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너무 가엾다 (권혁소 시집)

우리가 너무 가엾다 (권혁소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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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바람을 품은 연민
권혁소의 일곱 번째 시집 『우리가 너무 가엾다』에는 연민의 정서가 넘실댄다. 그 정서는 세상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시인 자신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표제작인 「우리가 너무 가엾다」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제야 묻는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던 것이냐고”. 표면적으로는 회한의 감정으로 읽힐 수 있지만, 시인에게는 아직 꿈과 바람이 있다. “그대가 가서 숲이 된다면 좋겠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말고 동짓달 하늘에 핀/ 초승달이 된다면 좋겠다”. “비록 이것이/ 빌 수 있는 마지막 축복”이지만, “마지막”이란 단어 하나에 어떤 간절함이 배어 있는 것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시인은 어떤 ‘마지막’ 바람을 이 시집에서 말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지금껏 “비록 실패하는 사랑에 매진했으나 아직/ 세상엔 못다 한 사랑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시인의 내력을 조금 들여다봐야 설핏 이해가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번 시집에 그 내력을 얼비치는 작품은 없다. 다만 5부에 실린 작품들을 통해 권혁소 시인의 또 다른 내면을 들여다봄으로써 유추 가능할 뿐이다.
저자

권혁소

평창진부에서났다.1984년시전문지『시인』에작품을발표했고1985년〈강원일보〉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었다.시집으로『論介가살아온다면』『수업시대』『반성문』『다리위에서개천을내려다보다』『과업』『아내의수사법』등이있으며,제3회강원문화예술상을받았다.내설악인제에서학습노동자들과노래를나누며살고있다.

목차

시인의말·5

제1부
슬픔에게·12
사랑,느닷없는·14
바다처럼잔잔히밀려오는사람·16
나무의마음·17
서툰사랑·18
어두운아침·20
우리가너무가엾다·22
지는사랑·24
어떤패착·26
상사화·27
고추밭에서·28

제2부
환청·30
함께·32
즐거운오독·34
소가뿔났다·36
몸의상상·38
가을망명·41
벌목·42
늙은개·44
닭,슬픈봄·46
길꽃·47
금니의소유권·48
속삭이는자작나무숲에갔다·50
똥푸는날·52
할머니칼국수·54

제3부
눈물점·56
엄마의봄·58
저무는풍경·59
돌탑을쌓다·60
울엄니골프하시나·62
아내의외도·64
아버지·1·65
아버지·2·66
추석·68


제4부
진부령·70
학주·72
담배·74
원통장날·76
시집가·78
生死·79
중학교선생·80
다시야자·82
어떤자존심·84
영희의첫사랑·86
나도한때는요즘애들이었다·88
노안·89
풍뎅이·90
선생하다늙었다·92

제5부
니똥굵다·96
왼쪽에대한편견·98
영화지슬·100
아미도·101
다시봄·102
정선에가기위하여·104
어떤중심·107
바람의속내·108
동백을줍다·110
거짓말·111
우리들의경전·112
껍데기의나라를떠나는너희들에게·115

해설_눈에보이지않는사랑과시를위하여|이민호·121

출판사 서평

와야할아이들은
아직소식없는데
소식보다먼저
수선(水仙)이오셨다

땅속에서솟아날까
매화는고개를숙였고
하늘에서내려올까
참꽃은목을세웠다

_「다시봄」부분

왜이하늘에만까마귀나는걸까
엽신을띄워보지만뭍에서는답이없고다시
바람에게물어보는서늘한말,
저까마귀들4월하늘에띄워올리는
그대의속내는무엇이냐

언제쯤에나각명비원까마귀들의언어
온전히해독할수있을까

_「바람의속내」부분

앞작품은세월호참사로읽은“아이들”을부르는초혼가이고다음작품은제주4·3의영혼들의침묵을대신말해주고있다.위두작품은이시집에서눈이띄게드러나는사랑과바람이어떤사건과경험을통해만들어진정서상태인지가늠하게해주기에충분하다.

껍데기로이루어진나라

하지만지금시인의현실은시인의자아가어찌해볼수상태다.예를들어「원통장날」에서는그상태에대해이렇게말하고있다.“노동조합하느라들락거리긴했지만/산골에내려와선생한지십수년/첫해에만난애들은어언서른가깝다”.또「生死」에서는“교정의낙엽도몇잎남지않았는데/모르겠다도통모르겠다선생30년/죄많아화장실에서도반성을한다”고적는데,시간이덧쌓여만들어진슬픔의정서이면에는반성하는정동이살아움직이고있다.“선생30년”을가끔무참하게하는것은자신이“진정한울타리였던적있었”는지거울이되어다가오는아이들이다.권혁소는30년전이나지금이나변함없이우리의현실이답보상태임을상징적으로“야자”를통해서드러낸다.시인은“하모니카라도불어주면”어떨까생각하지만그게이제는아무런의미도갖지못함을의식하고그만두고만다.(이상「다시야자」)
이시집에서는명시적으로드러나지않았지만시인이인식하고있는이런현실들이‘세월호참사’를불러들인것은아닐까?시집의마지막에실린작품의부제는‘세월호참사희생자들에게바침’인데주제는‘껍데기의나라를떠도는너희들에게’이다.시인에게는우리의현실이여전히‘껍데기’로이루어졌을뿐이다.그래서‘세월호참사’는껍데기들이이루어놓은역사가순간적으로붕괴한사건인데,이선굵은작품에서는‘세월호참사’가갖는기원을추적하고있다.이렇게보면권혁소시인이이번시집에서보여준슬픔의정서는,오롯이그렇다고말하는것은위험한일이지만,대체적으로이런시대적,역사적배경을갖는다.

사랑이라는윤리또는태도

그렇다면이번시집의또다른주된정조인‘사랑의감정’은단지에로스의울타리에만갇히지않는다.그것은일종의윤리적태도또는마음일것이다.그증거는작품편편에벌레의숨결처럼배어있는데,다음과같은작품에서는‘시인의사랑’을단순한감상으로치부할수없는윤리적태도가여지없이드러나있다.

여기저기낡은뼈들의아우성으로
뒤척이는밤들이늘어나고있으니
풀한포기딱정벌레한마리도
허투루대할일이아니다

_「노안」부분

멀리보는눈은이제약해졌을지모르겠으나가까운곳에존재하는것들에대한남다른마음가짐을일러‘사랑의감정’이아니라고한다면,대체무엇이라고불러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