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 1989 (김종수 평전)

구로, 1989 (김종수 평전)

$14.00
Description
김종수 이야기를 쓰기 위해 취재를 하면서 만나는 가족과 친구, 회사 동료들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은 이가 없었다. 벗들은 김종수를 꽃처럼, 보석처럼 빛나는 친구였다고 말한다. 수십 년 세월이 지나면서 꽃은 더 아름답게 기억되고 보석은 더 반짝이는 것 같았다.
취재하고 집필하는 동안, 필자도 번번이 시야가 흐려지곤 했다. 그러나 이 눈물은 슬픔이나 그리움 이상의 것이었다. 모진 환경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추구하려 고군분투하는 김종수라는 한 정의로운 인간에 대한 감동이었다. 그 감동을 글로 다 표현해내지 못하는 무능력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안재성

경기도용인출생.강원대학교재학중이던1980년5월,광주민주화운동으로구속되는등두차례감옥살이를했다.구로공단,청계피복노동조합,태백탄광지대등지에서노동운동을했으며,이경험을바탕으로쓴장편소설『파업』으로1989년에전태일문학상을수상한이래많은소설과인물평전을써왔다.『박헌영평전』『아무도기억하지않았다』『잃어버린한국현대사』『윤한봉』등이있다.

목차

작가의말꽃처럼보석처럼…9

제1부꿈꾸는가족…17

두개의강이시작되는마을…18
정원이아름다운집…25
산골아이들…34
엄마의아들…40
집을떠나다…47
평화시장재단사가되어…61
수야오빠…68
메밀꽃언덕에서…79
세친구…90

제2부종수의편지…101

사장들이원하는것은…102
어느청년노동자의삶과죽음…116
내가선택한길…127
우리들의이름은노동자라오…139
문화부차장이되다…154
사라진지부장…167
쟁의부장오빠…182
옛날로돌아갈순없다…192
바다가되어…207
노동자군대의병사…216
눈물로다리를건너다…229

제3부민들레꽃이필때면…241

출판사 서평

청년노동자김종수는누구인가

1989년구로공단에위치한(주)서광에서일하던청년노동자김종수가자기몸에불을붙였다.스물네살이었는데,여성사업장인(주)서광의노조쟁의부장이었다.김종수의분신은한국노동운동의변곡점에해당하는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건설에작지않은동력으로작용했다.물론김종수는자신의당면한문제인쟁의에서이기기위한몸부림에서한분신이었지만,동시에죽음을택한이의내면은그렇게단순한게아니었다.

김종수의분신을회사와의구두합의가번복된데대한항의라고만할수는없었다.조합내의반대를무릅쓰고파업을강행한책임자로서,나날이늘어나는조합원의이탈과불만을견디지못한충동적인선택이라고할수도없었다.여러정황과증언을볼때,그의분신은스스로노동운동에뛰어들때부터,구체적으로는『전태일평전』을읽은후부터준비된것이었다.아니,열다섯살나이로노동을시작할때부터태동하고있었다.
세상을바꿔야한다는절실함이남다른사람들은그가속한사회로부터굴종을선택할것인가,아니면죽음을선택할것인가를강요당한다.그최종선택은본인이하는것처럼보인다.그러나실상은사회가강요한것이다.

1989년5월1일노동절100주년을맞아거행된기념식을당시노태우정권은원천봉쇄했다.이에맞서기념식을강행한노동자들을“전국에서6500여명”연행했다.“이에저항하는과정에서노동자150여명이부상”당했다.1987년6월항쟁을통해사회는‘민주화’되었는데도리어노동조합은“자본과권력의역공에속수무책”인상황에서김종수의분신투쟁이있었던것이다.
이책은개인김종수의평전형식을띠지만,김종수의개인사를시대의흐름위에겹쳐놓음으로써,한노동자의죽음이시대적인죽음임을잘보여준다.저자는김종수의목소리를빌어6월항쟁이노동자들의투쟁에스스로멈추어버린역사를다음과같이지적하기도한다.

모든사회계층이우리노동자의투쟁을우려하고,반대하고있다는생각이들었어.6월항쟁으로사회가민주화되었다지만,수천개민주노조가만들어졌다지만,자본과권력의역공에속수무책으로당하고있음에도언론은노동자이기주의가나라경제를무너뜨리고있다고몰아세우고,많은국민도그렇게생각해.민주화를요구하며싸웠던야당과그지지자들까지그래.

이책은청년노동자김종수의죽음으로끝나지만,이후1991년사태에서나타나듯이사회운동전체가노태우정권의탄압에몰락하는서막에해당된다.

