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합지졸 특공대 (박혜지 소설집)

오합지졸 특공대 (박혜지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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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혜지의 소설은 늘 세계의 원본과 낱개의 인간들이 마찰하는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심연이 어떻고, 내면의 숨결이 어떻고 하는 관념적 엄살로 직조된 산문들과는 종자가 다르다. 끝없이 좌절하는 일상과 절망을 감내하는 정신의 크기도 범상치 않고, 온갖 마이너리티들의 숨결을 통해 서사와 지성의 결합을 엮고자 하는 지적 근성도 갖춰져 있다. 하층 서사의 긴장을 견뎌내는 문장들, 민중적 장면 묘사의 역동성을 놓치지 않는 질박하고 섬세한 문체는 압권이다. 신나는 일이다. 인간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 광활하게 텅 빈 문명의 내부를 우리는 장차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가? 박혜지는 한사코 굼뜬 걸음으로, 초라하고 허술한 약소자의 사생활에서 첨단의 인간관계와 윤리를 발굴해간다. 섣불리 주목 받고 조명 받으려는 시류에 결코 매이지 않는 이 고독한 ‘서사 정신’에 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김형수, 시인·소설가)
저자

박혜지

2013년<제5회구상문학상젊은작가상>에단편소설「처형」이당선되어등단했다.

목차

최고의거짓말*7
오합지졸특공대*31
성스러운피:해커*69
나라에서*91
공격적용서*109
처형*133
거대한무덤*159
동백*183
덕수씨화났다*207

해설|거짓말의매혹과이야기의미래*최진석(문학평론가)*231

출판사 서평

내게거짓말을해봐!

2013년단편소설「처형」으로‘제5회구상문학상젊은작가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한박혜지의첫소설집『오합지졸특공대』는최근의소설경향과는다르게우리사회의소수자들이갖는감성을날것그대로그려내고있다.이소설집에등장하는인물들은세계에대한섣부른감상을드러내지않는다.예를들면,「최고의거짓말」은“필승고시원의갑,을,병,정”네사람의거짓말게임으로시작된다.“그들의얼굴에는저마다슬프고지치고무엇엔가실망한기색이역력”한데그들이‘고시원’에기거한다는점을감안하면무엇때문에“슬프고지치고”“실망한”것인지유추하기어렵지않다.그럼에도불구하고그들은감상적인푸념을늘어놓지않고도리어“자기가할수있는가장최초의기억”에대한거짓말시합을한다.물론그들의거짓말에는리얼리티가현저히부족하다.왜냐하면,부질없는‘거짓말왕’이되기위한거짓말이니까.
해설을쓴평론가최진석은이런거짓말에는‘삶을추동하는긍정성’을갖는다고읽는다.일종의민중의카니발격인데,그에꼭맞게“갑,을,병,정”네사람의거짓말에는웃음이있다.그렇다고해서현대대중문화가맥락없이유포하는포복절도류의웃음이아니다.잠시나마“갑,을,병,정”네사람은희극적인거짓말을통해자신들이처한현실에서벗어나는유머를만끽하고있는것이다.그렇다고해서현실을웃음으로포장해버리지는않는다.그들의거짓말시합이끝나기를기다렸다는듯이“저는국민여러분의충실한종으로서,국민여러분의행복과번영을위해이한몸아낌없이바치겠습니다”같은선거유세차량의진짜거짓말이그들의유머러스한거짓말을무효로만드는장면을작가가포기하지않기때문이다.박혜지는이소설에서민중의거짓말과현실의거짓말을극적으로대비시키고있다.소설의모두에제시됐던“갑,을,병,정”네사람의얼굴에드리워진“슬프고지치고무엇엔가실망한기색”의정체는이소설의말미에서밝혀진셈이다.

자신들의왕을위해박수를치려던필승고시원의갑,을,병,정은갑자기우울한기분에휩싸였다.그들은누가먼저랄것없이조용히삼선슬리퍼에발을끼우고필승고시원을향해무거운발걸음을옮겼다.

이두거짓말이대비되면서발생하는효과는단순한블랙코미디에머물지않는다.어떻게보면거짓말을통해서만드러날수밖에없는민중의삶의진실이현실에만연한거짓말로덮여버렸다는작가의문학적문제의식이기도하다.그렇다면과연“갑,을,병,정”네사람은이렇게“필승고시원”으로퇴장하고마는것일까?

