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된 불꽃 (전태일이라는 시)

나비가 된 불꽃 (전태일이라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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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완전한 결단’과 시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의 죽음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남한자본주의가 바뀌고 군사독재정권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변화가 있었으니 그것은 노동자들이 자신이 처한 현실에 집단적으로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만큼이나마 이루어진 것은 바로 이 ‘바닥’의 변화 때문일지 모른다. 바닥의 변화 없이 역사의 변화는 없는 법이니까. 그리고 또 다른 변화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문학을 비롯한 예술 세계의 변화였다. 전태일의 죽음 이후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지만 문학과 예술의 세계에도 전태일의 불꽃이 당도한 것이다. 전태일의 죽음 이후 5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전태일을 기억하고 기리다 못해, 전태일의 마음과 영혼을 공수 받은 시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현실적인 제약 상 더 많은 시인들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전태일의 친구들’이 기획하고 29인의 시인들이 참여한 전태일 기림 시집이 나온 것이다.
『나비가 된 불꽃-전태일이라는 시』.
‘나비가 된 불꽃’이라는 이 은유는 단순히 문학적 비유가 아니다. ‘불꽃’은 전태일의 상징이기도 하면서 무엇보다도 그의 실존 자체이기도 했고, ‘나비’는 그의 영혼이 지금-여기의 허공을 날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사회(노동) 운동과 실천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그 운동과 실천이 어떤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시가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다면 이미 시 자체가 운동이 된다. 이것의 강력한 역사적 실증이 전태일의 삶과 죽음이기도 함을 이 책은 가리켜 준다.
『나비가 된 불꽃-전태일이라는 시』에는 시인 29명의 시 58편과 에세이 2편, 그리고 14점으로 이루어진 연작 판화가 실려 있다. 먼저 시는 전태일의 정신과 영혼을 기리는 시들과 지금 우리의 현실과 역사를 담은 시들이며 에세이는 2명의 문학비평가가 각자의 경험과 입장에서 전태일의 삶이 왜 시인지 깊이 있게 밝혀주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해석이나 분석이 아니라, 전태일의 삶과 ‘완전한 결단’ 사이에 어떤 괴리도 없는 것을 짚어 주면서 ‘완전한 결단’이 곧 “시대적 단절과 새로운 개벽을 일으키는 사건을 창출한”(이성혁) 시임을 강조한다. 2명의 비평가는 공통으로 전태일의 삶은 곧 시 쓰기 과정이었으며 ‘완전한 결단’은 하나의 위대한 작품임을 논증한다. 이 말은 전태일의 삶과 죽음을 문학적으로 축소시키려는 게 아니다. 도리어 “이 결단은 모든 법을 넘어서는 행위이며 그 행위의 결과 개체들의 민주주의를 상상하는 결단이다.”(박수연) 사회(노동) 운동이 자의든 타의든 합법의 울타리에 갇히게 될 때 시가 먼저 법을 넘어서는 것처럼 전태일의 ‘완전한 결단’도 이미 “모든 법을 넘어서는 행위”라면 당연히 ‘전태일이라는 시’는 정당하다.
저자

(사)전태일의친구들

시집으로『구룡포로간다』등이있고,산문집『숨과숨사이해녀가산다』『목선과사람들』외주로해양관련서적을출간했다.

