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객석 (강병철 에세이)

작가의 객석 (강병철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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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인이자 소설가인 강병철이 쓴 작가들의 사소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인 윤중호, 이정록, 조재훈, 나태주, 황재학, 이순이 등과 소설가 김성동, 이문구, 한창훈, 정낙추, 동시인 안학수 등과 교유한 기억들을 끄집어내고 있다. 저자의 삶터와 일터 중심으로 만났던 작가들이라 대체적으로 충청남도 서해안 지방 일대에서 거주하거나 인연이 있는 작가들의 모습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문단 야사’류인 것은 아니다. 첫 번째로는 이 책은 위 작가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우정의 편지이기 때문이며, 한편으로는 그들의 작품 세계로 진입하는 데 필요한 단초들이 사금파리처럼 깔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소설가 한창훈에 대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는 좋은 예이다.
저자

강병철

저자강병철은1983년‘삶의문학’동인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유년일기』『하이에나는썩은고기를찾는다』『꽃이눈물이다』,소설집『비늘눈』『엄마의장롱』『초뻬이는죽었다』,성장소설『닭니』『꽃피는부지깽이』『토메이토와포테이토』,산문집『선생님울지마세요』『쓰뭉선생의좌충우돌기』『선생님이먼저때렸는데요』『우리들의일그러진성적표』가있고,함께쓴교육산문집『넌,아름다운나비야』『난너의바람이고싶어』가있다.청소년잡지『미루』를10년간발행했고,2001~2004년한국작가회의대전충남지회장역임했다.

목차

◆책을펴내며/4

◇중호야인나,녹두꽃이폈어야/9
◇만다라그전설의외로움,김성동/25
◇소설가이문구를만나지못한사연/45
◇한창훈의,서이가아름다운진짜이유는?/59
◇이정록,글자조련사/69
◇바보천사안학수가전쟁터에/83
◇선생님울지마세요,조재훈/99
◇최교진의벗들/113
◇나태주시인은야무진울보다/127
◇정낙추,그기억력의우물/139
◇로망이여,황재학의벗들이여/149
◇객석에서그를보며,김지철/167
◇세상의아픔,김충권목자의기쁨/183
◇흥부시인이순이,거시담론과미시담론/197
◇꿈꾸는유토피아,이문복의밥상/207

출판사 서평

작가들의사(事)생활

시인이자소설가인강병철이쓴작가들의사소한이야기이다.저자는이책에서,시인윤중호,이정록,조재훈,나태주,황재학,이순이등과소설가김성동,이문구,한창훈,정낙추,동시인안학수등과교유한기억들을끄집어내고있다.저자의삶터와일터중심으로만났던작가들이라대체적으로충청남도서해안지방일대에서거주하거나인연이있는작가들의모습들이다.그렇다고해서이책이‘문단야사’류인것은아니다.첫번째로는이책은위작가들에대한저자의애정과우정의편지이기때문이며,한편으로는그들의작품세계로진입하는데필요한단초들이사금파리처럼깔려있기때문이기도하다.예를들어소설가한창훈에대한다음과같은이야기는좋은예이다.

21세기스마트폰처럼잘마사지된것처럼보이는그이름자의유래는‘써니’나‘푸르메’처럼세련된기호의조합이전혀아니다.그저잠뱅이할아부지들이숫자를꼽을때흔히나오는‘하나,둘,서이,너
이…’할때의그‘서이’일뿐이다.그냥‘서이’라고작명한것으로모두빈천한집갑남을녀의딸내미들순번일뿐이다.백사장이건갯펄이건그런식의‘서이잔치’가쓸쓸한배경으로널려있었다.
갯바위따개비유년을보냈던서이들은어른이되어서도돌부리거친섬사내를만나고초를연장시킨다.당장이고달프니미래의고달픔은예단할틈이없다.스무살에산골깊숙한곳으로시집간서이
와마산공단산업계야간학교로떠난서이가,조금이라도섬으로부터멀어지고싶었던방직공장서이가…도시의웬사내와불현듯사랑을나눴다가뱃속에아이만잉태시키고도망친남자부르며옥상에서떨어졌던가발공장서이들이등장한다.그게보릿고개보내던우리의어머니요,누이다.
_「한창훈의,서이가아름다운진짜이유는」중

작가들의사(私)생활을조금안다고해서그작가의내면을제대로알수있는것은아니다.하지만짧지않은교유는단순히사생활을안다는차원하고는다르다.작품과삶의결을함께느낄수있기에작가와작품을연결해서접근할수있는장점이있다.물론이것이작품을대하는최상의방법이아닌것은당연하다.저자가책의제목을‘작가의객석’이라고붙인것은아마도작가들을‘책’이라는무대위에등장시키고저자자신은‘객석’에서느긋이바라보고있다는장난기때문일지도모른다.그래서그런지이책은시종일관여유롭고,유머러스하고,따뜻하다.
시인이정록에대한이야기이다.

