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없다 (이시백 장편소설)

용은 없다 (이시백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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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시백 소설의 풍자와 해학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새롭게 펴내는 장편소설 〈용은 없다〉는 이전의 소설과 많이 다르다. 그것은 우화와 설화를 통해 민중의 근대사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풍자와 해학은 여전한 작가의 장점이지만, 마치 보르헤스의 기법을 차용한 듯 가상과 실제의 문헌을 동원해 다른 차원의 해학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민중의 삶을 디테일하게 그리면서 국가권력을 우스개의 대상으로 풍자한다. 오늘날 비판에 웃음이 사라지면서 비판 자체가 삭막해지는 세태를 작가는 소설적으로 넘어서고 싶었건 걸까?

몽룡과 아지의 만남부터가 예사롭지 않지만, 아지와 구렁이 사이에서 탄생한 쌍둥이 형제 금룡과 은룡의 존재도 근대의 수레바퀴에 깔린 민중의 캐릭터로서 손색이 없다. 이시백의 민중은 국가의 폭압에 정치적으로 저항하는 존재는 아니다. 도리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꾸준히 살아감으로써 국가를 무력화하는 존재에 가깝다.

특히 아무리 맞아도 고통을 느끼지 않는 금룡의 존재가 그렇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 캐릭터로 금룡이 설정되어 있지만 국가가 가하는 폭압이 민중에게 고통을 야기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 고통은 금룡의 어머니인 아지나, 차남의 상징인 은룡, 그리고 애꾸왕 때문에 죽은 여동생 말희를 통해 드러난다. 작가는 한 존재에게 한 가지 역할을 입체적으로 부여하는 방법을 피하고 전체 인물에게 각자의 역할을 맡기면서 그 고통이 개별자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듯하다.
저자

이시백

소설가.주요작품으로장편소설『나는꽃도둑이다』『사자클럽잔혹사』『종을훔치다』,소설집『응달너구리』『갈보콩』『누가말을죽였을까』『890만번주사위던지기』,산문집『유목의전설』『당신에게몽골』등.권정생창작기금과채만식문학상을받음.

목차

용은없다ㆍ7
작가의말ㆍ344

출판사 서평

우화와풍자로빚어낸민중사!

이시백소설의풍자와해학은익히알려진사실이다.하지만새롭게펴내는장편소설『용은없다』는이전의소설과많이다르다.그것은우화와설화를통해민중의근대사를관통하고있기때문이다.물론풍자와해학은여전한작가의장점이지만,마치보르헤스의기법을차용한듯가상과실제의문헌을동원해다른차원의해학을구사하고있다.그러면서도민중의삶을디테일하게그리면서국가권력을우스개의대상으로풍자한다.오늘날비판에웃음이사라지면서비판자체가삭막해지는세태를작가는소설적으로넘어서고싶었건걸까?
몽룡과아지의만남부터가예사롭지않지만,아지와구렁이사이에서탄생한쌍둥이형제금룡과은룡의존재도근대의수레바퀴에깔린민중의캐릭터로서손색이없다.이시백의민중은국가의폭압에정치적으로저항하는존재는아니다.도리어자신에게주어진삶을꾸준히살아감으로써국가를무력화하는존재에가깝다.특히아무리맞아도고통을느끼지않는금룡의존재가그렇다.고통을느끼지않는캐릭터로금룡이설정되어있지만국가가가하는폭압이민중에게고통을야기하지않는것이아니다.그고통은금룡의어머니인아지나,차남의상징인은룡,그리고애꾸왕때문에죽은여동생말희를통해드러난다.작가는한존재에게한가지역할을입체적으로부여하는방법을피하고전체인물에게각자의역할을맡기면서그고통이개별자의것이아니라모두의것이라는점을부각시키는듯하다.
특히금룡은이소설의주인공격인데,아둔한것같지만강하고,무지한것같은데영리하게국가를우스개로만들어버린다.그강력한무기는바로어떤고통을가해도무너지지않는신체적특성이다.금룡만그런것은아니다.놀음에빠져사는아버지몽룡또한민중의한속성을부여받는데,특히고산족의집들을철거하는과정에대한묘사는해학을통해저항하는민중적지혜를떠올리게한다.

그일은가림판공사를마치고집에서놀던천변족에게맡겨졌다.일당이라도타먹을요량으로나섰지만,고산족들의집을허무는게즐거운일은아니었다.과부사정은홀아비가아는법이었다.철거에나선천변족들은감독관의눈을피해판자의못들을얌전히뽑아서언제든집을다시지을수있도록철거했다.그건철거가아니라정교한해체였다.

