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을 켜다 (손병걸 시집)

통증을 켜다 (손병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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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두운’ 시집이라고 해서 시집에 실린 작품들이 어둡다는 뜻은 아니다. 도리어 손병걸의 시는 밝다. 그런데 그 ‘밝음’은 ‘어둠’을 단지 배경으로만 하지 않고 어둠을 베어 문 상태에서 밝다. 손병걸 시인은 20년 전에 현실의 빛을 잃어버리고 어둠 속에서 밝음을 발굴하는 고된 시적 노역의 길을 나섰다. 대다수의 시인들이 밝음의 세계에서 어둠을 향해 갱도를 파 들어갈 때 그는 역방향으로 나아간 것이다. 그는 말한다.
저자

손병걸

저자손병걸은2005년부산일보신춘문예로등단했다.시집으로『푸른신호등』『나는열개의눈동자를가졌다』가있다.2006년구상솟대문학상,2007년민들레문학상,2008년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2009년전국장애인근로자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제2부
제3부
제4부

발문_어둠보다선명한것이없을이에게ㅣ문동만

출판사 서평

간략소개
그의시는어둠을더듬이로삼아빛깔들을분별하며세상과시적인것들을읽어낸다.어둠에채이고묶인“젖은깃털”로그리는묵화일텐데,희한하게도그그림들이누져있지않은것은무슨연유인가.우리가올한해광장에서가장많이들었던경구,‘어둠은빛을이길수없다’는말은그에게는어울리지않는다.빛이그의어둠을이길수없는까닭이다.
20여년전그는고통스럽게빛을잃고어둠을얻었다.자연히그의모든시공간은암실이었다.어둠은종종예술을인화시킨다.어찌시뿐이랴.모든사물과사태를소리와손끝의감각으로식별할테지만,그가모르는세상사는거의없는듯보였다.
우리가바닥에산다면그는해저를사는사람이라봐야할터인데,그의삶과시는물속에사는반딧불이같다.필사적으로젖으며스스로빛을내고야마는발광체다.교란된세상에서소리를분별하는일은보는일만큼이나중요해졌다.큰목소리에는허세와허언이끼게마련이고시적인목소리는아주작고흐리게들리니까어쩌면시인은그의순명이어야할까.그는시집전체에서‘소리’에대한감응을점자화하는독보적인작업을수행하고있다.그가‘소리들’에집중하는이유는소리가그의시각이기때문이다.

책소개
어두워서밝은시!

여기한권의‘어두운’시집이있다!
‘어두운’시집이라고해서시집에실린작품들이어둡다는뜻은아니다.도리어손병걸의시는밝다.그런데그‘밝음’은‘어둠’을단지배경으로만하지않고어둠을베어문상태에서밝다.손병걸시인은20년전에현실의빛을잃어버리고어둠속에서밝음을발굴하는고된시적노역의길을나섰다.대다수의시인들이밝음의세계에서어둠을향해갱도를파들어갈때그는역방향으로나아간것이다.그는말한다.

몸속깊이고인어둠이
고이다끝내넘친어둠이
돌벼루속에서찰랑인다

어둠보다선명한것이있을까

-「묵화를그리며」부분

손병걸시인에게는“어둠보다선명한것”은없다.왜냐하면그의세계는어둠의세계이지만언제나빛을향해있으니까.도리어어둠을어둡다고말하는존재는그칠줄모르는빛의세계에사는존재들이다.그런데그빛은“선명”하지않고도리어존재와존재가거처하는세계를어둡게만든다.손병걸시인의위시의마지막구절은그래서이렇게된다.

까무룩완성된그림한점향기가명쾌하다

이쯤되면손병걸시인을‘어둠의시인’으로명명하는것은옳지않다.손병걸시인이야말로빛의시인이며그의빛은기존의빛을역설적으로의문에부친다.그래서이런구절이가능한것이다.

비어있어서명백히
비어있지않다는드넓은소리
밤하늘에빛나는시공의소리

언제나꽉찬공명
먹먹하게환한
저빈칸혹은,빈줄이라는말

-「빈칸」부분

통증을켜다

하지만손병걸시인의이런관점들이어떠한시적필연성을가지지않는다면일종의정신승리또는자신의‘장애’를갑옷으로한인정투쟁으로보일수도있을것이다.그러나우리는손병걸시인의‘밝은’작품들을허투루읽어서는안된다.그의시에는어떤아픔들이생선가시처럼작품곳곳에숨어있기때문이다.이것이손병걸시인을처음읽는독자들을어리둥절하게만들수도있다.

빗물고인병실창문에서
아침햇빛이반짝거린다

참다못해먹구름녹아내리듯
내가몽땅흘려보낸눈물이
종내엔돌아와창문을적셨으니

빗소리를외면한새벽녘
지나치게네안이건조했던건
지극히옳다

(…)

절망의태풍이휩쓸고간
네속에뜨거운사막을
갈증으로만여기지않겠다

-「투병」부분

아직도그에겐“불치의빗줄기가흘러몸이패”인자리가있다.다만그‘패인자리’를“넓은바닥”으로만들수있는힘이공존하고있을따름이다.이‘힘’이무엇인가는시에서드러내기쉽지않지만아무튼이‘힘’으로손병걸은시를쓰고있는것이며그시는통증을켜는스위치역할도한다.

꺼진별들뒤에감춘통증을켜야
별똥별점자는멀리빛나는것
이것이시력없는내생활의활자이다

(…)

와글와글모여든별빛이흘러가면
비로소먼바다에해가솟듯
꺼진별들을켜는내문장은
명백한실존이다농도짙은기록이다

-「점핀」부분

통증을켜서“별똥별점자”를멀리빛나게한다음에손병걸시인은이제무엇을할것인가.

빛을밝히는어둠

죽지못해살아있어살아야할
나도분명할일이있다아내와현관문을열고
불빛한점없는빈집의불을켜야한다
여전히차가운바다밑인듯
구명조끼를동여맨아이가갇혀있다

-「빈집」부분

어디에도따스한4월은없다급기야
와르르무너진하늘아래시푸른생매장
누대에누대를걸쳐온악마들의권력이
비로소부족분의순장을완성했다

-「순장」부분

소리없이소리없이
최후의발바닥까지
녹아내리고있다타오르고있다

시퍼런말들의춤이
빛나는노래가되어
캄캄한벽을무너뜨리고있다

-「촛불」부분

마냥어둠에산다고느꼈을법한손병걸시인의시는어느새이렇게이른바빛의세계로성큼나와있었다.「빈집」과「순장」은우리가잊지못할세월호참사를겪은다음에시인이내보인자신의다른내면이다.보이지는않지만들리는소리로세상을보는시인에게바닷속에가득찬비명과공포들이안들렸을리없다.「빈집」은바다에갇힌영혼들을위해불빛을켜는작품이고「순장」은바다에“시푸른”영혼들을가둔“악마들의권력”에대한분노를표출하는작품이다.
또「촛불」은명백히지난겨울얼어붙은광장을녹인‘촛불’에대한헌시이다.손병걸시인에게지난겨울의“촛불”은“말들의춤”이었고“빛나는노래”였다.이제그의어둠은“춤”으로“노래”로그진화의방향을잡은듯하다.더신뢰할만한것은그는언제나깊이모를‘어둠’을뒷배로하고있다는것이며,거기가바로실존의토대라는것이다.

어둠에서사는삶처럼강한게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