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잎사귀의 노래 (황재학 시집)

검은 잎사귀의 노래 (황재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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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7년 만에 낸 황재학의 두 번째 시집 [검은 잎사귀의 노래]. 사물에 시적 화자의 모습을 끊임없이 비춰보면서 성찰의 힘을 보여주면서도 진부한 감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황재학의 서정시는 단단하고 단아하다. 그러다보니 시에서 군말이 없다. 말할 때와 말을 멈춰야 할 때가 명확하다. 시적 화자의 주관적 진술을 늘어놓기보다는 사물이 직접 말을 하게 하려는 듯 의태어와 의성어를 적절히 사용하기도 한다.
저자

황재학

1956년경기도안성출생.1984년『삶의문학』으로작품활동시작했으며1985년‘민중교육’지사건으로해직되기도했다.시집으로『당신의물가에서』(2002년)가있다.대전작가회의지회장(2014~2015년)을역임한바있다.

목차

시인의말ㆍ5

제1부
겨울산1ㆍ12
콩ㆍ13
학봉리ㆍ14
겨울아침ㆍ15
겨울햇살ㆍ16
지렁이ㆍ17
저녁놀ㆍ18
봄날ㆍ19
빈집ㆍ20
벚나무의시간ㆍ21
새소리ㆍ22
벚꽃ㆍ23
봄비ㆍ24
이른봄ㆍ25
개나리꽃이피었습니다ㆍ26
잎새의길ㆍ27
진달래꽃ㆍ28
국어시간ㆍ29

제2부
겨울산2ㆍ32
태풍ㆍ33
먼길ㆍ34
세상에서가장슬픈울음ㆍ35
사랑하는이여ㆍ36
너는누구니ㆍ37
자서전ㆍ38
저꽃ㆍ39
톰웨이츠ㆍ40
어머니를부르다ㆍ41
검은잎사귀의노래ㆍ42
슬픔의찬가ㆍ43
악몽ㆍ44
소나기ㆍ45
목련꽃처럼ㆍ46
서해에서ㆍ47
산ㆍ48
사람의길ㆍ49
너는어찌생각하니ㆍ50
감기지않는눈,눈,눈ㆍ52
붉디붉은사랑으로돌아오라ㆍ53

제3부
겨울산3ㆍ58
매화꽃ㆍ59
꽃을잊다ㆍ60
봄이와ㆍ61
풀벌레소리ㆍ62
비ㆍ63
미나리의노래ㆍ64
작은평화ㆍ65
떠나는겨울ㆍ66
노랑나비야날아라ㆍ67
울음ㆍ68
겨울이오네ㆍ69
눈내리는밤ㆍ70
환한사랑ㆍ71
봄산ㆍ72
잃어버린내일ㆍ73
싱그러운아침ㆍ74
늦가을ㆍ75

제4부
겨울산4ㆍ78
그대뒷모습ㆍ79
운무사ㆍ80
토마토ㆍ81
황성옛터ㆍ82
자두나무ㆍ83
겨울산5ㆍ84
오월,모란ㆍ85
개망초꽃ㆍ86
봄날아침ㆍ87
동태ㆍ88
붉은혓바닥ㆍ89
겨울산6ㆍ90
나그때로돌아가고싶어라ㆍ91
수염ㆍ92
빗방울속나ㆍ93
겨울바람ㆍ94
너ㆍ95

해설_굵고짧은선으로그린참아름다운풍경|호병탁ㆍ96

출판사 서평

생동하는감각

17년만에두번째시집을내는황재학시인의시는간결하고압축적이다.그러면서따뜻했거나슬펐던특정순간과기억을빼어나게이미지화하고있는데,거기에는또서늘한서사가살아움직이고있다.사물에시적화자의모습을끊임없이비춰보면서성찰의힘을보여주면서도진부한감상을허용하지않는다는면에서황재학의서정시는단단하고단아하다.그러다보니시에서군말이없다.말할때와말을멈춰야할때가명확하다.시적화자의주관적진술을늘어놓기보다는사물이직접말을하게하려는듯의태어와의성어를적절히사용하기도한다.

뚝방에매어놓은염소를이끌고집으로돌아오는길
어린염소는붉게타오르며쫓아오는저녁놀이무서워
가던걸음멈추고동그랗고윤기나는검은똥을무더기로싸지른다.

