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재탄생한다
왜냐하면,이미‘오래된것’을통해김영서시인은기억을다시살고있기때문이다.기억의소환은재현으로서의상기(想起)라고인식돼왔고한편으로기억을사실의일정한왜곡으로말해져왔지만,우리의삶은기억을다시살면서기억을변화시킨다고말해야옳다.기억은데이터가아니기때문이다.즉사람이과거의기억으로돌아가는것은기억의변용으로봐야하며중요한것은기억을얼마나현재화하는가하는점이다.
살아가는이야기끝에이웃에서김장김치한통얻었다
김치통을들고북극을한바퀴돌았다
집으로오는동안김치통이얼었다
사람도김치처럼익거나쉬거나하는데
살얼음낀동치미같았으면좋겠다흔들림으로대꾸하는
_「돌아갈곳이있었다」부분
십년도안된세탁기를한번고장으로버렸는데
사용한지삼십년넘어선나는어찌될까
버려진벽돌을집안으로들이는것을보고
작아지고단단해지자고
이불로달빛을덮는다
_「벽돌한장」부분
표제작인「낯선곳에도착했다」에서이미집안으로들어온“낙엽”따라시를쓰는(현재의)화자의모습을생성시키고있듯이,「돌아갈곳이있었다」에서도현재의“한파경보”를통해서과거의“그양반”을상기하고이미지의연쇄끝에“김장김치한통”에이른다.그리고“김장김치한통”처럼자기삶이“살얼음낀동치미같았으면좋겠다”고한다.‘현재-과거-현재′’의구조를가지고있는이작품에서‘현재′’는‘현재’와는다른상태임이확인된다.「벽돌한장」도동일한구조를가지고있으며“버려진벽돌”을통해“작아지고단단해지자”는결의를보여주고있다.
김영서의시는일반적인서정시의문법에충실한편이다.조우한사람과사물,사건을통해서자신을비춰보면서서정을변화시킨다는차원에서말이다.하지만대상에대책없이끌려가지는않는다.대상에끌려가는서정시에는자아의변화가있는것이아니라자아의소멸이있기마련인데,이것은대상에대한비판적인식이없는경우일것이다.대상에대한인식은결국자기인식이다.그리고이자기인식이있는서정시야말로‘현대성’을확보한다.김영서의서정시는자기인식에서더나아가이웃과의‘관계’까지돌아본다는점에서든든한믿음을주는데바로이지점에서새로운시간이생성한다는점을눈여겨볼일이다.
다음의시가그실증이다.
그러다가젖이마르면
날개를내려놓고쉰다는거
마침내들판이조용해진다는거
뿌리까지삭아없어져도
꽃이진자리에봄마다
어김없이꽃이핀다는거
다시세상이시끌벅적해진다는거
_「꽃진자리」부분
추천사
김영서는지금은시간저편으로흘러간사물들을애타게그리워하며시를쓴다.‘그리움’이라는말로는채표현될수없는장소에서그사물들은꿈틀대고있다.(…)시인이그리워하는사물이란달리말하면시간을견디고끝내살아남은사물이라고할수있다.별이쏟아지는곳은어딘가에분명있을것이다.하지만시인은그곳에쉬이가지못하리라는걸분명히알고있다.그곳에가는순간별이쏟아지는기억은더이상시간속에서살아남을수없기때문이다(오홍진,문힉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