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 (이종형 시집)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 (이종형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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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종형 시집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 개인의 상처와 삶의 여정을 통해 제주 4ㆍ3이 남긴 역사적 상처가 감각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시집은 4ㆍ3이라는 역사적 사건으로 된 문을 열고 들어가, 4ㆍ3에 휘말린 개인사에 대한 감정들에 휩싸인 다음, 새로운 생명을 얻음으로써 맞게 되는 삶에 대한 담담한 기쁨을 거쳐, 베트남 민중들에게 손을 내미는 구조로 짜여졌다.
저자

이종형

저자이종형은제주출생.2004년『제주작가』로작품활동시작.
제주작가회의회원.

목차

시인의말_5

제1부
山田ㆍ12
통점ㆍ14
山田가는길ㆍ16
자화상ㆍ17
바람의집ㆍ20
십자가진사내ㆍ22
각명비ㆍ24
검은돌에새겨진子,혹은女ㆍ26
도령마루ㆍ28
무등이왓팽나무ㆍ30
꽃비내리는이봄날에ㆍ32
4월ㆍ34
봄바다ㆍ35

제2부
폭설ㆍ38
풍경이울다ㆍ39
꽃잠ㆍ40
따뜻한집ㆍ42
수화식당ㆍ44
백양사가는길ㆍ46
산사풍경ㆍ48
정선ㆍ50
바이칼1ㆍ52
바이칼2ㆍ53
그남자ㆍ54
레시피ㆍ56
거룩한식사ㆍ58
묘지산책ㆍ60

제3부
생명ㆍ62
원준에게ㆍ63
오동나무집한채ㆍ64
응급실신호등ㆍ66
아버지ㆍ68
여름이후ㆍ69
당부ㆍ70
해후ㆍ72
10월ㆍ74
비양도ㆍ75
고작열흘ㆍ76
재회ㆍ78
가을안부ㆍ80
애월ㆍ82
사랑이여,안녕ㆍ84

제4부
포구,강정江汀ㆍ88
구럼비가는길ㆍ90
대설주의보ㆍ92
폭설의한계중량ㆍ94
붉은,날들ㆍ96
레퀴엠ㆍ98
바나나혁명ㆍ100
십일월의詩ㆍ102
삼백살된ㆍ104
카이,카이,카이khai,khai,khaiㆍ105
눈과손ㆍ108
씬로이ㆍ110
팜티호아ㆍ112
木碑가서있는숲ㆍ114
개민들레ㆍ116

발문
아름다운아픔의경계,경계지우기|안상학ㆍ119

출판사 서평

4ㆍ3이라는개인사

이종형시인의첫시집에는4ㆍ3으로생긴깊은개인의상처가기저음으로깔려있다.이개인의상처는그러나점점더가지를무성히뻗어역사적사실과만난다.“육군대위였다는육지것내아버지”를둔죄로“어머니의작은방/그방바닥”에파묻힐뻔했던갓난화자는훗날“시공의경계를단숨에건너/이제막돌아온작은생명하나로/마침내한家系”를이룬다.손주의탄생이주었을삶에대한경외는그러나전혀사적이지않다.도리어이런개인의상처와삶의여정을통해제주4ㆍ3이남긴역사적상처가감각적으로드러나고있다.

4ㆍ3평화공원
각명비위에
내려앉은산까마귀한마리
검은부리로톡톡,
그겨울의이름들을
다시새기고있다

_「각명비」부분

오래전죽임을당한“이름들을”“톡톡”다시새기는이행위가구체적인실감을주는것은시인의개인사가밑받침해주기때문이다.발문에서안상학시인이쓴대로“어긋나버린가계와태생의비밀을담은시들을과감하게던져놓는”시들은그러니까첫시집을통한개인적인제의(祭儀)이면서역사적접근의첫단추가되는것이다.그렇기에“조천읍선흘리산26번지목시물굴에들었다가/한사나흘족히앓”는것은지극히자연스럽다.제주도시인들에게4ㆍ3은체험의원형과같은것이어서“4월의섬바람은/뼛속으로스며드는게아니라/뼛속에서시작되는것”이다.제주도의바람은“뼛속에서시작되는것”이라는방언은그아픔의복판에서태어나자라지않은이가아니라면쉽게할수있는게아니다.

