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강, 시이노 가와 (오시로 사다토시 장편소설)

생명의 강, 시이노 가와 (오시로 사다토시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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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오키나와 작가 오시로 사다토시가 쓴 첫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이 장편소설은 오시로 사다토시의 작품으로는 처음 번역돼 출간되는 책이기도 하다. 단편 「K공동묘지 사망자 명부」가 번역 소개된 적은 있지만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은 처음이다. 이 장편소설은 작가가 시인으로 출발했다가 처음 쓴 소설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오키나와전쟁 전후의 소스강 주변의 마을을 다루며 오키나와 사람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제1장과 제2장에서는 3대가 함께 사는 겐스케 집안을 중심으로 자연과 생활, 민속, (한센병으로 인한) 갈등을 그려내고 제3장에서는 오키나와전쟁에 끌려간 오키나와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앞부분에서 전쟁은 아직 멀리 있는 이야기로 처리되지만 곧 다가올 운명이라는 듯 시즈에의 한센병을 중심에 두고 겐스케 집안과 마을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슬픔이 배치된다.
저자

오시로사다토시

1949년오키나와현오기미손(大宜味村)에서태어났다.류큐대학교육학부교수를지냈으며시인이자소설가,평론가로활동하고있다.1992년에발표한『시이노가와(椎の川)』는전시하의오키나와얀바루(ヤンバル,山原)를배경으로한센병에걸린아내를지키기위해필사적으로노력하는한가장이결국오키나와전쟁에휘말려전사하는과정을그린소설로서,구시카와시문학상을수상했다.얀바루가가지는지역적특색,그리고한센병환자에대한차별등을다룬이작품은연극으로각색되어지금까지도오키나와각지에서공연되고있다.
오시로의작품세계는오키나와전쟁이라는역사적경험을소재로하고있으면서도집합적인혹은공적인기억에수렴될수없는예외적인사건이나개인적인체험등을다루는것이특징이다.자신이태어난오기미손의전쟁피해자들을찾아직접구술조사를하고이를바탕으로엮은『빼앗긴이야기(奪われた物話)』(2016)등은대표적인예이다.그외에도『1945년치무구리사오키나와』(2017),『6월23일아이에나오키나와』(2018),『바다의태양(海の太陽)』(2019),『기억은죄가아니다(記憶は罪ではない)』(2020),『오키나와의기도』(2020)등이있으며평론집으로『저항과창조-오키나와문학의내부풍경』(2019)등이있다.

목차

한국의독자들에게/4

제1장/9
제2장/85
제3장/157

옮긴이의말/240

[해설]오키나와전쟁과대면하는비극적서정(김동현,문학평론가)/245

출판사 서평

오키나와작가오시로사다토시첫장편소설출간!

오키나와작가오시로사다토시가쓴첫장편소설이출간되었다.이장편소설은오시로사다토시의작품으로는처음번역돼출간되는책이기도하다.단편「K공동묘지사망자명부」가번역소개된적은있지만단행본으로출간된것은처음이다.이장편소설은작가가시인으로출발했다가처음쓴소설이기도하다.작가는이소설에서오키나와전쟁전후의소스강주변의마을을다루며오키나와사람들의삶을그려내고있다.제1장과제2장에서는3대가함께사는겐스케집안을중심으로자연과생활,민속,(한센병으로인한)갈등을그려내고제3장에서는오키나와전쟁에끌려간오키나와사람들의슬픈이야기를다루고있다.앞부분에서전쟁은아직멀리있는이야기로처리되지만곧다가올운명이라는듯시즈에의한센병을중심에두고겐스케집안과마을사람들사이의갈등과슬픔이배치된다.
무엇보다이소설의장점은오키나와지방의자연과민속을빼어나게재현해놓은점이다.물론이소설이처음출간된때가1993년인점을고려할필요는있지만,이는사실지금의한국소설이나국내에소개되고있는대부분의일본소설과크게차이나는지점이기도하다.작가가핍진하게그려낸오키나와의자연과민속은상당히감각적으로살아있어하나의‘민속지’로도손색이없다.

식사를마치고한숨돌린후,남자들은각자역할이정해져있는것처럼자연스럽게분담하여지붕이엉을잇는작업에들어갔다.억새를바닥에서정리하는사람이있는가하면지붕에올라가늘어놓는사람도있다.구령을붙여가며모시풀끝을정리해구멍을낸막대봉에줄로엮는사람이있고또그것을받아모시풀을단단히묶는사람도있어일은순조롭게진행되었다.(61)

소스강은다이이치와같은아이들의놀이터로제격이었다.좀과장되게말하자면놀이터라기보다는사는법을가르쳐주는학습의장이었다.물론다이이치에게그런자각이있었던것은아니다.단지다이이치는강에사는생명들과놀기를좋아할뿐이었다.줄새우를비롯해잠자리유충,소금쟁이,올챙이,우렁이,게,장어,그리고수많은물고기들….다이이치에게는모든생물이신기했고그들의몸짓과행동에놀라는경우가많았다.생물들의모습을보면서다이이치는자연스럽게살아가는지혜를익히고있었던것이다.(152~153)

