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회복을 위한 지역문화 (지역문화의 전환을 위하여)

삶의 회복을 위한 지역문화 (지역문화의 전환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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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코로나19로 대표되는 바이러스가 근대를 넘어 진정한 ‘현대’로의 진입을 재촉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코로나의 등장을 역사 발전 과정 안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역사의 현장인 지역문화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예측하기 위해 더 정교하게 현 단계를 진단하고자 했습니다. 한 해가 지나는 시점에서 철 지난 얘기로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이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지역문화원은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고, 어떤 형식으로든 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어야 합니다.

문화원은 과거를 다룹니다. 과거를 표현하는 향토, 전통, 역사는 지역문화원이 사용하고 있는 친숙한 주제어들입니다. 이제 향토는 ‘마을’이라는 말로, 전통은 ‘지역문화’라는 말로, 역사는 ‘일상’이라는 말로 전환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는 세계화, 국제화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 체제의 한계를 노정했고, 로컬 문화의 가능성이 전면적으로 부각되는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문화를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대담론이 아닌 로컬 문화라는 미시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다.(‘책머리에’ 중에서)
저자

경기도문화원연합회

고길섶문화비평가
고영직문학평론가
김찬호성공회대초빙교수
소종민문학평론가
손경년前부천문화재단대표이사
양진호철학자/인문학교육연구소
윤한택동국대연구교수
이경래한신대기록관리대학원교수
이동준이천문화원사무국장
이영남한신대한국사학과조교수
이용원월간『토마토』발행·편집인
최서영(주)더페이퍼대표
최영주경기도문화원연합회사무처장
황민호〈옥천신문〉상임이사

목차

[책머리에]
코로나19이후의지역문화원…4

1부코로나19시대‘전환’을생각한다

우리집에‘SSG’이쓱들어왔다(최서영)…15
포스트코로나또는위드코로나시대와역사전환(윤한택)…23
사회적,아니물질적거리에관하여-‘삥땅사건’을돌아보며(양진호)…31
코뮌으로만나자(황민호)…42
지금우리에게필요한이야기를어떻게만들것인가(이영남)…54
맞잡은손의따뜻함과평등의발견(김풍기)…69
사회적거리두기에대한성찰(이동준)…63

2부회복력은어디에서오는가

‘말무덤[言塚]’퍼포먼스를상상한다(고영직)…81
삶의회복을위한정책은가능한가(고길섶)…92
문화도시와시민의자발성(손경년)…104
그날이오면,우리는다시춤출수있을까(이동준)…114
안전한공간에서이야기를확장하자(김찬호)…135
산골마을을바꾸는‘군겐도(群言堂)’정신을배우다(최서영)…142

3부아카이브의인문학

아카이브의인문학(이동준)…153
공동체아카이브의거버넌스와기록주권(이경래)…170
단편적인일상,주름진이야기들(소종민)…179
지역문화원이지역을아카이빙한다는것(최영주)…188
사람이,사람을,사람으로대한다는것(이용원)…198
환대하는마을환대하는마음(고영직)…205

출판사 서평

다시지역문화를생각한다

코로나19이후에대한‘큰’이야기들의설왕설래는있었지만,지역을바꾸자는,그것도문화를바꾸자는담론은흔치않았다.이책은코로나19라는미증유의시간이우리의일상에끼친영향을성찰하면서,그일상이이루어지는지역의문화를어떻게바꿀것인지에대한실천적인제언들로꾸려져있다.그렇다고해서추상적인‘운동’을말하는것은아니다.몇몇글들은역사적관점에서있기도하지만전체의결론이랄까,또는방향은지역문화의‘전환’을말하고있다.얘를들어황민호『옥천신문』상임이사는다음과같이말한다.

에너지,물,식량등모든부문에서자립의관점이필요하다.지방자치제가시작되면서지방자치단체의자치와관련해서는어느정도인식되고있지만,자립의가장큰부문인‘자급’과관련해서는요원하다.아직까지도중앙집중의방식,대량의방식에익숙하다.이는효율을근간으로이루어진근대의기업방식을답습화한결과인데,집중보다분산이필요하다.‘효율’과‘전문성’을강조하며‘더크게’를강조한결과가장중요한‘감수성’과‘자기제어’를잃어버렸다.국가의식량자급이실현되려면각지역의식량자급이되어야한다.식량뿐아니라에너지,수자원에도이를똑같이적용해야한다.(49)

지역간문턱을무시한국가주의,나아가세계화나도시적삶의비대화가코로나바이러스가창궐하는사회적,물질적조건이된사실을떠올려보면,지역을중심으로한‘자립’이기후위기로인해예상되는팬데믹에대한가장기초적인대응방식이됨은명약관화하다.사회적,물질적거리두기가단지은유가아니라팬데믹에대한완곡하지만실질적인대응방식인데,다른말로바꿔말하면바로‘지역화’,‘자립’이된다.무엇이든균질화,동일화하는방향으로자본주의가발전한역사를되돌아보았을때,우리의삶이지역단위에서구체적으로변할때만이우리의생명을보존할수있는것이다.
양진호가말하듯이우리의삶이지역화되었을때만이,“인간(人間)은물론이고물간(物間)을재고”할수있으며“인간과물질사이를”다시볼수있기때문이다.우리의삶이지역화된다는것은구체적인사람사이그리고사람과사물의관계가재정립될수있는것이다,따라서“물질적거리두기”라는것은관계의절연을의미하는것이아니라국가와자본이강제한수탈적인‘거리’에서사람과사물이서로모시는‘거리’로전환함을의미한다.이동준이‘마더텅(mothertongue)’을말하는것도국가와자본이강제한‘거리’에서구체적이고실질적인‘거리’로전환하자는말과같다.

