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창에 비친 한국 사회

문학의 창에 비친 한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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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인간과 사회에 관한 탐구는 존재의 운동성에 입각하여 진행되어야 한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것들을 끌어안고 눈앞에 펼쳐진 현실과 맞서야 하는 인문학의 사명은 이로써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은 한 줄의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존재가 아니기에, 특정한 속성이나 명제로 집약되는 순간부터 그로부터의 탈주가 펼쳐질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운동으로서의 인문학은 ‘지금 여기’의 현실에서 배제되고 억압받는 인간성에 주목하게 된다. 이 책에 묶은 산문들은 세계의 전회에 동참하고자 하는 인문학의 자리에서 쓰였다. 인문학 가운데서도 문학 범주를 통한 접근이 다수를 차지하는데, 이는 한국 현대문학을 전공하였고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나의 이력과 관련이 있겠다. 그래서 『문학의 창에 비친 한국 사회』라고 제목을 붙였다.

_「책머리에」 중에서
저자

홍기돈

제주출생.1999년『작가세계』신인상을수상하면서문학비평가로등단.중앙대학교에서1996년‘김수영시연구’로석사학위를,2003년‘김동리연구’로박사학위를취득하였다.평론집『페르세우스의방패』(백의),『인공낙원의뒷골목』(실천문학),『문학권력논쟁,이후』(예옥),『초월과저항』(역락),연구서『근대를넘어서려는모험들』(소명출판),『김동리연구』(소명출판),『민족의식의사상사와한국근대문학』(소명출판)등이있다.2007년제8회젊은평론가상(한국문학가협회주관)을수상하였으며,『비평과전망』,『시경』,『작가세계』등에서편집위원을역임하였다.2008년부터가톨릭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책머리에…5

1부문학이놓인자리
판문점선언과문학의자리…15
이상문학상논란의향방과작가들의안티조선운동…19
이상문학상논란과문학의자리…23
구원이되지못하는종교혹은진리…31
거인의어깨위로올라서려는난쟁이들…35
자기안에서배움의길을찾다…39
종이는구름이다…45
시여,다시침을뱉어라!…51
농사꾼의아들…57

2부‘민족’경계의안과밖
A급전범사사카와료이치와연세대의아시아연구기금그리고류석춘…63
영화속김원봉,이극로가반가운까닭…67
이광수의민족의식과자유한국당의청와대비판…71
한국우파의뿌리는일본에있나…75
동백꽃보며장두를떠올리다…79
4·3과내부식민지로서의제주사…87
기어이제주도를미국의총알받이로만드나…91
부시와침팬지의닮은점…96

3부철망에갇힌경제민주화
86세대에대한단상과비정규직노동자들의줄을잇는죽음…103
대통령지지도의하락과구두선에머무르는사회적가치실현…106
한진그룹총수일가의갑질과새로운문명의조건…110
죽음의후광을넘어서기위한단상…114
20대신용불량자20만시대,다시읽는「대학시절」…125
변혁은왜어려운가…131
경제민주화와파렴치한대기업총수들…138
누구도저꽃을철망에가두지못하리라…144
비싸게팔리기를바라는기성품의삶…150
노동자의분신과대화불통의대통령…157

4부인문학의창에비친한국정치의현주소
해체해야할거대양당의적대적공생관계…163
조국논란을바라보는한기회주의자의한탄…166
인간의도리와귀환한‘동물국회’…170
여성대통령박근혜는없다…174
4대강사업에‘살리기’란말쓰지말라…183
루쉰(魯迅)과요즘한국정치…188
자유무역협정(FTA)시대에김동리의「산화」를읽는이유…204
노무현대통령은시를쓸수있을까…208

5부인문학안의사회,사회안의인문학
페미니즘과시선의권력…215
혐오로얼룩진신조어와뇌과학의진단…219
전광훈목사가복원하려는이승만의개신교국가체제…223
좀비의활보,가짜뉴스의범람과우리사회의비극성…227
석가모니의비구승가해산과탁발없는조계종…231
지금한국사회의교육에대하여물어야할것…235
투명한영혼이역사를만들고,역사위에서길이열린다…239

