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기억 (이철산 시집)

강철의 기억 (이철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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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철산 시집 [강철의 기억].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저자는 이번 시집을 통해 그간의 창작물을 선보인다. 개인의 삶 속에서 건져올린 시어에는 시인 한 사람에 그치지 않고, 타인과 사회를 아우르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때론 감성적으로, 때론 날카롭게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처지나가는 잔상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저자

이철산

1966년대구에서태어나대구에서살고있다.
공장에다니며글쓰기를해오다
제6회전태일문학상을받았다.
대구10월항쟁역사복원을위한글쓰기모임
‘10월문학회’회원이다.

목차

시인의말ㆍ4

제1부
공공근로의위력ㆍ14
차별ㆍ15
착각ㆍ16
엉뚱한상상ㆍ18
실업명세서ㆍ20
낡은기차ㆍ22
어린노동자에게ㆍ24
노동의끝ㆍ27
세상이바뀌었다니ㆍ28
가뭄ㆍ30
봄ㆍ32
어떤시위ㆍ34
딱하루치ㆍ36
아시나요ㆍ38

제2부
비산동ㆍ42
나팔꽃ㆍ44
순대ㆍ45
울기등대ㆍ46
유일한변명ㆍ47
백일동안ㆍ48
면회ㆍ49
이사ㆍ50
달ㆍ51
전지분유ㆍ52
훌라후프ㆍ53
똥개유감ㆍ54
강철은ㆍ56

제3부
그녀가무엇을하거나ㆍ58
초짜ㆍ60
벚나무아래ㆍ61
놀라운노동의가치ㆍ62
화석ㆍ64
메아리ㆍ66
육교공포증ㆍ68
운부암ㆍ69
거미ㆍ70
독毒ㆍ72
풍경ㆍ73
만리포갈릴리교회ㆍ74
야생황기ㆍ76

제4부
밥값ㆍ80
한식구ㆍ82
바닥에앉아계십니다ㆍ84
반쪽노동자ㆍ86
숨바꼭질ㆍ88
명인ㆍ89
사이ㆍ90
원격조종ㆍ91
선택ㆍ92
가장힘든시간ㆍ94
전주교도소ㆍ96
그때내시의주제는ㆍ97
내가깃발이다우리가진실이다ㆍ100
새로운시작ㆍ102

발문_낡은기차에대하여|박영희ㆍ105

출판사 서평

노동해방을넘은노동해방
1994년전태일문학상을받은이철산시인의첫시집이다.그동안노동운동을하면서감옥살이를하기도했지만시인은여전히노동자이다.머리가하얘진노동자가젊을적자신의모습을떠올리게하는청년노동자를맞으면서시인은노동이굴레처럼또는윤회의고리처럼이어지고있음을간파하면서도묻는다.“꿈”과“내일”과“새로운세상”을.

하청공장에납품하는하청에하청공장
부장뒤따라한바퀴
반장뒤따라한바퀴
현장돌아보며구석구석낡은기계와첫대면하다가
내앞까지떠밀려와인사합니다
아이들이한없이맑은눈으로내앞에섰습니다
스무살어린내가함께서있는것같아
처음출근하던날작업복입고설레고막막하던날생
각나
“그래높은사람들이뭐라카드노?”
“시키는대로하라카던데예.”
웅웅폭우같은에어콤프레셔소리에
깜빡아이들목소리묻힙니다어쩌다가여기까지떠밀려왔을까

_「어린노동자에게」부분

이철산시인은“어린노동자”를보면서그가품었던,아니지금도품었던“새로운세상”을다시한번물어보고있는것이다.자전적내용인「그때내시의주제는」에서이철산시인이꿔왔던꿈이무엇인독자는느낄수있다.가난이라는실존조건속에서생존과해방과투쟁을넘어선어떤지극한지평은“어머니”이다.하지만이마음은‘사모곡’이아니다.도리어시인자신의과거와꿈을모두아우르는다른해방이라고부를수있다.

만인에게공평한‘딱하루치’
「딱하루치」라는작품에서시인이말하는것은,“만인에게공평한딱하루치”의삶이다.그런데“딱하루치”의삶은무엇인가.그것은‘자발적가난’같은것이아니고말그대로‘공평한삶’을가리킨다.자본주의사회에서‘공평한삶’은사실고루가난하게사는삶을통해서만이루어진다.자본주의사회가노동자가생산한잉여가치를‘횡령’함으로써만유지되는것을이철산시인은자신의삶을통해서깨달은것이다.그리고그것은어머니의삶이기도했는데,「달」에서“어머니의평생소원은근심없는하루”라고하는것이그증좌다.

놀라운보시를한해도거르지않았건만
자식들은어머니기도처럼되지못했다
비우고비우고다시비워내는
어머니평생소원은저달처럼욕심없는하루였다

_「달」부분

어머니의삶은“보시를한해도거르지”않으면서도“저달처럼욕심없는하루”를사는것이다.시인이노동해방을넘어도달한새로운노동해방은보시를하면서도자본주의가심어놓은욕망을따르지않는것이다.그것은또「공공근로의위력」에서보여주듯,이윤이사라진세상이기도하다.이윤이없는노동은“고작일당4만원”에지나지않지만“다시시작되는아침”을불러온다.
시인이보기에지금의노동은자본주의적탐욕에찌들어있다.“밥한그릇”과“방한칸”같은“작은평등조차”받아들이지않을정도이다.시인에게는“경력자”이든“미숙련자”이든“대기업정규직노동자”이든“비정규직노동자”이든“욕심없는하루”를살아야한다.이절대적평등주의와나눔의윤리는그렇다고정신운동으로도래하지않는다.

낡음의편에서다
이철산시인에게는아직도현실의노동은비극적이다.이시집에서비극적인노동에대한통찰과시화(詩化)는특히돋보인다.그러나절대적평등에대한꿈이현실의비극적인노동을우울에빠뜨리지않는것은,예컨대어머니의“평생소원”때문이기도하지만,지나간시간에대한변함없는긍정과사랑때문에그렇기도하다.
“사람들이떠난작은역에서나는오늘낡은기차에몸을싣는다어차피한쪽을택해야한다면낡고버려지는편에나는서고싶은것이다주목하지않는낡은기차에머무르는동안나는분명세상한쪽을지킬것이다”(「낡은기차」)같은언술에서독자가느낄수있는것은고집이아니라긍정과사랑이다.
단순한시적진술을통해서만이아니다.

수많은벼림속에서비로소달구어져빛나는
강철의기억속에는망가지고부러진채
무너진자신조차숨길수없는
고철의질긴생명이숨어있다되살아있다

_「강철은」부분

버려진고철에서길어올린생생한이미지를통해서도시인은‘낡음의가치’를발견한다.시집의2부에서보여주는옛기억의편린들도그렇다.과거와현재,그리고과거와현재를넘어서고자하는꿈을“낡아버린기계앞에서/낡아버린노동자앞에서”묻는것도현실의비극이여전히진행중이기때문이다.“내일”이라든가“새로운세상”은추상적인미래에있지않다.그러하기에이철산의시편편은,그리고시집전체가풍기는아우라는서사가응축된힘으로이루어질수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