처음에는시골말이었던독일어와불어,앵글로색슨어가국가언어가되면서이들언어는또다시라틴어의지위를차지하고는무수한지역언어,사투리속에새겨진지역의문화를박해하고획일화시켜서국가의통제속에가두려고했던것이다.마더텅은영어사전의번역처럼‘모국어’가아니라어머니의젖을빨며어머니의혀에서울리는소리로느끼는엄마의말이기에‘모어(母語)’라고번역해야한다.(75)

‘지역화’,‘자립의관점’에대한문제의식이물질적인것에만머물지않고이렇게언어적층위까지뻗어나가는것은이책의특징이기도한데,고영직에게는“말의힘을회복하기위해서는말무덤의부활같은예술적퍼포먼스가필요하다.문화예술적의례(ritual)의힘은협력을촉진하는계기가될수있다”와같은언술로나타난다.이런관심의확장은3부에서집중적으로펼쳐지는데‘아카이브의인문적가치’라든가‘기록주권’이라는개념은그런맥락에서제시된다.


‘기록주권’과‘기록민주주의’

이는근대성에서지역성으로나아가야한다는1부의주제와같은연속선상에있다.다시이동준은서구의자본주의문명이강제한근대성을‘내가사는지역’의관점에서다시성찰하자고제안한다.“피와살이느껴지는생활현장의발견”에서“자기다움의발견”이가능한데,“지역을발견하는일은우리자신의정체성을찾아가는과정이요,더나은지역의미래모습을함께 꿈꾸는일이기때문이다.”‘지역아카이브’는그것을위한구체적인실천운동인셈이다.

아키비스트는현장을바라보며그현장성을살려내는방식의기록을고민하는사람이다.그는자료를바라보는관점,그자료에다가가는접근방식,그리고그자료를어떻게분류하고정보로조직하고지식으로재구성할지고민하는사람이다.이제아카이브는단순히자료를바라보는관점에서삶을바라보는관점으로인식의범위가확장된다.오늘날아카이브개념에대한패러다임전환은아카이브가그지역을살아가는사람들의모습과다양한삶을보여주는,우리들자신의삶에대한관점임을말해주고있다.(168)

‘국가아카이브’에서‘지역아카이브’로의이러한패러다임전환은‘기록주권’을지역민이회수함으로써민주주의의지평을넓히게하는계기가된다.
이경래는“2004년에시작된호주빅토리아주(Victoria州)의주립아카이브와원주민부족쿠리(Koorie)의공동체,그리고모나시대학(MonashUniversity)의학제간프로젝트인‘신뢰와기술프로제트(TrustandTechnologyproject)’”를소개하면서‘기록민주주의’가가능함을역설한다.즉국가나중앙정부가예산지원을했다고하더라도지역민과기록물을공동으로‘소유’함으로써“원주민의기록소유권회복즉백인관료나저작자뿐만아니라원주민을원주민관련기록의소유권자로인정하는기록의‘공동소유권’체계가”가능했다는것이다.
그런데이런대안제시가외국의사례로서만끝나서는안될일이다.중요한것은우리의현실속에서‘기록민주주의’를어떻게만들어갈것인가에대한실천적인모색이다.이런맥락에서지역문화원의역할이부상하며이는공허한주장이아니라실제로그러한사례가있음을제시하고있다.

지역을기록으로남기는데있어서가장필요한것은시민기록자를양성하는것입니다.지역적특성은자발적창의적주민들의참여에의해만들어지며,지속발전을위해서는독립적운영에기초한참여가필수적요소입니다.의정부문화원의경우가대표적이라고볼수있는데지역주민인프라중심의마을기록활동의일환으로의정부마을기억찾기프로젝트〈義記to合(의기투합)〉이라는사업이그것입니다.마을의과거와현재를다양한시각의이야기로기록하는10년장기프로젝트입니다.(195)

코로나19의팬데믹에대한성찰에서시작해,지역과지역문화의의의와중요성을강조하는데로나아가지만,선언에그치지않고‘지금-여기’서직접실천할수있는대응을모색하고있는이책은풀뿌리활동가들이나문화운동가들에게어떤영감을줄것이다.단순하게‘지역아카이브’가중요하다는획일적인결론이아니라,지역화와지역문화가어떻게팬데믹상황에대한대안이될수있는지모색하는과정에서영감을줄수있다는뜻이다.
이것은코로나19팬데믹의전개양상만살펴봐도명확한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