천변족과고산족은1970년대도시빈민을떠올리게한다.그들은평지에살고싶지만부자들이사는평지에진입하는것은구조적으로불가능하다.그래서천변족과고산족은각각의이해에따라대립하고갈등하지만,위에서든인용대로‘북쪽나라’의사절단에게얕보이지않으려고고산족집을철거하는‘애꾸왕’에게저항한다.소설을읽다가보면자동적으로떠올리게되겠지만여기서‘애꾸왕’은박정희를희화화한것이다.그렇다고해서이소설이역사소설인것은아니다.
아무튼아버지몽룡이허망한꿈에휩싸여죽고가장이된금룡은평지로진출했지만그평지는부자들의동네가아니라‘텍사스촌’이었다.금룡의역사는이‘텍사스촌’에서시작되며,작가이시백이‘텍사스촌’을통해보여주려는의도역시분명해보인다.그것은애꾸왕으로상징되는국가만이아니라‘텍사스촌’으로상징되는주둔군의존재,즉외세의그림자를말하기위함이다.


이야기를통해풀어낸근대사

하지만금룡은특유의저돌성으로삶을꾸려나가는데,그게숭고하거나아름답거나하는것은아니다.그냥신체적고통을아랑곳하지않는마구잡이식에더가깝다.그런데이마구잡이식의삶이묘한전형성을창출한다.왜냐하면금룡의가족이처한상황이마구잡이식을당연시해주기때문이다.따라서신체적고통을못느끼는특이함으로마구잡이로살아가는금룡에게서웃음이자꾸터지는것은어쩔수없다.하지만그신체적특성은국가의심기를자꾸거슬리게하는데,작가는여기에무슨큰정치적상황을끌어들이지는않는다.애꾸왕체제자체가민중의건강성과대립하기때문이다.예를들어금룡이약장수를따라다니면서기획한차력쇼‘내배에총을쏴라’는우리를웃게하면서동시에국가와민중의대립을드러낸다.

결론적으로말해서,어린이날에예정되었던금세기최고의차력쇼는열리지못했다.배에총을맞아야할주인공은그시간에정보기관의축축한지하실에서거꾸로매달린채통닭구이가되고있었기때문이다.이틀동안온갖고문과협박으로그들이알고싶었던것은,백성을사랑하는왕의지극한마음과영험한통치로유사이래최고의태평성세를누리고있는시점에,배고파못살겠다고제배에총을쏘라는쇼를벌인저의가무엇인지,북쪽나라의지령을받아해괴한망언으로민심을흐려국력을저하시키려는흉측한이적행위를하려던것은아닌지를여든아홉번이나물었다.

남북의대립을통해체제를유지하던애꾸왕에게금룡의차력쇼는민중을술렁이게할개연성이컸던것이다.그래서정보기관을동원해금룡을고문한다.정보기관이금룡을붙들어가고문을가하는장면은그뒤로도몇번더나온다.하지만금룡은고통을느끼지않는특성으로정보기관을자기도모르게골탕먹이고,나중에는금룡에대한연구까지진행되지만결과는갈수록오리무중이되고만다.
소설의끝부분에가서야작가는금룡과은룡의존재를겹쳐놓는다.금룡의쌍둥이동생이자출생신고도하지않은그림자같은은룡은소설속인물로서는다르게나타나지만작가의심중에서는금룡과은룡이한존재였던것이다.즉작가는민중의집단적속성을각자의인물에게배분해캐릭터를만들었던것이다.이소설에등장하는각각의인물들은비루하고,비겁하고,거짓말을잘하고,이(利)에민감하지만동시에강건하고,노래를잘부르고,꿈을꾸고,슬픔에지지않기도한다.국가에직접적저항보다는자신들이꾸려가는삶의결에따라휩쓸리면서동시에저항한다.
하지만작가는‘민중승리’를외치지않는다.도리어약간비극적으로소설을끝맺는다.

사람들은용이되기를꿈꿨다.그러나그들은자신이하늘에서떨어진미꾸라지라는걸알지못했다.그들에겐이미기어올라갈하늘이없었다.하늘을바라보기보다땅에떨어진동전이나빈종이박스를줍기바빴다.하늘이사라지자용도사라졌다.있다해도올라갈하늘이없어졌기때문이다.

이것은작가이시백의리얼리즘이기도하고,현실인식이기도하다.“올라갈하늘”이없는한누구도용이되지못한다.개천의암울을말하는것이아니라“올라갈하늘”이없다는작가의현실인식은,둔중하게독자의가슴을때릴것이다.재미난이야기한토막을듣고슬퍼지는것은오늘날참희귀한덕목이다.

‘작가의말’에서작가는어릴적조부에게들었던이야기의재미를따라해보고싶었다고한다.과연『용은없다』는유장한이야기를통해한국의근대사에육박하고있으며,민중적관점에서우리에게근대의역사란무엇인가를묻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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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책은어른을위한우화다.이시백은해학을풀어놓으면서또한,현실에대한비판이예리하다.아프면서웃긴다.나는함부로자주웃었다.웃으면서그의풍부한인문학소양과잡학다식한지식에놀란다.삶에깊이뿌리박고있으면서도어찌이런이야기를풀어나갈수있을까.돌이된소금땀과흙으로이루어진소금글을한그릇에담을수있을까.자고로이야기는힘이세다.밤을꼬박새운다.앞으로도맛있는이시백의너스레는계속이어질것이다.이야기속에서나사람살이에서나분노는,슬픔을결코,이기지못한다.(유용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