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한 마리의 시

벌레 한 마리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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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랑의 힘으로!
김승립 시인의 이번 시집에 실린 첫 작품은 「사랑의 이름으로」이다. “사랑을 꿈꾸지 않더라도/ 비는 내리”고 “사랑으로/ 만나지 않더라도 꽃은” 핀다는 진술은 사랑의 부재를 말하는 것 같은 외양을 갖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비가 내리고 꽃이 핀다면 이미 사랑은 우리의 삶에 내재해 있을 터이다. 그 증좌는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있는 자리에서 사물들은
제 힘껏 삶을 살아나가지

_「사랑의 이름으로」 부분
저자

김승립

제주에서태어나살고있다.
1986년에계간『외국문학』으로등단했다.
시집으로『등외품』,시화집『시여,네게로가마』등이있다.

목차

시인의말ㆍ5

제1부
사랑의이름으로·12
벌레한마리의시·14
라라에게·15
라라를위하여·16
무지개·17
불씨·19
군고구마·20
서둘지않아도·21
가을볕·23
어메이징그레이스·24
햇덩이를굴리는아이들·27
오래전그대에게·29
기막힌시·31
비·33
존재의이유·34

제2부
배경(背景)·38
대설주의보1·40
대설주의보2·41
가을·42
권정생살던옛집·43
밥심·45
마음의죽(粥)·47
초파일·49
풋것의사랑·50
어떤사랑·52
전등사·54
장엄·55
폭포·57
11월·58
어떤가을날·60
겨울서정·6

제3부
가자,우리그리운숲으로·64
제주에오면·66
제주바람·68
바람과잎새·69
생기·71
열애·72
경(經)·73
시월·74
흰털괭이눈·76
눈물의내력-시인문충성·78

제4부
붉은섬·82
검뉴울꽃-진아영·84
이덕구의숟가락·87
태극기·89
어떤이력·91
우리는우리에게거듭물어야한다
-세월호참사3주기에부쳐·94
피가내리는마을·98
베트남피에타·103
용병·106
꽃을피우지않는까닭·109
사랑의사상·111

제5부
우리가,끝끝내,살아내야할,정든땅,이길위에서·114
한가위의시·116
바람이향기를종소리로울려퍼지게
한다·118
그배롱나무·121
그나무의눈동자·123
마음을잃다·126
상처·128
지루한상처·130
마른꽃·132
문(門)에대하여·134

해설
벌레한마리의사랑(김대현)·136

출판사 서평

사랑의힘으로!

김승립시인의이번시집에실린첫작품은「사랑의이름으로」이다.“사랑을꿈꾸지않더라도/비는내리”고“사랑으로/만나지않더라도꽃은”핀다는진술은사랑의부재를말하는것같은외양을갖지만설령그렇다하더라도비가내리고꽃이핀다면이미사랑은우리의삶에내재해있을터이다.그증좌는다음과같은구절에서확연히드러난다.

있는자리에서사물들은
제힘껏삶을살아나가지

_「사랑의이름으로」부분

자신이“있는자리에서사물들”이제삶을“힘껏”살아나가는현상은사랑,즉주어진삶을지속하려하는에로스(eros)가없이는불가능하다.하지만현상태의지속만을시인은바라지않는다.작품의마지막에서“사랑의이름으로우리가/서로를불러준다면”이라고말할때,이는부르는행위를통한어떤만남,접속을향해나아가는‘방향’을부여하는경향을이미내포하고있는것이다.시집의1부에서번번이등장하는‘사랑’은삶에방향을부여하려는존재의생동하는힘에다름아니다.
김승립시인에게‘사랑’이왜존재의생동하는힘인지는표제작인「벌레한마리의시」에서간결하게드러난다.

오랜잠에묶여있던어린풀씨들
한마리벌에의대책없는꼼지락거림에
간지럼타며아아아기지개켠다
온세상이그만봄빛으로가득하다

_「벌레한마리의시」부분

아직추위가가시지않은들녘에서“벌레한마리”가무모하게꿈틀거리면서“풀씨들”의부활을자극하고,“풀씨들”이기지개를켜기시작하면이미“온세상”은봄인것이다.이시는봄이시간의물결에떠밀려온다고말하지않고“아직추위강파른”들녘의“벌레한마리”때문이라고명확하게말하고있거니와,자연의시간을건너뛰는시인의상상력이나타내는것은「사랑의이름으로」에서“있는자리에서사물들”이제삶을“힘껏살아나가”는‘사실’과같은것이지허황된몽상이아니다.
이외에도김승립시인이노래하는사랑은,어떤때는개인의실존차원에서그리고어떤때는구체적대상에대한감정의모습으로나타나지만그것은그만큼시인이사랑의기운에휩싸여있다는실증이기도하면서,시적으로는‘사랑’에대한변주와깊이를향하는반복으로읽어야마땅하다.왜냐면김승립시인은구체적개인의정서상태인사랑과현실에대한역사적/윤리적태도로써의사랑을일치시키려고하기때문이다.그럼에도우리는그것을오직‘사랑의힘으로!’라고부를수있다.


제주를넘은사랑의사상

김승립시인은‘제주에서태어나제주에서살고있다.’이시집의3부와4부는제주라는공간과제주의역사를통한시쓰기의전형이라할수있는데,앞에서시인이‘사랑의힘으로’시를쓴다고말했듯이,제주의시공간에만머물지않는시인의시각을독자들은느낄수있을것이다.먼저제주의역사와제주라는공간에대한시편들에서도변함없는‘사랑의힘’을발견할수있다.또자세히읽어보면,김승립시인의서정자체가제주에의해형성되었음을느낄수있다.

사랑치고붉지않은게어디있나
사랑에어디삿된이념따위있었겠나

「붉은섬」부분

설룬제주백성들에게말을건네고싶었지만
누군들끅끅대는내안의말을들을수있었겠습니까

_「검뉴울꽃-진아영」부분

김승립시인의서정을이루는것중무엇보다먼저제주4·3을떠올리지않을수없겠는데,「이덕구의숟가락」에서시인은“마지막그의숟가락은낮달처럼하늘에걸려/지지않는혁명을떠올리게”한다고했다.그런데여기서“혁명”은“삿된이념따위”가아니라“사랑”이다.이도저한시인의사랑은제주에갇히지않고베트남의역사와아픔에까지닿기도하고(「피가내리는마을」,「베트남피에타」등),제3세계민중의삶을짓밟았던세계사적문제와도맞닿는다.(「용병」)그리고그것이다시우리의역사적현실로구부려지기도한다.이렇게김승립시인의‘사랑’은존재론적차원을획득하면서동시에현실에대한형형한인식을포함하는것이기에사상이라부를수있는지평에도달하고마는것이다.

얼음속에피어있는꽃도있을테고
수억년바위에새겨진나뭇잎화석도있을터
때로는날아오르는새의여리디여린날갯짓이
허공을두쪽으로가르는일도없다할수없을터이다

지금나는사랑의사상에중독된다

_「사랑의사상」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