출판사 서평

문학에대한일관된태도가빚어낸선굵은목소리

문학비평가홍기돈의산문집『문학의창에비친한국사회』는문학이라는‘메스’를통해한국사회를해부한책이다.글마다쓰인시차는제법길어서때로는지난시간에대한것이기도하지만,문제는그시간동안변하지않은현실을정확하게겨냥하고있다.멀게는,이제는고인이된노무현전대통령시절까지가닿아있다.하지만저자가짚어내는시대의맥락은지금도당연히유효하다.고노무현대통령이집군시기에보여준노동자에대한냉담한시선은정치권력이몇번바뀌었어도여전하다.

안타깝게도노무현대통령은노동자분신의의미를전혀해독해내지못하고있다.오로지극단적인표현방식만나무라고있을뿐이다.유난히대화를강조하는노대통령의발언을보라.“분신을투쟁으로삼는시대는지났다.”그렇다면대체어찌하란말인가.삶의벼랑끝으로내몰린이들이대체무엇을할수있다는말인가.정쟁에바쁜정치권이잠시짬을내어법적,제도적장치를마련해줄때까지마냥기다리라는것인가.

_「노동자의분신과대화불통의대통령」중

정말‘안타깝게도’이런정치권력의시선은아직도노동자를바라보는상식(?)으로존재하고있다.이런현실을바라보는저자의눈초리는다시‘지금여기’에겹쳐봐도큰차이가없다.예를들어「86세대에대한단상과비정규직노동자들의줄을잇는죽음」에서는노무현대통령집권시기정치권력에전면적으로등장한86세대에대한비판과더불어,“삼십여년지난지금에이르러서도노동현장은변하지”않았다며매섭게질타하고있다.제목에드러나있듯이저자는현실에서벌어진사태를문학작품을인용해더욱선명하게대비시킨다.노무현대통령에대한비판에서도그의말대로그가정말시를쓸수있었을까,라고물으면서천상병시인의「들국화」전문을인용한다.그러면서덧붙인다.“들국화한송이의뒤척임을통해우주의울림을느낄만한감성이없다고하더라도,최소한의그런마음가짐도없이는제대로된시를쓸수없을터이기에하는소리다.노무현정부의환경정책을보면이런판단을지울수없다.”
문학장안에대한고언과바람도날카롭기그지없는데,최근에벌어진‘이상문학상사태’에대해서도저자는이상문학상수상을거부한작가들의편에서면서도그싸움이더확장되어야함을역설한다.「이상문학상논란의향방과작가들의안티조선운동」에서저자는작가들이『조선일보』와의싸움에도함께해야한다고했지만도리어후배평론가로부터비아냥을사기만했다.이때다시저자는「이상문학상논란과문학의자리」라는반론으로답하는데,“하루한명추락사”하는현실에『조선일보』를비롯한기성언론들이별반응을보이지않는상황을환기시키며작가들이가진“상징권력”은이런현실에도개입해야함을역설한다.저자는이것을‘문학의자리’라고부른다.지금의문학장안에서는좀체들을수없는낡은언어(?)처럼보이지만노무현대통령때부터현재까지견지해온저자의문학관을고려하면이것은낡은태도가아니라일관된태도라고부를수있다.
그렇다고해서저자의이런태도가시종일관계몽적이거나단선적인정치행위를요구하는것도아니다.‘책머리에’에서밝히고있듯이“인간은한줄의문장으로정리할수”없다.도리어저자의눈은여러겹을가지고있다.그래서계몽의불을밝히기보다는비판적지성이자주나타난다.86세대에대한비판도그렇지만‘변혁은왜어려운가’라고물으면서“내바깥에펼쳐진세상을바꾸어나가면서,동시에,나자신도바꾸어나갈수있어야하기때문이다”는자답을하는것이그생생한실례라할수있다.

