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밥 먹고 놀자 (마을 돌봄 이야기)

얘들아, 밥 먹고 놀자 (마을 돌봄 이야기)

$15.00
Description
헝겊원숭이가 뭐야?
-아이들에게 마을을 만들어주는 좋은 어른들
이 책에는 김보민 선생님과 연결되어 있는 숱한 ‘사회적 엄마’들이 등장한다. 지역아동센터, 교회, 주민센터, 학교 등에서 조용히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는, “아이들의 고통을 자기 고통으로 여기고 자신의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면서 아이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주는 사람들”이다. 지역사회를 꽉 채우는 이 향기롭고 숭고한 사람들의 네트워크 덕분에 그나마 우리 아이들이 덜 죽고 덜 굶고 덜 아프고 덜 외로웠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김보민 선생님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늘 내게 아이들의 이야기를 ‘구체적인’ 언어로 전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는 아이들의 기쁨과 슬픔을 뭉뚱그리지 않고 아이들이 했던 구체적인 말과 표정으로 기억해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가 전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들은 사람들은 또 한번 아이들의 기쁨과 슬픔을 구체적으로 기억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이 일으킬 변화는 바로 그 구체적인 기억에서 출발할 것이다.(변진경, 『시사IN』 기자)

‘헝겊원숭이’라고 하면 부지불식간에 인형을 떠올린다. 하지만 ‘헝겊원숭이’에는 아주 중요한 의미와 메시지가 함축돼 있다. 김보민 헝겊원숭이운동본부 이사장이 쓴 이 책의 내용 전체가 헝겊원숭이의 뜻을 설명하고 있는데, 저자는 ‘좋은 어른’이라고 간명하게 말하고 있다. 그런데 ‘좋은 어른’은 또 무슨 뜻일까? 저자에 의하면 ‘좋은 어른’이란 “아이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생각해주는 어른이다.” 사실 이 말도 부연이 필요해 보인다. 저자의 말이다.

마을 공동체와 가족공동체가 거의 해체되어 마음 둘 곳이 없는 아이들. 요즘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건강한 마을 생태계가 파괴되어 나타난다 고 생각한다. 늦게 돌아오는 부모를 대신해서 저녁을 먹었는지 관심을 가져주는 이웃 어른, 엄마에게 혼나고 달려가서 위로받을 수 있는 따뜻한 할머니의 품. 이런 것이다.(140쪽)

자본주의 산업 문명이 발전하면서 사회의 물질적 부는 풍요로워졌지만 역설적으로 그만큼 그늘이 깊다는 지적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그늘의 일부로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꼽는 경우는 그렇게 거론되지 않는다. 왜냐면 어린이와 청소년은 당연히 가정과 학교에 포함된 존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 등의 경우에만 사회는 복지라는 카테고리에 넣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저자인 김보민 헝겊원숭이운동본부 이사장의 경험은 그러한 ‘일반적인’ 인식들이 얼마나 현실에 맞지 않는지 증언한다. 도리어 산업화의 진전으로 “마을 공동체와 가족공동체가 거의 해체”되면서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소속감을 주지 못한 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자유주의적인 입장에서 강조되는 어린이 청소년들의 꿈은 어른들의 욕망의 주입에 지나지 않으며, 실제로 이런 어른들의 욕망은 아이들의 마음과 정신을 비뚤어지게 한다. 동시에 경제적 빈곤층에서 일어나는 방임은 마을 공동체라는 울타리가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영혼을 배회하게 만든다. 일반적인 통념으로 울타리는 자라는 아이들에게 울타리는 억압과 규제를 상징하나 저자의 생각으로 울타리는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여기서 울타리는 바로 헝겊원숭이, ‘좋은 어른’들을 말한다. 아이들은 이 헝겊원숭이들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정서적 안정감과 건강한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잠깐, 헝겊원숭이에 대한 유래는 다음과 같다.

헝겊원숭이는 1950년대 미국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 박사의 애착 실험에서 등장한 것으로 이 실험은 엄마 잃은 새끼 원숭이가 헝겊원숭이와 젖병이 달린 철사 원숭이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젖병이 달려 있는 철사 원숭이 쪽으로 새끼 원숭이가 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새끼 원숭이는 헝겊원숭이에게 달라붙어 있었다. 심지어 고개를 내밀어 젖병의 우유를 먹으면서도 헝겊원숭이의 품을 벗어나지 않았다. 당시 사람들은 아이들이 부모를 사랑하는 이유는 물질적인 지원을 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실험은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정서적인 교감과 포근한 접촉 즉 따뜻한 관계에 대한 욕구가 영장류에게 얼마나 근원적인지 알려주었다.(261~252쪽)

