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서 온 편지 (김수열 시집)

물에서 온 편지 (김수열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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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섬의 언어로, 섬을 말하지만 그의 시는 섬에, 섬의 아픔에 매몰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시는 섬을 이야기함으로써 생의 보편에 다가서고자 한다. 그에게 섬은 닫혀 있지만 한없이 열려 있는 공간이다. 닫힘과 열림의 역설 속에서 그의 시는 “섬에서 멀어진다는”것이 “다시 섬에 가까워진다는 것”임을, “섬바람과 만나 섬언어로” “섬이야기”를 듣는 일이 결국 섬의 보편과 마주하는 일임을 보여주고 있다.(「비양도에서 한나절」) 그런 점에서 그의 시는 섬을 이야기하되 섬에 갇히지 않고, 섬의 언어를 발견하되 섬의 언어에 매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의 시는 섬의 시이되 섬만의 시가 아니다.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는 현재적 일상의 너머를 탐색하는 ‘발견의 시’이며 현재에 결박된 언어를 자유롭게 하는 ‘해방의 시’이다.
저자

김수열

저자김수열은1959년제주에서태어났다.시집『어디에선들어떠랴』,『신호등쓰러진길위에서』,『바람의목례』,『생각을훔치다』,『빙의』,산문집『김수열의책읽기』,『섯마파람부는날이면』이있다.오장환문학상,신석정문학상을받았다.지금도제주에살고있다.

목차

시인의말_5

제1부

알몸의시ㆍ12
그믐ㆍ13
예감ㆍ14
욕실에서ㆍ15
바닷가학교ㆍ16
슬픈문자ㆍ17
단풍ㆍ18
인생ㆍ19
성탄전야ㆍ20
수국ㆍ21
고양이에대한관심ㆍ22
꽃양귀비ㆍ23
병실에서ㆍ24
나비ㆍ26
자ㆍ28
바닷물은쓰다ㆍ29

제2부

마두금ㆍ32
장마ㆍ34
봄날텃밭ㆍ36
신촌가는옛길ㆍ37
오일장풍경ㆍ38
잔치커피ㆍ40
고부ㆍ42
한국의엄마들ㆍ43
천원식당할머니ㆍ44
102살할매도여자다ㆍ46
보말죽ㆍ47
선술집그아짐ㆍ48
미역눌ㆍ50
비양도에서한나절ㆍ52

제3부

육군대학B-9호ㆍ56
달고나ㆍ58
주전자막걸리ㆍ60
원담ㆍ61
울타리ㆍ62
그친구ㆍ64
독새기ㆍ66
이것도글씨라고…ㆍ67
무근성옛집ㆍ68
기다린맛ㆍ70
기억이없다ㆍ72
통영에앉아ㆍ74
묵비ㆍ76
성인이ㆍ77
중근이ㆍ78
비상구에앉아ㆍ80

제4부

당신아당신아ㆍ82
동행ㆍ84
경계의사람ㆍ85
샤이마ㆍ86
너도밤나무ㆍ87
김남주시인생가에서ㆍ88
꿩사냥ㆍ89
죽은병아리를위하여ㆍ90
몰라구장ㆍ92
갈치ㆍ94
학생이공종성추모비學生李公鍾宬追慕碑ㆍ95
거친오름가는길ㆍ96
물에서온편지ㆍ98

발문
변방의시선으로건져올린찬란한일상|김동현ㆍ101

출판사 서평

섬의언어들!

김수열시인은제주어로시를쓰는시인이다.
‘제주어’를사람들은‘제주사투리’라흔히부르지만,그것은서울,경기지방의언어를표준으로설하고나머지지방언어를‘그밖의언어’로처리하는관점일뿐이다.김수열시인이제주어로시를쓴다고함은제주어로사고하고,삶과역사를제주의관점에서노래한다는뜻이다.그래서김수열의시에는제주도지방만의독특한정서와비유와표기법이가득하다.제주도지방만의정서란결국배제된소수자의정서와도통한다.그래서한송이꽃을노래할때도시인의시선은중앙이나다수자의눈빛으로는포착못할지점을짚어낸다.

다들어디갔나궁금했는데

유형의땅시베리아이루크츠크

좌절한혁명가의뜨락에모여있더구나

그때그마음일까

붉디붉게모여있더구나

내일이오는쪽을내다보면서

저리도뜨겁게모여있더구나

-「꽃양귀비」전문

이시에서등장하는꽃양귀비의‘붉음’은꽃자체의‘붉음’을넘어“좌절한혁명가”의침통을통과해제주의아픔에이른다.아직도치유되지않은1948년4월3일의상처가이시에도오롯이새겨있는것이다.김수열은4·3을끊임없이불러내는데,그것은김수열시인이나름대로치르는씻김굿에다름아니다.

당신아당신아
곱사등에작대기짚고
물어물어찾은저승
하마당신알아나볼까
몰라보면어떵허리
돌아갈여비도없는데
당신아당신아
무정한내사랑아

-「당신아당신아」부분

먼저보낸“사랑”을부르는이시도,물론시의내용에서는언급되지않았지만,4·3때잃은가족에대한애끓는심사를표현한것이다.하지만살아남은제주인들에게도주어진삶이있기에그들의질기디질긴생명력을김수열은시집여기저기에남겨놓았다.

