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모래바람 (최경주 연작소설)

사막의 모래바람 (최경주 연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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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작가 최경주는 중동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겪은 ‘모멸을 감수하는 노동’을 말하면서도 적잖은 분량을 그들의 구체적 일상을 묘사하는 데 바친다. 중동의 노동자들은 혹독한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적 방법이 없으니 화투라든가 밀주를 담가 마신다든가 하는 소소한 일탈을 감행한다. 그런데 이런 사소한 이야기들이 이 연작소설집의 리얼리티를 현저하게 높인다.
저자

최경주

1963년전남화순출생.인천작가회의소속,리얼리스트100회원.1997년전태일문학상소설부분우수상수상.산문집『닥트공최씨이야기』가있다.

목차

김대위7
조선소소요ㆍ65
거간꾼들ㆍ119
여우가죽ㆍ165
어느전기공이야기ㆍ205
사막의모래바람ㆍ251
떠나는자와남는자ㆍ357

해설|영광의신화속에가려진노동자들의서사ㆍ박일환(시인)ㆍ383
작가의말ㆍ397

출판사 서평

중동,잊혀진노동의기록!

최경주는연작소설형식으로1970년대중동에서일한건설노동자들의이야기를썼다.그런데그첫작품이베트남전쟁이야기이다.긴박한전투장면이나전쟁의비극을직접말하지는않지만전쟁이인간의운명과내면을어떻게바꿔놓는가하는점에서는구체적이다.아마도연작소설전체에서자주등장하는인물인“김대위”의성격을부여하기위함이기도하지만,중동건설의전사(前史)인베트남전역시평범한민초들에게는생계를위한어쩔수없는선택이었음을암시라도하는것같다.

현장일이라는게관뚜껑열고발담근채하는거죠.엿같은거고,배알꼴리는거고,인간이인간대접을못받는거지요.옆에서죽어자빠지는게부당하게느껴지지않을정도로말입니다.베트남도예외는아니죠.더구나전쟁터니,그모멸감은끝이없습니다.많은것을감수해야하죠.왜외국인회사에다니는사람보다400달러씩덜주느냐고따지면회사직원들이어이없다는표정으로뭐라고하는지아십니까?계약서가그렇다고합니다.(41)

“장씨”와“김대위”의이런대화는모멸감을감수하며노동해야했던1970년사우디아라비아의한국인건설노동자의이야기가본격적으로펼쳐질것임을의미한다.그런데여기서주목해야할것은바로“인간대접을못받는”‘모멸을감수하는노동’에있다.이노동은이연작소설집의표제작이기도한「사막의모래바람」에서묘사된‘주바일폭동’의시발점이기도하다.실제이주바일폭동은사우디아라비아주바일의아파트건설현장에서1976년에벌어진사건으로불합리한근로계약과비인간적처우에대한노동자들의응축된분노가터진사건이다.

구전을통해전승된노동자들의이야기

“오늘덤프기사한사람이일이더디다고주먹으로맞았답니다.다아시다시피덤프기사들의행동에는일리가있었습니다.계약서가문제있다는건우리뿐만아니라직원들도아는사실입니다.수당과퇴직금은두루뭉술하게넘어가고게다가다치고도공상(公傷)처리도못받은사람이한둘입니까?열사의사막에서가족과떨어져개고생하는건우립니다.그런우리에게임금착취는물론인격모독에폭력까지자행하고있습니다.박과장이라고알겁니다.어디그놈에게수모안당해본사람있습니까?더이상두고볼수는없습니다.박과장에게가서정당한우리의권리를말해야합니다.”(297)

