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꽃이 피었다 - 삶창시선 75

부추꽃이 피었다 - 삶창시선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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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재근 시인은 자신의 시와 독자들 사이에 높거나 가파른 문턱을 두지 않는다. 이것은 시인이 만난 사물이나 갖고 있는 서정에 솔직하고 담백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우리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정서의 동화 작용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근의 시는 시인의 특수한 상황과 인식을 강요하거나 외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혼자만의 읊조림처럼 가만히 말할 뿐인데, 그것이 잔잔함이 독자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저자

이재근

인천에서태어나연세대학교를졸업했다.〈국민일보〉,〈제이누리〉기자를지냈다.2022년『문학고을』,월간『시』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이러면제주를알까?』『삼춘들에게듣는서귀포마을이야기‘그땐그랬지’』1,2,3을펴냈다.현재제주에산다.

목차

시인의말4

1부

농사를지어야겠어요·12
저마다의바다·15
언덕에올라·18
오름가는길·20
바다로나간다·24
그런날·26
숲속발자국·28
부추꽃이피었다·29
일요일오전·32
잊히는일·34
섬·36
마음노크·38
바람·40
가을이라는이름의쓸쓸함·42

2부

바다가호수된날·44
눈쌓인거리·46
산수국1·48
밤바다·50
아침관조·52
폭풍치는날·54
어느목요일오후·56
별이내려앉는날·58
추자도다녀오는길·60
안개·62
위미바닷가·64
시골살이·66
혼자인섬·68

3부

저녁이지나간다·70
초록창에앉아·71
인연·72
남해바다·74
개울소리·75
사람이먼저다·76
생이별·77
아프다·78
겨울비·80
마음을보내다·82
연가·85
시골살이3·86
그리움·88
관계·90
해돋이·92

4부

애기무덤·94
공항·97
솔직함·98
비탈에서자라다·99
미련이들어간다·100
숲속을걷다·102
시간은기다리지않는다·104
겨울산·106
사진·107
섶섬·108
산수국2·110
겨울밤·112
곶자왈·113

산문
사람은변하지않는다·115

출판사 서평

시인의산문

인간이생긴대로하나씩적어나가니시집이된다.삶의이야기를쓸수있어서좋다.비록그삶이여전히이곳에적응하기위한몸부림에불과하지만도시에서꺼내보지못한속마음을꺼낼수있어서참다행이다.삶이조금씩녹아들어가는모습을보면서나에게시는이제삶의한부분을떼어내어색다른기억의언어로저장하는클라우드가아닐까싶다.어쩌면다음은서사를이어갈수도있지않을까.터전이있고사람들이있고바다와산과오름과숲이있으니가능하지못할이유는없을법하다.

맑고견고한서정시

이재근시인은자신의시와독자들사이에높거나가파른문턱을두지않는다.이것은시인이만난사물이나갖고있는서정에솔직하고담백하기때문이다.때문에시인의시를읽으면서우리들누구나가지고있는상식적이고일반적인정서의동화작용을경험할수있을것이다.이재근의시는시인의특수한상황과인식을강요하거나외치지않기때문이다.마치혼자만의읊조림처럼가만히말할뿐인데,그것이잔잔함이독자들의참여를유도한다.예를들면다음과같은시를보자.

조심스레내디딘몇걸음
나무사이로난여백에
발자국이남고
접힌풀잎을이어어느새길이된다
숲속에작은오솔길이생겼다
_「숲속발자국」부분

어디한군데어렵거나혹은복잡한상징을갖지않으면서도맑은서정시가된다.시인이자신의경험을옮겨놓아서그렇다.경험이곧바로시가되는것은아니고경험을시적으로할때만이시가될수있는법이다.뭐니뭐니해도마지막행인“숲속에작은오솔길이생겼다‘는평범한진술은희한하게이시를번쩍들어올린다.시는멋진수사나은유,혹은깨달음의언어로장식되어한다는오해가널리퍼져있지만무엇보다도시인이자신에게정직할때시의샘물이고인다는게우리들이망각하고있는진리이다.이재근시인의시가갖는평이함은이진리를독자들에게새삼일깨워준다.시인이자신에게정직하다는것은그만큼큰미덕이다.
이재근시인이자신의서정에충실하면서심리적고독이나삶의비의에대해말할때에도목소리는언제나낮다.그런데이낮은목소리가단지저음으로느껴지는게아니라맑음으로울리는것은자신의고독이나살면서깨달은삶의비의에대해서도정직하고겸손하기때문이다.예를들면다음의시가그렇다.

칠테면쳐보라지
세상에맞서는힘으로얼굴을내밀다
총알처럼박히는모래알갱이에
슬쩍차속으로머리를들이밀고는
거친숨을쉰다

숨의바닥이느껴질만큼
비바람은방향없이들이치고
멋쩍은우산대만
하늘을향해펼쳐들고나면
그제야마음이빼꼼문을연다
거친물보라에평안함이흔들리는순간

그래세상이원래그랬다
어찌관망만하며살수있겠는가
문열고폭풍우를흠뻑맞아보련다
_「폭풍치는날」부분

“칠테면쳐보라지”같은강단있는독백도전혀강하게다가오지않는것은앞에서말한정직과겸손때문이다.물론이정직과겸손이언어적으로표현되지는않는다.그것은마치배를띄우는바닷물의부력처럼언어화되지않은심층에존재하면서언어의갈라진틈으로만비친다.하지만“문열고폭풍우를흠뻑맞아보련다”같은진술에서는삶을향한어떤의지도보이거니와이의지도바깥으로향해대상과사물을지배하려는의지가아니라자신의내부를다지는의지에다름아니다.결국끊임없는자신에대한직시가이재근시의핵심이라고할수있는데,이것이맑고견고한서정시의형태로나타났다는점이특기할만하다.
그런데미래의시가더궁금해지는것은,시집뒤에수록된시인의산문때문이기도하다.시인은“어쩌면다음은서사를이어갈수도있지않을까”라고말하면서그이유를바로밝히고있다.“터전이있고사람들이있고바다와산과오름과숲이있으니가능하지못할이유는없을법하다.”삶의터전을제주도로옮기고나서“몸이열리는것을느끼게되었다”는것이다.시는이렇게삶을바꾸는이행의과정에서솟아오르기마련이다.
그때쯤에는아마훨씬깊어진시를독자들은만날수있을것같다.어쩌면이번시집은그’깊이‘로들어가는입구에해당될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