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바보몽땅 (강병철 시집)

사랑해요 바보몽땅 (강병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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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새로 발간하는 『사랑해요 바보몽땅』 시집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트럭에서 쏟아지는 무 다발처럼 다양한 표정들이다. 영뵉이 성님, 종갑이 성님, 정자 누나, 옥이 이모, 순임이, 최윤희, 재련이, 이세진, 상원이, 대밭집 연실이 등등. 이들은 그의 바닥과 현장에서 인연을 맺은 존재 혹은 이름자들이다. 그는 태생적으로 낯가림이 심하지만 맺은 인연마다 ‘강박증’으로 사랑한다. 강병철의 ‘강박증’ 사랑은 등장인물과 가족만이 아니라 문학에 대한 열정도 ‘강박증’에 앞서 내달리는 중이다. 불가촉천민을 향한 작가의 사랑 이야기는 그렇게 바보 페르소나를 확장하면서 오늘까지 달려왔다.
저자

강병철

시집으로『유년일기』『하이에나는썩은고기를찾지않는다』『꽃이눈물이다』등이있고,소설집으로『비늘눈』『엄마의장롱』등이있다.그외다수의성장소설과산문집을펴냈다.대전충남작가상,한남문인상을받았다.

목차

시인의말ㆍ4

제1부
사내라곤딱나하난데ㆍ12
쇳밭둑할아버지ㆍ13
정자누나ㆍ14
할미꽃ㆍ16
보고싶은옥이이모ㆍ18
통지표고치기ㆍ19
우등상ㆍ20
바다라는이름ㆍ22
치타ㆍ23
대통령후보들ㆍ24
쇠갈퀴손목ㆍ26
구렁이ㆍ28
장래희망ㆍ29
스물셋노처녀였다가ㆍ30
종잣돈누에ㆍ31
개구리잡기ㆍ32
술래잡기ㆍ34
돌멩이가최고여ㆍ35
국민교육헌장ㆍ36
장수말벌ㆍ38
사랑해요바보몽땅ㆍ40
꽃씨이야기ㆍ44
맨드라미ㆍ46
스릴ㆍ48
봄이ㆍ50
투명인간의입술ㆍ51
초록빛바다ㆍ52
김문자전傳ㆍ54
해와달과수수깡ㆍ57

제2부
아버지는오래된기억에만생생하시다ㆍ60
사부곡思父曲ㆍ62
최후의잡곡밥ㆍ63
금식표찰ㆍ64
변화ㆍ65
아버지빤쓰ㆍ66
노인병동538호ㆍ68
모시나무ㆍ70
어머니의노래방ㆍ72
컵라면ㆍ74
딸바보·하나ㆍ이삿짐ㆍ75
딸바보·둘ㆍ방청소ㆍ76
딸바보·넷ㆍ딸의생일4개월전ㆍ78
금연구역ㆍ80
달포만에비가오다니ㆍ82
이삿짐ㆍ83

제3부
아직도그대로있나요ㆍ최연진선생님10주기추도식에
부쳐ㆍ86
병신년회갑의벗들에게ㆍ88
노무현추모식을보며ㆍ91
소리·셋ㆍ92
그리고노을앞에서ㆍ2009년9월23일,서대전시민공원김대중추모제에서ㆍ93
세월호승선사진ㆍ95
블랙리스트의봄ㆍ96
일반잡부방씨의촛불집회ㆍ98
배추껍데기ㆍ99
동창회와이데올로기ㆍ100
코리안드림ㆍ102
말라붙은지네ㆍ104
지네가족보내다ㆍ마라도창작촌에서ㆍ105

제4부
당뇨관리수첩ㆍ108
당뇨관리수첩·둘ㆍ109
금주령ㆍ110
엘리베이터의봄ㆍ111
매독ㆍ112
손등을찍는다ㆍ114
루핀들ㆍ115
다른소설가들을ㆍ116
로드킬고양이ㆍ117
도서관ㆍ118
통큰언어의벗에게ㆍ120
삽을잃다ㆍ122
어느날늙은시인이되었다ㆍ124
구제역꽃ㆍ126
밥먹기에대하여ㆍ127
집나간너를위하여ㆍ128
중년의김우직ㆍ129
수근이사고치기직전ㆍ130
퇴직3개월전ㆍ132
이제는나도ㆍ133

해설_사랑과바보,그리고기억의힘
|박명순ㆍ135

출판사 서평

기억의힘

강병철의이번시집은‘기억의힘’으로씌어졌다.기억은한존재의필연성을보증한다.누군가와어디에서무슨일이있었는지가대체적인기억의내용인바,기억이라면곧한존재가통과해온사건의해석층인것이다.따라서기억이라는밝지않은창고에는명료한사건그자체가쌓여있는것이아니라명료하지않은해석이더미를이루고있다.시는다시한번그불명료한해석의더미를꺼내어재해석한결과물이다.강병철의이시집은그것에매우충실하다.