현실인식의깊이와넓이

이런경험과인식은시인의관점을깊게함과동시에넓게하는데,베트남전쟁당시행한지난날한국의만행을이종형은4ㆍ3과겹쳐서읽고있다.4부뒷부분에배치된일련의‘베트남시편’들은그것을증명하고있다.「카이,카이,카이khai,khai,khai」「눈과손」「씬로이」「팜티호아」「木碑가서있는숲」「개민들레」등은시인이직접베트남에서느낀현실을통해얻은새로운인식과정동을통해쓴작품들이며동시에베트남민중들에게내미는사과와위로,그리고치유의시편들이다.
“3킬로를자전거로달려와땀범벅이된”베트남사내의“카이,카이,카이khai,khai,khai/내말좀들어달라고/카이,카이,카이khai,khai,khai/나도말좀하게해달라”는외침은언어를박탈당해본경험을가진시인에게말할수없는슬픔을준것은당연했을것이다.“꼬박오십년이걸린”그외침은“제주의4월을다시떠올리”게하고“맹골수도의찬바다에서아직도돌아오지못한/아이들을기억하”게한다.국가에의해죽임을당하거나또는버려진존재들은언제나이렇게“땀범벅”으로살아가는민중들이다.그사실을시인은자신의고향에서도,그리고머나먼이국에서도동시에깨달았던것이다.
「카이,카이,카이khai,khai,khai」「눈과손」「씬로이」「팜티호아」「木碑가서있는숲」등의작품들이베트남에서직접느낀걸쓴시라면,「개민들레」는제주로이주해와“살아보겠다고씩씩하게살아보겠다고/연삼로꼼장어구이집에서서빙하던/베트남여인꿍웬”을통해작은목소리로이른바‘민중연대’를노래한작품이다.

토종이아니라는이유로
추방을생각했던사람들이있었지만
작고여린목숨일지라도
저항의방식하나쯤은있는법
여린홀씨하나로
사람사는곳이라면어디서나
노란꽃대밀어올리는저견고한힘

_「개민들레」

다소투박하고낯익은표현방식을이용하고있지만어떤연대의힘이느껴지는것은분명한데그것은단지작품에“힘”이라는어휘가들어가서만은아니다.그것보다도시인자신이자신의상처를통해베트남민중들에게개방되어있기때문이다.또이른바‘민중연대’의힘은고급스럽게표현할수도없는가장직접적인층위에서이루어지는바이‘직접적층위’자체는힘이세차게흐르는영역이기도하다.의도된것이든아니든「개민들레」가마지막에배치된것,아니‘베트남시편’들이마지막부분에집중적으로배치된것은흥미롭다.

시를만나서…

그러니까이시집은4ㆍ3이라는역사적사건으로된문을열고들어가,4ㆍ3에휘말린개인사에대한감정들에휩싸인다음,새로운생명을얻음으로써맞게되는삶에대한담담한기쁨을거쳐,베트남민중들에게손을내미는구조로짜여진셈이다.그런데가만히보면시인은“생명”이란단어를적잖게이시집에서쓰고있는것을발견할수있다.죽음을통해“생명”을얻고있는게분명해보이는이시집은,앞으로또다른4ㆍ3시집으로등재될것이다.
또한가지짚어야할점은이순이넘은시인의첫번째시집이라는것이다.‘시인의말’에서직접토로했듯이,“늦깎이로”시를쓰면서자신의과거와화해하고동시에‘우리’의아픔을알게된것은시인의말대로라면시를통해서였다.“詩를만나지않았다면/허기지고외로운시간들/생의변곡점을지나는계절들을잘견뎌낼수있었을까”라는자문은일종의‘서시’로도읽힌다.이종형에게시는세상을달리보는놀라운눈이되었던것이다.
제주에살면서4ㆍ3을알리는데노력을게을리하지않고또시를쓰는일에도조급해하지않은삶의태도가바로이시집『꽃보다먼저다녀간이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