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돈을 달랑께 (박경희 에세이)

차라리 돈을 달랑께 (박경희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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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경희의 산문은 충남 보령 지역의 언어로 가득 차 있다. 저자는 고향 언어로 고향 사람들의 삶을 짧은 산문을 통해서 되살려내고 있는데, 그것도 해학과 골계를 통해서이다. 하지만 저자의 해학과 골계는 억지스럽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그것은 저자가 글재주로 쓴 글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 사람들의 입말을 그대로 살려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례로는 소설가 고(故) 이문구의 작품들이 있지만, 박경희는 주로 여성의 언어를 내세우거나 또는 여성적 관점에서 사건들을 해석해낸다. 이것은 오늘날 농촌의 현실이 나이 든 여성을 중심으로 ‘어쩔 수 없이’ 재편되었음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등장하는 적잖은 남성 인물들의 이야기를 여지없이 여성의 관점으로 녹여내고 있다.
저자

박경희

충남보령출생.2001년《시안》신인상수상.시집『벚꽃문신』,동시집『도둑괭이앞발권법』,산문집『꽃피는것들은죄다년이여』,『쌀씻어서밥짓거라했더니』가있음.제3회조영관창작기금수혜.현재시골아이들과함께글을쓰고있음.

목차

1부

아주드럽게더워죽겄네-참죽나무·8
알랑가몰라!-대추나무·13
욕쟁이할머니의호떡-엄나무·18
짝꿍-감나무·24
차라리돈을달랑께-화살나무·29

2부
구신헌티홀린겨-느티나무·36
나이야가라클럽-상수리나무·42
낭만도모르는가베-딱총나무(접골목)·47
내마음이그랬어,암만-흰무궁화꽃·52
내가말여,왕년에는-등나무·57

3부
봄날은그렇게가고-살구나무1·64
대나뭇집할머니-살구나무2·72
꼬부랑살구나무-살구나무3·77

4부
별을헤는아부지-개나리·90
불빛만반짝거렸다-벚나무·94
아카시아마른꽃잎-아카시아·98
물난리-버드나무·103
두말허믄잔소리여-앵두나무·107
문턱에걸리다-오동나무·113

5부(산문같은소설)
이봐총각,나집으로보내줘-팽나무1·120
흔적도없이사라진-팽나무2·129
뒷모습-팽나무3·135
산다는건정말-팽나무4·142

6부(산문같은소설)
말복·152

출판사 서평

해학과골계로구성한충남보령지역의삶!

시인박경희의산문집『차라리돈을달랑께』는충남보령지역의언어로가득차있다.저자는고향언어로고향사람들의삶을짧은산문으로되살려내고있는데,그것도해학과골계를통해서이다.하지만저자의해학과골계는억지스럽지않고물흐르듯자연스럽다.그것은저자가단순한글재주(?)로쓴것이아니라가족과이웃사람들의입말을그대로살려냈기때문이다.이러한선례로는소설가고(故)이문구의작품들이있지만,박경희는주로여성의언어를내세우거나또는여성적관점에서사건들을해석해낸다.이것은오늘날농촌의현실이나이든여성을중심으로‘어쩔수없이’재편되었음을반영하기도하지만,등장하는적잖은남성인물들의이야기를여지없이여성의관점으로녹여내고있다.

“한밤에달빛으로핀소쩍새울음소리가서글프구나.나는어디에있고,너는어디에있느냐….보이는것이온통어둠에휩싸여있
구나.”
“지랄허고자빠졌네.해가중천인디오디서달빛타령이여.아,그놈의구신씻나락까묵는소리좀고만혀.아주맨날염불만하고앉아있으니…가라는장가는물건너가게하고,죙일앉아서그놈에사랑타령만하고…느놈은엄니귓구녕걱정은안허는겨?”
“하늘이퍼런바다맹키로참말로좋구만.”
“모가좋아?오째하늘이바다여?그게말이여?똥이여?오디서그지발싸개같은소리만지껄이구앉았나모르겄네.그라구시방느는바다얘기가그리쉽게나오는겨?나는진저리가쳐지는구만.”
“바람이철썩이는게참말로좋구만.”

-「낭만도모르는가베?」중

낭만주의자“재만이아저씨”와그의어머니사이의대화인데,어머니의낭자한지청구와“재만이아저씨”의능글맞은답변이어우러져골계미를이루고있다.저자는이를“햇살을궁글리는대화”라고부르고있거니와,이런대화는민중적낙관주의없이는불가능하기도하지만그상황을포착해재현해내는저자의날렵한솜씨가빚어낸것이기도하다.

