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개떡선생 (박명순 산문집)

안녕, 개떡선생 (박명순 산문집)

$14.00
Description
개떡선생의 찰떡같은 이야기
박명순의 산문은 저자 자신의 삶과 구체적 생활 속에서 길어낸 맑은 샘물 같다. 오랜 교사 생활을 마치고 돌아보는 과거는 그래서 빛바랜 사진이 아니라 생생하게 현재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발자국 같다. 이 책은 저자가 충남교육연구소 소식지에 ‘박명순 선생님의 교단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것인데, 학교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느낌, 그리고 이런저런 사색의 결과물이다. 가르치는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교사들, 그리고 저자 자신에게 영향을 줬던 사람들과의 인연을 저자는 자연스럽게 엮어놓고 있다. 저자의 별명이 ‘개떡선생’인 이유는, 저자 자신이 학생들 앞에서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어서이다.

교사로 살면서 많은 시간을 자학에 시달리며 살았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으나, 아무리 용을 써도 나는 아닌 것이다. 아이들에게 쥐어 잡혀 휘둘리기나 하는 한심한 선생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도 꽝이고, 수업 시간에 상큼한 유머도 없고, 성적을 팍팍 올려주지도 못했다. 게다가 전교조 해직 교사도 아니고, 참교육 실천 교사도 아니고 수업의 달인이 되지도 못했다. 딱 하나, 상처를 주지 않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으니 이거 하나는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했다.
-「개떡선생」 중에서

단지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평범한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는 저자의 겸양은 역설적으로 교사의 ‘자리’가 어디인지 가리킨다. 이런 면모는 추천사에서도 증언되고 있는데 그는 이렇게 말한다. “마지막 한 아이까지 함께 가길 원했던 선생님의 분투가 진솔하게 그려져 웃음이 나면서도 찌릿하다.” 어쩌면 이게 ‘좋은 교사’의 태도일지도 모르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서 저자가 거창한 ‘교사론’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저자가 교사 생활동안 겪었던 이야기와 감정들을 담담히 풀어놓는다.

아침 독서의 고요한 교실 분위기를 깨뜨리며 오늘도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들이 있다. 아침 배드민턴 동아리 활동을 하느라 늦은 수영이, 버스를 놓쳤다는 현수, 자리에 앉아서 책을 꺼내는 몸짓이 부산스럽다. 목소리를 낮추고 나름 조심한다고 노력하는 모습이지만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지각생에게 잔소리하지 않기가 나의 철칙이다. 아침에 만나는 아이들은 모두 안쓰럽다. 여기까지 오느라 온 가족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독여주는 마음을 눈빛에 담아 보낸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보다 중요한 것」 중에서

이렇게 저자는 학교생활의 자잘한 일상을 통해서 자신의 ‘교육관’을 드러내기도 하고 다지기도 한다. 이런 소박한 자세가 아마도 교사로서의 삶과 작가로서의 삶을 동시에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저자

박명순

조치원신흥동건어물가게8남매의맏딸로유년을보내다가종촌싯골복숭아과수원집에서청소년기를보냈다.연극반‘황토’로활동하다가무기정학을몇차례받은후늦깎이교사로임용됐다.공주대학교,순천향대학교에서국어교육학,현대소설등을강의했으며현재충남작가회의독서모임‘간서치’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채만식소설의페미니즘』으로박사학위를받았고『아버지나무는물이흐른다』,『영화는여행이다』,『슬픔의힘』등의저서가있다.

목차

작가의말ㆍ4

1부안녕,개떡선생

노래불러주는선생님ㆍ14
자유학기제,객기를부려볼까나ㆍ20
아픔을들으려는마음ㆍ31
배드민턴ㆍ36
부부싸움도수업교재가된다ㆍ46
영화〈생일〉을만나는시간들ㆍ51

2부내슬픈교단의33페이지

내슬픈교단의33페이지ㆍ66
저기멀리떠나가는시간들ㆍ72
여행자처럼떠나야할시간ㆍ81
가르칠수있는용기보다중요한것ㆍ90
장소는사람을변화시킨다ㆍ98
학교화장실은여전히엽기적이다ㆍ107
나는지금이좋아ㆍ118
『미운오리새끼』의재해석ㆍ132

3부개떡선생의자화상

할머니의항아리ㆍ140
할머니와권정생의『한티재하늘』ㆍ153
박옥순은박명순이되었다ㆍ157
언제부터이야기를좋아했을까ㆍ162
엄마의걱정보따리는유통기한이지났다ㆍ169
아이스께끼ㆍ177
글을낳는집ㆍ186
〈토이스토리4〉로만나는아들과딸ㆍ191
금강에흐르는80년대의최연진ㆍ198

4부거울과유리창처럼

여름방학은힘이세다ㆍ208
채플린과권정생ㆍ216
민들레는장미를부러워하지않는다ㆍ227
나도돈을훔친적이있다ㆍ232
되로배워서말로풀어먹는사람ㆍ242
개떡선생ㆍ250
어떤숲에서다시만나랴ㆍ257
피로사회,피로학교ㆍ263
명예퇴직을했다ㆍ269

출판사 서평

사람의살아가는이야기

이런마음을형성해준것은아마도과거의기억같다.교사로서의삶을담담히말하고있는틈새로저자는과거의기억을불러내며그당시에형성된정서의일면을드러내고있다.3부에수록된글들은저자에게영향을주었던존재와사물들을불러낸다.할머니,권정생,최연진,작은엄마,항아리,아이스께끼…등이다.이글들에서저자는자신의기억을들춰보며시간여행을한다.

언니는혁명사업에뜻을두었음에도교조적이지않았다.정이많고따뜻한성품이어서언제나일이아닌사람이중심이었던활동가였다.그리고나는언니가꿈꾼‘인간답게사는세상’의내면풍경을만나는감동을누렸던것같다.언니와공적인일을함께도모하기보다는그렇게이웃사촌처럼격의없이만났다.언니가새날이와새별이를키울때,나는등현이와주현이를키웠고같은유치원과초등학교의학부모자격으로만나기도했다.
-「금강에흐르는80년대의최연진」중에서

결국이책은사람들의이야기이기도하다.저자자신이이야기를좋아해서인지(「언제부터이야기를좋아했을까」)글자체도이야기를조단조단들려주는듯한다.이야기는소멸하고이미지와주장만횡행하는현실에서이런‘작은’이야기들은독자를함께어디인가로이동시켜주는촉매가되기도한다.이는독자가저자에게영향을받거나감화된다는의미와는또다르다.저자의이야기를(읽는게아니라)듣다보면독자스스로가이야기를하고싶어하게하는것이다.우리에게는누구나각자의이야기가있지만,대중문화가천편일률적으로강요하는‘스토리’에억눌려버린것만같다.
특히저자의이야기는지루하지않은길이를가졌으며그렇다고에피소드만도아니다.이야기에숨결이어른거린다는것은이야기할때입김과내쉬는숨소리가들려온다는뜻일것이다.박명순의이야기는그러한이야기이다.과장하지않을뿐더러,과잉된의미를부여하려고도하지않는다.자신이겪은경험과느낌을그당시의감정을되살려말하고있을뿐이다.
이야기를들으며걷는시간을잃어버린시간속에서박명순의산문집『안녕,개떡선생』을들고만걸어도어떤이야기들이솔솔새어나올것만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