작가가‘한국의독자들에게’에서“가족이나생명의고귀함을이야기하는것은문학의보편적인주제”라고한바와같이『생명의강,시이노가와』에흐르는작가의관점은바로이생명의관점이다.한센병으로고통받는시즈에와그녀의아이들,그리고소스강에서살아가는작은생명체들을바라보는작가의눈에는생명에대한연민의감정이넘쳐흐른다.오키나와전쟁에끌려간사람들에게보내는시선도그렇다.이런작가의관점은어쩌면작가의시적감수성때문일것이다.따라서일본본토의평론가스즈키히사오가오시로사다토시를가리켜“오키나와전후세대를대표하는작가”로평가한것은,이미오시로사다토시의내면에오키나와의역사와거기서살아가는사람들의삶이자라잡고있었기때문일것이다.

오키나와의삶과슬픔,그리고희망

제3장은다음과같은문장으로시작한다.“1944년10월10일나하주변지역은미군의대공습을받았다.소위‘10·10공습’이라불리는이공습에서피해를입은가옥은1만2000여호에이른다.”오키나와전쟁의시작을알리려는듯곧이어“같은달29일에는만21세에서45세에해당되는남성이방위대원으로소집되었는데겐타를포함한소스마을남자십수명이소집된것도이무렵이었다”며역사적사건과마을에서일어난일을이어붙인다.
사실제3장은오키나와전쟁으로인해벌어진소스마을의변화를전면으로내세우면서,한편으로는전장에끌려간소스마을사람들을교차로보여준다.이는작가가오키나와전쟁을다루면서도이전쟁을어느관점에서보고있는가를여실히보여준다.소설전반부의평화로운소스마을이시즈에의한센병발병으로공동체내갈등으로치닫다가종내에는전쟁의소용돌이로빠져드는구조를갖는것은,작가가실존의조건과역사적조건들을전부넘어서는희망을말하고싶어서였을까?이소설은전적으로는아니지만시즈에의아들소년다이이치의눈으로그려져있다는점을지적해둘필요가있을것같다.소년다이이치에게는참으로벅찬일들이연달아닥치지만그를붙잡아주고위로해주는것은결국가족과자연이었다.
특히고모와함께반딧불이를바라보는마지막장면은슬프면서도아름다운장면인데,여기서작가는반딧불이로상징되는다른세상을말하는것처럼보인다.막내동생사치코의죽음,그리고엄마시즈에의죽음을반직불이의날아오름으로형상화하면서아름다움을부여하는것은작가가시적감수성으로이장편을썼다는것을새삼증명해준다.특이한것은아버지인겐타의죽음은직접적으로거론하지않는다는점이다.아무튼다이이치입장에서는아빠,엄마,동생사치코가동시에죽은사건이닥친것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다이이치의곁에는자연과거기에사는생명이있었던것이다.

미요가이렇게말하며다이이치와우메코고모를봤다.미요가가리킨곳은가족들이사치코의돌무덤을만든곳인데그위로희미한불빛이깜빡이고있는게보였다.그가운데큰불빛하나와작은불빛하나가있었고작게보이는불빛은마치큰불빛의손에이끌려가듯크게좌우로흔들리며올라갔다.품에안겨올라가는것같기도했고식구들과의작별을아쉬워하는것같기도했다.다이이치와미요는가만히그빛을바라봤다.(261)

사실엄마시즈에가움막을지어집을떠난사실은알게된다이이치가달려간곳도소스강인데,이때작가가소스강에사는생명체들을사실적으로재현하고있는것도어쩌면다이이치를자연과그속에서사는생명으로위로하려는목적이었는지모른다.생명의아픔과고통은다른생명으로만치유가능하다는듯이말이다.그렇다고이런방식을진부한사실주의라고부르는것은온당치않을뿐더러과녁을한참빗나간소감일것이다.
왜냐하면작가오시로사다토시에게는오키나와지역의자연과생명들이이미내면화되어있기때문이다.시를쓰다가처음쓴장편소설이라는사실은시적서정으로는다하지못한이야기가작가의내면에고여있기때문일것이다.그래서독자들은이소설의도처에서시적인풍경을만날수있다.반딧불이가등장하는마지막장면도그런맥락에서읽었을때그슬픔과아름다움을온전히느낄수있다.이에대해작품해설을쓴평론가김동현은이렇게말하고있다.

『생명의강,시이노가와』의마지막대목을읽다보면서정적이면서도비극적인,전쟁을이야기하되슬픔에빠지지않으려는서늘한긴장이느껴진다.마지막부분의시간적배경만보면오키나와전쟁이끝나려면5개월이나남았다.더큰파국이이들남매를기다리고있는지모른다.하지만이장면이있기에두남매가끝까지살아남기를,끝내살아남아서오키나와전쟁을기억하고말할수있기를,반딧불이처럼빛나고빛나는삶을이어가기를기대하게되는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