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김형로의 시집은 자기해방을 위한 결단의 시로 가득 차 있다. 이전 시집이 “총체적이고 다면적인 존재의 본질을 깨우치게 하여, 무의미하고 무료한 존재성을 깨뜨려 주게 하는 복음”(문학평론가 김경복)으로 다가왔다면, 이번 신작시집은 이른바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과 그 넋을 위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주4·3인민항쟁, 광주5·18민중항쟁을 집중 조명함은 물론, 4·16 세월호와 10·29 이태원 대참사 등에 대한 끈덕진 탐구를 통해 김형로 시인은 참혹한 역사 현장, 무도한 정치 현장 속에서 희생된 영혼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고 있다. 예컨대 「슬쩍」, 「북향 비탈의 세한도」, 「보리밭에서 푸른 하늘을」, 「내 새끼를 왜 이러냐고」, 「부끄러움은 힘이 세다」, 「그 바다 그 골목의 아이히만」 등의 시편은 일상적 삶이 역사의 이면으로 떠오르는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해내고 있는 절창이다. 말하자면 그는 역사의 그늘에 감추어진 사람들의 신음 소리를 새롭게 발굴해냄으로써 이즈음 한국시가 잃어버린 ‘서사’를 복원하고 있다. 일상의, 역사의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기 위한 김형로의 시적 깃발은 결코 ‘시대정신’을 놓지 않는다. 우리들에게 전면적인 해방의 행동세계로 나아갈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이승철, 시인ㆍ한국문학사 연구가)
숨비기 그늘 - 삶창시선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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