저것들이날살리는구나

아이고내새끼덜,저큰놈족은놈
갯것이서‘어멍,어멍’부르는소리들리면
아,살았구나
저것들이날살리는구나

-「울타리」부분

이시는“죽은듯자다가죽어져야할”정도로고통스런삶을“새끼덜”때문에살아남았다는단순한신산고초를말하지않는다.이시에도4·3으로인한삶의고통이배면에깔려있거니와이사실은김수열에게제주에서의삶과죽음자체가4·3을기준으로갈릴수밖에없다는원초적체험에존재한다는증거가된다.중요한것은4·3이단지삶과죽음을갈라놓았다는인식에국한되지않는다.4·3은다시삶자체를갈라놓았다.

저걸잡으라

구장어른,어쩔수없어어린딸에게
고갯짓을했고
검은개꾸역꾸역닭한마리먹어치우더니

-「죽은병아리를위하여」부분

이시는“검은개”가“닭한마리”잡아먹은이야기가아니다.“검은개”로상징되는학살자들이“실한어미닭”을잡아먹자“어미잃은병아리열다섯”이“알에서깬지열흘도되기전/싸그리죽”은“무자년”(1948년)의사건을알레고리화한것이다.산목숨들은「울타리」에서처럼“어멍,어멍”부르는소리때문에죽지못해살아남은경우에해당된다.시인이이작품에서마지막을“무자년겨울이었다”로한것은이작품의이야기가‘사실’임을강하게환기시키기위한것이다.
표제작인「물에서온편지」에서는죽은이의입을빌어조금더구체적인상황이제시된다.

조반상받아몇술뜨다말고
그놈들손에끌려잠깐갔다온다는게
아,이세월이구나
산도강도여섯구비훌쩍넘었구나
이시는밥을먹다말고끌려가그대로망자가된이의입을빌어원통함을풀어내게했다.여기서시의화자이기도한4·3의희생자는“내몸누일집한채없다는게서럽구나안타깝구나”라고말함으로써4·3이아직도치유되지않았음을드러낸다.결국지금할수있는것은자기치유밖에없음을말하고있다.“죽어서내가사는여긴번지가없어도/살아서네가있는거기꽃소식사람소식/물결따라바람결따라너울너울보내거라,내아들아”.
희생자가희생자를치유해야하는일이일견비극적인것처럼도보이지만,국가나체제의섣부른치유방식이또다른상처를남기는일이잦은것을감안할때,희생자의언어가되어주는김수열의시쓰기는그의미가깊다.그런데희생자의언어가되어주는일이시종일관비극적파토스를갖는일만은아니다.

제주어로구현한리듬과생동감

예순살짝넘긴며느리가여든훌쩍넘긴시어매한테어무이,나,오도바이멘허시험볼라요허락해주소하니그시어매,거무신씨나락까먹는소리여,얼릉가서밭일이나혀!요번만큼은뜻대로허것소그리아소,방바닥에구부리고앉아떠듬떠듬연필에침발라공부를허는데,멀찌감치앉아시래기손질하며며느리꼬라지쏘아보던시어매몸뻬차림으로버스에올라읍내나가물어물어안경집찾아만원짜리만지작거리다만오천원짜리돋보기사들고며느리앞에툭던지며허는말,거눈에뵈도못따는기멘허라는디뵈도않으믄서워찌멘헐딴댜?아나멘허!

-「고부」

이시는둘만남은시어머니와늙은며느리가“오도바이멘허시험”을가지고벌이는짧은촌극이다.제주어표기를가급적따르면서유머러스하게시어머니와늙은며느리의관계를그리고있다.희생을치유하는일에는꼭씻김굿만필요한것은아닐것이다.이렇게일상을살면서간혹상처가조금씩아물어질수도.
「주전자막걸리」에서는시인의나이대는누구나경험했을막걸리심부름때있었던일을유머러스하게그린작품이다.이작품이독특함을갖는다면제주어가뿜어내는리듬과생생함때문일것이다.

무신거험이라?준수아버지가놀러오는날이면문지방베고쪽잠자던아버지는빈주전자건네며막걸리받아오라하셨다잰걸음으로올레나와가축병원지나주전자가득막걸리받고돌아오다가가축병원앞에서주둥이에입대고꼴짝올레들어힐끗눈치보고꼴짝아버지몰래뒤꼍으로돌아물소리안나게수돗물채워호박탕쉬에물김치올려술상내가면아버지는‘허그거,재기도왔져’하며얼굴가득환해지셨다

김수열시인은이번시집에서제주어를통해제주의역사와삶,그리고아픔을빼어나게그려냈다.이런성취는시인의공명심과목적의식적인관념으로는불가능하다.김수열시인이자신의소개를“지금도제주에살고있다”고말했듯이시인자신의삶과정서가어쩔수없이제주에깊이뿌리박았기때문일것이다.시는사는만큼쓴다는명제는쉬폐기할수있는게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