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과 타자의 텍스트

한국전쟁과 타자의 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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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전쟁과 국가 체제의 확립
한국전쟁을 다룬 외국 문학 작품을 읽은 책이 나왔다. 한국문학사에서 한국전쟁을 다룬 작품은 많았고, 또 ‘분단문학’이라는 영역을 낳기도 했다. 저자인 문학평론가 이정현의 첫 책이기도 한 이 책은 “한국에서 벌어진 전쟁을 마주한 외국인들의 상황, 그들의 텍스트에 한국전쟁이 어떤 식으로 기록되었는가를” 꼼꼼한 독서를 통해 전쟁의 비극과 그 비극이 낳은 비참을 살피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국제전이었던 한국전쟁으로 타국의 청년들도 큰 고통을 겪었고, 이 전쟁으로 여러 국가들의 운명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일본, 중국, 미국, 그리고 유럽과 콜롬비아의 상황과 문학작품을 두루 살피지만, 단순하게 외국 문학이 한국전쟁을 어떻게 재현하고 있는가만 말하고 있지 않다. 일단 역사의 흐름 속에 한국전쟁을 자리매김하는 객관적 시선을 놓치지 않으며, 한국전쟁이 갖는 세계사적 의미도 ‘타자의 텍스트’를 통해 밝히고 있다. 1장이 ‘일본과 한국전쟁’인 것은 일본제국주의의 식민 지배가 전쟁의 원인이었고, 패망 후 일본의 재건은 한국전쟁 때문에 가능했음을 저자가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일본 지식인과 작가의 내면세계도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저자

이정현

1978년생,문학평론가이다.2008년《문화일보》문학평론에당선되었다.중앙대국문과와동대학원박사과정을마쳤다.문학,음악,미술,영화,그리고‘1990년대’를사랑한다.

목차

프롤로그엇갈린시선과기억의균열…5

1장일본과한국전쟁

1.종전과점령,천황제의잔존…43
2.죄의식과회한,전후의데카당스…57
3.한국전쟁발발과의도적‘회피’…73
4.‘후퇴청년’,‘짖지않는개’,‘세븐틴’의내면세계…83
5.디아스포라의목소리:재일조선인들과한국전쟁…102
6.미국의‘불침항모’로전락한기지의섬,오키나와…116

2장중국과한국전쟁

1.한국전쟁과중국의집단기억…137
2.국가의기억과엇갈린개인의기억…153
3.냉전의최전선:진먼다오(金門島)전투와타이완반공정책의그늘…180

3장미국과한국전쟁

1.‘부자연스러운동맹’의붕괴와새로운갈등…197
2.매카시즘의광풍과희생자들…209
3.미국의청년들과전장의실상…240
4.한국전쟁을돌아보는텍스트들…265
5.이주한인2,3세의한국전쟁소설…279

4장유럽과콜롬비아의한국전쟁

1.프랑스…305
2.독일…324
3.영국…340
4.동유럽국가들…355
5.콜롬비아…374

저자의말…404

출판사 서평

한국전쟁이발발하자일본의신문들은국민들에게‘냉정’을호소하면서한국전쟁을외부에서벌어진사건으로취급했다.실제로는일부일본인들이한국전쟁에연루되어목숨을잃거나실종되기도했지만,한국전쟁은일본인들에게외부에서벌어진전쟁일뿐이었다.일본의신문에서한국전쟁과일본의관계에대한논의를정면에서다루는논설은자취를감추고말았다.특수수요와같이일본경제에영향을미치는문제를제외하고는한국전쟁에대한일본또는일본국민의입장을논하는것자체가금기시되었다.(77)

저자가말하고자하는것은전쟁이야기하는비극과그것을이데올로기적으로이용하는국가시스템의허구이다.예를들어신생국중화인민공화국의경우,한국전쟁에참전한사실을국가의정체성을공고화하는데이용한다.즉,“중국은한국전쟁으로엄청난대가를지불했지만신생중국의국제적위상을높였고건국초기의내부적혼란을잠재울수있었다.”(148)또타이완은중국의반공포로들이타이완행을선택하도록설득하는작업을벌이는데,이같은사실을저자는하진의『전쟁쓰레기』라는작품을통해살피고있다.