_「저녁놀」전문

위작품은저물녘의어떤풍경을간결하게스케치하고있는데,사실“어린염소”가“검은똥을무더기로싸지”르는일은“저녁놀”과아무인과관계가없다.시인은“어린염소”가“붉게타오르며쫓아오는저녁놀이무서워”그랬다고하지만,이대목은저물녘이라는하루중어떤시간을묘사하기위한장치일뿐이다.따라서이작품에서“저녁놀”은“어린염소”와작품에서는숨어있는시적화자인‘나’를함께감싸안는시간이면서하나의공간인셈이다.희한하게“어린염소”가“윤기나는검은똥을무더기로”싸는사건을통해“저녁놀”이전경화되는데그것들이모두하나의이미지로뭉치면서그렇게된다.그래서이이미지는정적이지않다.염소가“검은똥을무더기로싸지른다”고함으로써저물녘의시간이마치스스로활동하는것같은느낌을주기때문이다.이작품뿐만이아니다.

장맛비그친뒤산에드니풀벌레소리요란하다
흰발목내보이며사뿐사뿐찾아오신은빛햇살고마워
온산이들썩들썩찌르르르찌르르르
왼종일신이나서쓰르르르쓰르르르

_「풀벌레소리」전문

시인은지금“장맛비그친뒤”의산에서여러“풀벌레소리”를듣고있는데,여기에인간적의미나감정을개입시키지않고들려오는“풀벌레소리”를그대로재현함으로써독자의청각을일깨워준다.독자의청각을일깨워준다는것은그만큼시가감각적으로생동한다는뜻과같다.“온산이들썩들썩”과“왼종일신이나서”가그나마시적화자가끼어드는순간이지만,이끼어듦도“찌르르르찌르르르”나“쓰르르르쓰르르르”에스며들고있지그반대가아니다.

투명한인식과성찰하는힘

한편으로황재학의시는자신의앞에놓인사물과자신이속한세계를투명하게인식하면서그것들을자신을비추는‘거울’로삼는다.이‘거울’을통해자신의내면이된여러이야기들을다시인식하고성찰하는힘을펼쳐내고있다.이또한짧은시를통해보여주는데부족하지도않고과잉되지도않으며시인이얼마만큼자신에게집중하고있는지를예증해준다.이것은황재학시인이자신에게놀랍도록솔직하고진실하다는것을가리킨다.자신에게솔직하고진실한사람은당연히타인을비의도적으로도기만하지않는다.

먼바다에서태풍이올라온다고한다.
읽던책덮어라.
눈감고귀열어라.그리고그입닥쳐라.

_「태풍」전문

이짧은시는시적화자자신을향해준열하다.“태풍”이라는지구의움직임에대해서섣부르게인간중심적인판단을유보하고그것을다만받아들이려는자세는‘천지가본래인자하지않다’는노자의언명을떠오르게도한다.하지만어쩔수없이인간에게는“태풍”이라는자연현상이여러번민과생각을불러일으킬것이다.시인은그것을마치선승처럼잘라버리려고한다.눈감고귀는열되묵은언어는끊어버리라는말은시인자신에게향한시인자신의주장자(柱杖子)일것이다.“그리고입닥쳐라”는강한어조를겨울산을마주보면“누가살짝건드리기만해도맑은종소리가날것만”같다는시인의의내면과함께읽으면그렇게해석될수밖에없다.
이런투명한자기인식혹은성찰은그렇다고자신에대한과잉된해석은아니다.다음과같은시를함께읽어보면그것은명료해진다.

오늘도별을보며사막을건너는사람들의발걸음을떠올리며뜨거워지는발끝을내려다보았다.먼곳에서닭울음소리가들렸다.하늘에못박힌별들이가쁜숨을몰아쉰다.돌아가기에는너무멀리왔다.

_「먼길」부분

“돌아가기에는너무멀리왔다”는진술은시인이자신의자리를나름가감없이바라보고있음을암시한다.사실이와비슷한진술은이시집에서여러차례보인다.「세상에서가장슬픈울음」에서“시간이흘러도너의아픔은너의아픔.누구도너의슬픔을대신해줄수없단다”나「나그때로돌아가고싶어라」에서“불길따라어디론가떠나고싶던겨울아침나그때로돌아가고싶어라”는진술은황재학시인이자신이실존하는자리에대해예민하게인식하고있다는반증이될것이다.한권의시집은시인의내면이바깥으로내민‘새순’이기도하지만“해소기침”이기도하다.아니면그둘이만나핀“꽃”일것이다.특히이시집은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