기계가아닌존엄한인간으로살고싶다

김종수는전라북도장수군번암면에서태어나자라지만가난때문에제대로배울수없었다.인정많고자애롭던아버지도가난의무게에꺾여버리자,김종수는중학교를미처마치지못하고공장생활을시작한다.그가처음일한곳은대구의제빵공장이었는데,돌아온것은‘노예생활’이었다.그런데이제빵공장의사장은“아는사람”이었다.이에대해저자안재성은마치19세기에쓰여진보고서처럼다음과같이적고있다.

사장들이나이어린노동자를고용하는이유는동정심도,도와주기위함도아니었다.기술을가르친다는명목으로밥만주거나용돈정도만주고부려먹을수있기때문이었다.이는사장의인품과는상관없는일이었다.자본자체가이윤을위해탄생하고존재했다.자신과가족을위해살아가는평범한사람이아니라도,인격적으로존경받는사람들조차자본가의입장이되는순간자본의속성에종속될수밖에없었다.자본의논리에는일말의인정도사정도들어갈틈이없었다.오로지생산원가를절감하려는냉정한계산만이적용될뿐이었다.그리고생산원가중에서가장손쉽게깎아내릴수있는게임금이었다.

이런자본의논리가김종수의삶전체를관통했다.스무살이되어서울의평화시장에서일하게되지만전태일이분신으로고발한노동환경은전혀나아진게없었다.동생과친구들에의지해하루하루를살아가던김종수는구로공단에있는(주)서광으로일터를옮기지만,평화시장과는또다른조건에처해지게된다.하지만여기서다르다는것은좋아졌다는것을의미하지않는다.철저한라인작업을통해생산성을극대화하는공장조건을말하는것뿐이다.

와이셔츠하나를만들어도앞판,뒤판붙이는사람따로있고팔은팔대로,주머니는주머니대로붙이는사람이따로있는식이야.재단반에서필요에따라재단한원단을2층봉제반으로올려보내면라인을따라가는사이하나씩재봉질로봉합해맨마지막으로단추를달아서다른건물에있는완성반으로내려보내는데,라인을따라밀려오는일감을처리하지못하면다음공정까지마비되니온종일정신없이일해야하는거야.아무리열심히일해도어디선가는정체될수밖에없으니반장,조장들의고함과욕설이끊이지를않아.

인간으로서의최소한의존중이사라진노동조건속에서김종수는전태일의이야기를읽으며그동안자신안에쌓였던설움과분노의정체가무엇인지알게된다.이른바각성한노동자로다시태어나지만,각성은현실의높고두꺼운벽과싸울수밖에없게만드는법이다.책의중반부터는김종수의투쟁을본격적으로다루면서김종수의출렁이는내면을놓치지않고포착한다.순결한인간이갈수있는길은현실에서별로존재하지않는다.
1989년구로공단지역전체가뜨거운투쟁의열기로덮였을때,김종수가일하던(주)서광은노동조합과구두로합의하지만,갑자기약속내용은번복하고만다.이번복을저자는그당시노동자들의취재를통해다음과같이진단한다.“노동부에서무노동무임금원칙지키라고명령이내려온게틀림없어!”그당시노태우정권에서노동조합에게‘무노동무임금’을강제적용시킨것은역사적사실에부합하기도한다.이에대한최후의저항으로김종수는분신을택하게된다.
김종수는노동자로살아가면서인간다운존중을받는일의지난함을알았던것이다.이것은결국자본이노동을대하는기본적인태도일텐데,그자본의태도를‘인간적으로’통제해야할국가와정치가그것을포기하고있다는것을김종수는알았던것이다.
저자안재성이김종수의삶을취재하고쓴이책의결론은너무도고색창연한‘노동자는기계가아니다’는것이다.이외침은자본주의시작과더불어지금까지반복해서울리는존재의함성이기도하다.뒤집어말하면,자본주의는노동자를기계처럼대하지않고서는지속될수없다는말이기도하다.그럼에도김종수는다음과같이말하고있다.

노동자의희생위에경제가좋아진들무슨소용이란말인가?나는외국도시에서있는삼성이나럭키금성의광고판을보고민족적자부심은느낄지몰라도,그회사들이내것이라도되는양흥분하는바보는아니야.도로에늘어나는고급승용차들이며치솟는고급아파트어느하나도자기소유가아닌데,우리나라는부자나라라고자부심을갖는바보같은서민으로살지는않을거야.나는나라가부유해지려면노동자가더희생해야한다는가진자들의논리를용납할수없어.불평등과억압을받아들이도록교묘하게설득하는,많이배운자들의위선을용서할수없어.
그런데이외침은아직도울리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