목차

여는글
전태일이라는시’와전태일-되기(이성혁)ㆍ6

연작판화
우리모두전태일(김주형)ㆍ25

전태일이라는시

권선희밑줄/평화라는시장에서ㆍ42
권혁소서러운풍경/어떤고향사랑ㆍ45
김명기죽은사람/베이글과커피그리고천치ㆍ48
김사이해마다이맘때라도오시라/옆집아재ㆍ52
김형로그가하루다녀간다면/박꽃전태일ㆍ55
김해자수철리산174-1번지/시간여행ㆍ62
박승민상자에던져진눈/고산식물인간ㆍ66
손택수정수기가울고있다/슬픈국기ㆍ69
송경동조개를캐네/노래,할수있을까ㆍ71
송태웅슈퍼문/배고픔이고양이를울고갔다ㆍ74
엄기수이끼소녀/기나긴이름에대한짧은이야기ㆍ76
오현주○○○/움ㆍ84
유현아겨울과여름사이에절멸이있었다/
‘한뼘’이라는소식ㆍ88
이산하장미꽃은죽었다/후기빠시즘ㆍ92
이설야물고기극장/중국인거리의쿨리들ㆍ95
이원규당산나무의말씀/짐새[鴆鳥]ㆍ98
이정연점하나들/품사배우는시간ㆍ104
이정훈태성공업사/벌레ㆍ108
이중기그늙은난쟁이생각/그날ㆍ112
임성용대장경/개미들ㆍ115
이철산전태일아니이소선/흘러서굴러서떠밀려서ㆍ118
조선남그리움이붉어지면/전태일,그리고대구9월총파업ㆍ122
최백규해방/집행유예ㆍ126
최세라공터의네모/밤산책ㆍ129
표성배잊을수없는당신,전태일/전태일은없다ㆍ134
허은실양회동/1ㆍ141
허유미푸른가까이/4월과11월ㆍ146
황규관피로지은집/오막살이집한채ㆍ150


다시,여는글
법을넘는시-전태일이라는기원(박수연)ㆍ156

출판사 서평

전태일의마음과영혼을노래하다

그렇다면이책의핵심이라할시인들의목소리는어떤가.
참여한시인들이모두‘전태일’을목소리높여외치는것은아니다.어떤시인들은자신의노동자적삶을반추하면서노동자들의전태일-되기를노래하는가하면,한국근대사의아픔을불러내전태일의삶과연결시키기도한다.또는이땅의노동현실이전태일이겪은고통스러운삶을재생산하고있음도여실히밝혀주고있다.세작품만인용해보자면,

밤나무는가만히내놓지않았다
뿌리가품고있던옥비녀와은반지
꽃무늬새겨진쌍가락지
M1과카빈소총탄두
탄피박힌두개골
불에탄뼈
_김해자「수철리산174-1번지」부분

전태일당신은누구인가?
당신의영혼이된노동자는진정당신의친구인가?
그노동자가사는나라
대한민국2023년
오늘도당신마지막목소리가
노동자귓가에맴도는데
아직도철공소에는당신이없다
_표성배「전태일은없다」부분

나는섬의심장
너는뭍의심장

나는파도보다높은
너는바람보다강한

나는울음이바다를건너도록
너는외침이산을넘도록
_허유미「4월과11월」부분

「수철리산174-1번지」는한국전쟁당시자행된민간인학살을다룬작품이다.이작품이전태일의삶과무관한듯보이지만,이참혹한전쟁이폐허위에서전태일의삶이전개되었다는면에서나전태일을기억하는것과비통한우리역사를기억하는것은다른게아니라는점에서‘전태일시’는어떤총체성을의미한다.다음으로,「전태일은없다」는전태일은살아있는데우리의전태일-되기가부족한점을비판하고있는작품이다.「4월과11월」은제주4ㆍ3항쟁과전태일의‘완전한결단’을연결함으로써4ㆍ3항쟁이곧전태일의전사(全史)이며4ㆍ3항쟁을사는것이전태일을다시사는것과다름없음을노래하는시다.
이렇게시인들은사소한자신의생활에서부터지금살고있는당대현실,그리고역사적상상력을전태일과함께사유함으로써전태일의삶과죽음이단순한구호에빠지지않게해준다.이것은곧상상력의힘을보여주는시작(詩作)행위임과동시에직접적인운동과실천에도시적인상상력과마음이긴요함을낮은목소리로외치고있는것이다.
‘전태일이라는시’라는언어가그러한필요(?)에의해만들어진것이아님은물론이다.전태일의‘정신’만을강조할때빠질수있는독단은전태일의마음과영혼을불러들여야새로운출발도가능할터이다.정신은움직이는현실에맞게정초해야할것지만,변하지말아야할것은우리의삶을대하는마음혹은영혼이아닐까?그런차원에서이책의의미는가볍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