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희망이 아니다 (표성배 시집 | Paperback)

내일은 희망이 아니다 (표성배 시집 | Paper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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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표성배의 시는 변함없이 노동 현장에서 발화한다. 그의 시는 그러나 한탄이나 분노보다도 담담하다. 내일의 희망도 믿지 않지만 오늘의 부조리를 용인하지도 않는다. 비록 지나가버렸지만 과거에 있었던 혁명적 사건을 떠올린다.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을 운명이라 보고 있는 것도 같은데, 수동적인 정서는 당연히 아니다. 표성배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의 내용과 색깔과 모양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시인이란 무릇 꿈꾸는 존재이기에, 아니 시라는 것은 꿈의 기록이기에 꿈은 시의 심장과도 같다. 꿈을 통해서만이 시에 피가 돌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꿈꾸기는 표성배 자신이 노동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듯싶다. 꿈을 버리는 세계에서 꿈을 꾸는 일, 시인에게는 괴로운 일이지만 시에 있어서는 살아 있음과 그렇지 않음을 가르는 구분선이다.
저자

표성배

경남의령에서태어나1995년제6회‘마창노련문학상’을받으
며시를쓰기시작했다.시집으로『기찬날』『은근히즐거운』
등이있으며,시산문집으로『미안하다』가있다.공장이꼭
삭막하기만한것이아니라사람이함께살아가야할따뜻
한공간이라는믿음을가지고,삶의현장을서정적온기로
감싸안는시를쓰고자노력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ㆍ5

제1부
화음ㆍ12
오십세ㆍ14
낙화시대ㆍ16
자본주의1?기계와속도ㆍ18
혼밥시대ㆍ20
대한문앞에서ㆍ22
저녁놀ㆍ24
내일은안녕하십니까ㆍ26
좀솔직하게살자ㆍ28
탈선ㆍ30
마이산에서ㆍ32
내일은희망이아니다ㆍ34
황사바람ㆍ36
언강위에서서ㆍ38
노을을등지고걷다보면ㆍ40

제2부
부부ㆍ42
장마전선ㆍ44
길위에서ㆍ46
명확한길ㆍ48
불가사리ㆍ50
낮달ㆍ51
몽고정ㆍ52
이밤과좀친해져야겠다ㆍ54
선암사에서ㆍ56
무거운시ㆍ58
하늘호수ㆍ60
건망증ㆍ62
능인ㆍ64
파도는바다에만있는것이아니다ㆍ66
이런날ㆍ68

제3부
자본주의2ㆍ72
마산자유수출지역ㆍ74
통일이안되는이유ㆍ76
봄을부르는소리ㆍ78
절명시ㆍ80
나는마산에살고있다ㆍ82
파랑새ㆍ84
마산10·18그리고ㆍ86
129번ㆍ88
공존하는시대ㆍ90
저녁이있는삶ㆍ92
광장안에사는비둘기ㆍ94
비무장지대ㆍ96
불꽃ㆍ98
세월호ㆍ100

제4부
Koreandreamㆍ102
기계소리ㆍ104
공장빙하기ㆍ106
취업공고판?박영근시인ㆍ108
프레스앞에서ㆍ110
삼대ㆍ111
문송면ㆍ112
1980년대그때는ㆍ114
지독ㆍ116
혁명은없다ㆍ118
슬픈이름ㆍ120
가난한사람들ㆍ122
일터에봄은오는가ㆍ124
겨울산은봄을의심하지않는다ㆍ126
산문_노동시와노동시인ㆍ127

출판사 서평

망치소리가봄을부른다

시인표성배는공장노동자이다.시인에게는삶의진위와경중과높낮이를자신의노동으로잰다.심지어봄을부르는것도공장의망치소리이다.시인이얼마나자신의노동에의미를부여하고있는지여실히드러나는대목이다.그래서「봄을부르는소리」에서망치소리가“두꺼운강철을뚫어강철길을//쇠를굽혀부드러운곡선길을//길이없으면길을만드네”라고말하는것이다.「화음」이라는시에서도마찬가지이다.이작품에서시인은“손과기계는한몸”이라고하는데,시인이어떻게노동자가되어야했는지그전사(前史)가「불가사리」라는작품에드러나있다.

