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들 (어느 대학 청소노동자 이야기)

유령들 (어느 대학 청소노동자 이야기)

$14.00
Description
나는 대학의 임직원들이 그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존재를 없애기 위해 어떻게 부정한 세력과 결탁하는지를 목도했다. 그 이후로는 대학에 대한 어떠한 기대도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사학 비리를 저지른 재단 소유주에게는 한없이 머리를 조아리지만,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조롱과 혐오를 일삼는다. 불법을 자행하고, 비리에 침묵하는 일이 마치 그곳의 학풍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대학은 이미 자본을 능가하는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대학의 실체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김동수

로봇학을공부한기록노동자다.원래는문과생인데수학이란과목을좋아했다.인문·사회학에도관심이많았다.언제부터인가평범한사람들의이야기에귀를기울이기시작했다.그때마다그들의삶이수학공식처럼단순명료하지않다는것을느낀다.모두가조금더행복지기를바라는마음을담아하루하루를열심히살아가는이들에대한글을쓰고있다.

목차

프롤로그/9

1.첫만남/17
2.유령들/32
3.죄책감/44
4.숨겨진감옥/58
5.노예의삶/67
6.3년전기억/84
7.그들의배후/104
8.악마의속삭임/125
9.소장의계보/137
10.익숙한차별/147
11.철거된현수막/156
12.예견된파행/164
13.폭풍전야/183
14.여름한달/196
15.퇴직의조건/224
16.드러난비밀/243
17.파괴범/262
18.마지막저항/272

에필로그/290

작가의말/300

출판사 서평

대학은이미괴물이되었다

대학청소노동자의열악한노동환경은한때사회적관심사였지만지금은뒷전으로밀린상태이다.그렇다고해서우리사회의노동환경과노동자들의처지가예전보다개선된결과는아니다.언제나제자리또는뒷걸음질치고있지만사회적관심이그렇다는것이다.이런상황에서나오는이책은,다시한번대학청소노동자들의이야기를우리에게전해주고있다.이책에서전하는대학청소노동자들의이야기는대체로대부분의청소노동자들의이야기이기도하다.저자는그들을우리사회에분명히존재하면서도부재로취급되는‘유령들’이라고명명한다.이런유령노동자들의노동에우리사회는크게의존하고있음에도‘유령’으로취급하는것은그들이생산하는가치가눈에보이지않기때문일것이다.

“아씨,냄새가심하면알아서걸어올라가든가.왜남들피해주면서엘리베이터를타는데?”
마스크학생은얼굴을잔뜩찡그리면서다시시비조로말을이었다.
“어?젊네?다할배들이던데?젊은사람이쓰레기나치우고….인생참알만하다.”
마스크학생의말은혐오에가까웠다.상대방에게평생상처가될막말을아무생각없이지껄이는그가대학생이맞나.(153)

대학생들까지청소노동자를이렇게대하는게아니다.그것은대학교수를포함한대학구성원모두가그렇다.그것을몸소겪은저자는‘작가의말에서’이렇게말한다.“나는대학의임직원들이그들의기득권을위협하는존재를없애기위해어떻게부정한세력과결탁하는지를목도했다.그이후로는대학에대한어떠한기대도버렸다.그도그럴것이사학비리를저지른재단소유주에게는한없이머리를조아리지만,정당한권리를요구하는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는조롱과혐오를일삼는다.”
이런“조롱과혐오”의일상화는당연히대학청소노동자들이결성한노동조합에대한탄압으로이어진다.자신이다니던대학에서청소노동자들과함께일하면서몸소이사실을확인하고장편의기록을남긴것이다.

청소노동자들과함께있으면어디서나멸시의눈빛과마주해야했다.청소노동자들은딱히잘못한일이없는데도,차별과무시속에서숨쉬고있었다.그런일이진리의전당이라자부하는대학에서교직원,학생,선생구분할것없이적나라하게벌어지고있었다.(154)

따라서청소노동자들은천대받는육체노동을하면서동시에“조롱과혐오”를온몸으로떠안는감정노동도함께수행하고있는것이다.물론대학이이제는사회의축소판인것을감안하면이것은단지대학만의문제만은아닐것이다.

