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멈출 수 없다 (양장본 Hardcover)

그렇다고 멈출 수 없다 (양장본 Hardcover)

$14.05
Description
이렇게 솔직하게 써도 돼?
-청량감을 주는 문장들
대중음악평론가가 아니라 대중음악의견가임을 자처하는 서정민갑의 산문집이 나왔다. 그간에 펴냈던 음악에 대한 ‘의견’이 아니라, 음악에 대한 내밀한 ‘감정’들과 생활에서 벌어진 일들을 통한 성찰, 그리고 지난 기억을 찾아가는 발걸음으로 엮여 있는 이 책은 ‘평론가’의 이면에서 들끓고 있던 욕망을 솔직담백하게 써 내려간 글들로 가득 차 있다. 독자들은 저자의 사(私)이고도 사(史)적인 목소리를 들으면서 어느 순간 자신이 정화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서정민갑의 글의 힘은 문체에도, 의견에도, 주장에도 있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독자들에게 내어 맡기는 ‘믿음’에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대목을 읽으면서 웃음이 떠오르다가도 그게 바로 독자 자신의 모습이기도 함을 들키게 된다. 서정민갑의 글에는 거울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럴 때 구명줄처럼 나를 붙잡아준 사람들이 있었다. 일을 맡겨주는 사람, 글이 좋다고 칭찬해주는 사람, 나와의 결혼을 결심해준 사람,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사람, 정직하게 잘못을 지적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삶을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의 반응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계속 애정과 관심을 갈구하는 사람이었다. 그게 없으면 버틸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나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아주 없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내가 완전히 망하지는 않았다고 안심할 수 있었다.
-「당신이 ‘좋아요’를 누르지 않더라도」에서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글에는 어쨌든 글쓴이의 자아가 배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서정민갑의 글에는 저자 자신의 자아를 망설임 없이 방류함으로써 독자에게 시원한 물줄기를 선사한다. 방류된 저자의 자아가 독(毒)이 아니라 시원한 물줄기인 것은, 이 책을 차분히 읽은 독자만이 느낄 수 있는 청량감이다. 1부에 배치된 음악에 대한 소감들에서는, 음악평론가도 결국 자기감정에 충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생활 이야기가 주를 이룬 2부에서는 서정민갑이라는 ‘사람’이 온전하게 다가와 누구나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누구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존재와 가질 수 있는 감정을 저자가 대신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콤플렉스, 비루함, 숨기고 싶은 감정을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저자가 자신의 자아를 내려놓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노릇이다.

갈수록 나의 능력과 그릇이 변변치 않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이만큼 살 수 있다는 것도 내게는 과분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운이 좋다고, 더 욕심내지 말고 주어진 일이라도 잘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다. 악담하지 않고 나를 받아주는 이들, 내게 일할 기회를 주는 이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내일은 모른다」에서

결국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이웃이나 친구, 또는 “아기 고양이” 같은 다른 생명체와 맺는 관계 양식이라는 사실을 자신의 소소한 경험을 통해서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서정민갑의 글에는 거울이 숨겨져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삶을 선과 악으로, 도덕과 비도덕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은 우리의 삶이 그러한 것들과 함께 구성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지난 기억이나 역사는?
저자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맛있는빵과디저트를사랑한다.음악의아름다움이구현되는방식과사회적역할에특히관심이많다.무해한사람이되고싶어하고,스스로놀라는글을쓰고싶어하며,더나은세상을만들고싶어한다.블로그에가면어떤음악을들으며사는지엿볼수있다.
쓴책으로는『음악열애』,『누군가에게는가장좋은음악』,『음악편애-음악을편들다』,『밥딜런,똑같은노래는부르지않아』가있고,『대중음악의이해』,『대중음악히치하이킹하기』,『인간신해철과넥스트시티』등을함께썼다.

목차

들어가며ㆍ4

1부음악-우리에겐늘박수가필요하다

좋은작품의조건을물으신다면/19
예술가의삶과행복/27
노래가세상을바꾸려면/35
나를울린음악/40
슬픔이너의가슴에/48
나의비지엠(BGM)/52
그녀의웃음소리뿐/58
평론가로서속이상할때/62
영화는영원히그곳에/68

2부생활-당신이‘좋아요’를누르지않더라도

다르지만멋진사람/75
채식의날들/80
내가너의손을잡았다면/84
누구나한번은어쩔수없으니까/88
환자의삶/93
당신이‘좋아요’를누르지않더라도/98
세미나에서배운것들/105
내일은모른다/115
함께하는여행/122
질투하는사람/129
운동하는습관/136
빵과나/142
가진게많은삶,모순적인나/150
일잘하는사람/158
못이룬패셔니스타의꿈/163
면탐식자의고백/167