‘근대화’라는역사적사기와피폐해진농촌의현실

이런대화와에피소드의향연은이책의끝까지그칠줄모르고지속된다.그렇다고해서이책이시시콜콜한에피소드로만채워진것은아니다.몰락해가는농촌현실모습도예리하게잡아내고있는데,개발로인해‘땅’이부동산으로되어가는현실을꼬집기도하고해체된가족의가슴아픈이야기를할머니와손주의생활을묘사함으로써수행하기도한다.여기에저자자신의이야기를포개놓음으로써짧은이야기들의모임인이책전체에유기적인구조를불어넣는다.

그런데구돌이아저씨네선산쪽으로골프장이들어선다는소식을접한진대가아저씨를찾아와계속재촉했다.현재시세대로따지면다른때보다몇배는더받는다며,계속산을팔라고했다.그러나구돌이아저씨는선산은절대로팔수없다며,진대에게몇차례얘기를했다.부동산업자들은진대에게붙어아버지를설득하라고하고,진대는아버지에게붙어선산을팔라고설득했다.이기회가아니면다시는이런값을못받는다고,재차설명을하고또설명을해도요지부동이었다.

-「꼬부랑살구나무」중

개발업자들이농촌의땅을부동산으로다루는방법은그러나위와같이땅의후손들을앞장세워서이다.“구돌이아저씨”는아들“진대”를결혼시키고선산을지키며개한마리와함께살고있는데,결국아들진대가선산의땅문서를훔쳐서팔아버린다.그런데그땅문서를끝까지지킨것은집을지키던개였다.그렇다면진대는선산을팔아부자가되었는가?사실진대도부동산사기꾼에게속은것이다.땅문서를훔쳐달아나는진대를쫓아갔다가패대기를당한개도죽고,선산은사기꾼의손에넘어가고,아들진대는종적을감췄으며“구돌이아저씨”는북망산천을넘고말았다.
한편의비극적인단편소설같은이야기를통해서저자인박경희는농촌의몰락은‘근대화’라는역사의사기에당했다고말하려는것일까?아들진대가종적을감춘것은곧또하나의가정이파괴되었다는것을의미할터,그이야기는「두말허믄잔소리여」에서이어진다.물론“구돌이아저씨”와“닭집할머니”의이야기는연속적인이야기가아니다.하지만두작품다어떤전형성을획득하는바람에마치연작처럼읽히는것도사실이다.

상처받은영혼들을위해서

「두말허믄잔소리여」는아빠와이혼한엄마의손을잡고외할머니댁에내려와살고있는“솔이”가중학생이되어서친구를폭행한사건을중심으로한짧은글인데,외할머니인“닭집할머니”는어디까지나외손주인“솔이”의역성을들고반대로딸을타박한다.친정엄마에게아들“솔이”를맡기고대처로나가자“솔이는혼자우울했고,혼자슬펐으며,혼자엄마,아빠를기다렸다.솔이는한동안집밖으로나오지않고,집안에있는물앵두만따먹으며,닭처럼구구구다녔다.우리가나오라고해도대문으로빠끔히쳐다보고는다시집안으로쪼르르들어가버렸다.그예쁜짓도얼마지나지않아서언제그랬냐는듯이하지않았다.그렇게솔이는어린시절을혼자서때로는우리와함께보내고집으로돌아갔다.”
그런“솔이”가그만엄마욕을하는친구를때린것이다.외할머니인“닭집할머니”앞에서꺼이꺼이내막을고백하며외할머니에게용서를구하자,도리어외할머니가“솔이”에게다음과같이말한다.

“죽어라돈벌어서리핵교보내놨더니한다는짓거리가넘의부모욕을혀?이건선생잘못이여.승질이썩었는디뭘가르치겠다고지랄이여?아녀.이건부모새끼들잘못이여.그따구로오냐오냐키우다가는절단나는건금방이여.그니께솔이느는아무잘못이?는겨.나가느어미를잘못키워서그런겨.다내탓이여.나내탓이니께넌아무잘못이?어.암만.”

이대목은“닭집할머니”가외손주인“솔이”에게한세대를다짊어지고사죄를하는장면으로도읽힌다.당연히“닭집할머니”에게는그러한의식(?)이없었을것이다.의식은삶에서파생되어나오기도하지만,삶을왜곡하기도한다.하지만“닭집할머니”의언어는의식이전에서발화된것이며,상처받은존재들을사랑하는영혼이없으면불가능한언어이기도하다.
저자가산문을소설형식으로쓴(쓰려고한)것은,어쩌면저자의어떤문학적노림수가있어서일것이다.‘산문같은소설’이라는겸양이밴글이두편이나실린것을봐도그것은명확해보인다.노림수가있건없건중요한것은,저자자신도모르게우리시대의자화상을예리하게소묘해냈다는점이다.충남보령지역이라는변방의생활을통해서이시대의본질을캐묻고있다는것이다.중심이란낡은세계를뒤흔들면서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