‘문자고모다’
신작로아리랑사진관에얼굴걸린딸부잣집여덟째김문자소녀는엄앵란짙은눈썹김지미앵두입술빼박아서옥玉같고눈雪같았다바늘코안보고벙어리장갑거뜬하게떴지만웬일일까,방앗간라이방삼촌한테바람맞더니밤만되면열여덟가는어깨훌쩍훌쩍들먹였다

_「김문자전傳」부분

강병철은기억속의여러인물들을호출해내여러목소리를들려준다.이런다양한기억은시인의내면이무엇으로이루어져있는지드러낸다.그것은지금은사라진민중의이미지들이다.이이미지들이비록‘옛이야기’처럼들릴지라도분명히우리의역사를지탱해준‘거대한뿌리’임은사실이다.물론명시적으로시인이민중과역사를말하는것은아니다.


능청과유머를통해진실을보여주기

하지만시인의기억을차지하고있는민중이사라져버린것은아니다.아직도그들은처처에존재하며묵묵히세상을지탱시키는아랫돌역할에충실하고있다.“대전복합터미널남자화장실”에서“소변기닦던여자”는분명히옛날“대밭집”에살던“연실이”다.그친구가“바닥건사하는건강한노동자”가되었다고시적화자는반가워하지만,문제는그“건강한노동자”가사회적으로는“투명인간”이라는점이다.(이상「투명인간의입술」)시인은작품의내용에서는그점을부각시키지않으며능청을떨지만,그존재가“투명인간”이란점을(강하게)드러내는방법을택한다.
강병철은이렇듯이시집도처에서능청과유머를잃지않는다.그렇다고해야할말을포기하지도않는다.

우성관앞에서봉고차기다리는
식물성표정들이열종대흡연중이다
나혼자낯익었을까파키스탄이나네팔인표정
중국인닮은토종황인종하나는
창살앞자리붙박이꼭거기다
밥먹으러가는중일까아니면용역대기
4년째풍경으로갸웃갸웃지나친다
이역만리기름밥인생
밀항선불법체류였을지도모른다
밀입국거부로몇나라에서퇴짜맞은
그열대야사막의난민이었을까

_「코리안드림」부분

어떤사물과사건앞에서도‘무거워지지않기’는강병철의특징이면서미덕이다.우리사회에서하층노동자로살고있는이주민들에게서도인식의출발은무거우나마지막에는예의낙천이드러나는데,그들에게정작필요한것은아마도이와같은낙천일것이다.“유목의호프집번뜩이는입술들로나타나/먹태안주한접시로아홉명이나눠먹던/코리안드림두근두근심장들/봉고차대기하며햇살받는중이다”.

사랑은끌어안는것

이런낙천의본질은대상에대한사랑이그중핵일것이다.기억속의인물들이든아니면가족이든시인의시선은사랑으로가득차있다.예컨대,삽을잃어버리고“경비아저씨”가도둑을색출하겠다며분기탱천하지만시적화자는도리어이렇게말한다.

사소한도둑질은눈감아야합니다
흘린물건주워간거예요
꼭필요한사람이가져갔을겁니다
더폭폭한임자만나라며가슴다독이며

_「삽을잃다」부분

이것은그냥너그러움이아니라삶이맞닥뜨리는상황에대한사랑에다름아니다.누군가“사소한도둑질”을해야했던상황을이해하고그행위를사랑하지않는다면나올수없는마음씀씀이인데,마지막행이그것을증명한다.“폭폭함”으로“사소한도둑”과시적화자가연결된것이다.즉“사소한도둑”과시적화자가실제로는별로크게다르지않다는것.그나나나비슷한시간과상황을살고견뎌왔다는것.이런내면이없다면있는자가없는자를동정하는것이지그것은사랑이아닌것이다.
그럴때만이구제역으로죽어간,정확하게는인간들에게“생매장된같잖은생명들”을“꽃”으로부를수있다.죽임을“꽃”으로치환시키는것은언뜻보면한가한인간의목소리같지만,“죽음으로끌안던모자母子버크셔”라는표현에서보듯이죽음마저끌어안는행위자체가사랑이다.물론그것을시인은도드라지게발언하지않는다.다만이러한사랑들을“함부로덮을수없다”고외친다.(이상「구제역꽃」)사랑은끌어안는것이지함부로덮어버리는것은아니지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