새끼들이더높이더멀리날기를소원했다천도를하듯아버지는다섯식구를날갯죽지속에품고,해지지않는도시를선택했지만,도시는아버지를반기지않았다그게가장으로서처음이자마지막실수였다도시는처음부터무릎을꿇리고튼튼하던두날갯죽지를꺾음으로써위엄을보이는것을잊지않았다그위엄앞에아버지는단한번고갤들지못했다
(…)
어린동생은직업학교를무사히졸업하고공장으로소처럼팔려갔다

_「불가사리」부분

자본주의임금동자의탄생이언제나그렇듯이,시적화자도고향을버리고도시로흘러들어와야했다.시인의경우는아버지대부터도시노동자가되어야했지만당연히(?)그것은대물림되었다.“어린동생은직업학교를무사히졸업하고공장으로소처럼팔려갔다”라고담담히쓰고있으나,사실“어린동생”의경우와시적화자의경우는동일했을것이다.그런데시인에게고향이란어떤곳인가?그곳은또“해방되고전쟁이나고”“보도연맹에연루되어끌려가신서른일곱살의할아버지”의삶이묻힌곳이다.거기에서할머니는“파랑새”를기다렸지만,“파랑새는어디에도없”다는것을시인은안다.(「파랑새」)

역사는진화하지않는다

표성배시인이자신의노동을긍정하고사랑하는동시에자신이몸담고있는공장을떠받치고있는자본주의체제에저항하고있는것은어쩌면자연스러운일인지도모른다.자신을공장으로떠민역사적배경을그의가족사가증명하고있기도하지만,자본주의임금노동은과거뿐만이아니라노동자의미래를끊임없이위협하기때문이다.「내일은안녕하십니까」에서“한치앞을볼수없”는상황을피력할때,또는표제작인「내일은희망이아니다」에서“한번지나간바람은두번다시오지않는다”는침통한고해는저뜨거웠던시대가반복되지못하고자본의먹이사슬에편입되어버린현실을아프게직시하고있다는증좌이다.

역사가진화한다는말

잔인한말,

언강위에서보면안다

강과내가한몸처럼느껴지지만

한몸이아니다

_「언강위에서서」부분

역사가진화하지못하고그대로굳어버린것처럼보이는것은표성배시인에게는경험적인사실이다.“광란의시대를가로지른//내누님들가난한숨소리가//아직도합포만파도소리를잠재우고있”(「마산수출자유지역」)기때문이다.또“파도는바다에만있는것이아니라고//온몸으로파도처럼말해보지만//소리가되지않는다”.(「파도는바다에만있는것이아니다」)표성배의현재인식은이렇게우울하기는하지만,그것은“바다”같은역사의지평에섰을때에그렇다.그와는반대로이번시집에서표성배는자신과가까운존재들에게서사랑을배운다.


저돌에서배운다

이제“청춘은갔다”면서도역설적으로“건망증을사랑하는것”이나“사랑의거리가딱그만큼”이라고말하는것은가까운데에대한재발견과상관이있다.여기서말하는‘가까운데’는지난역사의사건을가리키기도한다.예컨대“떨어져시든꽃잎이상흔처럼남아있는1946년10월1일대구그리고……,그하늘아래불꽃을나는,//10월항쟁이라부르고쓴다”(「불꽃」)고할때나“한때부끄럽지않았던기억을더듬는다//3·15와4·19,10·18의함성을//수출자유지역과창원공단의자랑스러웠던노동자를//나는아직마산에살고있다”(「나는마산에살고있다」)고힘주어말하는것은미래에대한섣부른전망보다지난시간을더욱더단단하게여미겠다는자신만의전략일수있다.

첫발을내딛고부터돌부리에걸려넘어지더라도함부로돌을원망하지말라돌은절명해도단단한정신은살아있다

어둠이강산을뒤덮어도빛나는아침을그리며한시절우린절명시를외우며건너왔다

하루를버티는힘이어디서나오는지꿈쩍도하지않는저돌에서배운다

_「절명시」부분

표성배는이렇게우리를넘어뜨린“돌”을사랑하기시작한것이다.이사랑이가끔은소소하게가족에게뻗치는경우도있지만,진실은그러한소시민적사랑이아니다.시인자신의삶과시를가능케했던‘거대한뿌리’를인식하고있다는게진실에가깝다.이제시인은지나가버린혁명적열정이자신을떠나가고있음을고백한다.대신그혁명적열정이전의시간을불러들인다.더깊은곳으로내려가고있는것이다.그것이작은것이든큰것이든상관없다.언젠가는없어질지도모를“공장”을증명해주기위해“은행나무한그루심어야겠”(「공장빙하기」)다는생각이사랑이아니라면가능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