제주인의정체성으로바라본한국의현실

저자스스로“열렬한‘마르크스보이’”였지만민족문제에대한관점도일군의‘마르크스보이’와는확연히다르다.그만큼저자가철저한리얼리스트이기때문일것이다.사실일본에대한비판적관점은민족적관점이아니라제국주의와식민지관계에대한진정한‘좌파적’관점에가깝다.제국주의가자국의노동자를억압하면서만들어졌으니제국주의또한자본주의문제가본질이긴하다.문제는그제국주의의식민주의가청산되지않고있다는점이다.그리고그잔존제국주의자와공명하는한국내의‘뉴라이트’에대한비판은「A급전범사사카와료이치와연세대의아시아연구기금그리고류석춘」이라는글에서매섭게행해진다.

아시아연구기금을출연한단체는일본재단(NipponFoundation,사사카와재단)이고,일본재단의설립자는사사카와료이치(笹川良一)다.사사카와료이치는‘가미가제특공대’를창안하고국수의용항공대를창설한인물이다.태평양전쟁이끝난뒤A급전범으로3년간수감되었던그는이후재력을축적하여1962년사사카와재단을설립하였다.(…)여러학자의글을모은『해방전후사의재인식』(책세상,2006),『반일종족주의』(미래사,2019)그리고박유하교수의『제국의위안부』(뿌리와이파리,2013)는그산물이라할수있다.일본새역모의뒤를이어한국에서뉴라이트가출현한것은우연일까.그에앞서진출하여학계에살포되었을사사카와재단의연구기금과는과연아무런상관이없는것일까.아시아연구기금을누가받아갔는지내역은알수없으나,나는이러한합리적의심을거둘수가없다.

_「A급전범사사카와료이치와연세대의아시아연구기금그리고류석춘」중

이런저자의관점은그야말로“합리적의심”에충실한결과인데저자는“정치지형을떠나,민족경계를넘어보편적인인권가치는아무리시간이흐르더라도존중받고지켜져야”함을힘주어말하고있다.
이번산문집에서빛나고있는또다른눈은저자가제주인이라는사정과관련돼있다.제주의역사를다룬오경훈의『제주항』과허윤석의『해녀』를다룬두편의글에서는문학작품을통해제주의아픈역사를짚고있다.먼저「동백꽃보며장두를떠올리다」에서는오경훈의『제주항』을읽으면서현실에가려진또는현실너머에있는“다른길을꿈꿔”본다.그것은지금은사라진“공동체주의의어떤요소들을복원시켜자본주의의균열지점을파헤쳐들어가는방식으로활용”하는사고의실험이다.문학작품을읽을때는사고와상상력을실험하지만사실문학비평가홍기돈은한국사회의문제에참여를망설이지않은투사이기도하다.
허윤석의『해녀』를읽고쓴「4·3과내부식민지로서의제주사」에서는제주의역사를다시금되새기면서4·3항쟁70주년과겹쳐보고있다.

배제되고고립된조건에서형성된제주의공동체문화는해방을맞고도타자에게여전히낯설게만남아있었다.예컨대4·3이발발하기이전미군정과경찰은그이질감을넘어서지못한채각각도민의60~80%,90%가좌파라고예단해버렸다.

아픈사람이아픈사람을알수있다고했던가.실제저자의고향과그선조들이겪었던아픔의역사를다시되풀이할수없다는듯이문학을하면서비판을하고비판을하면서투쟁해낳은지적인결과물이바로이책,『문학의창에비친한국사회』이다.시의성이부족해보이는옛글을굳이배제하지않은것은그것또한역사이며동시에지금의현실이기때문이다.그리고그것은이책에어떤서사를부여해주기까지한다.현실비판적시각이소거된에세이가넘쳐나는출판시장에서홍기돈의이산문집은많이예외적이면서문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