3부삶-그새벽이묻는다

나는가난을모른다/175
도벽의기억/181
어리지만나빴던날들/184
40년만의강진/188
누가나를글쓰게이끌어주었을까/193
고향사투리를안쓰는사람/197
내가만난역사,내게남은기억/203
해바라기의추억/229
나는어머니의아들/234
무디고이기적인나와50년살기/245
아버지,아버지/251
불타는적개심/257
좌파가되지못하더라도/266
잊을수없는밤/276
나의인생관/281

추천의글1-김성우(응용언어학자)
부끄럽지만기쁘게살고싶어서/289

추천의글2-장혜영(국회의원,정의당)
서정민갑이공들여적어올린사(私)적이고사(史)적인‘기억의세계’/294

출판사 서평

누구도피해갈수없는역사앞에서

3부에서저자는시간여행을떠난다.하지만그여행은과거를특권화하거나신비화하지않는다.도리어저자자신의현재를구성한과거와역사에대한탐방이라고나할까?먼저「40년만의강진」.

누군가는죽고,누군가는광주에살고있다는소식을안고돌아오는길,40년전의나는40년뒤에야어머니와함께이곳을다시찾게될거라고상상이나했을까.40년내내동네에서미용실을하신그분도이곳에서계속머리손질을하며늙을줄몰랐을것이다.40년도순식간이었다.40년의시간을보내고서야알게된것은내가아무것도모른다는사실이었다.그걸알고받아들이는데40년이걸렸다.다시40년이지났을때누가그곳에남아있을까.누가우리가그곳에있었다는것을기억할까.다시모르고영원히모를삶.
-「40년만의강진」

아버지를따라잠시살았던강진기행은,어릴때받은상처를떠올리게도하지만아직그곳에서‘여전히’살고있는삶을발견하게도해준다.그러면서홀연찾아온생각은“내가아무것도모른다는사실”이다.모두가‘앎’을갈구하고‘앎’이우리의삶을좋게해줄거라고믿어왔지만,‘모름’을모르는‘앎’은삶을더욱가파르게할뿐이다.이것은일종의철학적깨달음인데,자신의‘모름’을알게되기까지40년이걸렸다.어떻게보면서정민갑은이한권의책에서자신의‘모름’을줄곧말하고있는지도모른다.자신의욕망을긍정하고겸손히받아들이는것은‘앎’의상태에서는불가능하다.욕망을알고자하는자세는욕망을여전히불타오르게한다.도리어욕망에대한앎의의지를끄고모름의어둠을택했을때욕망의체온은뚝떨어진다.그럴때삶이좀더온전해진다.
또한가지저자의현재를구성한것은자신이살아온역사다.그것을인상깊은글인「내가만난역사,내게남은기억」에서낱낱이보여준다.저자는먼저이렇게말하면서시작한다.“하지만어떤기억은좀처럼지워지지않는다.기억은최근기록부터지워진다고했던가.지워지지않는기억은특정공간을마주하거나같은날짜를맞이할때면소나기처럼엄습한다.”(204쪽)이“좀처럼지워지지않는”기억이란대체무엇일까?그것은저자가온몸으로마주할수밖에없었던역사적사건들이었다.사실저자의연령대와고향,자라온장소를고려해보면그역사적사건들이저자‘현재’에끼친영향이깊을수밖에없다.그중에서도대학시절에마주해야했던사건들은아마서정민갑의정신지형에직접영향을끼친것같다.“1991년5월의기억”과“1996년여름”이그것이다.이역사적사건들을돌아보면서서정민갑은다음과같이말한다.

다만자랑스럽게이야기할수없는어떤사건들의기억에대해,그기억을가지고살아가는사람의마음에대해생각하게한다.슬프고억울하고화가나고답답한마음에공감하게하고,그들의이야기를어떻게들어야하는지고민하게한다.덕분에한사람을이해하고역사를안다는것이얼마나어려운일인지조금이나마알것같다.함께자랑스러워할수있는기억사이에불씨처럼남은다른사건들의개별적기억들은누구도역사로부터자유로울수없다고알려준다.한사람한사람에게역사가정면으로관통할수있다고일러준다.의지의결과로서가아니라우연일수있다고,그것이역사라고말해준다.그래서서로의이야기에귀기울여야한다고가르쳐준다.(90~91쪽)
-「내가만난역사,내게남은기억」

이렇게서정민갑의이번산문집은추천사를쓴장혜영의원의말마따나“사(私)적이고”동시에“사(史)적”이다.하지만역사앞에서도저자의확고한자아가먼저나서지는않는다.역사에게서배운것은그의미도의미이지만,“서로의이야기에귀기울여야한다”는사실이기때문이다.‘모름’만이‘배움’을받아들인다.이책의기저에는이진리가울리고있는것만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