정전협정이체결되고포로들의송환날짜가다가오자타이완에서국민당장교들이파견되어중국군포로들에게선물을나눠주고설득을시작했다.중국군포로들은인도군이경비하는중립지대에서한사람씩천막으로들어가서최종설득과정을거쳐행선지를정하게되었다.유안은다시갈등에빠진다.고향으로돌아가고싶지만처벌이두려웠고,타이완으로가면어머니와약혼녀가무사하지못할것이다.(164)

중국과타이완사이에서실존적갈등을겪는주인공의모습을통해,분단의문제를우회적으로말하고있는것이다.전쟁이야기한이런저런딜레마와곤경은또다른전쟁의비극이기도하며,분단이라는것은단지추상적인국토와민족의분단에머물지않고구체적인존재의분단도낳는다고말하고있는것이다.

한국전쟁이끼친타자의고통

미국의경우는“당대미국젊은이들의의식에직접적인영향을미치지못했다.아시아에대한무지와제2차세계대전이후도래한물질적풍요는한국전쟁을쉽게망각하게했다.”(172)저자는한국전쟁을배경으로한필립로스의소설『울분』을통해미국사회가어떻게변모되어가는지를보여준다.

전쟁이형성한공포와불안으로미국의기성세대는보수적인기독교세계관에집착했다.기성세대는헌신,복종,순결,예의를강조하는규율을청년들에게강요한다.안정과질서에서벗어난모든것은사회를불안정하게만드는요인으로치부된다.올리비아를둘러싼불량한소문,과중한아르바이트,기숙사에서의불화,헌신과순종을강요하는학생과장은마커스의울분을증폭시킨다.학생들은억압적인학교규율로스트레스가최고조에이른다.(243)

물론이는전적으로한국전쟁탓만은아닐것이다.왜냐면“당대의평범한미국청년들에게한국은단지‘불길한곳’,혹은‘낯설고먼땅’에불과했”기때문이다.하지만그때한국전쟁에파병된군인들은참혹한상황에빠져들고있었다.휴전협상에서유리한위치를차지하려고소모적인‘고지전’만치열하게전개되었기때문이다.이런사실들을저자는참전군인의회고록을통해들여다본다.미군제2사단제72전차대대지휘관출신시어도어페렌바크는자신의회고록『실록한국전쟁』에서“1950년7월북한군과첫교전을벌인스미스부대의참담한패배,중국군참전가능성을무시한미군지도부의오판,한국과동양인에대한미국의편견등을거론하면서한국전쟁은‘준비되지않은전쟁’이었다고기록했다.”(246)그밖에도‘이주한인2,3세대’작가들이다룬한국전쟁을분석하는데,한인작가들의실존적상황이한국전쟁이어떻게광범위한영향을끼쳤는가강조하고있다.물론이영향은부정적영향이다.
저자의시선은유럽각나라의한국전쟁에대한태도와그영향을살피고,동유럽사회주의국가와북한관계등도두루다룬다.

북한은전쟁이후의국가재건을도모하기위해서유학생도파견했다.1952년9월말북한유학생37명이대륙을횡단하는열차여행끝에10월30일동베를린에도착했다.그들은뒤이어도착한63명과함께1년간라이프치히에서독일어를배운뒤동독의여러대학으로흩어졌다.1956년까지동독에들어온북한유학생은357명이었다.그외에도1953년에전쟁고아600명도북한에서동독으로보내져집단생활을하며공장에서기술을익혔다.동독의북한학생수용과교육지원은곧‘사회주의국제연대’의모범으로간주됐다.(366)

마지막으로콜롬비아의문학작품속에서한국전쟁이어떻게등장하는지살펴보면서전쟁이란사건이사람들의삶과영혼에어떤상처를남기는지고찰한다.전쟁자체도그렇지만,전쟁을수행한주체로서의국가가전쟁을어떤식으로국가이데올로기에사용하는지비판하고있다.물론저자의비판이직접적인것은아니다.하지만‘저자의말’에서도밝혔듯이“전쟁은단지물질만이아니라살아남은자들의삶까지파괴한다”.저자가외국문학작품을통해보고싶었던것은,전쟁이끼친구체적인참상이었을것이다.국가가기억하는전쟁은의도된왜곡이개입하기때문에현존하는국가의기억은전쟁을제대로인식하는데방해가될수있다.
한국전쟁을다룬한국문학작품은가장큰피해를입은당사자의입장에서씌었기에타자의아픔을보지못할수있다.그런함정을피하기위해저자가택한‘타자의텍스트’는한국전쟁에대한‘다른’시각을갖게한다.역사수정주의가아니라,한국전쟁이끼친타자의아픔을통해우리가겪은전쟁의참상을더깊이들여다볼수있다는것이다.
여기에이책의진가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