석하지못한미안함을직접밝히는것도이런이유때문이다.
다음세대를향한어머니마음같은이해와포옹은아마도저자가할수있는최대한의실천일지도모른다.그것은다음에나타나듯작은선행을통해서도드러난다.

털모자는체온을약2℃정도높여주는효과가있어저체중이나영양이부족한생후28일미만의신생아,조산아들에게체온을유지하도록도움을준다.전세계에서폐렴,설사,말라리아혹은출산합병증으로태어나는날사망하는신생아는매년100만명이며한달안에목숨을잃는아기는290만명이라고한다.많은아기들이털모자를쓰면서신생아사망률이현저히줄어들었다.
_「모자뜨기」중

‘신생아살리기모자뜨기’캠페인에참여하면서신생아에게“털모자”가얼마나소중한것인가를기술하는이대목에서도살아있는목숨들에대한저자의사랑이배어있다.

‘다름’을긍정하는사랑

그런데이사랑은이를테면잘못알려진어머니의일방적이고집착하는사랑이아니다.저자의사랑은분명히“세상에똑같은모양의눈은매리지않는다”는사진가윌슨벤틀리를인용하는데서드러나듯,상대방을긍정하고감싸안으면서일어난다.다음과같은문장에서확인되듯말이다.

사람얼굴을모두확인하지않았어도생김새가다르다는것을아는것처럼모양이다른눈입자를6000종이나찾았다면눈의생김새역시모두다르다고할수밖에없다.
_「똑같은눈은내리지않는다」중

‘다름’,즉다양성을존중하자고말하는것은어려운일이다.하지만‘다름’을긍정할수있으려면그에따른필요조건이있어야한다.‘다름’이자신의내면에들어올공간이있는지가그것이다.‘다름’을받아들이기위해서는자신의내면에‘자기것’이많으면안된다.저자는스스로“무소유를내세울자신도”없다고말하지만,저자에게‘자기것’을갈무리하고,정돈하고,나눌수있는힘이있는것은분명해보인다.

무소유를내세울자신도없고그럴처지도아니지만자신이쓰던물건들은생전에스스로정리해야한다.작은것이라도대대로물려줄만한귀중품이면가치를일깨워서자손에게간직하기를이르고,아직쓸만한물건이면누구에게주더라도생전에나누고,마땅히없애야한다면말할것도없이쓰레기통에버리거나태워서사물과의결별도정신이온전할때스스로해야한다.소유하던것최소한으로줄여놓고박경리의시집제목처럼‘버리고갈것만남아참홀가분하다’고말할수있다면더할나위없을것이다.
_「풍경을빌려보다」중

이책의곳곳은이렇게타자에대한따뜻한시선으로가득차있는동시에거듭해서자신을사려깊게돌아보고있다.저자의과거사를상기할때도,그것은지나간것들에대한사랑에다름아니다.또성직자의길을가는아들의‘착의식’때보여준저자의모습에서,자신과자신의가족에게는적용치않고다른사람들에게요구만하는가짜신앙인과는전혀다른면모를본다.

자신의모든것을포기하고평생독신으로살며순명과청빈을서약하고완전한봉헌의삶을살아야한다.알베르토는하느님을위하여모두를포기하였구나.고맙고대견스러워가슴이뻐근하게벅차올랐다.부족한아이지만당신이쓸모가있어부르셨을거라는생각에가만가슴을쓸어내린다.나는정작아이를위해한것이없는데,늘바쁘고고달픈삶의자리불만만가득하였는데내마음이미아시고이런기쁨의순간을마련하셨구나.하잘것없다여겨졌던나의존재가더욱격상됨을느낀다.
_「알베르토의착의식」중

정신의고양은낮아짐을통해

저자의이번에세이집에는시와문학,그리고신앙이이성적으로펼쳐지고있다.여기서이성적이라함은자신의도야를통한긍정을말한다.그래서저자의목소리는들뜨지않고,그래서과장되지않고,또허위에휘둘리지도않는다.언제나신에게물어보는듯한태도는문장에도고스란히스며있다.그래서한편한편찬찬히읽다보면독자의마음도함께낮아지는체험을하게된다.
내면을고양시키는일은이런낮아짐을통해서만가능하다.그사실은옛현인들이증명해준것그대로이다.오늘날처럼정신이부유하고내면이허약해질때,남상숙의에세이집은작은목소리로많은것을우리에게말한다.

>>>머리말

또한권의책을세상에내보낸다.쌓아놓은글들을어쩔것인가.별렀더라면오히려하세월이었을일이다.오래전이나지금이야기가유행지난옷처럼,시류에뒤떨어진사고처럼답답했으니글이든,생활이든,마음이든주변을정리하고싶었다.그때가따로있는것이아니라마음먹었을때가바로적시라고여겼을뿐이다.주어지는일들을기회로여기면순리로이어지고감사로남는다.떨치고비워내야그자리에창의력도,도전도,열정도푸른생명처럼돋아날것이다.

지난번산문집을내면서앞으로의나날은세상에빚을갚는일이었으면좋겠다고했다.그후로그렇게살아왔다고자신할수는없지만염두에두었으니그말은유효할것이다.그러나실행하기엔더디고미진했다.보통상식으로도저히이해할수없는수상한세월을살아내며빚을지고있다는느낌을떨칠수없다.지난해가을부터엄동설한한겨울까지주말마다광화문촛불집회에참석하는사람들을보면서미안했다.정의로운세상은저절로굴러오는것이아니라올곧은정신들이퍼져나가며결을이루고켜가쌓이면서두께를만드니숫자로보태야했다.이러저러한일들이일어났더라도나서지못한것은변명의여지가없다.기필코해빙의봄은올것이고그날이오면무임승차한기분으로여전히세상에빚진기분이들것이다.

날마다말을하며살고있다.광장에서외치는사자후나소곤소곤나누는귓속말이나입에서나오는순간소리는사라지고이미지만남는다.소리가돌아다니며좌충우돌하거나한자리에쌓여있다면그것에치여어찌살겠느냐,느낌만챙기라고누군가말했다.그건깨달음이나감동일수있겠지만글또한다르지않을것이다.독자에게어떤공감으로다가갈것인가,소관밖의일이라해도일상의투박한언어들이캄캄절벽같은막막한세상에불빛이되지는못할것이다.다만어깨나란히길동무되어도란도란인생길함께걸어가고싶다.치열한삶의현장에서힘겹게오늘을살아내는이들의어기찬수고가찬란히빛나기를기원하면서.

-「책을내며」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