모든것을잃은것은아니다

표제작인「오합지졸특공대」에등장하는인물들은「최고의거짓말」의“갑,을,병,정”과는다른캐릭터들이다.동네에서발생하는원인모를도난사건에대해사람들은그진실을밝혀내고자특공대를조직하는데,참여한면면이변변찮기그지없다.자기자신들을“병신”이라비하하기도하며,상대방이“여자”라고무시하기도한다.그런데이특공대에는묘한긍정의에너지가있다.“백수청년송”이하는다음과같은말은그것을확연히드러낸다.“맞아요,맞아.다들신체의일부만을잃었을뿐이에요.모든것을잃은것은아니죠.”사실그들각각은자신들만의특징을가지고있다.
하지만이일곱명의특공대자체가무언가를조직적으로또치밀하게할능력을가진것은아니다.아무튼“이렇게해서일곱명의특공대는절뚝절뚝,비틀비틀,우왕좌왕,오락가락,시끌벅적기괴한모양을연출하며여씨의뼈다귀해장국집으로향하게되었다.”“뼈다귀해장국집여씨네집으로몰려간특공대가특대짜리감자탕으로배를불리고도한참이지난후”그들이잡으려했던“신출귀몰”을잡긴했으나그것은“검은고양이한마리였다.”동네를어지럽힌“신출귀몰”이고작“검은고양이”였다는데에실망도잠깐그들은“밥먹도다시”하기로하고잔치를벌인다.

특공대는뼈다귀해장국집여씨네가게의문이란문은다열어놓고특대짜리감자탕에소주를마셨다.어느새거나하게취한특공대는여전히각자의손에든가지각색의공구들로박자를맞추며고래고래노래를불렀다.목에힘줄이잔뜩돋은그들은마치출정전야의전사들같았다.

역으로박혜지의현실인식이아직불명확하다는것으로읽힐수도있지만작가의의도는그것과상관없이민중의낙관성과연대의식인듯하다.왜냐면이소설은매사에의심많고불만투성이인“철물점이씨”가처음으로욕을하지않으면서“검은고양이”에게“식어가는냄비에서제일커다란뼈를골라”던져주는것으로끝나기때문이다.동네를어지럽히는“신출귀몰”인“검은고양이”도사실“꼬리가짧고,듬성듬성털이빠진데다금방이라도병을옮길것처럼더러운몰골로처량하게울고있는”“애꾸눈”일뿐인것이다.

거짓말을하는까닭

박혜지의소설에서적의정체는「오합지졸특공대」에서나타나듯불가지적이다.「동백」에서는전쟁의소용돌이로현실의질서는무너졌지만아무런길도보이지않는미증유의혼란을그리고있고「거대한무덤」에서는임금이바뀌자마다연이어나라가다시뒤집힌다.

임금이바뀌었소.하루아침에임금이바뀌더니얼마지나지도않아다시또임금이바뀌었소.이게장난인것같소?어제의나와오늘의내가다르지않고,어제내가누웠던땅과오늘내가누운땅이같은데나는이미어제의백성이아니란말이오.어차피세상은모두가거짓말이오.

어차피세상은모두가“거짓말”이다!약간은허무적인이깨달음은「최고의거짓말」의결말부분과겹친다.
「동백」에서“판근”에게글을가르쳐주고시를가르쳐준“재혁”이동네청년들에게죽임을당하자재혁의처는동네청년들의성적인노리개로전락하는데,그녀는그러고나서도삶에대한집착을드러낸다.“집안이그지경으로풍비박산이났는디도뽀얗게분처바르고”있다는풍문도돈다.그런데여기서작가의비극적인현실인식을감지할수있는것은그동네청년들은“있는놈없는놈구분없는세상”을바라는이들이라고작가가묘사하고있다는점에서이다.
박혜지가이소설집을통해서바라고있는세계는무엇인지명확하지않지만,다음두대목에서얼핏눈치챌수있지않을까한다.먼저「거대한무덤」의다음장면.

나는청년이했던것처럼미소지었다.그리고돌아서서사막의한복판을가리켰다.청년이돌아서서내가가리키는곳을바라보았다.
“다시는저곳에가지않을겁니다.”

다음으로「동백」에서판근이떠올리는재혁의말.

“시가아름다운이유는,그것이모든글중에서최고여서가아니라누구나쓸수있는것이기때문이야.”

혹작가는기존의현실을폐기하고시를쓰기위하여거짓말을하고있는것은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