덤프기사“황씨”가덤프트럭을규정속도로운전했다고관리자인“박과장”에게폭행을당했다는소식은식당에서빠르게퍼진다.그동안쌓였던노동자들의분노가터진것이다.위연설은“김대위”가노동자들에게비인간적인처우를행동으로개선하자고역설하는대목이다.소설속에서나타난‘주바일폭동’의시작인셈이다.이폭동은주사우디아라비아대사의애국심호소로끝나며언제나그랬듯주동자는조기귀국당해중앙정보부의조사를받게된다.하지만현지군대가출동하고중앙정보부가개입해야할정도로큰사건이었다.그런데이사건은국내에서는검열때문에제대로보도되지않았다.
그것을작가인최경주는소설을통해얼마간복원해낸셈인데,작가는‘작가의말’에서다음과같이그사건에대해언급하기까지한다.“주바일소요사태는당대의정주영회장과이명박사장시절에있었던일이다.중동신화의절정이었던주바일항만공사현장에서일어난소요사태는전쟁후돈이되면뭐든해야했던민중들을대상으로열악한작업환경과저임금으로돈을챙긴기업때문에일어난충돌이다.”
작가는중동에서있었던이야기를건설현장에서함께일하던“선배들이야기”라고말한다.즉자료를통해재구성한이야기가아니라구전을통해전해진이야기라는것이다.“귀에딱지가앉도록들은”이야기를소설형식으로담아서인지등장하는각인물들이생생히살아있음을느낄수있다.‘주바일폭동’이야기가가장다이나믹한것은사실이지만,다른작품들에서보여주는중동건설노동자들의캐릭터와에피소드또한‘구전’을통하지않고는재현해내기힘들다.

인간적인수모와배신

특히「어느전기공이야기」에등장하는“강집사”가겪은수모와배신,그리고인간적인순정은눈여겨볼만하다.“강집사”는젊은노동자인데유독살결이희어서남자들만득시글대는현장에서자신도모르게성적대상화된다.어쩌면“강집사”가성소수자일가능성도있다.그가유독신뢰하는“민호”에게보이는행동은“강집사”가성소수자일가능성을높이지만“강집사”는독실한크리스천인데다가‘성소수자’라는젠더적인식과감성이억압되어있었던당대의문화를감안해서그런지작가는끝내그것을밝히지않는다.관리자인“김과장”은노동자들의동태를살피기위해“강집사”를이용하고그것을눈치챈“민호”는그나름대로“강집사”를속일수밖에없었다.그것을알게된“강집사”는“민호”에게이렇게말한다.

“사실이말을하려고온건아닌데.난형을이해해.기분이나쁘기는하지만,그럴수밖에없었겠지.누구나날이용하니까.난괜찮아.다괜찮은데말이지…,내가끝까지버틸수있을까?이곳에왔던그모습으로집에갈수있을까?그렇게될까?”(244)

체불임금때문에기획했던노동자들의스트라이크는성공적인결과를얻지만,관리자들에게도그리고동료인노동자들에게도신뢰를얻지못한“강집사”는심한상처를입고만다.아픈“강집사”를두고계약이만료된“민호”는귀국을해야했지만,자신의병을기도로치유하려던“강집사”는결국자살을택하고만다.귀국해서그소식을들은“민호”는울부짖지만,“고층건물사이좁은골목의어둠이그의울음을먹고깊어갔”을뿐이다.

살아있는리얼리티

작가최경주는중동건설현장에서노동자들이겪은‘모멸을감수하는노동’을말하면서도적잖은분량을그들의구체적일상을묘사하는데바친다.예컨대,무료를견디기위해치는화투이야기도그당시중동건설노동자의일상과정서를엿보는데훌륭한입구이다.여우의생식기를도려낸가죽을갖고있으면돈을딴다는속설을따라하다“충근”은“매독의일종”이라불리는병에걸리고만다.여우가죽을팬티안에넣고화투를치다가결국성기가감염된것인데,작가는어떤개입없이들은이야기를옮겨적음으로써당시노동자들의중동생활을핍진하게드러내고있다.
중동의노동자들은혹독한노동에서벗어날수없는현실적방법이없으니화투라든가밀주를담가마신다든가하는소소한일탈을감행한다.그런데이런사소한이야기들이이연작소설집의리얼리티를현저하게높인다.실린작품들이중편에가까운분량인것도아마이런리얼리티를담아내느라길어진탓으로보인다.기존소설의구조에얽매이지않고전해들은이야기를자연스럽게기술하는방식은,분명독자들에게낯설게느껴지기도하겠으나그것은반대로우리가소설은본디이야기라는점을망각한지가오래되었기때문일수도있다.
작가최경주는자신이노동현장에서전해들은중동건설현장의이야기들을옮겨놓음으로써이야기의본래구실에충실하고있을뿐이다.마지막작품에서등장하는늙은노동자의이야기는첫작품에서“김대위”가미용사에게서듣는구조로연결되어있음도눈여겨볼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