우리가남아있는한…

이책은사실을기록하면서도하나의장편소설을읽는느낌을준다.예를들어책의‘프롤로그’에서ㄱ대학내에“닭장차”가진입한장면을아이러니하게학생운동의쇠퇴와연결해기술하고있다.이것자체가문학적장치인데,그이후부터는마치대학청소노동자의숨결까지놓치지않겠다는듯치밀하게기록하고있다.그들사이의갈등이나감정까지놓치지않고있는것이다.따라서기존의기록문학과는다르게주관적관점이수시로개입한다.이것은저자가직접청소노동에참여한게원인일수도있다.

“넝마나다름없죠?이것도옷이라고입고…쯧쯧.”
우중충한검은색솜옷부터빨간색조끼까지,얼마나많이받았는지종류도다양했다.색깔만봐도용역업체가몇번바뀌었는지알수있었다.삼베옷비슷한하복은허름함의정도가심각했다.박음질도비뚤배뚤엉망이었고바느질실도이곳저곳에서너덜하게삐져나와있었다.옆구리쪽에는검지손톱만한구멍도뚫려있었다.근무복자체가용역노동자의현재를보여주는듯했다.(36)

저자는청소노동자의근무형태,식사현실,휴게실의역할등등을촘촘히깔아둔상태에서그들이민주노조를어떻게만들었는지한땀한땀바느질하듯기록해나간다.그래서저자의주관적관점이개입되어있다고는하나몸소경험한사실을바탕으로하기에지루하지않다.
ㄱ대청소노동자문제가단순한노동조건의차원에머무르는것이아니다.이윤추구에몰두하는현실에대학이얼마나그리고어떻게깊이연루되어있는지에대해기록이가능했던것은저자가경험한날것때문이다.심지어대학은자신의책임을용역업체에떠넘김으로써마치청소노동은대학과무관하게벌어지고있다는것을강변하다못해용역업체를통해비리를저지르기도한다.여기에는민주노조를파괴하려는부단한부당노동행위가함께한다.

ㅅ종합관리와계약된강사다섯명이ㅈ노조에가입하니,힘의균형이바뀌었다.ㅈ노조는48명이었고,민주노조는43명이었다.민주노조원수는변동이없었지만,다른곳에서충원된탓에ㅈ노조가드디어다수노조지위를얻었다.그말은곧민주노조가단체협약교섭권을잃게되었다는의미였다.민주노조를파괴하려고문서까지만들었던학교가그토록바라던바를이룬것이었다.민주노조가출범한지5년만이었다.(271)

이책은허튼희망이나주관적인의지를남기기도않는다.어쩌면일종의‘패배의기록’인데그게암울하지않은것은,무엇보다대학청소노동자들의삶그자체때문이기도하다.이기록은ㄱ대의민주노조가대학과용역업체의끈질긴파괴공작으로드디어소수파가되어버리고나서끝을맺는다.다음은이책의마지막단락이다.자신들이ㄱ대에서청소노동을하고있는한현실은언제든변할수있다는낙관의피력은,노동자의현실을기록하면서쉬따라오기마련인공연한비극적감정을넘어서고있다.

“그렇다고우리가완전히없어지지는않겠지?”
“그럴리가요.”
“우리마저퇴직하면,민주노조에아무도없을까봐걱정돼.그러
면ㄱ대는다시노조없었을때처럼변하겠지?”
(…)
화장실변기가막혔다는남학생의말에수연은헐레벌떡화장실로향했다.로비에는어느새따뜻한아침햇살이퍼지고있었다.나는그녀가마지막에남긴이야기를혼잣말처럼중얼거렸다.
“우리가아직ㄱ대에남아있으니까.”(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