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 (네팔 이주노동자 시집)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 (네팔 이주노동자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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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회운동은 그것대로 이주노동자들의 처지가 개선되고 권리가 보장되는 실질을 추구해야 맞지만, 우리가 시를 매개로 만나고 있는 한 그런 것과는 다른 층위에서 생각하고 또 대화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앤솔러지는 네팔 이주노동자들이 시를 통해 자신의 영혼과 생각을 표현했다는 데서 큰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시를 통해서 이들의 심층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동시에 우리의 빈곤한 영혼을 아프게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들이 우리에게 복을 주었다고 해도 과언은 절대 아니다. (‘해설’ 중에서)
저자

뻐라짓뽀무외34명

출간작으로『여기는기계의도시란다』등이있다.

목차

번역을마치며·4

뻐라짓뽀무ParajitPomu
새떼·14/묵언의사랑·16

세세풍쎄르마SesephungSherma
소나무·18/어머니가슴에그어진분단선·19

수레스싱썸바항페SureshsingSambahangphe
꿈·22/나는배를만들고있다·26

수스마라나허마SushmaRanahanma
할머니의구루마·30/공원풍경·33

끄리스나끼라뜨KrishnaKirant
욕망·35/노동자·37

써꾼아수ShakunAashu
화·40/외국에서만난동생·44

콤구릉KhomGurung
마음들·48/기술과기반·50

바부벌린드러BabuBalindra
바이칼호수에서고향을그리워하다·52/
시인들의법정에서신과과학·56

순덜가울레SunderGaunle
현재·59/사진이스스로말한다·63

니르거라즈라이NirgrajRai
슈퍼기계의한탄·72/낯선나라에서·75

러메스사연RameshSayan
고용·77/허수아비·80

거닌드러비버스GanindraBiwash
이정아할머니·83/사랑의날·86
람꾸마르라이RamKuamrRai
실패한노력·89

머두싱잘리머거르MadhuSingjaliMagar
그림자·93/비·94

빙껄?종BingkalChemjong
지혜로운방랑자·96

선저여꺼우짜SanjayKauchha
머던의넋두리·98/
시간,그대여나에게한세대를다오·106

디빠메와항라이DeepaMewahangRai
색과꿈·111/목적지·113

열지비버스YalzeeViwash
장미·116/마침내·119

비요기까일라BiyogiKainla
빛과그림자·121/길과사랑·122

서로즈서르버하라SarojSarbahara
아들의주소·124/기계·127

어이쏘르여쉬레스터AishwaryaShrestha
친구·130/너머스떼!·131

비스누와글레BishnuWagle
기억의물결들·135/땅의영웅·139

우떰커줌UttamKhajum
하늘이잠들때·144/폭풍우·146

덤벌숩바DambarSubba
어머니의알람·148/슬리퍼·151

디알네우빠네DRNeupane
외국에있는아들에게보내는어머니의편지·154/
덫에걸린인생·160
마뜨리까넴방MatrikaNembang
계속되는꿈들·163/반딧불이·166