헝겊원숭이운동은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정서적 교감으로 이루어진 마을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마을 만들기는 추상적으로 접근하면 고작 아이들을 계몽, 훈육하는 제도 교육의 연장으로 고착될 개연성이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신체적으로 자라나는 과정 중인 존재인 것을 감안할 때 그들에게 밥을 먹이는 일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따라서 좋은 어른은 먼저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는 존재이며 밥을 먹이는 과정을 통해서만이 정서적 교감도 가능하다는 저자의 경험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

김보민

서울신학대학교사회복지과를졸업했다.
10년간전업주부를하다가2005년에부천에서엄마마음공부방을운영했다.2010년~2016년에는군포기쁨지역아동센터에서근무했고,2013년~2015년군포지역아동센터연합회장,2017년교육나눔꿈두레사무국장,2018년좋은어른되기운동을하는사단법인헝겊원숭이운동본부를설립,이사장으로활동하며아동청소년식당‘밥먹고놀자’를운영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4


1.사회적엄마,또다른헝겊원숭이이야기✚27
2.아이들이야기✚57
3.어른없는사회이야기✚77
4.헝겊원숭이운동본부를만들기까지✚115
5.아이들이행복한세상✚137
6.코로나19팬데믹✚155
7.밥먹고놀자식당✚205
8.헝겊원숭이의사업✚241

에필로그✚259
저자의말✚289

출판사 서평

밥먹고놀자!
-우리나라돌봄문제를근본적으로해결하려면비정규직을철폐해야한다


산본공고는경기남부전역에서학생들이오다보니아침을먹지못하고오는아이들이대부분이었다.저녁에는아르바이트하느라밥을거르기일쑤였고학교에서먹는점심밥이유일한식사인아이들이많았던것이다.학교에오면책상에엎드려있는아이들이대부분이었는데어느날부터아이들이아침부터축구를하고뛰어놀길래교장선생님이물어봤다고한다.
“오늘왜이렇게기분이좋아?”
아이들은큰목소리로대답했다.
“오늘아침밥먹었잖아요!!”(133쪽)

위대목은아침밥을제대로못먹던청소년들이헝겊원숭이운동본부가제공한아침밥을먹고변화된모습을상징적으로보여준다.지자체에서도교육청에서도가급적‘복지대상’으로삼으려하지않는어린이와청소년들을군포의헝겊원숭이들이찾아다니면서밥을먹이고,놀이를하고,공부를가르쳐주는활동은아이들의생활에놀라운활기를불어넣어주었다.동시에어른들의몰이해로인한일탈의함정에작은동아줄을던져줌으로써아이들스스로절제하고스스로를향상시킬수있는잠재력이있음을일깨워주었다.
하지만이활동은아이들에게수치심을심어주는‘불우이웃돕기’가아니다.헝겊원숭이운동본부가보다안정적으로밥과놀이와공부를선물해주기위해마련된밥먹고놀자식당의운영원칙과놀이개발은아이들스스로가책임진다.나아가아이들자신이봉사의‘주체’가되기도한다.그리고밥을먹는게자신들의권리임을가르침으로써필요한것을요구하게만든다.그렇다고해서아이들을방종의상태로몰아가지않는다.권리를가르치기도하지만감사의마음과절제도가르치기때문이다.이울타리는보호하는역할을하기도하고절제를가르치기도하는상징이다.

울타리가되어준다는것은상대방을지켜준다는의미와함께적절한한계를설정해준다는의미도갖는다.아이의이야기를친절하게들어주고필요를채워주는일은어쩌면쉬운일이다.아이와부딪힐일이없기때문이다.하지만아이를지키고적절한한계를알려주고직면하게하는것은힘든일이다.(280쪽)

결국‘밥먹고놀자’는말은같이밥먹고,같이놀고,마을이되자는것에다름아니다.그것을아이들에게가르치기전에먼저마을어른들이헝겊원숭이가되자는것이다.이모든것이단순한봉사활동이아닌것은저자의현실인식에서드러난다.산업문명의발달로인한가족공동체와마을공동체의해체를꼽는것은여느활동가도할수있는말이다.여기서저자는구체적으로우리의노동환경이변화되어야만부모들이아이들과함께할수있는시간이확보될수있다고말한다.“우리나라돌봄문제를근본적으로해결하려면비정규직을철폐해야한다”.(61쪽)이것이저자의속마음이기도하면서최근에부쩍회자되는돌봄문제에서잊지말아야하는과제이기도한것이다.
이책은이론이나추상적인당위를말하는게아니라저자가그동안직접몸으로활동하면서느꼈던‘사실’들을통해서우리사회의돌봄에본질적인문제가무엇인지생생하게일깨워준다는점에서소중한가치를지닌다.그리고좋은모델을제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