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푸가

광주의 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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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차가운 현실 인식과 뜨거운 ‘시의 마음’
1980년 5월 광주는 아직 우리에게 여지없이 되살아나지만 언젠가부터 ‘기념’을 통해서인 것도 사실이다. 햇수로 40년이 넘은 사건이니 우리의 감각이나 문화가 얼마간 둔화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1980년 5월 광주에 대한 감각이 살아 있는 이들이 있는데, 박관서 시인도 그중 한 사람이다. ‘시인의 말’에서 밝혔듯이 박관서 시인은 5월 광주민중항쟁 40주년에 맞춰 그동안 써온 ‘광주 시편’을 묶어내려 했으나 자신의 시가 5월 광주를 ‘기념’하는 듯해서 피했다고 한다. 이 한 권의 시집 전체가 광주를 노래하는 것은 아니나, 적잖은 작품들이 광주를 가리키고 있는 관계로 과연 ‘광주 시집’이라는 조명받아 마땅하다.
저자

박관서

전북정읍에서태어나1996년『삶사회그리고문학』으로작품활동시작.시집으로『철도원일기』와『기차아래사랑법』이있다.

목차

시인의말ㆍ5

제1부약산의나라

달맞이꽃·12
광주행·13
회인에서·14
빚·16
길·17
눈빛·18
조태일문학관·20
망월동에서·22
얼굴소묘·24
약산(若山)의나라·26
꽃잎흐르는물에·28
은행나무이야기·30
40년,양팔을뻗어·32
묘역에서·34
그의눈을바라보고싶다·36

제2부광주의푸가

광주의꽃말·38
그가다녀간후로·40
김현을생각하는저녁·41
동백꽃72주년에·42
도깨비땡볕·44
진도에서광주를보았다·46
우물·48
광주의푸가·50
가을날에건네는차한잔·53
바라보는미얀마여,바라보소서!·54
하늘을나는것이다·56
나라의뿌리를묻는다·58
도청분수대·59
그림자·60
천년의하늘을날다·62

제3부인디언매듭

깔링의기도·66
양의심장을꺼내는시간·68
인디언매듭·70
몽탄(夢灘)·72
水山,水仙을만나·74
가거도산다이·76
다경포(多慶浦)·78
상강(霜降)·80
레몬인간·82
정읍사(井邑詞)·86
호랑가시나무의말씀으로·88
다순구미·90
월선리4년차,현금숙여사의노래·92
몽골에서·94
장구잽이이다름·96

제4부다시,길을나서며

다시,길을나서며·98
봄비·99
꽃이피는시간·100
흰·102
어무적과송경동·104
알흠다운가게·106
가거도行·107
11월,탱자울에서·108
째보선창·110
백년,나비의세월·112
귀가(歸家)·113
무안에서·114
벅수,벅수·116
겨울비멀리·117
무화과(無花果)·118

해설
광주를넘어광주로,반복을넘어반복으로(황규관)·119

출판사 서평

차가운현실인식과뜨거운‘시의마음’

1980년5월광주는아직우리에게여지없이되살아나지만언젠가부터‘기념’을통해서인것도사실이다.햇수로40년이넘은사건이니우리의감각이나문화가얼마간둔화된것도이상한일은아닐것이다.그래도아직은1980년5월광주에대한감각이살아있는이들이있는데,박관서시인도그중한사람이다.‘시인의말’에서밝혔듯이박관서시인은5월광주민중항쟁40주년에맞춰그동안써온‘광주시편’을묶어내려했으나자신의시가5월광주를‘기념’하는듯해서피했다고한다.이한권의시집전체가광주를노래하는것은아니나,적잖은작품들이광주를가리키고있는관계로과연‘광주시집’이라는조명받아마땅하다.

짱짱하게얼어부렀네

터져오르던그날의함성이
그리사라지진않는다고

무지렁이낮은목숨들이모여
말로눈물로주먹으로한숨으로

(…)

사십년을보내고사백년을다시맞으러
차갑게결빙된영하의광장을

저리뜨겁게건너고있네

_「도청분수대」부분

“짱짱하게”얼어붙은전남도청분수대를보면서시의화자가느낀것은도리어뜨거움인데,이는얼어붙은현실을건너가고자하는마음의다른표현이다.객관적현실에대한감각과인식이시에서무엇보다우선이지만그것을극복하고자하는‘시의마음’이없다면작품의밀도와긴장감은떨어지기마련이다.그러한‘시의마음’이없을때시는현실에곧잘굴복하기때문이다.박관서시인의이러한‘시의마음’은이번시집전체에서두루발견된다.이작품에서도현실이얼어붙긴했지만“짱짱하게얼어부렀”다는표현을통해서‘얼어붙음’자체를인식하는동시에그것을넘어서고자하는마음이두드러진다.
표제작인「광주의푸가」에서도시인의그러한‘시의마음’이읽힌다.이작품에서는5월광주의학살자인“독재자”가죽고나서“맑은하늘이눈에들어오는”경험을하게되는데,여기서‘시의마음’은그동안“맑은하늘”을가리고있던존재가단지“독재자”뿐만이아니었음을말하고있다.“독재자”가살아있는동안에알게모르게우리도‘독재자의마음’을받아들였었다는성찰을통해서“맑은하늘”이등장하는점은,앞에서말한어떤현실극복의지가이작품에서도여실히드러나있다는것을증거한다.


역사적사고와지역적상상력

이번시집을읽을때또하나유념해야할점은,박관서시인의5월광주는그이전의역사적지평위에서있다는시인의인식이다.먼저5월광주의시각에서역사를보는작품들에서도그렇지만,그렇지않은작품들을통해시인의역사인식은드러나는데이는시인의무의식속에5월광주와다른역사적사건이뒤엉켜있다는점을암시한다.

잠수부가되었던80년그때,
눈앞에있는광주에다가가지못하고
사람들이죽어가는광주를말하지못하고
다만,물안경을쓰고깊은바다에잠겨서야
바라보던광주를,이제다시진도에서본다

_「진도에서광주를보았다」부분

4·19와5·18그리고촛불을지나고서도
우리의얼굴은왜이리엉망인가

아직도얼마의마늘과쑥을더먹어야
인간의얼굴이되는것인가

_「나라의뿌리를묻는다」부분

「진도에서광주를보았다」는세월호참사당시죽음을방치한국가의무책임성과비윤리성을들어1980년5월광주와포개놓고있으며,「나라의뿌리를묻는다」에서는식민지로일그러진대한민국의초상을부각시키고있다.뿐만아니라,제주4·3이라든가여순항쟁을호명하는작품들,또는미얀마민주화투쟁에대한연대의마음을내비친시편들에서박관서시인에게5월광주는과거의역사적사건이나동시대의사건과뿌리깊게이어져있음을알수있다.
다른한편으로는,시인자신이사는지역의정서를외면하지않음으로써시인의역사인식이구체적현실의지반위에서세워졌음을확인시켜준다.이는지역정서를갖는것이마치시대에뒤떨어진것처럼곡해되는이상한풍토에비견해보건대,박관서시의건강함이돋보이는지점이다.역사적으로사고하고지역적으로상상하는것이곧과학기술문명의역설이강제하는시공간적제약을뛰어넘는의외의비결이라는사실을증명하고있다는점에서도박관서시인의이번시집은여간빛나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