딜립반떠와DilipBantawa
내일·169/나·175

지번커뜨리JiwanKhatri
불의글자·179/인정·183

밀란깐차끼라띠MilanKanchhaKirati
달이야기·185/고럭바하둘·191

데벤드러탄수항DebendraThamshuhang
평화란무엇인가,어떠한가·195/거미·204

어닐끼라띠AnilKirati
길·212/새로운이야기·216

수닐딥떠라이SunilDiptaRai
야당신문·218/잃어버린꿈·223

아넌더버떠라이AnandaBhattarai
무궁화와랄리구라스·226/미래를찾아서·229

보넘쁘러땁BonamPratap
노인의회상·232/향기·234

니르도스시버NirdoshShiva
눈물에빠져버릴것만같아요·237/비가내린날·239

해설__네팔이주노동자의내면,
그리고우리의거울(황규관)·241

출판사 서평

네팔이주노동자들,한국생활을시로쓰다

지금껏이주노동자들의이야기와목소리는한국의활동가들에의해서대신전해졌었다.그런데그들이직접자신의내면과삶을말하기시작했다.그것만으로도이책은문제적인데,그것을시로표현했다는것은놀라운일이다.
네팔이주노동자들은이시집에서다양한목소리를들려주면서도어떤공통된정서를내보이고있는데,그것은한국에서노동자생활에대한단순한고발이나항의를넘어선다.물론고된노동에대한생각과감정이전체시의기조를이루지만,이들은그노동에서죽음의그림자를의식하고있는것같다.이시집에참여한네팔이주노동자들에게죽음은두가지의미를갖는다.그것은실제적인죽음을가리키기도하고존재의죽음을뜻하기도한다.

무나,너의‘머던’은
여기일하러온한국에서
존재감이없다
자존도없고,긍지도없고
그어떤존재감도없구나
-「머던의넋두리」부분


그것으로충분하다!이게낯선나라다
누군가의행복,누군가의사랑을
빨간관속에넣어서고국으로보내지않기를바랄뿐이다
-「기억의물결들」부분

어느보도에의하면네팔이주노동자들의사망률이가장높은나라가한국이라고한다.이사실은단지네팔이주노동자들만이아니라한국내에만연해있는산재와도연동되어있겠지만,이시집에서자주드러나고있는죽음에대한의식은네팔이주노동자들의영혼,내면과도깊은관계가있을것이다.그것을말하기에앞서한국사회가이들에게어떻게죽음을강요하고있는지우리는「고용」이란뛰어난작품에서직접확인할수있다.

하루는삶에너무도지쳐서
내가말했어요
사장님,당신은내굶주림과결핍을해결해주셨어요
당신에게감사드려요
이제는나를죽게해주세요

사장님이말씀하셨어요
알았어
오늘은일이너무많으니
그일들을모두끝내도록해라
그리고내일죽으렴!
-「고용」부분

이작품의표면에서는죽음이라는실존의거대사태도노동에사로잡혀있는것처럼묘사되지만,죽음까지생각하게하는고된삶을먼저이해하면전혀다르게읽힌다.다시말하면,한국에서의임금노동자체가이들에게죽음의식을심어주고있는것이다.그러면여기에실린노동자시인들은그현실에어떻게반응하고있는것일까?먼저,심각한무력감에빠져자탄을하거나방황을하는방식이있고,두번째로는고국인네팔의자연과생활을기억함으로써맞서고있다.물론자탄과방황은맞서는행위라기보다는회피의한방식이지만,여기서이들에게도덕적지탄을하는것은온당하지도않고적절하지도않다.


한국사회는기계와로봇의사회다

두번째방식인고향에대한기억의소환은뜻밖의성과를달성하기도한다.그것은지금한국사회에대한문명사적비판이되기도한다.시집제목이들어있는「기계」라는시를잠깐보자.

친구야,여기는기계의도시란다
여기는재스민과천일홍들이애정을뿌리며웃지않는다
새들도평화의노래를부르지않는다
여기는사람들이
기계의거친소음과함께깨어난다

하루종일기계와함께기계의속도로움직인다
장마철에젖은산처럼
몸에서폭포수처럼쏟아지는땀에젖어
스스로목욕을해도
이쉼터에서는시원하지않구나

사람이만든기계와
기계가만든사람들이
서로부딪히다가
저녁에는자신이살아있는지조차알수가없구나
친구야여기는기계의도시란다
여기는사람이기계를작동시키지않고
기계가사람을작동시킨다
-「기계」부분

한국사회가기계와로봇의사회라는현실인식은국내의시인들에게서도잘보이지않는예리한관점이다.국내의시인들은도리어기계와로봇을받아들인것만같은데,네팔의노동자시인들은이같은사태에서존재의위기를느낀다.비단「기계」라는시뿐만이아니다.여러작품에서네팔의노동자시인들은한국사회가기계화,로봇화되었으며자신들에게기계와로봇의부품이되길요구하는한국사회의깊은곳을건드린다.

