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약 좀 주세요! (이장근 그림집)

느림약 좀 주세요! (이장근 그림집)

$14.00
Description
학교 근처에 있는 어린이 미술학원이 눈에 띄었다.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형뻘 되는 원장 선생님이 혼자 운영하고 있었다. 원래 어린이만 가르치는데 특별히 나를 가르쳐주기로 했다. 살면서 특별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던 터라 미술학원에 가는 날이 기다려졌다. 일주일에 두 번 미술학원은 나를 위해 늦은 시간까지 문을 닫지 않았다. 우린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으며 그림도 그리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눴다. 어떤 날은 그림보다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눴다. 이야기로 서로의 마음에 그림을 그렸다. 석 달 정도 지났을 때 학원이 다른 동네로 옮기게 됐다. 원장 선생님은 배운 그림보다 마음대로 그린 그림이 좋다는 말을 남겼다. 아이들 그림처럼….
-‘에필로그’ 중에서
저자

이장근

2008년『매일신문』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었고,
2010년푸른문학상‘새로운시인상’을받으며동시를쓰기
시작했다.시집『투』,『당신은마술을보여달라고한다』,
청소년시집『악어에게물린날』,『나는지금꽃이다』,
『파울볼은없다』,『불불뿔』,동시집『바다는왜바다일까?』,
『칠판볶음밥』,그림책『아기그리기ㄱㄴㄷ』등을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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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작은것들과함께동행하고자하는시인의마음과그림…

이장근시인의‘그림에세이’는시인이직접그린그림과육필로쓴짧은아포리즘으로구성되어있다.중학교에서국어를가르치고있는시인이그림을그려보기로한계기는창문없는방에서임용고시를준비하다가창문을그리고싶어서였다.교사가되고난다음시인이찾아간곳은어린이미술학원이었고,거기에서미술선생에게마음대로그린그림이더좋다는말을듣고시인이겪은일상을그리고,거기에시적인아포리즘을넣었다.
이장근시인의그림은비록아마추어리즘이지만,그아마추어리즘이건강하고소박한시인의마음과만나깊은울림을준다.그림을보면서읽는시인의아포리즘은순간의위로를전하는게아니라때때로현실의깊은곳으로육박해들어가거나심지어문명비판의모습을띠기도한다.예를들면다음과같은아포리즘이다.

“내가꽃이되면세상모든길은꽃길.”도시와멀어질수록꽃이된사람을자주만난다.대부분주름이낭창낭창한할머니들인데머리부터발끝까지꽃이피었다.그들이몸에흙냄새가배서일까?평생흙을일구고산몸.(16쪽)

점점속도가줄고있다.
점점나에게가까워지고있다.(24~25쪽)

장모님이기도하러자주올라간다는산에함께오르던중보았습니다.누군가기도하고간흔적.물한그릇이전부였습니다.기도는저렇게맑아야한다고,욕심이없어야한다고,그저밥굶지않고건강하게사는정도.그것도자신보다자식,그러니까남을위한기도.그런기도는꼭이루어져야합니다.(31쪽)

경쟁하면두배로무거워지고격려하면0킬로그램이되는저울(39쪽)

열쇠구멍은사람모양이다.사람이잠그고사람이연다는듯이…그리고열때는머리가아니라몸으로열어야한다.심장은몸이품고있다.심장이한바퀴돌면철컹!열린다.(63쪽)

거의금언에가까운이런단상들은그림과어울려읽는이를잠시멈추게하거나마음을점점느려지게한다.그래서책제목이‘느림약좀주세요’일까.거창한논리나이론이나또는‘깨달음의언어’가아니라시인이주위의사물과풍경또는사람을통해도달한마음상태를그림과글로엮어낸것이다.
또학교현장에서마주친교육현실에대한비판도숨어있지만,시인은분노에앞서그현실에서살아가는아이들과함께논다.함께논다는일만큼교사에게중요한일은없다는듯이말이다.그래서청소년시도쓰고동시도쓰는지모르겠지만,어쨌든이장근시인은시집이두권이나있는시인이다.시의마음으로아이들을가르치고,그것을시와그림으로표현하는시인의작업은처음부터‘큰의미’를지향하는것이아니라작은것들과함께동행하고자하는자세또는태도에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