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긍정과 해학의 시학
김주태 시인의 시에는 근대문명에 의해 사라져가는 존재들에 대한 곡진한 서정이 담겨 있다. 그렇다고 감상에 빠져 있지도 않다. 시인은 자신이 살아왔던 자리, 즉 존재의 자리가 소멸하는 현실을 해학을 통하여 보여준다. 이는 마지막 남은 존재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있는 형국과 비슷하다. 그 옷자락을 노래함으로써 독자의 시선을 더 오래 붙드는 효과를 주고 있다. 그러는 동안 독자들로 하여금 떠나온/버려진 존재의 자리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예를 들면, 시집의 맨 앞에 실린 「상여가 간다」는 농촌 마을의 한 죽음에 대한 시인데, 시의 화자는 그 광경을 이렇게 노래한다.
모닥불 주위에 모인 사람들
수박 금 좋다고 히히덕
우물우물 문어를 씹는다
오래 잊었던 맛 씹고 또 씹는다
내년엔 수박 금이 어떨런고
해거리해야지
하느님도 해마다 복을 주시는 게 아닌 거라
솔가지 진물이 다 빠지도록
오지게 우네
상주가 저렇게 울어야지
상두꾼이 모이고
상여가 간다
집을 한 바퀴 휘돌아
거칠 것 없이 뒤돌아볼 것 없이
출렁출렁 잘도 간다
_「상여가 간다」 부분
죽음이라는 슬픔을 해학적으로 그림으로써 농촌 현실의 리얼리티를 단단히 움켜쥐고 있는 시인의 역량이 밝게 드러난다. 죽음이 준 슬픔을 “오지게 우네/ 상주가 저렇게 울어야지”라고 받아주는 마음은 그런데 어디에서 온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시인 자신의 시간에 대한 긍정 때문일 것이다. 이 점은 또 한 편의 가작인 「상여가 간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 작품에서는 과거의 시간이 현재를 아직도 “버팅기고” 있다는 통찰을 통해 우뚝하다.
감나무 돌아 나올 때까지
뒤따라오던 지게 작대기
학교 늦는다고 다그치던 지게 작대기
중간고사 성적이 떨어져 춤추던 지게 작대기
나무 한 짐 지고 능선 넘다 쓰러지면
일으켜 세워주던 지게 작대기
책 몇 권 이불 하나 지고 자취방 골목 오르던 지게 작대기
객지 떠돌다 마당에 들어서니
자꾸만 기울어져가는 담벼락을
꼿꼿이 버팅기고 있네
_「지게 작대기」 부분
모닥불 주위에 모인 사람들
수박 금 좋다고 히히덕
우물우물 문어를 씹는다
오래 잊었던 맛 씹고 또 씹는다
내년엔 수박 금이 어떨런고
해거리해야지
하느님도 해마다 복을 주시는 게 아닌 거라
솔가지 진물이 다 빠지도록
오지게 우네
상주가 저렇게 울어야지
상두꾼이 모이고
상여가 간다
집을 한 바퀴 휘돌아
거칠 것 없이 뒤돌아볼 것 없이
출렁출렁 잘도 간다
_「상여가 간다」 부분
죽음이라는 슬픔을 해학적으로 그림으로써 농촌 현실의 리얼리티를 단단히 움켜쥐고 있는 시인의 역량이 밝게 드러난다. 죽음이 준 슬픔을 “오지게 우네/ 상주가 저렇게 울어야지”라고 받아주는 마음은 그런데 어디에서 온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시인 자신의 시간에 대한 긍정 때문일 것이다. 이 점은 또 한 편의 가작인 「상여가 간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 작품에서는 과거의 시간이 현재를 아직도 “버팅기고” 있다는 통찰을 통해 우뚝하다.
감나무 돌아 나올 때까지
뒤따라오던 지게 작대기
학교 늦는다고 다그치던 지게 작대기
중간고사 성적이 떨어져 춤추던 지게 작대기
나무 한 짐 지고 능선 넘다 쓰러지면
일으켜 세워주던 지게 작대기
책 몇 권 이불 하나 지고 자취방 골목 오르던 지게 작대기
객지 떠돌다 마당에 들어서니
자꾸만 기울어져가는 담벼락을
꼿꼿이 버팅기고 있네
_「지게 작대기」 부분
사라지는 시간들 (김주태 시집)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