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곳에 (김경숙 소설집)

아무도 없는 곳에 (김경숙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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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경숙 작가의 작품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서술 방식으로, 일상적 현실에다 환상적인 요소를 뒤섞어 새로운 세계를 역어보이는 데에 있다.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 「개다리소반」인데, 작곡가의 영혼이 떠나고 나자 위안이 찾아올지 전전긍긍하는 주인공의 어룽진 눈 속으로 자개 빛을 한 나비가 날아든다. 주인공은 나비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데 날이 점점 밝아오고 멀리서 굴착기 다가오는 소리가 그들의 부르는 노래를 삼켜버린다. 이렇듯 이 작품은 주술과 현실, 초월과 내재적인 것을 구분하지 않고 상층적인 것이 한데 어우러져 인간의 보편적인 본성과 불가해한 운명 등 인간의 삶의 총체성을 드러내 보이는 데 성공한 작품이라 하겠다.
저자

김경숙

1967년전북순창에서태어났다.
2015년「아무도없는곳에」로5·18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작가의말/4

아무도없는곳에/9
아떼/33
가면/61
팥죽/85
개다리소반/111
동태대가리/133
길례언니/161

해설|인간의말을찾아서·고영직/183

출판사 서평

새리얼리스트의등장

김경숙의첫작품집인『아무도없는곳에』는우리문학에새리얼리스트가등장했음을알리고있다.김경숙의소설은하나같이사회가방치한영역에존재하는인물들의이야기이다.5·18문학상수상작이자작가의데뷔작이기도한「아무도없는곳에」는가해자가피해자의아버지라는구도를통해저1980년5월이남긴아픔을예리하게드러낸다.1980년5월이남긴아픔은대를이어전해지고있음을인상깊게그려내고있다.그가운데에서아픔을보듬고치유하려는존재는여성인‘노파’인데,노파의죽음은사회적인존재감이없다.왜냐면마을은“넓고좋은경치에자리잡고”사는“낯선사람”들이주인이되었기때문이다.이제마을은공동체가아니어서“한적한마을은아무도살지않는지나와보는사람이없었다.”
작가는이번작품집에실린편편의작품에서해피엔딩을추구하지않는다.이는작가가현실을냉혹하게그리고진실되게바라보고있다는증거이다.이에대해해설을쓴문학평론가고영직은김경숙은“현실의고난과고통을회피하고성급하게희망을복원해야한다고강변하지않는다”고짚었다.그런데이것은리얼리스트가꼭갖추어야할덕목이기도하지만김경숙의만만치않은내공을보여주는것이기도하다.
이런장점은「길례언니」에서도유감없이드러난다.이작품은일본군‘위안부’였던“길례언니”와베트남전쟁당시‘위안부’였던“추앙”을동시에호출한다.그리고“나”는베트남전쟁당시“추앙”을돈으로샀다가버린사람이다.군‘위안부’는결국근대남성-국가의문제라는작가의인식도리얼리스트로서의‘겹눈’(고영직)이없었다면불가능했을것이다.

추앙은사내들의장난감이었다.주는술을억지로마셨고토했다.울었고화장이지워졌다.반항하는날은옷이찢겼다.내게는그림을그려주고번돈이있었다.나는그돈을포주에게줬다.나는추앙을독점했다.추앙에게나는은인이었다.추앙은나를사랑한다고말했다.추앙도위안부였다.좀다르다면장교들이드나드는곳에포주가돈을받고파는위안부였다.모두끌려오거나팔려온소녀들이었다.(177)

김경숙이이작품집에서펼치고있는이야기들은하나같이중층적인데,모순되기도하고대립되기도하는세계를작품에서솜씨있게하나로빚어내고있다.

출몰하는유령들

김경숙이다루는소재들은예민한현실의문제인데그것을자주‘환상’과대면케한다.이것은김경숙의특징중하나이다.특히「개다리소반」과「팥죽」에서그것은두드러진다.고영직에의하면김경숙의“환상이라는장치가산자(살아남은자)와망자를연결하고한판의굿형식이되고있다”며“자신의소설이해원을위한글쓰기가되는것을꿈꾸고있”다고진단한다.「팥죽」은주인공인화자가아예망자이다.소설은이렇게시작된다.

내가망자가된지십칠년되는해다.진도전시관에서는문화포럼행사가개최중이다.미완성인내그림과내제자로알려진민교수의그림이전시되고있다.민교수가내제자로알려진뒤로그의그림은한점에수천만원으로치솟았다.그그림은무당집에나돌던내그림들이지만,그에게내그림을판무당이죽고없으니그사실을아는사람은망자인나뿐이다.(87)

한편「개다리소반」에서는독일로떠난사랑(“위안”)을잊지못한“나”가“공방의마지막작품이될지도모르는,피나무개다리소반”을만들다가“위안”대신독일에서망명중에사망한작곡가의영혼을만나자신의과거와화해하는이야기이다.작곡가의영혼은다음과같이말하고있다.

그렇소.내몸은죽어비록피나무가됐어도내영혼까지는통제하지못했소.위안이라했소?당신이나로착각한피나무의주인이?연정이여자의것인것같아도대개보면남자의것이요.이렇듯그리워하고있는당신에게당신의위안이나비가되어찾아올것이요.나비는마음의영혼이요.(131)

결국“마지막자품이될지도모르는”개다리소반은“나”가그토록잊지못하던“위안”의형상이된다.이작품의문제성은“나”의존재근거가,그러니까공방의실존이현실의복판에서매우위태롭다는점이다.그것은작품안에서묘사된현실의얼굴이다.“도시는같은모습으로변해간다.깨끗해지고편리해진다.흙길은콘크리트회색도로가되고낮은집들은벌집처럼한기둥안에모여산다.”(129)「개다리소반」에서독일에서죽은작곡가의영혼을불러내말하게하는것은“나”의치유라기보다“나”의예술가적자긍심을회복하기위함으로보인다.

경제적빈곤의바탕위에서

「아떼」와「동태대가리」는파괴되어가는가족구조를살피고있다.「아떼」는필리핀에두고온“아바”의치료비를마련하기위해경호아버지에게팔려온여성의이야기이다.경호아버지의폭력을동정하는척하면서“슈퍼당신”은아떼를취하고경호동생경태를낳게도한다.「동태대가리」에서남편“한”의의처증을응징하는줄거리를갖지만“한”의의처증은“한”의어머니의삶에서배태된것이다.“한”은“나”에게자기어머니의이미지를투사해불륜을저질렀던어머니에게마치복수하듯했던것이다.
그런데이가족의파괴는바로경제적빈곤때문이다.김경숙의소설에등장하는거의대부분의인물은빈곤한삶을살고있다는공통점도있다.경제적빈곤이만연한현실이아마작가도모르게작품마다반영된경우라할수있다.그경제적빈곤에빠진사람들의삶이라는것이자기보다약한가족에게복수를하면서꾸려진다는것은비참한일이다.「아떼」와「동태대가리」는바로이지점을묘파하고있다.경제적빈곤의근원에대한투시와성찰은아직부족해보이지만아직도(?)이런소설들을쓴다는것은작가의문학적건강성이없으면불가능한일이다.
김경숙이첫소설집에서보여준여러문제의식은훗날의작가김경숙을예감하는데더할나위없는표지가될것이다.이것은작가의내면에깊은굴곡을만드는동시에건강한작품으ㅢ태반이되기도한다.
김경숙이라는,새리얼리스트가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