나는이로봇의나라에서밤마다
이런생각을하다눈을감고
다음날아침이면어김없이일어난다
-「어머니의알람」부분


알람이울려서일어났어요
오른손으로가슴을만졌어요
다괜찮네요,행복해졌어요
그리고로봇들의세상으로출발했어요
-「낯선나라에서」부분

아무것도배우지못한문맹처럼
로봇을만드는나라에서로봇이되어
자신의성실한노동의시간을보낼때
가끔은휴대폰의사진첩을본다
-「나」부분

이점이이시집의의의를더욱빛나게해주는것은,이타자들을통해서한국사회에내면화된이질적인타자를부각시키기때문이다.‘해설’을쓴황규관시인은이에대해서이렇게말을하고있다.“이앤솔러지에실린작품들을통독하면서,네팔이주노동자들의내면상태를어느정도실감할수있었으며도리어우리가이작품을통해우리의모습을확인할수도있었다.물론이일은부끄럽고도고통스러운일이었다.그렇다고해서그들에게섣부른동정이나연민을가져야하는것은아니며도리어그런감상이이들을모욕하는것임은자명하다고할수있다.왜냐면이들의영혼은역설적으로우리보다건강한것이분명하기때문이다.”
역설적으로죽음에대한의식이나자탄과방황은네팔이주노동자시인들의영혼이건강하다는증거일터인데,우리가보지못하는현실의이면을이들에게들킨것은아직기계의사회가아닌고향네팔의기억때문이다.여러작품에서고향네팔의풍속,역사,자연등이등장하는것은그기억들이한국사회와맞서는항체를형성해주기때문이다.대자연과가까이지냈던이들에게한국같은빈틈없는자본주의사회가지옥의다른이름인것은너무도당연한거아닐까?
한국사회가많은이주노동자들의값싼노동으로지탱하고있음은숨기려고해도가려지지않는진실이다.모쪼록이시집을시작으로보다많은이주노동자시인들이탄생하길바라며,아마도이런일이일어날때한국문학에도그들이끼치는영향은자못클것이다.

[번역을마치며]
네팔시집을번역한것은이번이세번째이다.
한나라의언어로쓰인시의감성과표현을다른나라의언어로번역한다는것은참으로녹록지않은작업이다.시에쓰인단어와표현은그나라의문화,역사를비롯해모든배경들을두루내포하고있기에하나의시어에서조차때론심오한의미가담겨있는데다른언어로번역될때종종그심오함을놓치기쉽다.나는이러한문제를염두에두고단어보다는단락에서,행간에서,전체적인맥락에서느껴지는작가들의감정이나정서를번역하는데더힘을쏟았다.그럼에도그들의느낌을온전히담아냈다고할수는없겠다.장고의시간끝에탈고를하지만그래서여전히부끄러운마음가득하다.
네팔에도‘거절’(ghazal)*형식의정형시가존재한다.남아시아에서유명한노래형식인‘거절’은한시의운율처럼압운의묘미를살리는게주요한목적인데번역할때실로난감하지않을수없다.독자들은아마도네팔시가주는감미로움을그대로느끼지못할것이다.최대한시의맛을살리도록노력했지만나머지는독자의몫으로남겨두었다.
이번시집은‘네팔의노동문학’이라는점에서그의미를찾을수있을것같다.
노동이라는고된시간속에서도문학을매개로커뮤니티를형성하여창작하고있는이들의모습에서몇십년전우리의노동문학이떠올랐다.자국에서는의식있는젊은이들로나름의공부를마치고꿈을찾아한국이라는나라로왔지만이들의노동이얼마나고되고힘든일인지시를통해충분히느낄수있었다.십여년을네팔에살면서한국어를가르쳤던인연으로이미그들의노동현장이나감정에대해익히들은바가있기에시를번역하는데있어그다지낯설지는않았으나여전히노동이주는중압감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다는현실이자못안타까웠다.

마지막으로번역의기회를주신정대기선생님과물심양면으로도와주신모헌(작가,번역가)선생님께이자리를빌려감사의말을전하며,이번시집을계기로다소생경한네팔의문학과시에관심을갖는독자들이생겨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