뽕짝을듣고블루스를추려면엄니의굽은등때문에가오리만한허공이생기지만그네들은마음이합체된찰떡궁합모자(母子)다.장발에파마로변한시인이고향사립문을열면,
“왜검불을지고다니냐”
다시머리를깎고등장하면,
“농사채팔아먹었냐”
불퉁,떨어지는말씀마다은유요,알레고리요,민초성해학이다.그엄니의화법에서몸의시를체화시켰으니그게모태시인이다.
_「이정록,글자조련사」중

1980년대에대한비망록

시인과소설가가직업이될수없는오늘날,저자에게생계를이어가게해주는주업은학교‘교사’이다.그것도해직교사출신이며,전교조교사들의대량해직의시발점이된‘민중교육지’사건의한당사자이기도하다.

1985년그해여름민중교육지사건.
18명의교사가해직된홍두깨필화사태.
기실터질게터진것이다.서울의유상덕,김진경,윤재철선생님이국가보안법으로수감되었고심성보,고광헌,이철국,심임섭,홍선웅선생님이우르르해직되었고충청도에서도송대헌,조재도,전인순,황재학,전무용,유도혁이쫓겨났고첫원고료를달콤하게받고단편소설을쓴순수문학청년강병철도쫓겨났다.
나중얘기지만,그시국의여파가끝이없어서―전인순과조재도선생은두차례해직당했고(도합10년)송대헌과‘최’는세번이상짤렸으니헤아릴수없고그후로도영원히칠판앞에서지못했다.김진경,유상덕,윤재철역시한차례의해직으로강산이바뀌도록긴세월을감수해야했으니어디하나순탄한팔자를기대할수없었다.
_「최교진의벗들」중


특히이책에는‘민중교육지’사건부터전교조교사해직사건에대한숨어있는이야기들이드문드문박혀있어서읽는이로하여금역사의어느귀퉁이를돌아가게만든다.물론저자와교유했던교사들과얽힌이야기이기때문에전교조운동전체를조망하지는못한다.또그럴의도로씌어지지도않았다.작가들을저자가마련한무대에등장시키다보니자연스레전교조의몸통(?)들이드러나고만꼴이랄까.어쨌든지난날에는문학이감당한시대의몫이자못컸던것은사실이다.

내가마지막까지‘설마…’하고의심했던것이현실로드러났고전국적으로1500여명이해직되는믿을수없는사태가터진것이다.
충남에서도당장김지철,최교진,이우경,고재순선생님등이철창에끌려갔고벗전인순,이인호,박경희,현종갑,고충환,김대열,장진원,김창태,김억환,홍성희,황금성,길준용,연재흠,장지병,황성선,이영래,정양희,김성수,김인규,김억한,임병조등50여명이단두대에목을우르르넣었다.3년8개월만에복직한나는울멍울멍가슴을쓰다듬으며술을마시고글을썼지만출옥후그는지역순회로강연을했고,나는생존의부끄러움으로얼굴을들수없었다.
_「객석에서그를보며,김지철」중

작고선한삶들

이책에진지하고무거운비사만담겨있는것도아니다.이를테면안학수의『하늘에서75센티』에서안학수시인의삶을얼핏봐버린다음대목은저자의섬세하고따뜻한시선을느끼기에전혀부족함이없을것이다.

모두들떠나간텅빈운동장,
“…내가잘못했어.수나야,선생님을절대로용서하지마라.”
선생님이무릎꿇은채머리카락이바닥에닿도록숙인채흐느끼는중이다.
“분이풀릴때까지원망하렴.”
오히려수나가해맑은눈빛으로운동장을바라보며,
“선생님,지금너무행복해요.선생님이저를사랑해주시니까요.사람이사람을사랑할때행복이온다는걸처음알게되었어요.”
오히려다독다독달래주는것이다.그리고선생님은아이의먹머루화사한눈빛을보며수나가장차눈빛맑은시인이될거라고상상만해보았다.
_「바보천사안학수가전쟁터에」중

도대체강병철의눈은몇겹인걸까?이런생각이드는것은이책을일독을해본독자라면누구나빠지는물음일것이다.그게연극이되었든문학이되었든깊이가있는작품은거느린맥락이복잡하기마련이기에그런물음은당연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